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SONO's New Captain Speaking

BAKO INSIDE / 손동환 기자 / 2024-11-03 10:34:57

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4년 10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9월 17일 오후에 이뤄졌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고양 소노는 2023~2024시즌 종료 후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FA(자유계약)와 트레이드, 외국 선수와 아시아쿼터 등 선수단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였다.
가장 두드러진 건 FA였다. 정희재는 그 중에서도 두드러졌다. 3점과 수비, 노련함과 리더십을 갖춘 장신 포워드여서다. 특히, 정희재의 리더십은 소노한테 중요하다. 소노의 신임 주장으로서, 소노의 업그레이드를 주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KCC

정희재는 늦은 나이에 농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좋은 피지컬을 바탕으로 잠재력을 점점 끌어올렸다. 그 결과, 촉망 받는 ‘장신 포워드’로 성장했다. 그리고 고려대로 입학했다.
고려대에 입학한 정희재는 3학년 때부터 역량을 보여줬다. 돌파와 레이업슛, 미드-레인지 점퍼와 영리한 수비로 프로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2012년 10월에 열린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순위로 전주 KCC(현 부산 KCC)에 입단했다.
KCC에서도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 비록 주전급 포워드는 아니었지만, 핵심 식스맨으로 팀의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특히, 2018~2019시즌에는 KCC 소속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당시 KCC 사령탑이었던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도 “정희재가 있기에, 우리가 100%의 플레이를 할 수 있다”며 정희재를 극찬했다.

2012~2013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순위로 KCC에 입성했습니다.
1라운드 중후반에는 지명될 줄 알았어요. 그렇지만 1라운드가 끝났는데도, 저는 지명 받지 못했어요. 그래서 멘붕이 왔죠. ‘이러다 프로에 못 가는 거 아냐?’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러다가 KCC가 2라운드에서 저를 선발해주셨어요.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렇지만 (김)태홍이형(현 고려대 코치)과 (정)민수형, (노)승준이형과 (장)민국이(현 창원 LG) 등 장신 포워드가 KCC에 즐비했어요. 그래서 저는 ‘KCC가 왜 나를 선발했지?’라는 의구심을 품었어요.
KCC의 첫 인상은 어땠나요?
허재 감독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너무 무서웠어요.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형들이 너무 잘해줬습니다. 그야말로 가족 같은 분위기였어요. 형수님들과 밥도 자주 먹고, 형들과 여행도 자주 갔으니까요. 무엇보다 형들에게 많은 걸 배웠고요.
KBL이 처음으로 10월 드래프트를 진행했습니다. 정희재 선수는 비시즌 훈련 없이 프로 무대를 경험해야 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같은 포지션의 형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경기를 많이 못 뛰었고, 눈치도 많이 봤습니다. 그리고 프로의 한 시즌은 길어요. 그렇기 때문에, ‘체력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기자님께서 이야기하셨듯이, 저는 비시즌 훈련 없이 프로 경기를 치러야 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뛰었죠. 다만, 그게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어요.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뛰니까요.
또, 그때를 돌아보면, 비시즌을 경험하지 않는 신인들의 경기력이 팀마다 다를 것 같아요. 시스템을 강조하는 팀의 신인들은 적응하기 어려울 거고, 자유로운 농구를 하는 팀의 신인들은 적응을 어느 정도 할 것 같아요.
그렇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정희재 선수는 KCC에서 기회를 점점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2018~2019시즌에는 데뷔 처음으로 평균 20분 이상을 소화했고요.
(정희재는 해당 시즌 51경기 평균 20분 55초를 소화했다. 경기당 4.4점 2.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우선 추승균 감독님(현 TVN SPORTS 해설위원)께서 코치 시절에 저의 슛을 많이 잡아주셨습니다. 저의 슈팅 잠재력을 최대한 끄집어내주셨죠. 특히, 제가 3점을 쏠 수 있도록, 추승균 감독님께서는 많은 시간을 저에게 투자하셨어요.
물론, 제 3점이 확 좋아진 건 아니었습니다. 3점이 저의 핵심 옵션도 아니었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상무에서 3점 연습을 더 많이 했습니다. ‘내가 만약 3점슛을 장착했다면, 2015~2016 챔피언 결정전에 뛰었을 텐데...’라고 생각했거든요.
상무 제대 후에는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님과 만났습니다. 오그먼 감독님께서는 (하)승진이형을 4번으로 놓는 라인업과 저를 4번으로 놓는 라인업을 구상하셨어요. 더블 스쿼드를 사용하신 거죠. 그때 저에게 “슛이 좋은데, 왜 그렇게 머뭇거리냐? 너가 슛을 안 쏘면, 나는 너를 코트에서 빼겠다. 대신, 너가 찬스 때 자신 있게 던지면, 나는 너에게 20분 이상의 기회를 제공하겠다. 무조건이다”고 하셨습니다. 그 정도로, 저에게 자신감을 부여하셨어요.
게다가 (이)정현이형(현 서울 삼성)과 마퀴스 티그가 백 코트 라인에 포진했습니다. 정현이형과 티그의 패스 모두 기가 막혔어요. 저는 찬스 지점에서 발만 맞추면 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2018~2019시즌에 많이 뛰었던 것 같아요.

LG : Version.1
정희재는 2018~2019시즌 종료 후 터닝 포인트와 마주했다. 생애 처음으로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한 것. 선택의 기로에 놓인 정희재는 ‘계약 기간 5년’에 ‘2019~2020 보수 총액 2억 4천 5백만 원’의 조건으로 창원 LG 세이커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송골매 군단에 합류한 정희재는 기대 이상의 인기를 얻었다.
이유는 이랬다. KBS 예능 프로그램인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가 LG 선수들을 주제로 다뤘고, 정희재는 양구 전지훈련 중 허리 통증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 ‘양구의 눈물’(?)이라는 단어가 나왔고, 정희재는 순식간에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전국구 스타’가 된 정희재는 생애 처음으로 ‘KBL 올스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정희재 선수의 선택은 ‘LG’였습니다.
그때는 영입의향서의 영향력이 컸습니다. 최대 보수 총액을 써낸 팀과 최대 금액 10% 이하의 보수 총액을 작성한 팀만 경쟁할 수 있었죠. 만약 한 팀만 영입의향서를 제출하면, 선수는 그 팀에 가야 했고요. 그런 상황이었는데, LG가 단독으로 영입의향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LG로 갈 수밖에 없었어요.
선수가 직접 선택할 수 없었기에, 정희재 선수의 심경이 복잡했을 것 같습니다.
물론, LG에서 저를 만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LG도 할 수 있는 말이 많지 않았습니다. LG도 영입의향서를 제출할 팀을 알 수 없으니까요.
어쨌든 저는 LG의 영입의향서를 확인한 후 한숨도 못 잤습니다. FA였던 친구들끼리 카페에서 만났죠(웃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다음 날에 KBL로 갔고, LG와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LG 선수단 전체가 2019년 여름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출연했습니다. 그 후 ‘선수 정희재’를 향한 인지도가 확 달라졌는데요.
완전히요(웃음). (이)관희형은 해외에서 인기를 얻었지만(이관희는 NETFLIX에서 방영했던 ‘솔로지옥’에 출연했다. 그 후 이관희의 인기는 급속도로 증가했다), (김)동량이형(현 대구 한국가스공사)과 저, (박)병우(현 인천 신한은행 기술 코치)는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었습니다.
특히, 저는 어머님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아들 같은 이미지도 있지만, ‘양구의 눈물’로 짠한 이미지가 있었거든요(웃음). 또, 카페에 가도, 최소 몇 분께서 저를 알아보셨습니다. 그 정도로, 저를 향한 인지도가 달라졌어요.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의 영향이었을까요? 정희재 선수는 LG 입단 첫 시즌에 ‘올스타전’을 뛰었습니다. 생애 첫 올스타전이었는데요.
후보에 오른 것만 해도, 너무 감사했습니다. 방송에 나갔기 때문에, 선발됐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일이었죠(웃음).

LG : Version.2
정희재가 선수로서 입지를 다진 것과 달리, LG는 2019~2020시즌부터 2021~2022시즌까지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했다. 2명의 사령탑(현주엽-조성원)이 그 과정에서 옷을 벗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남자농구 국가대표 감독이었던 조상현이 LG의 사령탑으로 새롭게 부임했다. ‘탄탄한 수비’와 ‘빠른 공수 전환’ 등 기본적인 것부터 다듬었다. 기본을 다진 LG는 2022~2023시즌부터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2위. 창단 처음으로 ‘2년 연속 4강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획득했다.
정희재의 가치도 달라졌다. 2022~2023시즌부터 두 시즌 동안 1번의 정규리그에만 결장했고, 핵심 파워포워드로서 ‘수비’와 ‘궂은일’, ‘3점’ 등 주어진 일을 완벽히 해냈다. 송골매 군단의 ‘비상(飛上)’에 앞장섰다.

정희재 선수의 입지가 탄탄해진 것과 달리, LG는 3시즌 연속으로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억대 연봉을 처음으로 받았지만, 팀 성적은 좋지 않았습니다. 책임감이 이전보다 커졌기에,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LG의 성적이 좋지 않을 때, 조상현 감독님께서 새롭게 부임했습니다.
사실 조상현 감독님께서는 저를 크게 신뢰하지 않으셨어요. (김)준일이(현 울산 현대모비스)와 (서)민수(현 원주 DB)가 저와 같은 포지션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조상현 감독님께서는 저를 전력 외로 분류하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LG는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갔습니다. 이전과 어떤 게 달라졌나요?
감독님께서는 관희형을 중심으로 선수단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또, 팀 시스템을 새롭게 만드셨습니다. 팀의 단점을 최소화하게끔, 노력을 하셨죠. 그러다 보니, 새로운 공수 움직임이 계속 생겼어요. 그런 이유로, 선수들이 처음에는 애를 먹었어요.
하지만 감독님 농구에 점점 적응하다 보니, 선수들도 점점 세밀하게 움직였어요. 감독님의 말씀 없이도,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알았고요. 그래서 2023년 비시즌 운동 시간이 2022년 비시즌보다 확 줄었어요.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였으니까요.
정희재 선수의 플레이도 점점 탄탄해졌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감독님께서는 저를 처음에 신뢰하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기다려달라”고 이야기하셨어요. 저도 감독님을 믿고 묵묵히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민수가 다쳤고, 저는 코트에서 제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감독님께서는 그때서야 저를 믿어주셨습니다. 저도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뛰었고요. 그런 이유로, 감독님께서 원하셨던 걸 더 잘 이행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과의 신뢰 역시 더 두터워졌고요.
다만, LG는 챔피언 결정전에 가지 못했습니다.
2022~2023 4강 플레이오프 같은 경우, 아셈 마레이의 부상을 핑계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2023~2024 4강 플레이오프는 그렇지 않아요. 사실 아직도 그때 영상을 못 보겠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거든요. 그리고 ‘우승을 하려면, 운도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희가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이긴 후, 다들 “우리가 3-0으로 이길 수 있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자만심이 아닌 자신감의 성격이었죠.
그런데 1차전을 치른 후, 허리가 너무 아팠어요. 이유 없이 아팠고, 나아지지도 않았어요. 병원에서는 “아무 것도 안 하고, 2주 동안 쉬어야 한다”라고 했어요. 답답했습니다. 쉴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물론, 제가 그 시리즈를 건강하게 뛰었다고 해도, 저희 팀의 결과는 알 수 없어요. 다만, ‘왜 하필 그때 아팠을까? 챔피언 결정전은 가보고 아프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시리즈를 다 뛰었다면, 적어도 후회는 없었을 것 같아요.

SKYGUNNERS
정희재는 2023~2024시즌 종료 후 두 번째 FA를 맞았다. 또 한 번 선택의 기로에 놓인 정희재는 행선지를 옮겼다. 정희재의 새로운 팀은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였다.
정희재는 ‘계약 기간 4년’에 ‘2024~2025 보수 총액 3억 5천만 원’의 조건으로 소노와 계약했다. 데뷔 이후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다. 소노의 기대가 그만큼 크고, 정희재의 가치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
또, 정희재는 프로 데뷔 처음으로 주장을 맡았다. 주장을 맡은 정희재는 소노 선수들과 땀을 흘리고 있다. 그리고 ‘소노의 창단 첫 플레이오프’에 모든 걸 걸고 있다.

두 번째 FA를 맞았습니다. 첫 번째 FA와는 어떤 게 달랐나요?
많은 구단이 저에게 관심을 주셨습니다. 덕분에,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관심을 가져준 많은 분들에게 너무 감사했어요.
그렇지만 LG에서 희로애락을 겪었고, LG의 성장 과정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와 사무국과도 끈끈하게 잘 지냈습니다. 그런 이유로, LG를 향한 소속감이 컸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정희재 선수는 LG를 결국 떠났습니다. 정희재 선수의 행선지는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였고요.
많은 구단이 저의 의사를 물어봤습니다. 그 중 가장 적극적인 팀이 소노였습니다. 감독님과 단장님, 국장님께서 매일 연락을 주셨죠. 게다가 서준혁 회장님께서도 저에게 관심을 주셨습니다. 제 딸의 이름을 알 정도로요.
그리고 개인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저는 김승기 감독님과 농구를 꼭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김승기 감독님의 농구가 너무 궁금했거든요.
또, 저는 슛을 쏠 수 있는 선수인데, 감독님께서는 슛에 관대하세요. 수비 전술 역시 재미있고요. 그런 이유들을 고려한 끝에, 저는 큰 결정을 내렸습니다.
2024~2025시즌의 소노는 기대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소노의 농구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준비를 잘하고 있고, 다들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또, 저희 농구를 위한 과정이 아직까지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희재 선수의 비중도 이전보다 높을 것 같아요.
음... 제가 하는 농구는 이전과 같을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건, 팀원들을 돋보이게 해야 합니다. 그게 제가 해야 할 역할이니까요. 그러다 보면, 팀도 높은 곳에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몰랐는데, 저희 팀 팬 분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웃음). 또, 고양을 연고로 하는 팀이 몇 년 동안 계속 달라졌음에도, 고양 팬들은 농구를 정말 사랑하세요. 저희도 고양 팬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번 시즌에는 무조건 성적으로 보답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코트를 찾아주신 팬 분들께서 스트레스를 풀게끔, 저희는 재미있는 경기를 해야 합니다. 그런 책임감으로 2024~2025시즌을 치르려고 합니다.

일러스트 = 락
사진 제공 = KBL

[ⓒ 바스켓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