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벼랑 끝 기회 잡은 표승빈, ‘출전 0경기’에서 ‘경기 MVP’까지

BAKO INSIDE / 김성욱 기자 / 2025-12-04 17:07:25


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5년 11월호에 게재됐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표승빈은 2024~2025시즌에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정규리그 엔트리조차 들지 못했다. 그리고 계약 마지막 해가 다가왔다. 그래도 표승빈은 포기하지 않았다. 묵묵히 시즌을 준비했다.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10월 22일, 부산 KCC전. 표승빈은 상대 에이스를 꽁꽁 묶었다. 그리고 MVP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잠시 멈췄던 그의 농구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본 인터뷰는 10월 중하순에 진행됐다)

2023년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순위로 정관장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 순간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한양대 소속으로 참가한 사람이 저밖에 없으니까, ‘ㅎ’만 나오면 내가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안 뽑힐까 봐 걱정도 했는데, 그 찰나에 이름이 불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목표였던 KBL에 입성했는데,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어요?
일단 시합을 뛰지 못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그리고 프로는 대학보다 더 체계적인 농구를 하니까, 제가 그 점을 적응하는데 좀 더 걸렸던 것 같아요.

지난 2024~2025시즌에는 한 경기도 뛰지 못하셨잖아요.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좌절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저만 엔트리에 한 번도 들어가지 못했어요. 걱정이 되게 많았어요. ‘계약 기간도 얼마 안 남았고, 군대도 가야 되는데 어떡하냐...’라고 생각했죠. 그래도 형들이나 코치님들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우선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밸런스 운동으로 몸을 만들고, 슈팅 연습을 되게 많이 했어요. 또, 지금 시합을 뛰는 형들 중에도 은퇴할 뻔했던 형들도 있어요. 그 형들도 힘든 시기가 있었을 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을 거예요. 그게 동기 부여로 작용했고요.


유도훈 감독님이 정관장에 새롭게 부임하셨는데, 감독님의 첫인상은 어떠셨어요?

제가 인천 출신이어서 인천 전자랜드(현 대구 한국가스공사) 경기를 많이 봤었는데, 약간 무서운 이미지가 있었어요. 그래서 감독님을 처음 뵀을 때, ‘두렵다’ 혹은 ‘무섭다’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유도훈 감독님께서는 어떤 조언을 해주셨나요?
감독님께서 비시즌 훈련 전부터 여러 차례 조언을 해주셨어요. 감독님과 대화를 하다 보니, ‘아무리 힘들어도, 항상 원칙을 지키시고 책임감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감독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건 다 이유가 있겠구나’ 싶었고, 저는 그걸 그대로 따르자는 마음으로 훈련했어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연습 경기 때부터 좋은 활약을 펼치셨잖아요. 비시즌 동안 특별히 중점을 둔 게 있다면?

저 스스로도 팀 수비를 중요하게 느꼈고, 감독님도 팀 수비를 더 중요하게 보시는 것 같았어요. 비록 많이 틀리기는 했지만, 감독님으로부터 많이 배웠어요. 또, 주위 형들이 워낙 수비를 잘하시니까, 형들에게도 많이 배웠습니다.

상승세가 오픈 매치까지 이어졌어요. ‘표승빈’이라는 이름을 사람들에게 제대로 각인시켰는데,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은 힘들어했던 저를 알았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축하한다”, “앞으로도 잘하면 되겠네”라면서 축하해주셨어요.
하지만 정규 시즌도 아니고, 제가 (김)영현이 형의 부상으로 출전할 수 있었잖아요. 물론, 시합을 뛰어서 기분은 좋았지만, 잘 풀린 느낌은 아니었어요. ‘기회를 받았으니, 그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만 했어요.

이번 2025~2026시즌이 계약 마지막 해잖아요. 임하는 각오가 더 남달랐을 것 같아요.
제가 작년에 시합을 한 경기도 못 뛰었어요. 그렇지만 2025~2026시즌이 마지막 계약 시즌이고, 상무에도 합격하지 못했어요. ‘현역으로 군대에 가야 하나?’라고 생각했죠. 그래도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비시즌 훈련 전부터 체력을 열심히 만들었고, 공도 열심히 만졌어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죠.


10월 22일 KCC전에서 국내 선수 득점 1위인 허웅 선수를 전담 마크 하셨습니다. 부담감은 없었나요?

허웅 선수가 워낙 뛰어난 선수지만, 농구는 혼자 수비하는 게 아니잖아요. 함께 뛰는 모든 선수가 잘 도와줬기 때문에, 저희 팀이 허웅 선수를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표승빈 선수는 KCC전에서 데뷔 첫 MVP로 선정됐습니다.
그 경기로 인해, 자신감이 올라왔다거나 그런 거는 솔직히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앞으로도 상대 에이스를 막게 되면, 팀의 믿음에 보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다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팀의 수비 조직력이 강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어요.

데뷔 후 처음으로 수훈 선수 인터뷰까지 했는데, 중계 화면에 손도 떠시는 모습이 나왔어요. 긴장이 많이 되셨나요?
사실은 그때 이어폰이 잘 안 들렸어요. 그런데 제가 계속 재질문을 할 수도 없고, 또 물도 맞아서 더 안 들리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제대로 대답하는 게 맞나?’라는 걱정을 하다 보니, 긴장이 더 됐던 것 같아요.
상대 팀 에이스를 전담 마크할 때, 본인만의 비결을 이야기해준다면?
(김)영현이 형이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또, 영현이 형이 먼저 코트로 들어가고, 저는 영현이 형을 대신해 많이 들어가요. 그렇기 때문에, 영현이 형의 수비를 먼저 보고 배울 수 있어요. 물론, 조언을 통해 배우기도 했지만, 영현이 형을 보고 배웠던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김영현 선수처럼 경험 많고 뛰어난 선수들이 정관장에 많습니다. 표승빈 선수도 좋은 자극을 받을 것 같아요.
지금도 대단하시지만, 과거에도 잘했던 형들이 팀에 계시잖아요. 그런데 몸 관리를 대충 하거나, 운동을 게으르게 하지 않으세요. 쉬지도 않으시고요. 저도 “아. 형들은 저런 위치에서도 저렇게 열심히 하시는데, 나는 더 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롤 모델이나 닮고 싶은 선수도 있을까요?

사실 대학교 때까지 여러 선수를 롤 모델로 설정했어요. 그렇지만 프로 선수가 되면서, 롤 모델보다 ‘경쟁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물론, 존경하는 형들이 되게 많지만, 누구 한 명만 (롤 모델로) 뽑기는 애매한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요?

팀 목표는 당연히 우승입니다. 제가 우승의 주역은 아닐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힘을 보탬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매 경기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임해야 해요. ‘팀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자’라는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하고요. 그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앞으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요?
지금은 수비 위주의 역할로 기용되지만, 수비만 하는 선수로는 남고 싶진 않아요. 매 시즌 “어? 쟤 작년엔 이렇게 못했는데, 이번에는 저런 것도 해내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꾸준히 성장하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팬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이번 시즌 많은 팬 분들이 경기장을 찾아 주셨는데, 정말 감사드립니다. 경기 끝난 후 늦은 시간에도 사인을 받아주시고, 사진 촬영을 위해 기다려주시는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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