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한엄지가 꺼낸 ‘50대50’, 그 속에 담긴 의미는?
- BAKO INSIDE / 손동환 기자 / 2023-09-17 07:55:35

5명이 코트에서 뛰는 스포츠. 그게 바로 농구다. 그렇기 때문에, 5명의 합이 중요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코칭스태프가 ‘조직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나 선수의 개인 역량이 받쳐주지 못하면, 조직력은 한계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팀워크와 개인 퍼포먼스는 조화를 이뤄야 한다. 한엄지(부산 BNK 썸)가 ‘50대50’이라는 말을 꺼낸 것도 그런 이유와 같았다.
삼천포의 자랑
한엄지는 여자농구의 산실인 삼천포여중과 삼천포여고에서 농구를 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존재를 프로 구단 관계자에게 각인시켰다.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14년에는 WKBL 총재배와 협회장기 우승을 차지했고, 협회장기에서는 1학년 선수로는 드물게 MVP를 거머쥐었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6년에도 삼천포여고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종별선수권에서 정상에 오른 것. 삼천포의 자랑으로 거듭난 한엄지는 2017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서 전체 5순위로 인천 신한은행에 입단했다. 박지수(청주 KB스타즈)-이주연(용인 삼성생명)-나윤정(용인 삼성생명) 등과 함께 나온 드래프트였기에, 5순위의 의미는 꽤 컸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MVP를 차지했습니다.
저랑 제 동기들이 잘했던 편이어서, 언니들만큼 기회를 많이 받았어요. 운동도 많이 했고요. MVP를 받았던 협회장기에서는 득점을 많이 해서, 좋은 상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때 가장 잘하는 플레이는 무엇이었나요?
지금이랑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포스트 플레이도 하고, 외곽에서도 많이 움직였어요. 빈 공간으로 뛰어가 받아먹는 득점도 많이 했고, 3점도 많이 던졌어요.
2017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서 전체 5순위로 프로에 입성했습니다.
1~2학년 때는 잘했지만, 3학년 때는 그렇지 못했어요. 운동을 열심히 안했던 시간이 있었거든요.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웠어요.
그래서 지명 순위는 솔직히 상관없었어요. 다만, ‘1라운드에는 선발됐으면...’이라는 생각은 들었어요. 그리고 1라운더에 포함돼서, 감사한 마음이 컸어요. 또, 신한은행에 갈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그냥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웃음)

동기들이 코트를 잠시라도 밟는 반면, 한엄지는 데뷔 시즌에 단 1초도 뛰지 못했다. 데뷔 두 번째 시즌(2017~2018)에야, 8경기 평균 6분 24초를 소화했다. 프로의 벽이 유망주의 앞을 가로막는 듯했다.
그러나 한엄지는 2018~2019시즌부터 팀의 핵심 식스맨으로 거듭났다. 정상일 감독이 2019년에 부임한 이후, 한엄지는 더 많은 기회를 받았다. 특히, 2020~2021시즌에는 정규리그 전 경기 출전에, 경기당 28분 39초 동안 10.7점 4.23리바운드(공격 1.7) 1.3어시스트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미래 자원을 갈구했던 신한은행에 희망을 안겼다.
데뷔 시즌에는 1초도 코트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그때 18세 이하 대표팀으로 차출됐어요. 하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았어요. 검사해보니, 양쪽 콩팥이 안 좋더라고요. 대표팀에서 결국 중도하차했고, 몸을 천천히 만들어야 했어요. 병원에서 “무리하자 말라”고 하셨고, 구단에서도 몸을 만들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거든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많이 느꼈을 것 같아요.
몸이 어느 정도 나아진 후, 감독님께서 저를 시험해보려고 하셨어요. 가비지 타임에라도 저를 투입하려고 하셨죠. 몸을 더 만들고 언니들과 5대5를 하는데, 몸을 부딪힐 때의 느낌부터 달랐어요. 힘도 힘인데, 몸을 쓰는 방법이 다르더라고요. ‘프로랑 아마추어는 너무 다르구나’라는 사실을 더 크게 느꼈어요.
정상일 감독이 부임한 후, 한엄지의 출전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정상일 감독님께서 부임하시기 전에도, 제 출전 기회는 조금씩 늘어났어요. 언니들이 많이 아팠고 팀도 최하위여서, 제가 시즌 후반부터 많이 뛰었거든요.
정상일 감독님께서 ‘적극적인 공격’을 강조하셨습니다. 타임 아웃 때도 그런 점을 말씀하셨는데요.
언니들이랑 많이 뛰다 보니, 저는 궂은일을 많이 신경 썼어요. 득점할 수 있는 언니들이 많았거든요. 그렇지만 제가 공격을 안 하면, 감독님께서 “공격할 수 있는데 왜 안 하냐?”고 강하게 말씀하셨어요. 제가 공격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훈련 때는 공격적으로 했거든요.
2020~2021시즌에 커리어 하이를 찍었습니다.
훈련도 많이 했지만, 개인 연습도 많이 했어요. 새벽과 오전, 오후와 야간, 그리고 해야 하는 게 생길 때마다, 시간을 내서 운동했죠.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한엄지는 2021~2022시즌을 거의 소화하지 못했다. 무릎 통증이 원인이었다. 그리고 데뷔 처음으로 FA(자유계약) 자격을 얻었다.
원 소속 구단인 신한은행 대신, 고향과 가까운 BNK와 계약했다. 계약 기간 4년에 2022~2023시즌 연봉 총액 1억 8천만 원의 조건으로 BNK 유니폼을 입었다. 안혜지와 이소희, 진안과 김한별로 이뤄진 주전 라인업에 자신의 이름을 더했다.
그저 이름만 보탠 게 아니었다. 영리한 움직임과 긴 슈팅 거리로 BNK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BNK의 ‘창단 첫 정규리그 2위’와 ‘창단 첫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기여했다. 한엄지 또한 ‘데뷔 첫 챔피언 결정전’을 경험했다.
2021~2022시즌 종료 후 BNK와 계약했습니다.
2021~2022시즌을 통으로 날렸어요. 무릎이 좋지 않았거든요. 몸은 물론, 마음도 지쳤어요. 그리고 FA(자유계약)가 됐어요. 새로운 팀에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BNK에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왜 BNK에서 배우고 싶었던 던가요?
슛을 배우고 싶었고, 슈팅에 특화된 두 코칭스태프(박정은 감독-변연하 수석코치)가 BNK에 계셨어요. 실제로, 두 분 모두 슈팅을 잘 알려주셨어요. 공 잡는 위치와 슈팅 자세, 손가락을 쓰는 법은 물론, 공이 손에서 빠질 때 대처하는 법도 가르쳐주셨어요. 그런 디테일한 면이 너무 좋았어요.
한엄지 선수가 가세한 후, BNK의 전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습니다.
팀원 모두 비시즌에 많이 노력했어요. 조금이라도 나은 조직력을 보여주기 위해,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 특히, 저는 선수들에게 많은 걸 물어봤어요. 새롭게 합류했지만, 주축으로도 뛰어야 했거든요. 기존 선수들과 합을 맞추는 연습도 많이 했고요.
물론, 개인 기록은 2020~2021시즌보다 좋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제가 부진해도, 팀이 이기는 게 좋았어요. 팀이 높게 올라가는 걸 원했어요. 그런 생각으로 뛰었기 때문에, 팀원과의 시너지 효과도 컸다고 생각해요.
데뷔 후 처음으로 챔피언 결정전에 나섰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는 2021~2022시즌까지 챔피언 결정전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어요. 집에서나 챔피언 결정전을 봤는데, 제가 속한 팀이 마지막까지 남았어요. 느낌이 이상하더라고요. 하지만 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우승을 꿈꿔요. 가장 높은 목표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그리고 사실 BNK로 처음 왔을 때, (안)혜지 언니랑 “이번에는 꼭 챔피언 결정전까지 가보자”고 다짐했어요. 그런 마음으로 시즌을 치렀는데, 생각했던 게 이뤄졌어요. 그래서 더 벅찼던 것 같아요.
챔피언 결정전과 다른 경기들과의 차이를 느끼셨나요?
1차전은 확실히 달랐어요. 긴장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우리은행이라는 전통의 강호와 챔피언 결정전에서 붙었어요. 우리은행은 큰 무대에서 눈빛부터 달라지는 팀이어서, 긴장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우리 선수들 모두 자기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2~3차전에서는 정규리그와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요.

TEAM+PERSONAL
한엄지는 BNK에서의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냈다. 그리고 부산에서 두 번째 비시즌을 맞았다.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또, 데뷔 처음으로 챔피언 결정전을 경험했다. 보완해야 할 점을 더 잘 알게 됐다. 그래서 해야 할 일 또한 더 명확해졌다. 한엄지가 내세운 키워드는 ‘50대50’이었다. 한엄지가 이야기한 ‘50대50’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부산에서 두 번째 비시즌을 맞았습니다.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3점슛 성공률이 지난 시즌에는 너무 떨어졌어요. 그리고 스몰포워드와 파워포워드를 번갈아서 하다 보니, 정신도 없었어요. 그래서 이번 여름에는 개인 운동 방식을 조금 바꿨어요. 하루에 한 파트만 정한 다음, 해야 할 일을 나눠서 운동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월요일에 슈팅 위주의 개인 운동을 하고, 화요일에는 포스트 플레이 위주로 연습하는 방식이다)
팀적으로는 부산에서 체력 훈련을 한 후, 대표팀에서 돌아온 선수들과 손발을 맞추고 있어요. 농구 훈련을 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합을 맞추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수비 조직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요.
챔피언 결정전에서 깨달은 것들이 이번 비시즌 훈련의 핵심이 될 것 같습니다.
진 경기에서는 못했던 것들만 떠올라요. 챔피언 결정전은 더 그랬어요. 미스 매치인데도 포스트업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했고, 3점슛 기회에서도 망설였어요. 특히, 첫 찬스에서 슛을 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아요. 그런 점들을 개선하고 싶어요.
2023~2024시즌의 한엄지는 어떤 것들을 이뤘으면 하나요?
비시즌 인터뷰를 할 때마다, “매년 성장하고 싶다”는 말씀을 꼭 드려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예요. 적극성과 파이팅을 더하고 싶어요. 그리고 팀을 생각하는 비중과 개인을 생각하는 비중을 50대50으로 맞추려고 해요. 어렵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유가 있을까요?
팀 슬로건을 이행하기 위해서예요. ‘팀을 위해 헌신하자’는 슬로건이죠. 그렇지만 제가 팀에 헌신하려면, 저의 경쟁력도 키워야 해요. 그래서 ‘50대50’이라고 말씀드렸어요.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사진 제공 = WKBL
[ⓒ 바스켓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손동환 기자
많이 본 기사
- 1[KBL FINAL 훈련] 먼저 훈련한 KCC-뒤이어 올라온 소노, 분위기는 모두 밝았다
- 2[KBL FINAL] 정규리그 버텨준 백업 멤버, ‘KCC V7’의 ‘숨은 기반’
- 3[KBL FINAL] “감독님은 명장 못 된다”던 최준용, 우승 후 태세 전환... “이상민 감독님도 내 버스 탔다(웃음)”
- 4[KBL FINAL 플레이어] ‘재역전 3점슛→0.9초 전 결승 자유투’ 이정현, “다시 부산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하겠다”
- 5전주 KCC, 청주를 달군 1박 2일의 ‘성장 드라마’ 결과보다 빛난 깨달음
- 6[BK포토화보] 부산 KCC vs 고양 소노 챔피언결정전 3차전 경기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