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대서 난 아무 것도 아니더라”...최고 가드 박혜진의 성장통

WKBL / 이성민 / 2018-11-04 05:10:44

[바스켓코리아 = 이성민 기자] “한국에서는 MVP였지만, 세계 무대에서의 난 아무것도 아니더라.”


아산 우리은행은 3일(토)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과의 공식 개막전에서 70-45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우리은행의 새 외국인 선수 크리스탈 토마스의 깜짝 활약이 빛났다. 토마스는 골밑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하며 팀 중심을 잡았다. 21점 16리바운드 3블록슛을 기록했다.


이에 못지않게 박혜진의 활약도 돋보였다. 박혜진은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과 공격력을 앞세워 팀 승리를 견인했다. 1쿼터에만 11점을 몰아넣은 박혜진의 최종 기록은 20점 8리바운드 6어시스트.


경기 후 수훈선수로 선정된 박혜진은 “지난 시즌에는 시작이 너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끝까지 힘들었다. 오늘 경기 전 감독님께서 시작이 좋아야 하니 활발히 움직이라고 주문했다. 개막전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잘 움직여줘서 크게 이길 수 있었다. 식스맨들이 긴장할 줄 알았는데 각자 맡은 바 역할을 잘해줘서 전력 누수를 느낄 수 없었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기분 좋은 승리였지만, 박혜진은 마음 편히 웃지 못했다. 이유가 있었다. 비시즌 국가대표로 나선 국제무대에서 제 활약을 펼치지 못했기 때문. 박혜진은 “WKBL 최고 선수라는 명예에 걸맞지 않은 플레이를 보였다.”고 자책했다.


그러면서 “농구월드컵에서 나의 부족한 점을 많이 느꼈다. 한국에서는 MVP였지만, 세계 무대에서의 난 아무것도 아니더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내가 지금까지 뭘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많이 창피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박혜진은 자타공인 WKBL 최고의 선수다. 공격과 수비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 우리은행 통합 6연패의 당당한 주역이기도 하다. 매 시즌 MVP를 선정할 때마다 박혜진은 리스트에서 빠진 적이 없다. 박혜진은 통합 6연패를 하는 과정에서 4번의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다.


하지만, 유독 국제무대만 나가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물론 이유는 많았다. 소속팀인 우리은행에선 1, 2번(포인트가드, 슈팅가드)을 넘나들며 상황에 따라 능동적인 플레이를 펼쳤지만, 국가대표로 나서면 포인트가드 포지션 붙박이였다. 팀에 쟁쟁한 득점원들이 즐비하기에 경기 조율에만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박혜진은 자신의 기량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었다.


출전 시간도 부족했다. 리그에서는 평균 37분 이상의 플레잉 타임을 가져가는 박혜진이지만, 국가대표에선 소속팀에서처럼 많은 시간을 뛸 수 없었다.


평소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박혜진에 대해 ‘경기를 뛰면서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선수’라고 말한다. “항상 선수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경기를 뛰기 전에 컨디션이 너무 좋으면 안 된다고 한다. 부상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경기를 뛰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이 최고다. (박)혜진이가 딱 그런 케이스다.”라는 것이 위성우 감독의 설명.


위성우 감독의 말처럼 코트 위에서 많은 시간을 뛰면서 컨디션을 찾아가는 박혜진에게 국가대표에서의 불규칙적인 출전시간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박혜진은 이러한 이유들을 차치하며 자신의 실력 부족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결국 제 실력이 한참 부족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시간이었다.” 박혜진의 말이다.


국내 최고의 자리에서 느낀 좌절감에 주저앉을 법도 했지만, 박혜진은 더욱 독하게 마음먹었다. 힘들어하던 박혜진의 곁을 지켜준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혜진은 “자신감이 정말 많이 떨어진 상태로 팀에 돌아왔다. 시즌 준비를 위해 운동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시 마음을 잡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감독님, 코치님이 옆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얼마 전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우리은행이 우승후보로 지목받지 못한 것도 박혜진의 승부욕에 불을 지폈다. 우리은행은 올 시즌 통합 7연패 역사에 도전하지만, 라이벌인 KB스타즈에 객관적인 전력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박혜진은 “예전에도 ‘우리은행이 위기다’라는 말은 있었지만, 그래도 미디어데이에서는 항상 우리 팀을 우승후보로 꼽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표도 받지 못해 속상했다.”며 “그러나 지금 냉정하게 바라봤을 때는 우리는 우승후보가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우승후보로 지목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담감을 버리고 열심히 하면 된다.”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좌절을 딛고 일어선 박혜진은 더 큰 성장을 위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제는 국내 최고를 넘어 국제 무대에서도 통하는 선수가 되는 것이 박혜진의 목표다.


과연 박혜진은 2018~2019시즌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을까. 또 다시 찾아온 성장통을 잘 이겨낸다면 박혜진은 통합 7연패는 물론 자신의 바람처럼 국내 최고를 넘어 국제 무대에서도 통하는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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