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눈에 띠지 않았지만 필요했던 선수, ‘수비 스페셜리스트’ 박규현

BAKO INSIDE / 손동환 기자 / 2021-03-25 08:12:19

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1년 2월호에 게재됐습니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모두가 하기 싫어하는 일과 모두가 귀찮아 하는 일이 있다, 하지만 그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할 때가 있다. 그게 이뤄지지 않으면, 모든 일이 멈춰버릴 수 있다.
농구 역시 마찬가지다. 득점과 화려한 개인기로 팬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지만, 승리를 위해서는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 일을 해야 한다.
특히, ‘수비’는 농구에서 가장 힘든 작업이다. 많은 힘을 쏟아야 하지만, 누군가의 눈에 쉽게 띠지 않는 일이다. 가치를 인정받기도 쉽지 않다.
현역 시절 눈에 띠지 않는 일을 즐긴 남자가 있었다. 박규현(전 동아중 코치)이다. 연락이 닿았고, 그의 예전 이야기와 근황을 들을 수 있었다. 그게 이번 기사의 핵심 주제다.

박규현은 현역 시절 ‘수비’만으로 자기 가치를 뽐내는 선수였다. (사진 제공 = KBL)

 

박규현, 그가 수비를 잘할 수 있었던 이유
모든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에게 요구하고, 선수들 역시 필요성을 느끼는 게 있다. ‘수비’와 ‘리바운드’다.
그러나 ‘수비’와 ‘리바운드’를 잘하는 이는 많지 않다. 특히, 센스를 기반으로 수비하는 선수는 찾기 어렵다.
박규현은 그런 선수였다. 전투적이고 영리하게 수비할 줄 알았다. 그래서 개인 통산 정규리그 448경기에 나설 수 있었고, 개인 통산 평균 1.3개의 스틸을 기록할 수 있었다. 박규현의 수비는 그만큼 가치가 컸다.

현역 시절 수비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수비를 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떤 걸까요?
수비는 예측이 동반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격수가 어떤 걸 잘 할 것 같은지 미리 파악하려고 했어요. 특히, 스크린을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는지에 중점을 뒀죠.
준비하지 않고 생각 없이 따라다니는 수비는 힘들어요. 순간적으로 허점을 노출하기 때문이죠. 수비에서의 순간적인 허점은 실점으로 이어지기에,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잘 모르겠지만, 그 때는 그런 예측 수비가 잘 통했던 것 같아요.(웃음)
처음부터 센스 있는 수비를 한 건 아니었을 것 같아요.
맞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공격수를 따라다녔죠. 돌파도 많이 당하고 3점도 많이 맞았죠. 수비를 정말 못했어요.
그래서 나름대로 연구를 했어요. 어느 경로를 활용해 스크린을 빠져나갈 건지, 어느 타이밍에 스틸을 노릴 건지를 말이죠.
특히, 슈터를 막을 때가 힘들었어요. 스크린이 엄청 많았거든요. 그래서 아까 말씀 드렸듯이, 스크린을 빠져나가기 위한 연구를 많이 했어요. 비디오를 정말 많이 봤고, 연습할 때도 스크린을 빠져나가는 것에 중점을 뒀어요.
3점슛 지표가 나쁘지 않았습니다.(통산 성공률 : 36.6%) 수비가 좋고 3점을 어느 정도 갖췄기에, 지금이라면 더 높은 가치의 선수로 평가받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활약했던 때의 농구와 지금의 농구는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이전보다 더 공격적으로 농구하는 것 같아요.
또, 지금은 공을 빼앗으려고 애를 쓰거나, 수비 센스를 갖춘 선수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다 공격만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반면, 저는 빼앗는 수비를 즐겨했습니다. 거기서 희열을 느꼈고요.
하지만 지금 선수들은 신체 조건과 운동 능력이 워낙 좋습니다. 개인 기술도 뛰어나고요. 제가 수비에 3점이 있다고 해도, 별로 활약을 못했을 것 같아요. 오히려 그 때가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웃음)
여러 팀에 있었지만, LG 시절에 깊은 인상을 남긴 선수였습니다. 본인도 ‘LG’에 더 애착을 가질 것 같고요.
LG에 오래 있었고, 은퇴도 LG에서 했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팀보다 더 애정이 가고, LG 경기를 더 많이 보는 것 같아요.(웃음)
말씀하신 대로, 2009년 LG에서 은퇴하셨습니다.
전자랜드에 있다가, 2006~2007 시즌에 LG로 돌아갔습니다. 당시 신선우 감독님께서 워낙 잘 지도해주셨고. 멤버도 좋았어요.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성적은 좋았어요. 제가 은퇴하는 시즌(2008~2009)에도 플레이오프를 갔었거든요. 좋은 성적으로 데뷔한 팀에서 은퇴한 건 분명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박규현은 은퇴 후 고등학생 선수와 중학생 선수 등을 가르쳤다.

(사진 제공 = 박규현 본인 제공)

 

은퇴, 그리고 제2의 인생
운동 선수는 ‘은퇴’라는 단어와 마주하게 된다. 특히, 나이가 있는 운동 선수는 ‘은퇴’라는 단어를 더욱 실감한다.
박규현도 마찬가지였다. 2009년 선수 생활을 마친 후, 프로 무대가 아닌 곳을 마주했다. 흔히 말하는 ‘현실’이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
그 속에서 제2의 인생을 찾았다. 프로 무대 지도자는 아니지만, 프로의 토대인 학생 선수를 지도하는데 열정을 쏟았다. 학생 선수를 오랜 시간 지도했던 박규현은 농구계에서 해야 할 일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은퇴 후 어떻게 지내셨나요?
학생 선수들을 계속 지도했습니다. 아마 2011년 정도부터 2년인가 3년 동안 제물포고에서 A코치를 했고, 2013년 정도부터 김해가야고에서 학생 선수들을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2015년부터 2020년까지는 동아중 코치를 맡았고요. 지금은 쉬고 있습니다.(웃음)
프로에서 오래 뛸 수 있었던 이유는 ‘수비’라고 생각합니다. ‘수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 점에 맞춰 학생 선수들을 지도했을 것 같습니다.
어린 선수들은 아무래도 기본기와 기초 체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 점을 인지시켰고, 저는 그 중에서도 ‘수비’를 중점적으로 가르쳤습니다. 제가 현역 시절에 했던 ‘예측하는 수비’도 가르쳐봤고요.
하지만 잘 안 되더라고요. 어린 선수들이다 보니, 수비를 잘했을 때 어떤 강점이 생기는지를 잘 모르는 것 같았어요. 왜 수비를 잘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느낌이었고요. 다들 공격을 잘 해야, 좋은 학교에서 스카우트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기본기를 익히는 동안, 수비가 왜 중요한지를 알아야 해요. 학생 선수들 스스로 연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또, 수비는 기술과 체력, 근성 등 다양한 요소를 필요로 하는데, 선수들이 그런 요소의 중요성을 알았으면 했어요. 그래서 수비에 더 중점을 뒀던 것 같아요.
수비 훈련을 어떻게 시키셨나요?
일단 어느 정도 자세를 낮춰야 하는지부터 알려줬어요. 그러면서 수비에 필요한 크로스 스텝과 사이드 스텝, 런닝 스텝 등을 알려줬죠.
그게 이뤄져야, 그 다음 단계를 쉽게 배울 수 있어요. 수비에서 제일 중요한 스크린 빠져나가는 방법을 쉽게 배울 수 있죠. 앞으로 빠져나가는 것과 뒤로 빠져나가는 것, 볼 없이 스크린 빠져나가는 방법 등을 쉽게 터득할 수 있는 거죠.
결국 스스로가 깨달아야 해요. 수비의 기본을 어떻게 배웠느냐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어야 되거든요. 어느 타이밍에 패스가 오는지, 어느 타이밍에 드리블할 건지를 안다면, 스틸을 쉽게 할 수 있고 득점도 쉽게 할 수 있어요. 그런 게 반복되다 보면, 선수들이 수비의 재미를 알 거에요. 그래서 ‘예측’을 더욱 강조했고요.
고등학생과 중학생 모두 지도해보셨습니다. 고등학생과 중학생을 가르치는 방법은 달랐을 것 같습니다.
중학생은 기초를 더 많이 배워야 합니다. 몸도 덜 성숙했기 때문에, 체력과 밸런스도 더 잘 가다듬어야 합니다. 반면, 고등학생은 중학생보다 이해하는 게 빨라요. 몸의 차이도 있고요.
중학생 때 기초를 잡아야 하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고등학생은 대학교를 가야 되는데, 기록이 중요해요. 입상 기록이 많아야, 대학교에 쉽게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기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를 가르쳐야 합니다.
그런데 고등학생 선수가 기본기를 갖추지 못하면, 지도자와 학생 선수 모두 기본기 함양에 또 시간을 써야 합니다. 지도자도 학생 선수도 이중으로 시간을 소비해야 되는 거죠. 그래서 최대한 어릴 때 기본 기술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게 있었을 것 같습니다.
아마추어 대회를 몇 년 동안 보거나 참가하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 최근에는 초등학교 팀도 너무 이기는 농구에 집중한다는 느낌이었죠. 또, 학생 선수들이 너무 선생님들께서 시키는 농구만 하는 것 같았고요. 그렇게 되면, 농구를 빨리 시작했다고 해도, 농구가 늘지 않아요.
그래서 클럽 농구를 했던 친구들이 많이 느는 것 같아요. 개인 기술을 다양한 방법으로 연습할 수 있고, 연습했던 걸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도 되거든요.
엘리트 팀도 더 창의적이고 더 자유롭게 농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해요. 학생 선수들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해야 해요. 어린 선수들은 실수하면서 크거든요.
실수했던 경험이 선수 본인에게는 자산이 되고 자신감이 될 수도 있어요. 학생 선수 스스로 실수를 수도 없이 해봐야, 기술이나 타이밍을 자기 걸로 만들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아웃렛 패스 과정에서 에러하고 혼이 난다면, 다음부터는 아웃렛 패스를 할 수 없어요. 그러면 농구가 늘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다음에 학생 선수를 지도한다면,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박규현은 코치 시절 ‘기본기 함양’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특히, ‘수비력 향상’에 많은 공을 들였다.

(사진 제공 = 박규현 본인 제공)


“준비 없는 은퇴는 힘들다”
평생 한 가지 일만 할 수 없는 시대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전보다 더 빨리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변화의 소용돌이를 잘 헤쳐나가야 한다.
농구만 해온 박규현도 마찬가지였다. 은퇴 후 오랜 시간 학생 선수들을 가르쳤지만, 같은 곳에서 학생 선수들을 가르친 건 아니었다. 변화 속에 살아남아야 했고, 변화 속에 자신만의 노하우를 축적했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있는 것도 위와 같은 이유였다. 주제도 명확했다. 박규현이 하고 싶었던 말은 바로 “준비가 되어있으면 좋겠다”였다.

은퇴 후 아마추어 무대에만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느낀 현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엘리트 농구를 하려면, 현실적으로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학부모들의 부담이 크죠. 예전에는 돈이 없어도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돈 없이 농구 선수를 시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다시 한 번 알게 됐어요.
프로 무대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을 것 같습니다.
당연히 욕심은 있습니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기회를 얻는다면, 프로에서 코치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프로로 간다면,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으신가요?
(프로 코치를 하는 게) 아마추어에서 코치하는 것보다 더 쉬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기술을 갖춘 선수들과 함께 하기 때문이죠.
감독님께서 모든 걸 지시하시기에, 코치들은 크게 관여할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님의 지시사항을 꼼꼼히 체크하고 꼼꼼히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운동과 관련된 것 외에, 선수들의 개인적인 사항처럼 운동 외적인 것도 꼼꼼하게 챙길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감독님이 아버지고 선수들이 자식이라면, 코치는 엄마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자식이 아버지한테 뭔가 말을 해야 하는데, 직접 말하기는 불편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 엄마가 중간에서 잘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수들도 마찬가지에요. 선수들이 감독님한테 직접 말하기 불편한 게 있을 건데, 코치가 그 역할을 대신 할 수 있어야 해요. 선수들의 이야기를 면밀히 듣고, 감독한테 선수들의 이야기를 잘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은퇴 후의 인생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을 것 같습니다. 운동하는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도 있을 것 같고요.
운동만 하다가 은퇴를 하면, 뭐 하나를 하려 해도 쉽지 않더라고요. 은퇴하기 1~2년 전부터 뭘 해야 하는지를 준비했으면 좋겠어요.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은퇴를 하면 너무 막막해요. 일을 못하고 집에서 빈둥대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어요. 자기만의 루트를 개척해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말은 꼭 해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박규현’이라는 농구인을 그리워할 팬들한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를 그리워할 팬들이 있을지, 저를 생각해주실 팬들이 지금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웃음) 하지만 만약에 저를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자리를 통해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 저와 비슷한 스타일로 농구하는 선수들이 있다면, 그 선수에게도 많이 응원 부탁드립니다. ‘코로나 19’로 다들 힘드실 건데, 다들 건강 조심하시고요. ‘코로나 19’가 풀리면, 농구도 많이 보러오시길 부탁드립니다. 좋은 경기력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사무국 등 농구 관계자 모두에게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 KBL 제공, 박규현 제공
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sdh2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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