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유망주 발굴을 위한 대회 2021 박신자컵의 5가지 키워드
- BAKO INSIDE / 손동환 기자 / 2021-09-10 09:01:48

매년 8월. WKBL 유망주 혹은 WKBL에서 주전으로 자리 잡지 못한 이들이 기다리는 시기다. 여자농구 유망주들의 산실로 불리는 박신자컵이 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1년 박신자컵은 많은 게 달라졌다. 도쿄 올림픽과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대회 일정이 앞당겨졌다. 장소 또한 통영으로, 박신자컵을 처음 개최하는 곳이었다.
2015년 첫 개최 이후 7번째를 맞은 박신자컵은 지난 7월 11일부터 16일까지 통영체육관에서 열렸다. WKBL 6개 구단을 포함 8개 팀이 정상을 다퉜고, 청주 KB스타즈가 5년 만에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핵심 선수와 베테랑들은 빠져있지만, 그들만의 승부는 치열했다. 또, 코트 밖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코트 안팎의 이야기를 5가지 키워드로 풀어봤다.
(본 기사는 박신자컵 종료 후에 작성됐다)

대회 개막 전날인 7월 10일 저녁. 그리고 대회 개막일인 7월 11일 오전. WKBL 관계자들의 발과 머리가 바빠졌다. 너무나 큰 이유가 존재했다. 대회 엔트리에 포함된 신한은행 선수가 ‘코로나 19’ 확진자와 밀접 접촉을 했기 때문.
만약 해당 선수가 ‘코로나 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으면, 2021 박신자컵은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 8개 팀의 선수와 WKBL 관계자들이 모두 같은 숙소에 묵고 있었고, 이들 모두 ‘코로나 19’에 전염될 수 있었기 때문.
해당 선수는 곧바로 자가 진단 키트 검사를 시행했다. 다행히 음성. 그러나 자가 진단 키트 검사를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웠고, WKBL은 대회 참가 선수들과 진행 요원 모두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변수가 있었다. 검사를 받는 7월 11일은 일요일이었다. 검사를 하는 곳이 없을 수 있었다. 하지만 통영시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박신자컵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통영시 보건 당국과 연계를 취했다. 박신자컵 참가 선수들과 대회 진행 요원 모두 빠르게 ‘코로나 19’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변수가 또 있었다. 검사 결과 발표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통영시에서 곧바로 검사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 통영시에서 검사를 받게 되면, 차로 30분 이상 걸리는 진주시에서 판독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검사 판독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었다. 관계자와 선수들은 더 숨을 죽여야 했다.
결국 개막일 오전 11시로 예정됐던 하나원큐와 인천 신한은행의 경기는 신한은행의 몰수패로 끝이 났다. 오후 2시에 경기를 치러야 하는 청주 KB스타즈와 용인 삼성생명의 경기는 한없이 미뤄졌다. 그리고 오후 5시 30분이 돼서야, 두 팀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음 경기를 해야 하는 아산 우리은행과 대한민국 여자농구 19세 이하 대표팀(U19 대표팀)의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 다행히 두 팀 선수들 또한 ‘음성’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오후 8시부터 경기를 시작했다.
개막일 경기 일정이 너무 늦어졌다. 개막일 마지막 경기로 예정된 부산 BNK 썸과 대학선발팀의 맞대결은 휴식일로 미뤄졌다. 일정이 꼬인 건 사실이지만,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걸 다행으로 여겼다.
WKBL 관계자는 개막전부터 마음을 졸였다. “제발 오늘 하루만이라도 다 마쳤으면...”이라는 바람을 보일 정도로 절박했다. 무엇보다 “선수들만큼은 ‘양성’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선수들을 걱정했다. 그러나 모든 걱정은 기우였다. 이번 박신자컵 역시 큰 탈 없이 마칠 수 있었다. WKBL과 통영시의 빠른 조치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박신자컵은 정규리그에서 보기 힘들었던 선수들을 위한 무대다. 여기에 정규리그와 또 하나의 차이가 있다. 수석코치가 벤치를 지휘한다는 점이다. 감독은 벤치가 아닌 관중석에서 대회를 지켜본다.
우리은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주원 수석코치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박신자컵의 사령탑을 맡았다. 위성우 감독 없이 여러 가지 경험을 했다.
하지만 전주원 코치는 이번 박신자컵에 나서지 않았다. 대한민국 여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도쿄 올림픽에 출전해야 했기 때문이다. 도쿄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통영으로 올 수 없었다.
그래서 임영희 코치가 2021 박신자컵 때 벤치를 지키기로 했다. 대회 직전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개인 사정으로 인해 벤치를 맡을 수 없었다. 결국 위성우 감독이 박신자컵 때도 감독을 맡아야 했다.
위성우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기에, 우리은행 선수들의 긴장감과 집중력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위성우 감독 또한 가까이서 어린 선수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은행의 박신자컵 행보는 험난했다. 가용 인원이 7명 밖에 없었고, 선수들의 연이은 5반칙에 예선 리그 첫 번째 경기와 두 번째 경기에 로컬 룰을 활용해야 했다. 페널티를 감수했지만, 예선 2경기를 모두 패했다. 예선 마지막 경기도 패배.
우리은행은 결국 7~8위 결정전으로 떨어졌다. 7~8위 결정전에서는 약체인 대학선발팀에 76-72로 힘겹게 이겼다. 시작과 끝 모두 좋지 않았던 우리은행은 씁쓸하게 통영을 떠나야 했다. 위성우 감독의 박신자컵 데뷔전 역시 좋지 않은 추억으로 남았다.
※ 박신자컵 5반칙 관련 로컬 룰
1. 박신자컵은 ‘선수의 5반칙’과 관련해 로컬 룰을 적용한다. 경기 중 한 팀의 선수가 경기장에 4명 이하로 남게 되면, 가장 먼저 5반칙으로 퇴장한 선수 순서대로 교체한다. 단, 디스퀄리파잉 파울을 범한 선수는 제외된다.
2. 교체되어 자격을 새롭게 얻은 팀은 감독에게 부과되지 않는 테크니컬 파울을 준다. 상대 팀에게 1개의 프리드로를 주고 경기가 중단된 시점에 볼을 소유하고 있던 팀에게 드로인을 주어 경기를 재개한다.
3. 교체되어 자격을 얻은 선수가 1개의 파울을 범하면 또다시 자격 상실로 코트에서 물러나야 한다.

WKBL 관계자와 WKBL 6개 구단 감독 모두 공통된 의견을 낸 사항이 있다. 이들 모두 “19세 이하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 나온 건 정말 잘된 일이다. 그 동안 ‘코로나 19’ 때문에 어린 선수들의 기량을 볼 수 없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어린 선수들을 볼 수 있어 고무적이다”며 대회 전부터 U19 대표팀 선수들의 경기력을 기대했다.
그렇다고 해서, U19 대표팀이 높은 평가를 받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첫 경기부터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였다. 비록 주전이 빠져있는 팀이지만, WKBL 정상권 팀인 우리은행을 잡았다.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는 신한은행도 잡았다. 비록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준우승 팀인 하나원큐에 완패했지만, U19 대표팀은 언니들을 제치고 준결승전에 오르는 쾌거를 보였다.
준결승전과 3~4위전을 모두 패했지만, U19 대표팀의 경기력은 많은 박수를 받았다. 특히, 이번 드래프트에서 ‘BIG 3’로 꼽히는 이해란(광주 수피아여고)-박소희-변소정(이상 분당경영고)를 인상적으로 본 이들이 많았다.
WKBL 6개 구단 내 전력분석을 담당하는 대부분이 “이해란이 1순위 후보로서 자질을 보여준 건 맞다. 그 키에 운동 능력과 활동량, 부지런함을 모두 갖추는 건 어렵다. 그렇지만 박소희와 변소정 역시 만만치 않다. 시간을 두고 키워볼만한 선수들이다. 박소희는 178cm의 키에 외곽에서 볼을 다룰 수 있고, 변소정은 안팎에서 힘을 실어줄 수 있다”라며 ‘BIG 3’한테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고등학교 3학년 선수만 좋은 평가를 받은 게 아니다. 고등학교 2학년인 심수현(숭의여고)과 박진영(삼천포여고) 역시 프로 감독들의 군침을 흘리게 했다.
특히, WKBL 유소녀 클럽 출신인 심수현을 향한 찬사가 컸다. 경기를 지켜본 많은 이들이 “한국 여자농구에서 보기 힘든 유형이다. 원 핸드 점퍼와 풀 업 점퍼를 무리 없이 할 정도로, 힘과 밸런스가 좋다. 또, 상대 수비에 몸을 붙이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게다가 속공이나 돌파 시, 원투 스텝을 잘 밟는다. 그 때의 순간 스피드와 힘이 너무 좋다”며 심수현의 신체 조건과 운동 능력, 과감함을 높이 평가했다.
U19 대표팀 선수들은 언젠가 WKBL에서 빛을 봐야 하는 선수들이다. WKBL의 미래로 꼽히는 선수들은 WKBL의 선배들을 상대로 겁내지 않았다. 주눅도 들지 않았다. 자기 강점을 100% 보여줬다. 이번 대회에서만큼은 합격 그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여자농구의 미래 또한 긍정적이라는 시선이 존재했다.

박지수(196cm, C)와 강이슬(180cm, F)을 보유하고 있는 청주 KB스타즈는 2021~2022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다. 그러나 두 선수가 박신자컵에는 나오지 않는다. 또, KB스타즈가 두 선수만으로 농구할 수 없다. 두 선수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염윤아(176cm, G)-최희진(180cm, F)-심성영(165cm, G) 등 베테랑 선수들이 있다고 하지만, 어리고 절실한 선수들을 찾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KB스타즈는 이번 박신자컵을 중요하게 여겼다. 새롭게 부임한 김완수 감독 역시 어린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철저히 했다. 어떻게 하면 정규리그에 더 많이 나설 수 있는지를 확실하게 알려줬다.
김소담(185cm, C)과 허예은(165cm, G)을 중심으로, 선가희(177cm, F)-이윤미(173cm, F)-엄서이(176cm, F) 등 박신자컵 참가 선수들은 똘똘 뭉쳤다. 주장인 김소담이 코트 안팎에서 리더십을 보여줬고, 허예은은 이전과 다른 코트 지배력을 보여줬다. 선가희와 이윤미는 많은 활동량을 보여줬고, 엄서이는 우직한 골밑 플레이로 동료들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KB스타즈는 생각 이상으로 순항했다. 예선 리그 3전 전승. 준결승전에서는 센세이션을 일으킨 U19 대표팀을 잡았다. 그리고 결승전에서 대회 4연패를 노리는 하나원큐와 만났다.
KB스타즈는 경기 시작부터 하나원큐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허예은이 하나원큐의 지역방어를 초토화시켰고, 이윤미가 결정적일 때 한 방씩 터뜨렸다. 김소담은 최후방에서 하나원큐의 공격을 저지했다.
하지만 KB스타즈는 마지막에 65-63까지 쫓겼다. 그러나 엄서이의 골밑 득점과 허예은의 파울 자유투로 승리를 확정했다. 경기 종료 부저가 울릴 때, 선수들은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특히, 허예은은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KB스타즈는 5년 만에 박신자컵 우승을 차지했고, 주장인 김소담이 MVP를 차지했다. 진경석 KB스타즈 코치는 우승 직후 “4강 정도 기대했는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고생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특히, (김)소담이가 목이 쉴 정도로 토킹을 해주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이 헌신했다”며 우승 소감과 김소담의 가치를 동시에 말했다.
예상치 못한 성과를 낸 KB스타즈는 기분 좋게 통영을 떠났다. 그리고 남은 비시즌 동안 정규리그를 준비해야 한다. 기존 주축 멤버와 박신자컵 멤버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것이다. 할 수 있다는 희망도 얻었다.

“통영시 관계자 분들께서 너무 많이 도와주셨다”
만나는 WKBL 관계자마다 약속했다는 듯 했던 말이다.
선수들의 체육관과 숙소, 먹는 것과 부수적인 요소(‘코로나 19’ 검사와 선수들의 연습 환경 등)까지. 통영시는 대회를 치르는 이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통영시는 축구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 도시였다. 그러나 김도한 통영시 농구협회 회장이 취임한 후, 통영시의 농구 관심이 커지고 있다. 통영시는 초등학교 대회 중 가장 큰 대회로 꼽히는 윤덕주배를 4년 동안 개최하기로 했고, KBL과 WKBL 구단의 전지훈련 장소로도 많이 꼽히고 있다.
농구 관련 인프라 역시 확장하고 있다. 박신자컵이 열린 통영생활체육관도 최근에 지어진 체육관. 여기에, 농구 전용 체육관 건립을 예산안에 포함시켰다.
강석주 통영시장은 “농구 이벤트 유치하려면, 체육관 뿐만 아니라 농구를 할 수 있는 부대 시설이 더 필요하다. 우선 내년에는 농구 전용 체육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이미 예산에도 반영을 해뒀다. 프로 구단들의 요구로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도 이미 만들었다. 내년에 농구 전용 구장이 생기면, 더 편리하게 대회를 소화하거나 훈련에 편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농구 인프라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통영시는 농구 관련 이벤트를 통해 많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강석주 시장은 “김도한 회장이 농구협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농구가 우리 도시에도 많이 활성화됐다. 대회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먼저 작년부터 시작한 윤덕주배를 무사히 치러냈고, 4년 동안 윤덕주배를 유치하기로 약속했다. 축구와 함께 농구도 이곳 통영에서 흥행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이는 통영 지역 경제 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 효과를 설명했다.
이번 대회를 치른 감독들 역시 “전지훈련이나 박신자컵 대회를 소화하기에 좋은 것 같다. 시설도 좋고, 훈련이나 대회에 필요한 지원 역시 좋은 편이었다”며 공통된 의견을 보였고, WKBL 관계자는 “통영시가 내년에도 박신자컵 유치를 원한다. 그 정도로 적극적이다. 또, 미흡했던 점을 피드백하려는 모습 역시 인상적이었다”며 통영시에 긍정적인 말을 남겼다.
시작은 불안했다. 그러나 불안함을 해소하려는 통영시의 마음가짐이 적극적이었다. 성공적인 대회를 위해 마지막까지 열정을 보였다. 그래서 7번째 박신자컵이 무사히 끝났는지 모른다. 그리고 ‘2022 박신자컵 개최’라는 단어가 통영시의 마음 한 편에 자리잡고 있었다.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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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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