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국제심판] ④ KBL 심판, 환대 못 받아도 즐겁고 너무 좋다

KBL / 이재범 / 2017-09-13 06:00:48
7월과 8월 열린 국제대회에서 휘슬을 분 박경진, 황인태, 이승무, 안영선 KBL 심판(사진 왼쪽부터)

[바스켓코리아 = 이재범 기자] KBL은 최근 FIBA 주관 국제대회에 자주 심판들을 파견한다. 현재 KBL에는 국제심판 자격증을 가진 5명의 심판(홍선희, 이승무, 황인태, 박경진, 안영선)이 있다. 이 중 홍선희 심판(지난해 U17 세계선수권대회 참가)을 제외한 4명이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열린 국제대회에서 휘슬을 불었다. 이들을 만나 국제대회에서 느낀 점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국제심판들의 입을 통해 KBL 심판들의 2017~2018시즌 준비 과정을 살펴봤다.


“정말 농구를 좋아하고, 심판을 좋아한다. 요즘 취업하기도 힘든데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게 제가 힘들어도 즐겁고 너무 좋다.”


‘욕 먹으면 오래 산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살 직업은 아마도 프로스포츠 심판일 거다. KBL 심판 역시 이를 피해가지 못한다. 경기가 끝난 뒤 조용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KBL 심판들이 아무런 준비도, 노력도 없이 경기에 나서 휘슬을 부는 건 아니다. 농구를 좋아하고, 심판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에 따가운 시선과 힘든 준비 과정을 견딘다.


솔직하게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심판들의 일상은 완전 다르다. 예전엔 경기에 배정되지 않은 심판들은 오전 교육 후 자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어느 순간 달라졌다. 박광호 심판위원장이 부임한 뒤 자유 시간이 줄어들고 오후에도 꾸준한 체력 관리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다른 심판들의 경기를 지켜본 뒤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훈련과 교육 시간이 대폭 늘었다.


2017~2018시즌 준비 과정은 역대 최고로 힘들어 보인다. KBL 센터에서 오가며 마주치는 심판들의 얼굴에 피곤이 묻어있다. 국제대회에 파견된 심판 4명도 어떻게 시즌을 준비하는지 물었을 때 힘들다는 말을 공통으로 쏟아냈다.


KBL 심판들은 어느 시즌보다 더 강화된 교육으로 2017~2018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승무 심판은 “많이 힘들게 준비하고 있다. 체력 테스트와 시험의 연속이다. 이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준비해도 시즌 들어가면 안 나와야 하는 것과 부족한 게 나오기에 더 강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시즌 들어갔을 때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고참답게 말했다.


프로 2번째 시즌을 준비 중인 안영선 심판은 “매주 시험을 친다. 안주하지 않고 계속 채찍질하는 자체가 개인적으로 좋다”며 “당연히 힘들다. 힘들어도 우리가 감내하고 가야 하는 거다”고 했다.


황인태 심판은 심판 교육이란 단어에 ‘휴~~~’라며 길게 한숨부터 내쉰 뒤 “잠 잘 시간이 없다. 정말 힘들다”고 했다. 사람은 보통 과거보단 현실을 더 힘들게 느낀다. 심판들 역시 그래서 더 힘들다고 하는 건 아닐까?


황인태 심판은 “예년보다 더 힘들다. 좀 더 세밀하게 부족한 걸 보완하고, 기본적인 걸 교육하는데 (예전보다 더 힘든 걸) 꼭 집어서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시즌 전에는 항상 규칙과 체력 운동을 하는데 강도가 훨씬 강하다”고 현실이기에 힘들게 느끼는 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어 “곱씹어보면 시험이란 자체가 스트레스이지 않나? 매주 시험 보고, 체력테스트까지 한다. 예전엔 매주 시험을 보진 않았다. 체력훈련을 많이 했지만, 이번처럼 잠 자는 시간이 부족한 적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매주 월요일마다 시험을 치는데 KBL 장준혁 심판부장은 주말마다 시험 문제를 내는데 머리를 싸매고 있다. 시험 성적은 연습경기 심판 배정에 반영된다. 또한 체력테스트도 예고된 날에 진행하지 않는다. 한 달에 1번 체력테스트가 원칙이지만, 그 간격이 일정하지 않다. 심판들은 긴장의 연속 속에 체력을 유지해야 하기에 더 힘들어 한다.


앞선 심판들과 달리 박경진 심판에게 좀 더 자세하게 시즌 준비 과정을 물었다.


박경진 심판은 “올 시즌 준비기간이 짧다. 늦게 (교육을) 시작하고 개막도 일주일 당겨져서 준비할 시간이 줄었다. 그 짧아진 시간 동안 모든 걸 해야 하기에 체력이나 정신적으로 힘들다”며 “FIBA나 아마추어(대한민국농구협회) 같은 경우 1년에 한 번 체력테스트를 하면 되는데 우리는 한 달에 1~2번 계속 하고 있고, 매주 이론테스트를 한다. 그래서 매일 긴장의 연속이다. 연습경기도 나가고 체력운동을 해서 몸과 정신이 모두 피곤한 상태”라고 했다.


심판들은 연습경기에 나가면 단순하게 휘슬만 부는 건 아니다. 박경진 심판은 “연습경기에서 각 팀들 선수들 성향을 파악하고, 조심해야 할 것들을 정리한다”며 “3점슛을 많이 시도하면 3점슛 던질 때 더 주의하고, 2대2 플레이를 자주 하면 스크린에 더 신경을 쓰자며 이런 정보도 공유한다. 시즌에 대비해 선수 특징까지 분석해야 하기에 굉장히 할 게 많다. 해도 해도 끝이 없다. 하루하루 정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연습경기 이후의 일들도 설명했다.



KBL 심판들은 경기가 끝난 뒤 감독과 선수들, 구단 관계자, 팬들에게 고생했다는 단 한 마디를 듣고 싶어한다.

박경진 심판은 앞선 심판들과 달리 밝은 표정으로 이런 이야기를 전했다. 박경진 심판은 그 이유도 들려줬다.


“농구 심판이 환대 받는 직업은 아니다.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직업이 아닌데 저는 이 일을 하는 게 즐겁고 재미있다. 하루하루 나이를 먹어가는 게 너무 안타깝다. 왜냐하면 심판을 할 수 있는 날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말 농구를 좋아하고, 심판을 좋아한다. 요즘 취업하기도 어려운데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게 제가 힘들어도 즐겁고 너무 좋다. 한 번씩 실수를 하고 징계를 받으면 ‘내가 이걸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힘들어하는데 근본적인 건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서 재미있다(웃음).”


심판들과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는 게 선수들보단 어렵다. 마지막으로 박경진 심판에게 다른 심판들을 대표해서 어떻게 2017~2018시즌을 치를 것인지 물었다.


“KBL 심판들 모두 항상 시즌이 끝나면 아쉬움이 남는다. 분명 잘 하고 싶은데 실수하는 경우가 많고, 그럼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팬들에게 미안하다. 제 자신이 괴로운 건 첫 번째이지만, 둘째로 쳐야 한다. 이런 걸 이번 시즌에 최소화하고 싶다.


최선을 다해서 심판을 봐도 경기가 끝난 뒤 색안경을 끼고 ‘심판 때문에 졌다’며 심판들의 실력을 폄하할 때 마음이 아프다. 심판으로서 정말 눈에 보이지 않는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정말 부끄러운 실수를 하지 않아서 ‘고생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 저희는 ‘잘 한다, 대단하다’는 말을 바라는 게 아니다. 고생했다는 그 한 마디, 그 한 마디만 들을 수 있는 시즌이었으면 좋겠다.”


사진출처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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