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정준섭 IMG 아카데미 국장의 바람, “꼭 국내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 BAKO INSIDE / 손동환 기자 / 2022-03-13 11:02:40

다른 종목에 비해, 해외로 진출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 ‘국제 경쟁력 저하’라는 단어를 피하지 못했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을 들었다. 그게 한국 농구가 처한 현실이었다.
그걸 인지한 KBL은 지난 2020년부터 미국에 위치한 IMG 아카데미와 한 사업을 시작했다. 우수 유망 선수 2명을 IMG 아카데미에 8주 동안 보내기로 한 것. 현재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 선수까지 총 4명의 우수 자원을 미국으로 보냈다.
이유는 간단하다. 연수를 받는 어린 선수들이 농구의 본 고장인 미국에서 더 큰 경험을 하길 원했다. 큰 물과 큰 경험 속에 더욱 성장하길 바랐다.
KBL의 열정도 한몫했지만, 정준섭 IMG 아카데미 한국/동남아시아 국장의 역할이 컸다. KBL과 IMG 아카데미를 이어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건넸다. 그 말은 바로 “꼭 국내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였다.

KBL은 지난 2020년 11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12월 9일(수)까지 2주 동안 참가 신청을 받는다. 서류 전형 및 실기 평가, 최종 면접을 통해 2명의 선수를 선발한다. 선발된 2명의 선수는 2021년 1월 2일(토)에 출국해 1월 4일(월)부터 미국 IMG 아카데미 농구부 소속으로 8주 동안의 일정을 소화한다”고 전했다.
IMG 아카데미라는 이름이 KBL 팬들에게 제대로 알려진 계기였다. KBL이 유소년 사업에 많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평을 들은 시점이 되기도 했다. 첫 번째로 선정된 이주영(삼일상고)과 구민교(제물포고)는 미국에서 많은 걸 보고 느꼈다. 돈 주고도 사지 못할 경험치를 얻었다. 그 이면에 정준섭 국장의 존재가 있었다.
먼저 IMG 아카데미부터 소개해주세요.
뉴욕에 ‘ENDEAVOR’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WME라는 미국에서 제일 큰 연예기획사와 IMG라는 스포츠 마케팅 회사가 인수 합병된 곳이죠. IMG 아카데미는 ‘ENDEAVOR’ 산하에서 운영되는 곳이고요.
8개의 종목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는 트레이닝 센터가 있습니다. 진천선수촌이나 태릉선수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스포츠 아카데미가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체육고등학교와 외국어고등학교의 개념이 섞인 곳이라고 볼 수 있어요.
IMG 아카데미에서는 어떻게 일하게 되셨나요?
제가 골프 선수를 했고, IMG에서 골프를 담당했습니다. 대외 운영 및 프로 골퍼 관리 업무를 했죠. 그 때 IMG 아카데미가 한국에도 직원을 둔다는 공고를 냈습니다. 내심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지원을 했습니다. 2017년부터 한국 및 동남아시아 지부에서 일을 시작했죠.
국장님은 지금 어떤 업무를 보고 계신가요?
중국과 일본, 중동 지역을 제외한 한국 및 동남아시아 지역의 사업 계획을 맡고 있습니다. 일반 학생들을 유학보내기도 하지만, 회사나 기업, 연맹 등 스포츠 단체와도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습니다. KBL과 IMG 아카데미의 협약 프로그램 역시 그런 전략적 제휴 중 하나고요.

KBL과 IMG 아카데미는 2020년에 합을 처음 맞췄다. 서로가 바라는 게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 이로 인한 어려움이 있을 듯했다.
하지만 KBL이 유소년 사업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IMG 아카데미에 적극적이었다. IMG 아카데미를 적극 신뢰했다. 그렇기 때문에, IMG 아카데미도 KBL과 적극적으로 협업할 수 있었다.
실무를 담당했던 정준섭 국장도 “어려움은 없었어요”라고 명확히 말했다. 오히려 뿌듯한 게 많았다고 덧붙였다. 물론,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KBL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겼다.
KBL과는 어떻게 인연이 닿으셨나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WKBL에서 예전에 17세 이하 대표팀의 미국 전지훈련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습니다. 제가 그 업무를 시행하게 됐고, 선발된 대표팀 선수들은 미국에서 훈련도 하고 NBA 경기도 봤어요. WKBL과 저희의 협업을 파악한 KBL이 저희에게 유소년 합작 프로그램을 문의했고, 감사하게도 저희 회사를 선택해줬습니다.
IMG 아카데미 말고도 여러 아카데미가 있었을 건데, KBL이 IMG 아카데미의 어떤 강점을 좋게 봤을까요?
우선 IMG 아카데미는 농구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운동과 공부를 병행해야 하는 곳이죠. 한국이 최근 ‘공부하는 학생 선수’를 지향하는데, KBL이 저희 아카데미의 그런 환경을 좋게 본 것 같아요.
또, 아카데미에 10개의 팀이 있습니다. 각자 실력에 맞는 팀으로 갈 수 있습니다. 수준별 훈련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무엇보다 IMG 아카데미에서 NBA에 진출한 선수(조나단 아이작-올랜도 매직, 드와이트 파웰-댈러스 매버릭스 등)와 NCAA 디비전 1에 포함된 대학 선수를 배출했다는 게 컸을 것 같아요.
사실 삼일상고에 재학 중인 이주영 선수도 NCAA에 소속된 대학교에서 오퍼를 받았습니다. 실력을 인정받은 거죠. 그런데 학교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또, 여러 가지 시스템적인 면에서 아쉬움이 있었고요.
업무 진행에 있어서 어려웠던 점도 있었을까요?
당시 이정대 KBL 총재님께서 (저희와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임해주셨습니다. 또, KBL 유소년 업무를 맡고 있던 팀장님께서도 도움을 주셨고요.
무엇보다 KBL에서 유소년과 관련된 요소에 갈증이 크셨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희한테 더 잘해주셨어요. 저희는 하던 대로만 했고,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 다만, KBL에서 처음으로 아이들을 보낼 때, ‘코로나 19’라는 팬데믹이 있었잖아요. ‘코로나 19’만 없었다면, 업무를 보는 저희 같은 사람들이나 선수들이 더욱 프리하게 프로그램에 임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어요. 그런 게 아쉬웠어요.

KBL은 2020년 12월 17일 IMG 아카데미로 갈 2명의 학생 선수를 공고했다. 이주영(현 삼일상고)과 구민교(현 제물포고)였다.
이주영은 뛰어난 신체 조건을 겸비한 188cm의 장신 가드다. 2019 협회장기 전국남녀 중고 농구대회 우수상과 어시스트상, 득점상을 독식했다. 2019 KBL 유스 엘리트 캠프 중등부 우수상, 2018 KBL 유스 엘리트 캠프 중등부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구민교는 2020 KBL 유스 엘리트 캠프 중등부 최우수상과 2019 제74회 전국 남녀종별농구선수권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유망주. 그런 두 선수가 ‘KBL 최초’라는 타이틀을 짊어지고 미국으로 향했다.
KBL과 IMG 아카데미의 협업이 시작된 시기이기도 했다. 실무를 진행했던 정준섭 국장은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 그 중 가장 큰 감정은 ‘기쁨’이었다.
이주영 선수와 구민교 선수가 IMG 아카데미 8주 코스를 수료한 첫 대상자가 됐습니다.
(이)주영이와 (구)민교 같은 경우, 운동만 한 아이들치고는 영어를 나쁘지 않게 했습니다. 영어로 의사소통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죠. 특히, 민교는 학교 공부도 많이 했던 특이한 케이스여서, 걱정을 안했던 것 같아요.
주영이와 민교의 훈련 방향성과 경기 출전에 관해, KBL 그리고 선수 본인과 의논했습니다. 훈련량에 집중해야 하는지, 훈련의 퀄리티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논의했죠. 그걸 함께 이야기하고 나서는, KBL과 선수들 모두 저희한테 전적으로 일임해주셨습니다.
또, 저희가 코칭스태프로부터 선수들에 관한 보고서를 받습니다. IMG 아카데미 코칭스태프가 주기적으로 작성하는 보고서였죠. 저희는 그걸 KBL에 제출했어요. KBL에서 피드백을 빠르고 적극적으로 해줬습니다.
행정적으로 늘 하던 일이었고 KBL이 워낙 적극적이어서, 저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습니다. 수뇌부가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KBL은 여전히 이 사업에 적극적입니다. 이 사업을 더욱 확장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고요.
실무자로서 뿌듯했던 점도 있을까요?
지금 이현중 선수가 뛰고 있는 데이비슨대학교 감독이 이주영 선수를 좋게 본 적이 있습니다. 또, 이주영 선수가 현재 미국 고교 랭킹 1위 팀에서도 바로 뛸 수 있는 선수로도 평가받았고요.
물론, 데이비슨대학교의 평가는 이현중 선수의 영향이 클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이주영 선수가 그런 평가를 받으면서, ‘농구는 피부색으로 인한 어드밴티지가 없다’는 걸 다시 증명한 것 같아요. 그래서 기분이 좋았어요.
해당 프로그램에서 보완해야겠다고 느낀 점은?
두 달이라는 시간이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거잖아요. 미국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미국의 훈련 시스템을 습득하는데 있어서, 두 달은 짧다는 생각도 들어요. 더 길면 좋겠지만, KBL이 없는 예산에서 투자를 해주는 거기 때문에, 그런 요소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2명이 두 달 동안 오는 것보다, 팀 단위로 짧게 훈련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여러 명이 선진 훈련 시스템을 접할 수 있죠. 저희는 그런 프로그램을 더 적극적으로 어필했어요. KBL 역시 긍정적으로 생각하더라고요.

축구나 야구는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이 대표적인 예시.
그러나 농구는 유독 해외와 인연이 없었다. 하승진이 잠시 NBA에서 뛰었을 뿐, 하승진의 뒤를 잇는 선수는 없었다. 도전 사례는 있었지만, 모두 실패였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농구의 이런 현실을 아쉬워했다. KBL이 유망주에게 미국 농구를 경험하게 하려는 이유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미국의 상황을 알고 있는 정준섭 국장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꼭 국내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는 의견을 제시했다.
IMG 아카데미로 가는 두 번째 선수들이 나왔습니다. 지난 해와 차이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용산고등학교 1학년 김승우와 김해가야고등학교 1학년 권민이 대상자다)
작년과 프로그램은 거의 동일할 것 같아요. 다만, 작년에는 경기 위주로 했고, 스킬 트레이닝을 하는 시간이 짧았습니다. 올해에는 자체 청백전으로 경험을 쌓게 하되, 스킬 트레이닝을 더 많이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작년 프로그램을 토대로, 밸런스를 맞추려고 합니다.
영어 수업도 무조건 넣으려고 합니다. 1~2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학업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것 같아 편성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던 학업과 운동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함이죠.
KBL이 최근 수뇌부를 교체했지만, 여전히 유소년 사업에 열정적입니다. IMG 아카데미와의 협업도 마찬가지고요. 국장님의 역할과 책임감이 더 막중할 것 같습니다.
꼭 저희 IMG 아카데미를 거치지 않아도, 좋은 선수들의 성장에 힘을 실어주고 싶습니다. 제가 가진 네트워크를 잘 활용해서, 유망주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만약 저희 IMG를 통한다면, IMG의 일원으로서 원래 학비에 감면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야 합니다. 어린 선수들이 미국으로 쉽게 갈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간단히 말씀드린다면, 유학을 생각하는 아이들한테 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요. 학생 선수들이 비용이나 교육, 운동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돕고 싶어요.
또, 우리 나라에는 이현중 선수 하나지만, 일본과 중국은 고등학교 때부터 유학한 케이스가 많습니다. 성공 케이스도 많고요. 이름은 생각이 안 나는데, 일본에서 온 한 혼혈 선수의 사례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그 선수가 아마 대학교 1학년이거나 고등학교 3학년이지만, 어린 나이에도 성인대표팀에 선발될 정도로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NHK에서 생중계로 기자 회견을 할 정도의 화제성이 큰 친구고요. 그런 친구가 일본에서 누릴 수 있는 걸 포기하고, 미국에 온 걸로 알고 있어요.
한국에서도 이런 케이스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케이스가 많아져야, 한국 농구의 발전 속도가 더 빠를 거라고 생각해요. 연맹과 협업을 해서 스타 플레이어를 만들어낸다면, 농구대잔치 시절의 인기를 어느 정도 누리지 않을까 생각해요. 또, 그 선수가 KBL에 복귀할 때도 힘을 실어주고 싶고요.
언뜻 말씀해주셨지만, IMG 아카데미에 소속된 코칭스태프가 한국에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저희가 2018년에 그런 클리닉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당시 미국 NCAA에서 감독을 했던 분과 코치들이 한국 유소년 선수들을 가르쳤죠. 그렇지만 2019년에는 일정 때문에 무산됐고. 그 후에는 ‘코로나 19’ 때문에 못하고 있어요.
이번에 양구에서도 (IMG 아카데미 연수 프로그램을 위한) 선수 선발전을 할 때, IMG 아카데미에 계신 선생님들도 오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KBL에서도 동의를 했죠. 그렇지만 ‘코로나 19’ 때문에... 그런 점들이 아쉬웠죠.
또, 언어의 장벽이 아쉬웠습니다. 저도 다른 종목을 했다 보니, 농구에 적합한 통역을 바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가가 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다음 번에는 그런 게 반영됐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국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어린 선수들이 꼭 국내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소위 말해, 큰 무대에서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어요. 비록 지금은 기회가 많지 않지만, 그 기회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어요.
또, KBL을 통해서만 유학을 가겠다고 생각하기보다, 본인 스스로 유학 경로를 찾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나아가, 그런 경험을 하는 선수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농구에 도움이 될 거라고 보거든요. 무엇보다 한국 농구에도 우상(IDOL)이자 영웅(HERO)이 될 수 있는 스타가 나왔으면 해요. 그게 저의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사진 = 본인 제공,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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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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