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승 칼럼] 블랫 감독의 용병술, 이대로 괜찮을까?

아마 / Jason / 2015-06-16 23:59:40
David Blatt

[바스켓코리아 = 이재승 기자]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클리블랜드는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벌어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의 파이널 5차전에서 104-91로 패했다. 클리블랜드는 이날 패배로 이번 시리즈 첫 연패에 빠짐과 동시 상대에게 3승을 내주면서 위기에 놓였다. 2승씩 나눠가진 상황에서 5차전의 중요성은 이루어 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클리블랜드는 전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선전을 펼쳤지만, 골든스테이트를 넘어서지 못했다.

클리블랜드는 이날도 어김없이 르브론 제임스가 독야청청 활약했다. 제임스는 이날 양 팀에서 가장 많은 40점을 올리면서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뿐만 아니라 14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곁들이면서 이번 시리즈에서만 두 번째 트리플더블을 만들어냈다. 단일 파이널 시리즈에서 멀티 트리플더블을 작성한 선수는 제임스를 포함해 단 4명(윌트 체임벌린, 매직 존슨, 래리 버드, 제임스) 뿐이다.

게다가 제임스는 40점 이상을 퍼부으면서 트리플더블을 작성한 역대 두 번째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제임스에 앞서 이를 기록한 선수는 제리 웨스트(1969) 뿐이다. 제임스는 지난 2013년 파이널에 이번 파이널에도 2회 이상의 트리플더블을 작성하면서, 단일 파이널에서 2회 이상의 트리플더블을 작성한 두 번째 선수가 됐다. 이 부문 선두는 3회를 기록한 존슨이다. 이처럼 제임스가 엄청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지만, 정작 팀은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현지에서는 골든스테이트가 우승을 차지하더라도 MVP는 제임스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 클리블랜드는 이번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BIG3의 핵심 전력인 케빈 러브와 카이리 어빙을 잃은 것이 파이널 들어서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없는 상황에서 보다 아쉬운 점은 바로 클리블랜드의 사령탑인 데이비드 블랫 감독의 아쉬운 선수기용에 있다.

사실상 ‘말도 안 되는’ 7인 로테이션

클리블랜드는 이번 시리즈 내내 (사실상) 7명의 선수들만이 많은 시간을 소화하고 있다. 경기마다 무려 45분 이상씩 소화하고 있는 르브론 제임스를 시작으로 메튜 델라베도바, 이만 셤퍼트, 트리스탄 탐슨, 티모피 모즈고프, J.R. 스미스 그리고 제임스 존스가 전부다. 이들 중 존스는 정규시즌에서도 많은 시간을 뛰지 않은 선수다. 무엇보다 수비에서 한계가 분명한 만큼 많은 시간을 소화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 사정상 10분 안팎의 시간을 뛰고 있다.

문제는 제임스의 휴식시간이다. 제임스는 이번 시리즈 들어서 거의 쉬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4 파이널만 보더라도 이번과 다르지 않다. 당시 마이애미 히트 소속이었던 제임스는 당시 샌안토니오 스퍼스와의 파이널에서 이번 시리즈와 엇비슷한 출장시간을 보였다. 결국 마이애미는 제임스를 제대로 보좌하지 못했고, 파이널에서 4대 1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드웨인 웨이드와 크리스 보쉬는 지난 파이널에서 BIG3의 일원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번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다만 이번에는 어빙과 러브가 역할을 해보기도 전에 부상을 당했다. 어빙은 지난 1차전 연장전에서 부상을 당했고, 러브는 이미 지난 1라운드에서 켈리 올리닉의 파렴치한 플레이의 희생양이 됐다. 제임스의 좌장인 어빙과 제임스의 어깨를 가볍게 해 줄 러브의 부재는 클리블랜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신들이 직접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가 빠져있음은 물론 당장 경기 내 로테이션에서 클리블랜드가 큰 손실을 입게 됐다.

동부컨퍼런스에서 플레이오프를 뚫어낼 때는 러브와 어빙의 공백이 크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서부컨퍼런스에 속한 팀이자 서부 챔피언을 상대하는 파이널에서는 이야기가 많이 다르다. 게다가 상대는 이번 시즌 들어 군계일학의 모습을 보인 골든스테이트다. 클리블랜드로서도 버거울 수밖에 없다. 어빙이라도 있었다면, 그래도 기대해 볼만한 구석이 있었겠지만 애석하게도 어빙마저도 부상을 피하지 못하면서 전열에서 이탈했다.

제임스 홀로 코트 위에서 경기운영은 물론 주득점원으로서의 역할까지 죄다 도맡고 있다. 볼 운반까지 직접 개입해야 한다. 하물며 러브의 이탈로 생긴 골밑에서의 열세까지 메워야 한다. 그야말로 코트 위에서 하지 않는 역할이 없을 정도다. 이런 제임스를 나머지 선수들이 전혀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 파이널에서는 스미스와 셤퍼트의 3점슛마저 크게 터지지 않고 있다. 이들이 다수의 3점슛을 곁들인다면 클리블랜드가 그래도 한 번 더 해 볼만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이마저도 녹록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베테랑은 어디에?

클리블랜드의 데이비드 그리핀 단장은 이번 시즌에 앞서 마이크 밀러와 션 메리언을 영입했다. 밀러는 제임스의 ‘The Return' 덕에 어렵지 않게 존스와 함께 포섭할 수 있었다. 메리언은 그리핀 단장이 피닉스 선즈에서 일할 시절부터 친분이 있었고, 이에 메리언을 영입할 수 있었다. 메리언도 선수생활의 막바지에서 우승을 한 번 더 일궈보고 싶은 욕심도 크게 작용했다. 밀러와 메리언이 제임스와 한솥밥을 먹게 됨에 따라 클리블랜드의 프런트코트는 큰 경험을 더했다.

시즌 중후반에는 켄드릭 퍼킨스를 영입했다. 퍼킨스는 지난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서 유타 재즈로 트레이드됐다. 트레이드 직후 방출된 퍼킨스는 제임스가 있는 클리블랜드로 차기 행선지를 정했다. 퍼킨스의 합류로 클리블랜드는 양질의 빅맨을 확보하면서 안정된 골밑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티모피 모즈고프와 케빈 러브 그리고 트리스탄 탐슨을 제외하고는 마땅한 빅맨이 없는 클리블랜드로서는 알찬 보강이었다.

밀러와 메리언은 물론 퍼킨스까지 우승 경험까지 갖추고 있다. 세 선수 모두 지난 시즌까지 멤피스 그리즐리스와 댈러스 매버릭스 그리고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서 제 몫을 다해왔다.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것은 물론 플레이오프와 같은 큰 경기에서의 경험까지 더한다면 이들의 합류는 클리블랜드에게 큰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제임스가 팀을 떠난 이후 클리블랜드는 플레이오프와 담을 쌓은 팀이었기에 이들의 가세는 우승을 노리는 클리블랜드에 우승 DNA를 심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이들은 코트조차 밟지 못하고 있다. 블랫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 이들을 전혀 기용하지 않고 있다. 어빙이 다친 이후 밀러만 출전하고 있을 뿐 메리언과 퍼킨스는 투입조차 안되고 있다. 파이널에서 베테랑의 존재는 경기향방을 바꾸는데 일조하기도 한다. 벤치에서 선수들을 독려함은 물론 코트 위에서 자신이 갖춘 경험을 잘 발휘한다면, 게임체인저(Game Chager)로서의 역할까지 능히 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블랫 감독은 이들의 기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가용자원이 없는 클리블랜드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이들을 내세울 뜻이 전혀 없어 보인다. 4차전에서 패한 직후 제임스는 이들의 투입여부를 두고 “코칭스탭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말했지만, 정작 블랫 감독은 메리언과 퍼킨스를 옵션에서 배재하고 있다.

물론 이들 세 선수의 경기력이 좋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이 조차도 블랫 감독이 자초한 상황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2, 3라운드서부터 이들의 경기력을 테스트해 보고, 파이널을 염두에 두고 있는 운영을 가져가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제 와서야 이들을 코트 위로 보낸다 하더라도 온전한 경기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최근 들어 경기를 많이 소화하지 않은 탓이다. 밀러의 3점슛, 메리언의 수비, 퍼킨스의 스크린을 보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모즈고프는 무슨 죄로?

블랫 감독의 용병술에 더 큰 의문부호는 지난 5차전에서 붙었다. 바로 모즈고프를 기용하지 않은 것이다. 클리블랜드의 로테이션이 빡빡하게 운영되는 것은 이제 더 말해서 입 아픈 수준이다. 문제는 이런 와중에도 블랫 감독은 모즈고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모즈고프는 이날 9분여를 뛰는데 그쳤다. 이는 골든스테이트에서 4차전에서 이어 5차전에서도 스몰라인업을 들고 나왔기 때문. 블랫 감독 골든스테이트의 전술에 맞설지, 클리블랜드의 장점을 극대화할지를 두고 전자를 택했다.

이는 패착으로 결부됐다. 4차전에서 모즈고프는 이번 시즌 최고 경기를 펼쳤다. 모즈고프는 이날 팀에서 가장 많은 28점을 올렸다. 여기에 10리바운드를 곁들이면서 이날 클리블랜드를 지탱하는 역할을 했다. 이날 클리블랜드가 올린 점수가 단 82점밖에 올리지 못했음을 감안할 때, 모즈고포의 역량은 가히 빛났다. 제임스가 여전히 많은 짐을 진 가운데 모즈고프의 가세는 오히려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블랫 감독은 5차전에서 모즈고프를 사실상 전력에서 제외했다. 모즈고프는 이날 무득점에 그쳤다. 9분 동안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이 와중에 제임스에게 과부하가 걸렸음은 당연지사. 제임스는 이날 파워포워드는 물론 센터 포지션까지 커버하기도 했다. 골든스테이트의 드레이먼드 그린이 언더사이즈 빅맨이기 때문에 가능했다지만, 제임스가 이번 시리즈 내내 많은 몫을 차지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아쉬운 처사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결과론적으로 패했다. 클리블랜드는 자신들의 장점을 발휘하는 대신 상대방의 전술에 대응하기를 택했고, 시리즈의 분수령인 5차전을 내줬다. 세부사항을 보면, 리바운드에서도 골든스테이트에 뒤졌다. 리바운드에서 뒤진 것이 이날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지만, 모즈고프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뛰는 시간이 많아졌음을 고려할 때 이는 향후 시리즈를 보는데 있어 더욱 더 큰 패착이었다.

모즈고프가 10분을 채 소화하지 않은 가운데 결국 클리블랜드는 7명의 선수가 뛰었다. 그 중 수비가 취약한 밀러와 존스가 약 13분이 넘는 시간을 뛰었다. 밀러와 존스의 수비력을 고려할 때, 확률적으로 클리블랜드가 많은 점수를 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이번 플레이오프 내내 강력한 수비를 자랑해 온 클리블랜드였지만, 2선 수비의 핵심인 모즈고프를 뺀 가운데 들어간 선수가 밀러와 존스면 +/-로 따졌을 때도 클리블랜드의 명백한 손해다.

이후에는?

클리블랜드는 이제 남은 2경기를 모두 다 승리해야만 한다. 우선 급한 불(6차전)부터 꺼야 한다. 6차전이 안방에서 열리는 만큼, 반드시 승리한 채 적지로 이동해야 한다. 이미 시리즈는 길어졌고, 모든 조건들이 클리블랜드에 불리하다. 여기에 블랫 감독의 실수까지 더해졌다. 블랫 감독은 스티브 커 감독이 내세우는 수에 제대로 된 대응책을 전혀 내놓지 못했다. 나오고 있는 전술로는 ‘제임스 go'밖에 없다. 제임스의 아이솔레이션이 가장 확실하기 때문에 이를 내세우는 것도 없진 않겠지만, 너무 천편일륜적인 수로 대하는 것은 다소 아쉬운 처사다.

클리블랜드에는 블랫 감독 외에도 유능한 코칭스탭들이 즐비하다. 블랫 감독도 유럽 무대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명장으로 손꼽혔지만, 현재 클리블랜드의 코치로는 타이런 루, 래리 드류, 짐 뵈하임, 브렛 브릴메이어, 필 핸디, 제임스 포지까지 각 분야에 탁월한 코치들이 즐비하다. 드류 코치는 애틀랜타 호크스와 밀워키 벅스에서 감독경험도 잇다. 그런 만큼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일지 누구보다 먼저 조언해 줄 수 있는 스탭이다. 루 코치도 코치로서의 경험이 많은 만큼 해줄 말이 결코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모든 의견수렴과 결정을 블랫 감독이 직접 내려야 한다.

클리블랜드가 6차전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골든스테이트의 3점슛이 터지지 않으면서, 클리블랜드의 3점슛이 폭발해야 한다. 클리블랜드가 동부컨퍼런스 파이널에서 애틀랜타 호크스를 손쉽게 제압한 이유도 바로 3점슛에 있다. 하지만 파이널 들어서는 3점슛의 영점이 틀어진 모습을 여럿 노출하고 있다. 3점슛만 12개 이상 들어간다면, 제임스가 공격에 임할 때도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골든스테이트의 3점슛을 막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제 더 이상 메튜 델라베도바의 수비로 커리의 득점을 제어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와 같은 상황을 클리블랜드가 잘 타개해 나갈 수 있을까? 제임스의 엄청난 퍼포먼스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블랫 감독의 지략이 이제는 빛을 발휘해야 할 때다. 선수들이 잘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 또한 감독의 몫이기 때문이다. 클리블랜드가 6차전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골든스테이트의 스몰라인업에 맞서는 수가 반드시 나와야만 한다. 블랫 감독은 이에 상응하는 카드를 꺼내들 수 있을 지가 주목된다. 그러나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블랫 감독 스스로가 옵션을 너무 제한적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사진 = NBA Mediacent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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