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기록으로 돌아보는 역대 3차 연장 승부
- BAKO INSIDE / 김아람 기자 / 2020-12-07 23:51:12

※ 본 기사는 10월 중순에 작성했으며, 바스켓코리아 웹 매거진 1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독 링크)
농구는 고득점 경기를 펼치며, 다득점 승리원칙을 따르기 때문에 연장이 흔치 않은 편이다. 프로농구 원년인 1997시즌부터 이번 시즌 개막 전까지 따지면, 연장으로 이어진 경기는 총 328경기(1차 278경기, 2차 44경기, 3차 5경기, 5차 1경기)다.
언뜻 보면 ‘연장 경기가 꽤 많았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24시즌 동안 치른 6057경기 대비 5.4%에 불과한 수치다. 시즌당 270경기를 치렀을 때 평균 한 시즌에 나오는 연장 경기는 15경기 미만이라는 셈이다.
그리고 지난 10월 10일. 2014년 2월 11일 이후 자취를 감췄던 3차 연장이 벌어졌다. 무려 6년 8개월 만이다. 현재 진행 중인 2020-2021시즌 경기까지 포함해 계산하면, KBL에서 3차 연장이 일어날 확률은 0.1% 미만. 오랜만에 열린 3차 연장 승부에 <바스켓코리아> 11월호 ‘기록이야기’는 역대 3차 연장 경기 이야기를 준비했다.
▶ 1997-1998시즌 11월의 어느 날, 동양과 SK가 프로농구 3차 연장의 첫 역사를 쓰다
‘지난’이라는 말로 시작하기엔 너무 예전이다. 1997년 11월 19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는 프로농구 사상 첫 3차 연장이 펼쳐졌다. 당시 청주 SK를 홈으로 불러들인 대구 동양은 4쿼터까지 전희철(25점)과 키이스 그레이(18점), 김병철, 키넌 조던(각 17점) 등 주전들이 팀을 지탱하며 경기를 풀어갔다. 이에 SK는 선발 출격한 레지 타운젠드(26점)와 드와이트 마이베트(18점), 신석(15점), 손규완(14점), 윤제한(11점) 등 5명이 풀타임에 가까운 시간을 소화하며 맞섰다. 결과는 88-88. 승부를 내지 못한 두 팀은 연장에 돌입했다.
이때만 해도 누가 3차 연장까지 가리라 상상했을까. 김병철의 자유투로 연장 선취 득점에 성공한 동양에 위기가 닥쳤다. 바로 조던이 5번째 파울을 지적당하며 벤치로 돌아간 것. 조던이 나가자마자 SK는 타운젠드의 슛으로 균형의 추를 맞췄다. 이후 동양은 전희철의 연속 3점슛과 김광운, 김병철의 득점으로 SK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SK는 물러나지 않았다. 윤제한이 외곽포를 터뜨렸고, 김광은은 속공으로 쫓아갔다. 치고받는 양상 속에 동양에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그레이마저 5반칙 퇴장을 당했다. 동양의 두 외국 선수를 모두 벤치로 쫓아낸 SK는 전일우(3점)와 홍창의(2점)의 득점으로 102-102, 승부를 2차 연장으로 끌고 갔다.
동양은 전희철이 펄펄 날았다.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공격에 정재훈과 김병철의 득점을 어시스트하며, 팀의 살림꾼을 자처했다. SK는 연장 들어 단 한 번도 리드를 차지하진 못했지만, 신석 윤제한 타운젠드 등이 고루 점수를 쌓으며 계속해서 따라붙었다. 2차 연장 종료 직전, 115-113으로 앞서고 있던 동양은 전일우에게 버저비터 동점골을 허용했다. 프로농구 출범 이래 처음으로 3차 연장에 접어드는 순간이었다.
3차 연장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라고 한다면 ‘김병철이 끝냈다’로 하겠다. 125-126으로 동양이 뒤처지고 있던 상황에서 경기가 마무리되기 30여 초 전, 김병철은 4초 만에 4점을 몰아치면서 129-126으로 점수를 뒤집었다. 종료 12초 전에는 자유투 2개를 모두 꽂아 넣으며 131-126으로 쐐기를 박았다. 남은 시간에도 득점을 이어간 김병철은 팀이 133-126으로 승리하는 데 일등 공신이 됐다. 길어진 경기 탓에 지칠 법도 하지만 2점슛 성공률 100%(4/4)와 자유투 성공률 100%(4/4)를 자랑하며 홀로 12점을 쓸어 담은 김병철. 혼자서 만들어낸 점수가 SK의 3차 연장 전체 득점(11점)보다 많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SK는 4쿼터 종료 직전 퇴장당한 손규완과 마이베트의 부재에 아쉬움을 삼켰다. 그렇게 프로농구 첫 번째 3차 연장은 2시간 20분의 혈투 끝 동양이 웃었다.

▶ 대구 오리온스, 6년 뒤 성탄절에 울산서 두 번째 3차 연장을 맞이하다
2003년 9월 동양은 팀명을 ‘오리온스’로 개편했다. 이후 12월 25일,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크리스마스에 그들은 울산에서 모비스와 함께 야근했다. 시즌 세 번째 맞대결에 나선 두 팀의 전반은 오리온스가 51-43으로 앞섰다. 그러나 오리온스는 3쿼터에만 우지원에게 3점슛 세 방을 얻어맞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고, 결국 4쿼터에 84-84로 모비스에 옆자리를 내줬다.
1차 연장은 그야말로 엎치락뒤치락, 어느 한 팀도 한 골 이상 앞서지 못했다. 92-92로 출발한 2차 연장에서는 오리온스가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김승현(5점)과 바비 레이저(4점)가 9점을 합작하며 2분 사이에 101-95까지 달아났다. 이에 모비스는 우지원이 뜨거운 손끝을 뽐내며 추격했다. 김승기와 전형수의 도움 패스를 받은 그가 백투백 3점포를 가동한 것. 101-101로 다시 원점, 양 팀은 번번이 공격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서 3차 연장 근무를 확정 지었다.
3차 연장의 막이 오를 무렵 양 팀의 스코어는 103-103, 모비스의 두 외국 선수가 승부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힘을 쏟았다. R.F. 바셋의 손을 떠난 슛은 모두 림을 갈랐고, 조니 맥도웰은 귀중한 리바운드를 걷어내 공격권을 찾아왔다. 오리온스 역시 김승현과 박지현, 레이저가 모비스의 빈틈을 노렸다. 하지만 모비스를 따라잡을 순 없었다. 경기 종료 15초 전 모비스는 116-112로 리드한 상황에서 전형수가 5반칙으로 물러났으나, 승기를 잡는 데 문제는 없었다. 레이저의 마지막 슛이 불발되면서 오리온스는 쓸쓸한 퇴근길에 올랐다.

▶ 2003-2004시즌 이후 4시즌 간 잠잠하던 3차 연장, 전주에서 다시 기지개 켜다
2008년 11월 11일, 전주 KCC와 안양 KT&G는 전주실내체육관에서 3차 연장 이벤트를 펼쳤다. 4쿼터 종료까지 13초, 72-75로 뒤처졌던 KCC는 작전타임 이후 임재현의 극적인 3점슛으로 승부를 제자리로 돌렸다. 이어진 1차 연장에서는 나란히 필드골 성공률 29%(2/7)에 묶이며 5점씩 추가하는 데 그쳤다. 2차 연장에서도 양 팀의 저조한 득점은 계속됐다. 조금은 침체된 분위기 속에 KT&G 두 외국 선수 마퀸 챈들러와 캘빈 워너의 공격으로 86-84, KT&G가 승리를 목전에 뒀다. 그러나 각본 없는 드라마의 특성상 쉽게 끝나진 않았다. KCC 마이카 브랜드가 버저비터 덩크를 내리꽂으며 KT&G의 말문을 막았다.
모든 선수가 지친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3차 연장 초반 서장훈이 5반칙으로 코트를 떠났다. 그래도 KCC는 흔들리지 않았다. 하승진이 제공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했고, 브랜드와 정훈 등이 점수를 더했다. KT&G는 챈들러가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주희정의 패스를 받은 챈들러는 외곽에서 두 차례 림을 겨냥하며 추격의 선봉장으로 나섰지만, 결정적인 턴오버 2개로 공격권을 잃었다. 경기 종료 4초 전 96-95, 근소하게 앞선 KCC는 추승균의 자유투 2구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 역대 4번째 3차 연장의 주인공, 서울 삼성과 부산 KT
2010년 10월의 마지막 금요일이었던 29일. 삼성은 홈에서 KT를 상대로 3쿼터까지 50-57로 뒤처져 있었다. 4쿼터에는 김동욱(8점)과 애런 헤인즈(6점)가 14점을 모으는 등 맹추격했다. KT는 표명일 조동현 송영진 등 국내 선수들이 분전했지만, 끝내 75-75로 연장 승부를 피하지 못했다.
연장 1차, 양 팀은 한 치의 양보 없이 경기에 임했다. 해당 쿼터 종료 3초 전엔 헤인즈가 다섯 번째 파울을 범하며 삼성에 위기가 찾아왔다. 83-81로 근소한 리드를 잡은 상황이었다. 헤인즈의 퇴장보다 더 큰 문제는 그의 파울로 찰스 로드에게 자유투 2개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집중력을 잃지 않은 로드는 자유투를 모두 성공시켰다. 83-83, 경기가 길어졌다.
2차 연장에서도 팽팽한 시소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삼성은 김동욱이 홀로 6점을 올렸고, KT는 로드(4점)의 득점으로 응수했다. 이날은 3차 연장까지 갈 운명이었던 걸까. 송영진이 2차 연장 버저비터 동점골을 그려냈다.
3차 연장은 다소 싱겁게 끝났다. 이원수로부터 볼을 받은 민성주가 먼저 득점에 성공했고, 강혁의 패스를 받은 박대남은 외곽포를 발사했다. KT는 로드가 덩크만 두 번 찍는 등 승리를 향한 의지를 불태웠지만, 1분 30여 초 동안 턴오버 3개로 고개를 떨궜다. 강혁의 연속 득점과 김동욱의 속공으로 100-95, 경기 막판 삼성이 조금은 여유로운 승리를 챙겼다.

▶ ‘오리온스, 또 3차 연장 갔니?’ SK-오리온스, 2010년대 마지막 3차 연장 경기 펼쳐
2014년 2월 11일 화요일 저녁 7시,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서울 SK와 고양 오리온스가 맞붙었다. 전반은 오리온스가, 후반은 SK가 앞서면서 양 팀의 점수 차는 없어졌다. 4쿼터가 끝날 무렵에 66-66, 제법 늦은 시간이지만 체육관에 모인 사람들은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연장 첫 득점은 리온 윌리엄스의 손에서 나왔다. 허일영과 최진수도 외곽에서 지원하며 SK를 따돌리려 했다. 그러나 SK는 김선형이 날아올랐다. 특유의 빠른 공격으로 혼자 6점을 기록했다. 최부경과 박상오도 오리온스와의 격차를 지우는 데 공을 세웠다.
75-75로 시작한 2차 연장에서는 오리온스가 도망갔다. 허일영의 3점슛이 다시 한번 림을 통과했고, 윌리엄스가 점수를 차곡히 쌓아갔다. 한때 SK와의 격차를 7점(82-75)까지 벌렸던 오리온스. 박승리와 교체되어 들어온 김민수에게 3점슛을 얻어맞았고, 최부경과 박상오에게도 실점했다. 84-84, 팬들의 귀가 시간이 자꾸 늦어졌다.
2차 연장에서 리드를 지키지 못한 탓일까. 3차 연장에 들어선 오리온스는 허무한 패배를 떠안았다. 오리온스가 이현민의 3점슛 하나, 슛 성공률 14%(1/7)로 헤맬 동안, SK는 헤인즈를 중심으로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최종 스코어 94-87, SK가 승리를 거뒀다.

▶ ‘KBL 3차 연장 전문은 나야 나’ 오리온, 6년 8개월 만에 또다시 3차 연장
이쯤 되면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오리온이 KBL 공식 3차 연장 전문 팀이라는 것을. 대구 동양, 대구 오리온스, 고양 오리온스를 거쳐 ‘고양 오리온’으로 자리 잡은 그들은 매 팀명으로 3차 연장 경기 기록을 남겼다. 이번 상대는 부산 KT였다. 오리온은 지난 10월 10일 KT와 함께 프로농구 최초로 시즌 첫 경기에서 3차 연장 승부를 선보인 팀이 됐다. 역대 3차 연장 최장 경기 시간(2시간 51분)은 덤이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오리온에게 웃어주지 않았다.
78-78로 시작한 1차 연장, 마커스 데릭슨이 버저비터 3점슛으로 선수 전원을 2차 연장으로 끌고 갔다. 2차 연장에서는 오리온이 리드를 잡았지만, 김종범과 허훈 등에게 내리 실점하며 고전했다. 101-103, 쫓아가는 입장이 된 오리온은 이승현이 김현민을 5반칙으로 돌려세웠고, 그 과정에서 얻은 자유투 2개는 모두 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치열한 접전의 3차 연장, 이대성의 블록슛과 이승현의 득점으로 승리를 코앞에 뒀던 오리온은 데릭슨이 쏘아 올린 결승 3점포를 허망하게 바라보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사진 제공 = KBL
바스켓코리아 / 김아람 기자 ahram1990@basket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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