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흘러간 3번의 봄, 김종규의 다짐
- BAKO INSIDE / 손동환 기자 / 2023-10-01 14:46:56

원주 DB를 상징하는 단어는 ‘산성’이었다. 높이를 활용한 공수 옵션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지난 3년 동안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로 자존심을 구겼지만, 높고 튼튼한 성으로 재건축하고 있다. 팀의 핵심 빅맨인 김종규 역시 ‘산성 재건축’에 힘을 싣고 있다.

김종규는 경희대 시절 ‘제2의 김주성’으로 불렸다. 206cm의 키와 탄력, 키에 어울리지 않는 스피드와 긴 슈팅 거리까지 갖췄기 때문. 그래서 대학 시절부터 태극 마크를 달았고, 2013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창원 LG에 입단했다.
데뷔 시즌에는 김민구(현 삼일중 코치)와 두경민(원주 DB) 등 쟁쟁한 동기들을 제치고 신인왕에 올랐다. 데뷔 시즌 종료 후에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했다. 소속 팀과 대표팀에 꼭 필요한 인물이 됐다.
2018~2019시즌 종료 후 첫 FA(자유계약)를 맞았다. KBL 역사상 전무후무한 조건으로 원주 DB와 계약했다. 계약 기간 5년에 2019~2020시즌 보수 총액 12억 7,900만 원(연봉 : 10억 2,320만 원, 인센티브 : 2억 5,580만 원)의 조건으로 DB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DB 입성 첫 시즌부터 임팩트를 남겼다.
DB와 최상의 조건으로 계약했습니다.
너무 좋은 조건으로 저를 영입해주셨습니다. 조건에 맞는 퍼포먼스 혹은 기대에 맞는 퍼포먼스는 당연했습니다.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 역시 당연했고요.
창원이 아닌 원주에서 비시즌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프로에 입단한 후, 매년 여름에 대표팀으로 차출됐습니다. 창원에 있을 때도, 비시즌 훈련을 한 일이 거의 없었어요. DB와 계약한 후에도 농구 월드컵을 준비했고요. 다만, 어느 팀이든 비시즌 때 체력 훈련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어느 팀에 있든,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DB 선수들과는 처음 손발을 맞추는 거라, 어려움이 더 클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대표팀에서 만났던 형들도 많았고, 어렸을 때부터 함께 했던 친구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엄청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FA 입성 후 첫 시즌에 커리어 하이를 찍었습니다.
(김종규는 2019~2020시즌 정규리그 43경기에 나섰고, 경기당 27분 53초 동안 평균 13.3점 6.1리바운드 2.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몸 상태도 좋았고, 저를 잘할 수 있게 도와준 선수들도 많았어요. 국내 선수와 외국 선수의 조합 역시 좋았고, 저는 제 역할만 하면 됐습니다. 특히, (두)경민이가 군에서 돌아왔을 때, 저희 팀은 빈틈이 없었어요. 완전체였죠. 그런 틀이 잡혀있어서, 제가 좋은 기록을 낸 것 같아요. 농구를 정말 재미있게 했고요.
하지만 2019~2020시즌은 코로나19 때문에 조기 종료됐습니다. DB가 1위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김종규 선수의 아쉬움이 더 컸을 것 같아요.
(DB는 SK와 공동 1위로 2019~2020시즌을 마쳤다)
코로나19가 그때만 해도 무서운 질병이었잖아요. 그렇지만 그것과 별개로, 시즌이 조기 종료된 건 정말 아쉬웠어요. 저희 팀 치나누 오누아쿠가 SK 자밀 워니에게 강했기 때문에, 저희가 플레이오프에 간다면 대권을 노려볼 수 있었거든요.

DB는 2019~2020시즌을 공동 1위(28승 15패)로 마쳤다. 공동 1위의 전력을 유지한다면, 2020~2021시즌에도 상위권을 노릴 수 있었다. 희망적이었다.
그러나 변수가 발생했다. 1옵션 외국 선수이자 재계약 대상자였던 치나누 오누아쿠가 계약을 파기한 것. 이로 인해, DB는 외국 선수를 새롭게 찾았다. 타이릭 존스와 계약서에 사인했다.
하지만 타이릭 존스는 기대 이하의 기량을 보여줬다. 김종규의 부담이 커졌다. 그리고 김종규를 포함한 여러 선수들이 연달아 다쳤다.
DB는 24승 30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2020~2021시즌을 마쳤다. 김종규는 42경기 평균 22분 50초 출전에 경기당 9.8점 5.8리바운드 2.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평균 출전 시간과 득점 모두 커리어 로우. 마음의 상처가 컸다.
치나누 오누아쿠의 계약 파기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오누아쿠가 2019~2020시즌에 너무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어요. 팀원들과의 케미도 좋았죠. 그래서 2020~2021시즌에도 함께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오누아쿠의 사정이 있겠지만, 저희는 오누아쿠와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어요.
김종규 선수의 부담이 커졌습니다. 어떻게 대처하려고 하셨나요?
오누아쿠는 기본적으로 제공권 싸움을 잘하는 선수입니다. 오누아쿠 덕분에, 저희 팀의 강점인 높이가 극대화됐죠. 그렇지만 대체 외국 선수로 왔던 이들은 오누아쿠와 달랐습니다. 여기에 국내 선수 구성도 조금 달라졌어요. 저 역시 부상 때문에 쉽지 않았고요. 그래서 힘이 들었던 것 같아요.
족저근막염이 김종규 선수를 괴롭혔습니다. 쉬어야 낫는 병이라, 답답함이 더 컸을 건데요.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통증이 재발했습니다. 오히려 악화됐죠. 완치될 때까지 쉬어야 하는 병인 걸 깨달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때를 돌아보면, 여유가 없었어요. 통증을 느끼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했어요. ‘족저근막염’을 처음 겪어봤기 때문에, 그런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봐요.
김종규 선수를 포함한 여러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DB는 플레이오프에도 나서지 못했습니다.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너무 힘든 시간이었어요. 반성도 많이 했고요.

플레이오프에 탈락한 DB는 절치부심했다.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었다. 김종규 역시 마찬가지였다. DB의 새로운 주장이 된 김종규는 팀의 재도약을 원했다.
하지만 DB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23승 31패로 더 저조한 전적. 8위로 플레이오프에 또 한 번 나서지 못했다.
2022년 여름. DB는 다시 준비했다. 하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팀을 6년 가까이 이끈 이상범 감독이 자진 사퇴했고, DB는 플레이오프에 또 한 번 나서지 못했다. 팀의 주축이었던 김종규도 또 한 번 고개를 떨어뜨려야 했다.
2021~2022시즌에는 주장을 맡으셨습니다.
주장을 맡았던 (김)태홍이형(현 고려대 코치)이 은퇴했습니다. 주장이 공석이 됐죠. 이상범 감독님께서 “너가 한 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자리에 관계없이 중심을 잡으려고 했습니다. 주장이든 아니든, 제가 느끼는 책임감과 비중은 동일했죠. 주장이 아니라고 해서, 제 것만 하는 건 아니라고 느꼈거든요. 물론, 주장은 선수들 사이에서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저 스스로 마음과 행동을 더욱 조심하려고 했습니다. 이전보다 더 솔선수범하려고 했고요.
김종규 선수는 데뷔 처음으로 정규리그 54경기를 나섰습니다. 그렇지만 DB는 2021~2022시즌에도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김종규는 해당 시즌 경기당 25분 37초 동안 10.5점 5.7리바운드 1.1어시스트에 1.1개의 블록슛을 기록했다)
2022~2023시즌을 포함해서, 3시즌 연속으로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했습니다. 봄 농구를 하지 못했다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원주 팬들에게는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를 정도로 죄송했어요. 제 기록이 어떻게 됐든, 팀 성적이 떨어졌으니까요.
말씀하신 대로, DB는 2022~2023시즌 역시 봄 농구와 인연을 맺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선수들은 김주성 감독의 농구를 미리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상범 감독과 김성철 수석코치가 2022~2023시즌 중간에 사퇴했고, DB는 김주성 감독대행 체제로 잔여 시즌을 소화했다)
급하게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에, 김주성 감독님께서 추구하신 색깔이 나오기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갖고 있는 색깔을 보여주셨어요. 선수들 역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요. 저 역시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책임감 또한 커졌고요.
배운 것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김주성 감독님은 워낙 디테일하십니다. 센터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가드의 노하우 역시 섬세하게 알려주세요. 동작 하나하나 세심하게 짚어주시고, 선수들의 공수 짜임새를 더욱 촘촘하게 만들고 있어요. 우리 팀의 농구가 더 탄탄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담이지만,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선수 김주성’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지금은 ‘감독 김주성’을 옆에서 보고 있고요.
선수 시절에도 코치님 같은 분이셨어요. 그래서 ‘감독 김주성’과 ‘선수 김주성’의 차이가 저한테는 없는 것 같아요.(웃음) 다만, ‘감독 김주성’이 더 세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생각하고 있는 색깔을 온전히 내야 하거든요.
‘디테일’이라는 단어를 계속 언급하셨습니다. 예를 들어주신다면?
수비 동작이 가장 큰 예일 것 같아요. 손을 움직이는 방법과 타이밍, 고개를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돌려야 하는지, 상대 공격을 편하게 막을 수 있는 동작과 수비할 때 유리한 동작 등 여러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현역 시절에도 여우처럼 농구하셨지만(웃음), 지금은 머리 쓰는 농구를 더 많이 강조하세요.
어렵지 않으세요?
어렵기도 하고, 한 번에 되는 동작들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선수들이 어떻게든 배우려고 해요. 또, 농구는 반복 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 모두 자신도 모르게 배웠던 동작들을 해낼 거라고 생각해요.

DB는 전통적으로 높이를 강조하는 팀이었다. 사령탑인 김주성 감독이 현역 시절부터 그런 컬러를 만들어왔고, 많은 선수들이 그런 컬러를 이어왔다. 그래서 ‘DB산성’이라는 단어가 DB를 따라다녔다.
김종규도 그 중 한 명이다. 이제는 DB산성의 주춧돌을 맡아야 한다. 팀 내 최장신이자 팀 내 최고참 빅맨으로서, 높이 싸움과 수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 DB의 명예 회복을 주도해야 한다.
이번 여름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대표팀에서 몸을 만들다가, 대표팀 브레이크 기간(8월 7일~13일)에 팀으로 잠시 합류했습니다. 팀원들과 손발을 맞췄고, 컨디션도 올리려고 했죠. 그리고 이제 30대 중반으로 접어들다 보니, 몸 관리 역시 더욱 신경 써야 해요.
준비의 목적은 최소 ‘플레이오프’라고 생각해요.
플레이오프는 저에게 ‘당연한’ 목표이자 ‘무조건’ 해야 하는 목표예요. 그렇지만 지금 당장 제 앞에 닥친 건 항저우 아시안게임입니다. 우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표로 최선을 다해야 해요. 팀으로 돌아온 후, 봄 농구에 다가갈 수 있는 여건들을 형성해야 합니다. 플레이오프에 간다면, 더 높은 목표를 다시 설정해야 하고요.
‘산성’이라는 단어가 DB를 대표하는 컬러입니다. 그 중심에 김종규 선수가 있고요.
김주성 감독님과 (윤)호영이형을 비롯해, 높이 좋은 선수들이 뛰어난 수비력을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DB산성’이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해야 할 역할 또한 ‘높이 싸움’입니다. 제가 가진 높이로 팀의 공수 옵션을 만들어야 해요. 디드릭 로슨과 (강)상재, (서)민수 등 신장과 기동력, 슈팅을 겸비한 선수들도 있고, 감독님께서도 팀에 맞는 컬러를 구상하고 계세요.
무엇보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실패했던 지난 3년을 떨치고 싶어요. 침체된 분위기를 어떻게든 바꿔야 해요. 예전에 보여줬던 ‘전통 강호’의 명성을 찾아와야 해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 3시즌은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이었습니다. 면목도 없었고요. 그렇지만 팀에 잠깐 합류해서 보니, 다들 너무 열심히 하고 있더라고요.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하고 있으니, 팬 여러분께서도 선수들을 믿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도 저희를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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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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