“수비농구, 결국 기량 부족 때문”...임근배 감독의 묵직한 일침

WKBL / 이성민 / 2018-12-18 03:16:23

[바스켓코리아 = 청주/이성민 기자] “이런 말 하기 정말 안타깝고 부끄럽지만, 지금 여자농구는 전체적으로 기량이 많이 떨어집니다. 어쩔 수 없이 수비로라도 메워야죠.”


올 시즌 WKBL은 수비와의 전쟁 중이다. 수비를 잘하는 팀, 즉 실점이 적은 팀이 소위 말하는 강팀이 될 수 있다. 우리은행(54.7실점), KB스타즈(60.1실점), 삼성생명(65.7실점)이 나란히 1위부터 3위를 마크하고 있는 상황.


주목해야 할 점은 1위와 2위를 달리고 있는 우리은행과 KB스타즈의 평균 득점이 각각 66.5점(4위), 69.5점(3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위 세 팀 중 삼성생명만이 간신히 70점대 득점을 넘기고 있을 뿐이다. 삼성생명은 경기당 71.5점으로 리그에서 가장 높은 평균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 트렌드는 철저한 수비전이다.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한다. 상대에 많은 득점을 주지 않기 위해 여러 수비 전술을 꺼내 든다. 가장 기본적인 스위치 맨투맨 디펜스부터 존 디펜스와 박스 앤 원 디펜스, 프레스, 트랩 디펜스까지. 한 경기에서 대부분의 수비 전술을 지켜볼 수 있다. 특히 시소게임 혹은 추격전 양상에서 프레스를 펼치는 장면을 쉽게 포착할 수 있다.


17일 청주체육관에서 펼쳐진 용인 삼성생명과 청주 KB스타즈의 경기를 앞두고 라커룸에서 만난 임근배 감독은 올 시즌 리그 트렌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런 말 하기 정말 안타깝고 부끄럽지만, 지금 여자농구는 전체적으로 기량이 많이 떨어집니다. 개인 기량으로 기본적인 수비를 뚫어낼 선수가 거의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수비로라도 메워야죠.”


이어 올 시즌 리그를 관통하고 있는 주요 수비 전술 중 하나인 프레스와 트랩 디펜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사실 프로 무대에서 프레스나 트랩 디펜스가 계속해서 통한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부끄러운 일이다. 농구를 알고 하는 선수들 혹은 일정 수준 이상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라면 상대가 프레스나 트랩 디펜스를 펼치는 순간 고마워할 것이다. 간단한 움직임과 패스만으로 쉽게 뚫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NBA만 봐도 그렇지 않나. NBA에서는 프레스나 트랩 디펜스가 우리나라처럼 위력적이지 않다. 선수들이 간단하게 뚫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여자프로농구 선수 중 그런 능력을 갖춘 선수들은 각 팀당 1명이 있을까 말까다. 성적을 내기 위해서 수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인정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난 시즌까지 공격 농구를 지향했던 임근배 감독의 삼성생명도 올 시즌 수비 농구를 선언했다. 임근배 감독은 비시즌 내내 선수들과 수비 조직력 맞추기에 집중했다. 그 결과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프레스와 트랩 디펜스를 구사하는 팀이 됐다. 수비의 팀으로 거듭난 삼성생명은 자신들의 장기인 프레스와 트랩 디펜스를 앞세워 우리은행과 KB스타즈를 차례대로 격파했다. KB스타즈와의 경기에서는 46점밖에 실점하지 않았다. 득점은 60점에 그쳤지만, 짠물 수비로 승리를 만들어낸 것.


임근배 감독은 경기 후 수비에는 만족을 표했다. 빈약했던 공격력에는 불만족을 표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득점 1위를 달리고 있어도 공격이 부족하다는 것을 매 경기 느낀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선수들을 잡고 가르쳐도 하루아침에 늘지 않는다. 공격이 부족하면 수비로라도 메워야 한다. 수비마저 되지 않는다면 그 팀은 망할 수밖에 없다.” 임근배 감독의 말이다.


물론 수비로 만드는 승리도 대단한 결과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프로는 팬들이 있기에 존재한다. 대부분의 팬들은 공격과 수비의 적절한 균형을 원한다. 리그에 속한 모든 팀이 수비에만 치중하는 것을 바라는 농구팬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수비와 공격이 균형을 이룰 때 농구란 스포츠는 더 빛날 수 있다.


임근배 감독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임근배 감독은 “많은 팬들은 화끈한 공격과 탄탄한 수비가 함께 펼쳐지는 농구가 보고 싶을 것이다. 당연한 요구 아니겠나. 보는 재미가 있어야 팬들도 찾아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근배 감독은 현재 여자프로농구 무대를 밟고 있는 선수들을 향해 묵직한 일침을 날렸다.


“프로라면 개인 기량 향상을 위한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물론 아마추어 지도자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결국 선수가 집중하고 노력해야 할 문제다. 프로 무대에 와서 기본기부터 다시 배우는 것은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선수들이 자신의 발전을 위해 시간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임근배 감독을 포함한 많은 농구팬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농구. 이를 위해선 결국 개인 기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비판과 피드백을 받고 있다. 팬들이 찾아오는 리그로 거듭나기 위해선 달라져야 한다. 그 시작은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다. 이제는 진정한 변화를 보여줘야 할 때다.


사진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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