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곽주영, 임영희를 회상하다

NBA / sportsguy / 2014-11-03 13:55:14
곽주영

[바스켓코리아 = 부천/김우석 기자] “2003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최고의 테크니션, 여자농구를 짊어질 재목” 등이 인천 신한은행 곽주영(31, 183cm, 포워드)이 WKBL에 입단할 당시 표현하는 수식어였다.

많은 관심과 함께 프로에 입단한 곽주영은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듯 했다. 2003년 여름 리그에서 38분을 뛰면서 17.6점, 6.2리바운드, 1.6어시스트로 대활약을 펼친 것이다. 정선민(인헌고 코치)의 대를 이을 강력한 파워 포워드 탄생이 기대되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곽주영은 이듬해부터 ‘트위너’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플레이어로 전락했다. 출전 시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활약과 기록으로 팀에 고민을 선사했다. KB스타즈로 이적하며 포지션을 변경하는 등 전환을 꾀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그렇게 쇠락의 길을 걷던 곽주영은 2007년 겨울 시즌 단 10분 출장에 1.8점, 0.9리바운드, 0.2어시스트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기도 했다.

곽주영은 전화 통화에서 “내 포지션에 좋은 언니들이 있었고, 출전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보니 자신감을 잃어버렸던 것 같다. 포지션 변경도 있었는데,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곽주영을 보고 있으면 생각나는 선수가 있다. 바로 우리은행 통합 2연패를 이끈 임영희(35, 180cm, 스몰 포워드)이다. 임영희는 하나외환 전신인 신세계에 입단해 10년 동안 무명 시절을 겪었다. 그리고 4년 전 FA를 통해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후 기량이 만개하며 팀 우승과 대표팀에서 활동하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탁월한 기본기에 여자농구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원핸드 점프슛 등을 가지고 있는 임영희가 무명 시절 도저히 벤치 멤버로 경기에 나서는 이유를 알기 힘들었다.

곽주영도 다르지 않았다. 신한은행으로 팀을 옮긴 2012-13 시즌 후반 이전까지 곽주영은 데뷔 시즌을 제외하고 정규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데뷔 시즌 ‘폭발적인’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성적을 남겼던 곽주영은 이후 KB스타즈와 KDB생명으로 팀을 바꿨지만, 기대하는 성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WKBL역사에 남을 3대3 트레이드(곽주영, 조은주, 애슐리 로빈슨 vs 강영숙, 이연화, 캐서린 크라에벨드)를 통해 신한은행으로 옮긴 2012-13 시즌 후반기, 데뷔 시즌과 이후 퓨처스 리그에서 보여준 자신의 실력을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했다.

신한은행 이적 직후 만난 곽주영은 “이제 4번째 팀이다. 6개 구단을 모두 돌아보겠다(웃음).”라고 농담을 하면서 “나이가 들면서 책임감이 생긴 것 같다. 이제는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인터뷰를 남겼다.

성공적인 이적과 활약으로 곽주영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랜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 참가했다. 그리고 1차전에서 멋진 버저비터를 성공시키며 만리장성 중국을 함락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지난 시즌, 곽주영은 평균 29분을 출장해 8.3점, 4.4리바운드, 1.6어시스트라는 2003년 겨울 시즌을 제외한 최고 성적을 남겼다. 인상적인 활약이었다. 쉐키나 스트릭렌과 엘레나 비어드, 그리고 김단비라는 수준급 스코어러가 있는 팀 전력에도 불구하고 남긴 의미있는 기록이었다.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곽주영은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 게임에 나섰다. 아시아 정상 탈환이라는 대표팀 목표에 한 축을 담당하게 된 것. 그리고 곽주영은 신정자와 하은주, 그리고 양지희, 강영숙과 함께 대표팀 인사이드의 한 축을 담당하며 대표팀이 20년 만에 AG에서 금메달을 되찾아 오는데 자신의 힘을 보탰다.

곽주영

그리곤 20141-15 시즌 개막전. 곽주영은 5점 15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야투 12개를 던져 단 2개만 림을 가를 정도로 슛 컨디션이 좋지 못했지만, 15개 리바운드에 4어시스트를 만들면서 팀 승리에 기여했다.

리바운드는 WKBL 데뷔 이후 최다 기록이었고, 지난 11년 동안 기록한 평균 어시스트가 0.6개에 불과한 곽주영이 만들어낸 4개의 어시스트 역시 알토란 같은 숫자였다. 통산 최다 어시스트 타이 기록이었다.

게임 후 만난 곽주영은 “슛 밸런스가 좋지 못했다.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악착같이 리바운드에 참여했다. 공이 보이면 무조건 뛰어들어가 잡아내려 했다” 집중력과 센스, 그리고 경험과 겸손함까지 갖춘 느낌의 내용이었다.

정인교 감독 역시 곽주영 활약에 대해 "리바운드에서 좋은 역할을 해주었다. 개막전 부담에도 불구하고 언니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곽주영은 “대표팀 경험에서 보고 느끼는 것이 많았다. 그리고 팀에서도 감독님이 많이 살려주려 하다보니 자신감이 생긴다. 게다가 나이를 먹으니 책임감까지 생긴다”라고 덧부쳤고, “옆에 있는 두 선수(김연주, 김단비)가 많은 힘이 된다”며 인터뷰 실에 같이 들어온 두 선수의 눈치(?)를 봤다. 좋은 팀 분위기를 대변해주는 대목이었다.

곽주영은 인터뷰 내내 김연주, 김단비와 함께 소통을 통한 답변을 하곤 했다. 언니이긴 하지만 눈높이를 낮춰 팀 플레이를 위한 동생들과 ‘소통’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곽주영은 “우승이라는 걸 한번 해보고 싶다. 내가 팀에 들어온 이후부터 신한은행이 우승을 하지 못했다. 책임감을 갖고 노력해 우승을 해보고 싶다”라고 인터뷰를 정리했다.

데뷔 이후 관계자와 팬들에게 늘 아쉬움을 주었던 곽주영이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 과연 곽주영도 ‘늦깎이’라는 단어로 자신과 매칭하고 있는 4년 선배 임영희처럼 팀에 우승을 안겨줄 수 있을까? 어쨌든 자신의 기량을 한껏 펼치고 있는 곽주영의 이번 시즌 행보에 많은 농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될 것 같다.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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