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연의 말랑말랑 인터뷰] 신한은행의 미래가 될 ‘귀요미 가드’ 김규희

NBA / 윤 / 2015-05-17 07:42:38
[바스켓코리아 = 편집부] 2014-2015 여자프로농구의 정규리그 시상식을 마친 다음날. 플레이오프를 준비하고 있는 신한은행의 김규희 선수를 만나러 인천 숙소를 찾았다. 저녁을 배부르게 먹었다며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휴게실로 들어오는 그녀와 이번 시즌 활약만큼이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재연 아나운서(이하 신): 이제 이번 시즌도 마무리 되고, 플레이오프를 남겨두고 있는데 준비는 잘 하고 있나요?
김규희 선수(이하 김): (최)윤아 언니가 부상으로 잠시 쉬었다가 지난 경기부터 복귀를 해서 제 역할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언니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해서 준비하고 있어요. 언니가 벤치에만 앉아 있어도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는데 다행히 중요한 경기에 뛰게 된다고 해서 제가 부담을 덜 수 있는 것 같아요.

신: 최윤아 선수의 부상으로 출전시간이 늘었는데 본인에게는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 것 같아요.
김: 사실 작년에도 이런 기회가 있었는데 출전시간을 점점 늘려갔어요. 그런데 이번 시즌을 앞두고 부상으로 쉬는 바람에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몸 상태도 그렇고 심리적으로도 부담이 너무 컸어요. 작년만큼 언니의 빈자리를 잘 메웠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지난해 보여준 모습에 많이 기대를 해주셨는데 그만큼 못한 것에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이런 것에 연연하기 보다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플레이에 집중하려고 해요.

신: 이번 시즌을 앞두고 신한은행은 연고지를 인천으로 옮겼어요. 적응은 잘 되었나요?
김: 안산은 체육관이 좁고 저희만 쓰는 것이 아니라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체육관 자체가 저희를 위해 지어졌고, 관중석도 넓어져서 보는 분들도 편할 거라고 생각해요. 안산 홈 팬들을 못 보는 것이 아쉽지만 인천 팬들도 열정적으로 응원하고 많이 찾아와주시거든요. 더욱 감사한 것은 멀리 안산에서도 이 곳까지 와주시는 분들이에요. 인천에 와서 기억에 남는 팬은 플로어석에 앉으신 아저씨(?)분이 김규희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제가 게임을 뛰든 안뛰든 항상 찾아주시는 분이 계세요. 며칠 전에는 제 생일이라고 선물도 주시고 정말 감사해요. 또 저와 동갑이라고 소문을 들은 한 팬분은 저랑 (윤)미지언니를 번갈아가면서 응원해주시는데, 플래카드에 조명까지 달아 정말 예쁘게 만들어주셔서 눈에 띄더라고요.

신: 감독님도 바뀌셨잖아요. 정인교 감독님이 오시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김: 감독님께서는 팀수비를 강조하셨어요. 디나이(압박수비)도 풀어놓고 다니면서 헬프 디펜스를 가라고 하셨는데 이번 시즌 저희 팀이 수비가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이 부분이 잘 되고 있는 것 같아요. 공격은 처음에 어려웠는데 지금은 적응이 됐어요. 윤아 언니는 경험이 많으니까 감독님 말씀을 알아듣고 바로 적용을 하고, 잘 안 풀리면 본인 노하우로 경기를 풀어가는데 저는 아직 시키는대로만 하고, 잘 안되면 멘붕(?)이 오는 거에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고 계속 노력해야겠죠.

신: 김규희 선수에게 따로 슛에 대한 연습을 하라 신다고 들었는데요?
김: 네. 제가 공격이나 슛이 좀 약해요. 얼마 전에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감독님께서 오셔서 본인이랑 팔을 바꾸자고, 감독님 팔을 가져가라고 농담을 건네시더라고요. 팔을 내어줄테니 플레이오프랑 챔피언결정전에 써먹으라실 정도로 슛이 부족하죠. 저도 평소 같으면 웃고 넘어갈텐데, 정말 간절한 마음이 들어서 ‘감독님 팔 주세요’라고 했어요. 정인교 감독님은 특히 슈터출신이셔서 제가 연습할 때 오셔서 자세 잡는 것도 알려주시는데 한 순간에 고쳐지는 것이 아니니까 이번 시즌에는 마음 편히 던지고 슛 밸런스만 잡으라고 해주셨어요.

신: 그렇다면 특히나 기억에 남는 경기와 아쉬웠던 경기가 있다면요?
김: 제가 늘 경기 전에 마인드 컨트롤 하는 것이 ‘미련없이, 후회 남지 않게 경기하자’고 마음을 먹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유독 경기 끝나고 혼자 방에 들어와서 누우려고 하면 그 순간이 떠오를 정도로 아쉬운 경기가 많아서 다 꼽을 수가 없네요. 사실 경기야 안 될 때도 있고 잘되기도 하는데, 저는 안 될 때 제 몸 상태를 탓하지 않으려 해요. 한 번은 발목을 삐끗한 상황에서 경기를 뛰는데 그 생각을 하니 오히려 발목만 아프고 안되는 건 똑같은 거에요. 그럴 때 몸 아픈 것을 생각하기 보다는 오히려 게임이 왜 안풀리는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경기에만 더욱 집중하는 게 낫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후로 몸 탓은 안하려고 해요.
지난 2월에 KDB와의 홈경기에서는 3점슛도 2개나 들어가고 어시스트를 많이 해서 기억에 남아요.

신: 요즘 92년생 동기들이 여자농구계에 신세대 가드진을 이루고 있어요. 서로의 친하게 지내는지, 본인이 친구들보다 더 나은 점을 꼽으라면요?
김: 아무래도 친구이지만 라이벌이기도 하죠. 저는 우리은행 (이)승아랑 소담이랑 친하고 자주 연락하는데요. 사실 처음에는 승아가 데뷔 후 출장시간이 많아서 부러웠어요. 그런데 제가 요즘에 경기에 많이 뛰다보니까 윤아 언니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느꼈거든요. 승아는 팀이 어려울 때 들어갔고, 위에 선배들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팀을 이끌어야 했기 때문에 정말 힘들고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신한은행이라는 팀에 와서 많이 배웠고 윤아 언니가 있어서 부족한 점을 조금씩 채워가면 되니까 그런 점에서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승아는 1번 자리를 주전으로 뛰고 있는데 힘든 시간을 견딘 결과라고 생각해서 친구지만 잘하고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제가 잘하고 있는 면은 아무래도 수비가 좋다는 것과 악착같은 마음인데요. 근성은 그 누구보다 자신있어요.

신: 지난해 우수수비선수상에 이어 이번에도 상을 받았어요. 식스우먼상 축하해요. 못다한 소감을 좀 들어볼까요?
김: 아쉬운 게 엄마아빠께 사랑한다는 말을 못하고 내려왔어요. 매번 제가 나오는 것은 다 챙겨보시는데 제가 작년에 상을 받았을 때도 얘기를 못해서 다음에는 꼭 해야지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막상 상을 받으니 너무 떨려서 생각한 말을 다 못했어요. 속으로 어떤 말을 할 지 정리를 하고 갔는데 올라가니까 긴장이 되더라고요.

신: 앞으로 더 받고 싶은 상이 있다면요?
김: 신인 때부터 어시스트상을 한 번 받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기록상이 없어져서 받을 수 없는데 기록으로 보여드려야죠. 이제는 식스맨이 아니라 베스트5를 목표로 해서 상을 받고 싶어요.

신: 시상식 때 예쁜 모습이었는데 코디는 누가 해 준 건가요?
김: 제가 상을 받는다는 것을 시상식 가기 전날 밤에 귀띔 해주시더라고요. 숙소에 옷도 없고 준비를 못해서 방에 있는 옷 다 꺼내놓고 언니들에게 골라달라고 했죠. 언니들이 옷도 가져와줬는데 제가 키도 작고 몸매도 다른데다가 옷 스타일도 소화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어요. 언니들이 입으면 예쁠텐데 너무 성숙한 느낌의 옷이어서 같은 옷 다른 느낌이랄까? 겉옷은 윤아 언니가 가죽자켓을 빌려줬는데 제가 입고도 어색해서 시상하러 올라갈 때는 벗었는데 언니들이 다들 웃더라고요. 그 옷 입으면 포토제닉감인데 벗었다고... 오토바이까지 준비해놨다면서 농담을 할 정도였어요.
(실제로 김규희선수는 아직도 고등학생같은 앳된 느낌이었습니다.)

신: 꾸미니까 참 예쁘던데 남자친구랑 데이트 할 때는 어떤 모습인가요?
김: 모태솔로는 아니지만 아직 남자친구를 제대로 만나보지는 못했어요. 각자 성향에 따라 다른데 남자친구가 있어서 좋다는 언니들도 있고 오히려 운동할 때는 자신에게만 집중해야 더 잘된다고도 해요. 저같은 경우에는 후자인 것 같아요. 사실 지금은 괜찮은데 비시즌에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해요. 친구들만 만나지 말고 남자친구와도 놀러가고 싶어요.

신: 남자친구가 생겨서 경기응원을 온다면요?
김: 그건 싫어요.(손사래를 쳤습니다.)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사실 경기할 때면 땀범벅이 되고 감독님한테 혼나는 모습이 창피하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윤아 언니가 저보고 ‘철벽녀’라고 해요. 연애를 못할 것 같으니까 나쁜 남자를 만나라고 하는데 아직 제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신: 팬들 사이에서는 박신혜로도 통한다고 들었어요. 또다른 별명은 탱크규희. 어떤 것이 더 마음에 드시나요?
김: 너무 창피해요. 탱크규희는 제가 경기를 하다보면 탱크처럼 돌진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인데 이건 맘에 들어요. 정말 박신혜는 아니에요. 언니들도 놀려요. 최근에 피노키오라는 드라마에 나오는 것을 보고 방에서 윤아 언니랑 보고 있다가 옆에서 ‘너 나온다?’라고 하면서 웃어서 민망했어요. 룸메이트가 윤아 언니인데 방에서는 같이 간식도 먹고 드라마보고 선후배라기보다는 언니동생처럼 지내서 좋아요.

신: 이제 시즌이 얼마남지 않았네요. 이번에 휴가 계획 세우셨나요?
김: 사실 벌써 다 정했어요. 휴가만 기다리고 있는데 엄마, 아빠랑 베트남 여행을 가기로 했어요. 저는 전지훈련도 가고 신한은행에 와서 하와이나 포상휴가도 좋은 곳으로 다녀왔는데 부모님께서 한 번도 해외에 가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나니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이번에는 제가 부모님 모시고 가려고 하는데(여행경비도 김규희 선수가 다 낸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무심한 척 하시더니 벌써 여행 일정까지 다 짜 놓으셨다고 하고 베트남 현지 조사까지 마치셨다면서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저 역시도 부모님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기대되고 제가 해드릴 수 있어서 행복해요.

신: 운동선수들에게 부모님의 존재는 특별한 것 같아요. 뒷바라지 해주시면서 힘들지 않으셨을까요?
김: 제가 초등학생 때부터 농구를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어요. 부모님께서는 말리셨는데도 몰래 가서 운동을 하면서 시작을 했는데, 중간에 힘드니까 안하겠다고 그랬거든요. 그 당시에 부모님께서 네가 먼저 하겠다고 한만큼 네 말에 책임을 지라고 하셔서 그 때 다시 마음을 다잡았어요. 지금은 제 선택에 후회가 없어요. 제게 농구는 운명인 것 같아요. 사실 제가 끈기가 없어서 육상, 피아노, 태권도 등등 여러 가지를 배워봤지만 한 달이 채 안가더라고요. 막상 배우고 나면 금방 질려버렸거든요. 그래서 농구를 한다고 했을 때도 친척들이 저를 두고 얼마나 갈 지 내기를 했을 정도라고 하는데 지금 이렇게 농구선수가 된 걸 보니 농구가 제겐 운명인가봐요.

신: 끝으로 좌우명이나 각오를 들어볼까요?
김: 제 마음에 콕 박힌 문구가 있어요. ‘재능에는 한계가 있지만 노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말을 듣는 순간 제가 꼭 필요한 말이고, 이 말을 가슴 속에 새겨야 된다고 느꼈어요. 제가 어떤 부족한 점을 탓하기보다는 노력을 한다면 없던 재능도 생길 것이라고 믿고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화장기 없는 얼굴에 빨간 머리띠를 하고 나타난 김규희 선수는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순수하고 귀여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농구에 대한 의지와 남다른 근성은 이제 팀에서 어엿한 가드로 경기에 나서며 최윤아 선수의 뒤를 이을 재목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제 식스우먼을 넘어 신한은행의 미래를 책임질 베스트 멤버로 활약할 그녀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글 = 신재연 아나운서, 사진 = 이솔 기자

[이 기사는 농구 전문 잡지로 2015년 1월 새롭게 창간한 더 바스켓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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