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WKBL 신인 드래프트, 25명의 운명이 결정되던 날
- BAKO INSIDE / 손동환 기자 / 2020-03-30 08: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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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2020년 1월 9일. 2019~2020 여자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가 인천광역시 서구 하나 글로벌캠퍼스에서 열렸다. 정확히 말하면, 부천 KEB하나은행의 연습체육관이었다.
장소부터 달랐다. 호텔이 아니었다. 그것부터 많은 걸 의미했다. WKBL은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 많은 변화를 줬다. 새로운 시도로 신인 지명 행사를 더욱 특별하게 했다.
※ 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월호에 게재됐습니다.
WKBL 신인 드래프트 최초의 시도, 트라이아웃
이번 WKBL 신인 드래프트는 처음부터 특별했다. WKBL 역사상 최초로 드래프트 전 트라이아웃을 시도했다. 드래프트 지원자들의 기량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엄격히 말하면, 모든 선수의 기량을 보고자 하는 게 아니다. 기량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보기 위함이었다.
WKBL 관계자는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모든 선수들의 대회 경기를 볼 수는 없어요. 1라운드 선수들을 어느 정도 생각했지만, 2라운드부터는 그렇지 않죠. 그리고 같은 포지션의 선수들을 비교해야 하는데, 트라이아웃만큼 비교하기 쉬운 자리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트라이아웃은 오전 10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우선 25명의 선수들이 3개의 팀으로 나뉘었다. 3개의 팀이 2쿼터씩 코트에 나섰다. 총 6쿼터가 진행됐다.
6개 구단 코칭스태프와 사무국은 매의 눈으로 선수들을 지켜봤다. 그리고 이번 트라이아웃을 흡족하게 여겼다. 6개 구단 코칭스태프 모두 “그 동안 선수 정보를 모르고 뽑은 때도 있었어요. 특히, 2라운드 이후 선발된 선수들이 그랬죠. 하지만 이번 트라이아웃은 달랐어요. 선수들의 잠재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죠”라며 만족을 표했다.
최초의 트라이아웃, 보완해야 할 점은?
WKBL은 이번 신인 선발 제도에 변화를 줬다. 변화를 준 것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처음은 항상 어설픈 법이다. 트라이아웃은 분명 보완점이 필요하다.
우선 기량을 확실히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지원자와 기존 선수의 경기력 차이를 확인하기 어렵다. 특히, 기량이 점점 떨어지는 여자 선수라, 지원자들 간의 경쟁이 의미가 없다는 말이 있었다.
WKBL 관계자는 위의 말을 인정했다. 그리고 “여자 선수들의 기량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요. 드래프트에서는 이 선수들끼리 경쟁해야 하는 건 맞지만, 트라이아웃에서는 달라야 한다는 말이 있었어요. 퓨쳐스리그에 뛰는 선수들을 트라이아웃에 투입해, 지원자들의 경기력을 보자는 구단의 말도 있었죠. 어쨌든 지원자들의 경기력을 세심하게 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 같아요”라며 트라이아웃 보완책을 이야기했다.
트라이아웃에서 감독을 맡았던 이종애 극동대 감독과 정진경 해설위원도 말을 꺼냈다. 트라이아웃 발전 방향에 관해서 말이다.
이종애 감독은 “선수들을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처음 봤어요. 어떤 분께서 내년에 감독을 하실지 모르겠지만, 감독과 선수가 미리 만나 간단히 맞춰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렇게 해야, 선수들의 장점을 미리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선수들의 장점을 살려주고, 선수들을 유연하게 기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예행연습을 말했다.
정진경 해설위원은 “선수들 출전 시간 배분이 쉽지 않았어요. 선수들 모두 균등한 기회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죠. 그렇다고 해서, 선수들을 짧게 넣었다가 빼는 것도 어려워요. 그러면, 선수들이 기량을 끌어올릴 시간이 부족하거든요. 이종애 감독님과 많은 시간을 고심했는데도 너무 어려웠어요.(웃음) 트라이아웃을 치를수록, 이런 상황들을 생각해야 해요. 그냥 시간만 지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라며 ‘출전 시간 배분’을 과제로 설명했다.
보완해야 할 부분이 더 많다. 연맹과 구단, 선수들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말이다. 시간과 경험, 지혜와 소통이 결합될 필요가 있다. 신인 지원자들의 경기력 검증은 필요한 절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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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확률에도 1순위, 안덕수 감독은 뽑장?
안덕수 KB스타즈 감독은 드래프트에서 좋은 기운을 뿜고 있다. 우선 2017 WKBL 신입선수 선발회. ‘박지수 드래프트’라고 불린 선발회에서 1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KB스타즈의 1순위 선발 확률은 불과 14.3%. 5개 구단 중 2번째로 낮은 확률이었다.(당시 부천 KEB하나은행은 ‘첼시 리’ 사태로 1순위 지명권을 잃었다) 안덕수 감독에게 기적이 찾아온 셈이다.
안덕수 감독은 기쁜 마음에 절을 했다. 그럴 만했다. 박지수가 가파른 속도로 성장했고, 2018~2019 시즌 청주 KB스타즈에 첫 통합 우승을 안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2020년이 됐다. 안덕수 감독은 1순위 지명권을 갈망했다. 키는 작지만, 센스와 기량을 갖춘 허예은(165cm, G)이 나왔기 때문이다. 안덕수 감독은 2019~2020 시즌 중에도 “허예은을 뽑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다.
KB스타즈는 김수연을 인천 신한은행에 내주고, 신한은행과 조건부 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신한은행의 지명권 순위보다 KB스타즈보다 앞설 경우, KB스타즈가 신한은행의 순위로 신인을 추첨할 수 있었기 때문. 신한은행의 1순위 지명권 확률이 28.6%. KB스타즈의 확률은 높아보였다.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전체 공 21개. 그 중 흰색 공 6개가 신한은행의 지명권을 상징했고, 녹색 공 1개가 KB스타즈의 지명권을 상징했다. KB스타즈는 흰색 혹은 녹색 공의 최초 출현을 기대했다.
마침내 추첨. 가장 먼저 나온 공은 녹색이었다. KB스타즈의 것. KB스타즈에 신한은행의 지명권은 필요 없었다. 오로지 4.8%의 확률만으로 1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안덕수 감독은 복식 호흡과 감탄사를 보여줬다.
잠시 간의 정회 후, 안덕수 감독은 당당히 단상으로 나갔다. 빠르게 ‘상주여고 허예은’을 불렀다. 허예은의 이름과 V2가 새겨진 노란 유니폼을 허예은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허예은의 키만한 꽃을 전달했다. 아빠 미소로 허예은과 함께 촬영. 안덕수 감독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안덕수 감독은 지도자 생활 후 두 번의 1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운장’도 모자라, ‘뽑장’이라는 별호를 얻었다. 그냥 뽑기 운이 좋은 게 아니었다. 두 번의 1순위 지명권 모두 원하는 선수를 얻는 데 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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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의 지원자, 코리안 드림을 실현하다
WKBL은 한때 홍역을 치렀다. ‘해외동포선수’ 때문이다.
‘첼시 리’는 ‘해외동포선수’ 자격으로 2015~2016 부천 KEB하나은행에서 뛰었다. 그러나 파동을 일으켰다. 할머니가 한국인이라는 서류를 조작했기 때문. 그래서 WKBL은 해당 시즌 관련 기록을 모두 삭제했다. 그리고 ‘해외동포선수 제도’는 없어졌다.
그리고 2019~2020 시즌. WKBL은 ‘외국국적동포선수 제도’를 시행했다. “부모 중 최소 1인이 한국 국적을 가졌거나 과거 한국 국적을 가졌거나, 현재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해외활동선수로 대한민국농구협회에 등록된 적이 없는 선수에 한해 드래프트로 선발”이라고 제도를 강화했다.
WKBL이 제도를 손질한 덕분에, 김애나와 최서연이 WKBL에 노크할 수 있었다. 트라이아웃에서 자기 기량을 과시했다.
김애나는 전체 2순위로 인천 신한은행, 최서연은 전체 6순위로 용인 삼성생명에 입단했다. 코리안 드림을 실현했다. 특히, 2년을 기다린 김애나는 “한국에 올 수 있게 제도를 손질해준 WKBL에 감사함을 표한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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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격의 눈물
KBL이든 WKBL이든 그렇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많다. 다만, 눈물의 종류가 다를 뿐이다.
선택된 사람들도 눈물을 흘린다. 기쁨의 의미가 크다. 그리고 고생해온 세월 때문에 흘리는 것도 있다.
이번 WKBL 신인 드래프트도 마찬가지였다. 우선 전체 3순위로 부산 BNK 썸의 부름을 받은 엄서이(175cm, F). 엄서이는 트라이아웃 중 발목을 다쳤다. 슈팅 후 착지 과정에서 수비수의 발을 밟았기 때문이다. 지명된 후에도 발을 절뚝일 정도로 좋지 않았다.
엄서이는 지명 후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였다. 엄서이는 드래프트 종료 후 “트라이아웃 때 안 다쳐야겠다고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발목을 다쳤어요. 다치면서 이때까지 해온 걸 못 보여줬다는 생각이 컸죠. 그리고 선발되니, 기쁨의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라며 눈물을 보인 이유를 설명했다.
전체 5순위로 아산 우리은행의 지명을 받은 오승인(183cm, F)도 그랬다. 오승인은 십자인대 부상으로 1년을 쉬었던 선수. 1라운드 지명을 예상하지 못했기에, 기쁨과 아픔의 마음이 컸다. 가족을 이야기할 때,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 “우리은행에서 재활 잘 받고, 좋은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며 힘겹게 마무리했다.
이명관은 전체 지명자 18명 중 가장 늦게 불렸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과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용인 삼성생명의 신인이 된 것.
이명관은 이름을 듣자마자 눈물을 보였다. 눈물을 참지 못한 채, 단상으로 갔다. 이명관은 촬영 내내 울었다.
드래프트 종료 후 “2019년에 잘하다가, 십자인대를 다쳤어요.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트라이아웃도 나가고 싶은데, 회복이 다 되지 않았죠. 이름이 불리지 못해 끝이라 생각했어요”며 포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국대의 ‘ㄷ’만 불리길 빌었어요.(웃음) 마침내 불렸고, 너무 기뻤어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죠”며 지명 시 상황도 이야기했다.
이명관의 눈물은 행사 중 가장 심금을 울렸던 장면이었다.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장면이기도 했다. 인내를 참아낸 값진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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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률 72%, 남은 사람들
25명의 선수가 WKBL의 문을 두드렸다. 고교 졸업 예정 선수 14명과 대학 선수 8명, 해외동포선수 2명과 일반 참가자 1명이다.
25명의 선수 중 18명이 신인 선수 자격을 얻었다. 고교 선수 11명과 대학 선수 5명, 해외동포선수 2명이 6개 구단의 부름을 받았다.
지명률 72%. 지명률만 놓고 보면, 역대 2위다. 2014 신입선수 선발회에 참가한 13명의 선수 모두 프로 유니폼을 입었기 때문. 20명 이상 지원자를 대상으로 하면, 역대 1위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 지명률은 그만큼 높았다.
6개 구단 모두 3명의 선수를 지명했다. 많은 선수를 지명하기 위해 고심했다. 대부분의 감독이 2라운드부터는 5분의 회의를 거쳤다.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명의 지원자가 구단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목표를 잃어버렸다. 인생 2막을 강제로 찾아야 하는 선수들이 생긴 셈이다.
물론, 대학 입학과 실업 팀 입단 등 살길을 찾은 선수들도 있다. 그러나 부름을 받지 못한 선수 모두 고개를 숙였다. 쓸쓸한 뒷모습과 함께 행사장을 나갔다. 매년 있는 일. 그러나 매년 적응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2020년 1월 9일은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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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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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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