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Inside] 최고의 슈퍼가드, 러셀 웨스트브룩과 제임스 하든
- NBA / Jason / 2017-01-21 08:51:28

[바스켓코리아 = 이재승 기자] 이번 시즌 각 팀을 이끄는 선수들의 활약이 뜨겁다. 그 중 원맨팀에서 확고부동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는 선수들이 여럿 있다. 러셀 웨스트브룩(오클라호마시티), 제임스 하든(휴스턴), 앤써니 데이비스(뉴올리언스)까지 2010년을 전후로 리그에 데뷔한 선수들이 판이 만들어지자 본격적으로 코트를 지배하고 있다. 그 중 웨스트브룩(가드, 191cm, 90.7kg)과 하든(가드, 196cm, 102.1kg)의 존재감은 가히 최고조에 다다라 있다. 둘 모두 가드로 이번 시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히 리그에서 가장 많은 트리플더블을 생산하면서 코트를 수놓고 있다. 이번 시즌 나온 트리플더블은 도합 52회. 이중 과반을 웨스트브룩(21회)과 하든(13회)이 달성했다. 이번 시즌 이들 둘이 워낙에 뜨겁다 보니 진지하게 정규시즌 MVP 후보로도 고려되고 있다. 케빈 듀랜트(골든스테이트)가 스테픈 커리와 한솥밥을 먹게 되면서 커리의 MVP 3연패는 쉽지 않아졌다. 커리가 못하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커리는 현재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웨스트브룩과 하든이 뿜어내는 경기력이 상당한 탓에 커리가 못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 휴스턴 로케츠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전력약화가 불가피했다. 듀랜트와 드와이트 하워드(애틀랜타)가 이적하면서 전력이 약해졌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이들은 웨스트브룩과 하든을 내세워 플레이오프 진출 이상을 노리고 있다. 그 정도로 이 두 명의 슈퍼가드가 뿜어내는 영향력과 존재감이 가히 절대적이다. 웨스트브룩과 하든은 이미 이번 시즌에만 세 번씩 이주의 선수상을 가졌다. 서부컨퍼런스 11월의 선수에는 웨스트브룩, 서부컨퍼런스 12월의 선수에는 하든이 뽑혔다. 이들 둘 모두 같은 컨퍼런스에 속해 있어 오히려 해당 부문에서 경쟁자가 됐다. 만약 속한 컨퍼런스가 달랐다면 동시에 더 많이 이주의 선수와 이달의 선수에 선정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들은 공통점도 있다. 모두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드래프트된 선수다. 웨스트브룩은 지난 2008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 하든은 지난 2009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오클라호마시티의 부름을 받았다. 이후 이들 둘은 팀을 대표하는 가드가 됐다. 이후 지난 2012년 여름에 하든이 오클라호마시티에서 휴스턴으로 트레이드되면서 둘은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지난 2012년에는 웨스트브룩과 하든이 함께 팀을 서부컨퍼런스 우승으로 견인했다. 파이널에 올랐지만, 르브론 제임스가 이끄는 마이애미 히트에 무릎을 꿇었다. 이후 이들 둘은 공교롭게도 우승은커녕 서부 우승과도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플레이스타일도 다른 듯 비슷하다. 웨스트브룩은 대학 때까지 슈팅가드로 뛰었다. 그러나 프로 데뷔 이후 포인트가드로 전향했다. 하든은 지난 시즌까지 슈팅가드로 뛰다 이번 시즌부터 포인트가드로 나서고 있다. 둘 모두 주위를 보는 시야와 경기운영능력을 두루 겸비한 가운데 득점을 뽑아내는 폭발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슈팅가드 출신답게 오히려 득점력에서는 웬만한 선수들을 제치고도 남을 수준이다.
이젠 둘 모두 각 소속팀의 확실한 프랜차이즈 스타이면서도 에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게다가 둘 모두 이번 시즌을 앞두고 대형 연장계약을 품었다. 이처럼 플레이스타일과 구단 상황까지 비슷한 두 선수가 이번 시즌 NBA를 보는 이들로 하여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 이들 둘의 현재까지 치른 이번 시즌 경기력을 간단하게 살펴봤다.
썬더맨! ‘오클라호마시티의 오스카 로버트슨’ 웨스트브룩
이번 시즌을 앞두고 웨스트브룩에 대한 전설들의 찬사는 끊이지 않다. 케빈 듀랜트(골든스테이트)가 팀을 떠난 사이 웨스트브룩은 팀에 남았다. 자칫 오클라호마시티는 원투펀치가 와해되면서 전력의 근간이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듀랜트가 떠나면서 1년 계약이 남은 웨스트브룩마저 트레이드를 요구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웨스트브룩은 팀에 남기로 했다. 아직 1년 계약이 남았기 때문에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시즌을 보낼 뜻을 밝혔다.
이 때 오클라호마시티가 웨스트브룩과 돌연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웨스트브룩에게 계약기간 3년 8,500만 달러의 계약을 안겼다. 기존 1년 계약을 백지화시키면서 새로운 3년 계약을 맺었다. 계약 마지막 해에는 선수옵션이 들어가 있다. 이로써 웨스트브룩은 적어도 2017-2018 시즌까지 오클라호마시티맨으로 남게 됐다. 지금껏 듀랜트가 팀을 이끌었다면 이제 웨스트브룩이 오클라호마시티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웨스트브룩이 남은 이후 마이클 조던은 웨스트브룩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던은 그를 두고 “웨스트브룩은 30년 전 나와 닮은 점이 많다”면서 웨스트브룩의 투쟁심을 높이 샀다. 코비 브라이언트도 마찬가지. 브라이언트는 은퇴 후 한 TV 프로그램에서 자신과 가장 닮은 선수로 웨스트브룩을 꼽았다. 웨스트브룩을 두고 “나와 가장 비슷한 경쟁심, 감정, 투지, 격렬함을 지니고 뛰는 선수”라고 말했으며 “정말 열심히 한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역경이 닥쳐도 그대로 돌진한다”면서 웨스트브룩의 승부욕에 혀를 내둘렀다.
# 웨스트브룩의 최근 3시즌
2014-2015 67경기 34.4분 28.1점(.426 .299 .835) 7.3리바운드 8.6어시스트 2.1스틸
2015-2016 80경기 34.4분 23.5점(.454 .296 .812) 7.8리바운드 10.4어시스트 2.0스틸
2016-2017 44경기 34.6분 30.6점(.423 .324 .826) 10.6리바운드 10.4어시스트 1.5스틸
웨스트브룩은 지난 2014-2015 시즌에 듀랜트가 없을 때 팀을 이끌어 본 경험이 있다. 당시 듀랜트는 부상으로 고작 27경기를 소화하는데 그쳤다. 후반기(올스타전 이후)에는 아예 나서지 못했다. 오클라호마시티에서는 유달리 많은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힘겨운 시즌을 보냈다. 오히려 지금보다 전반적인 전력은 더욱 좋지 않았다. 당시 기록을 보더라도 지난 시즌의 웨스트브룩보다 기록적인 부분에서는 훨씬 더 빼어났다.
이때부터 웨스트브룩은 본격적으로 트리플더블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4경기 연속 트리플더블을 시작으로 후반기에만 무려 9번의 트리플더블을 뽑아냈다. 시즌 전체 11회의 트리플더블을 작성한 것에 비하면 후반기 기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웨스트브룩은 본인이 부상으로 시즌 초반 14경기에서 나서지 못했다.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어시스트나 리바운드가 하나씩 모자라 트리플더블 미수에 그친 적도 여럿 있었다.
지난 2014-2015 시즌에 듀랜트가 나서지 않았던 후반기 기록을 살펴보면 이미 답이 나온다. 웨스트브룩은 두 시즌 전 후반기에 28경기를 치러 경기당 36.6분을 뛰며 평균 31.4점(.420 .314 .840) 8.6리바운드 9.9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만 못하지만 흡사 이번 시즌과 같은 생산성을 보였다. 출장시간도 큰 차이는 없었다. 오히려 당시 기록과 비교하면 이미 지금까지만 보더라도 두 시즌 전에 비해 듀랜트가 없이 더 많은 경기를 치르고 있다.
듀랜트와 결별하자마자 무지막지한 경기력을 발휘하고 있다. 더 놀라운 점은 웨스트브룩이 오스카 로버트슨 이후 처음으로 시즌 평균 기록 트리플더블에 다가서 있다는 점이다. 반환점을 돈 이 시점에서도 시즌 평균 트리플더블 기록을 넘어서고 있다. 평균 30점 이상을 꾸준히 득점하면서 리바운드와 어시스트까지 모두 평균 두 자리 수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현재 웨스트브룩은 이번 시즌 득점 1위, 리바운드 11위, 어시스트 2위에 올라 있다. 가드 중에는 단연 가장 많은 리바운드를 잡고 있다. 팀 사정상 모든 것을 두루 책임져야 하더라도 가드가 꾸준히 10리바운드 이상을 잡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만하면 웬만한 포워드보다 많은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있음을 뜻한다. 실제로 웨스트브룩은 현재 듀랜트나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보다 많은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있다. 영역을 파워포워드까지 넓혀도 웨스트브룩보다 많은 리바운드를 잡는 선수는 많지 않다.
그 외 필드골 시도, 필드골 성공, 2점슛 시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웨스트브룩은 이번 시즌 평균 23.6회의 슛을 던지고 있다. 지난 시즌(18.1회)에 비하면 5.5회가 더 늘어났다.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슛을 시도하고 있자. 두 시즌 전 기록(22.0회)보다도 많다. 듀랜트가 아예 빠지면서 웨스트브룩이 홀로 공격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경기당 가장 많은 실책과 가장 많은 슛 실패 기록까지 1위에 올라 있지만, 이것만으로 웨스트브룩을 평가해선 안 된다. 세금과 같다고 하기에는 웨스트브룩이 지니고 있는 역할이 너무나도 많다.
2차 기록을 보면 잘 드러난다. 웨스트브룩은 현재 선수효율지수(PER)에서 29.6을 기록하며 1위에 올라 있다. 리그에서 29 이상은 선수는 웨스트브룩이 유일하다. 공 소유 빈도(Usage Percent)에서도 41.9로 독보적인 수준이다. 여기에 어시스트 비율에서도 57.2로 여타 선수들을 압도하고 있다. 2위(하든 : 52)와의 격차도 상당하다.
평균 선수대비 생산력(BPM)도 상당하다. 순수 BPM에서는 13.9를 마크하고 있다. 리그에서 10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웨스트브룩(13.9), 크리스 폴(10.4), 하든(10.2)이 전부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13 이상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여기에 공격에서의 BPM(Offensive BPM)에서도 1위에 올라 있다. 9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웨스트브룩(9.5)와 아이제이아 토마스(9.1)까지 딱 둘 뿐이다. 수비에서의 BPM(Defensive BPM)에서도 4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리그에서 4 이상 올리고 있는 선수는 드레이먼드 그린(5.0), 루디 고베어(4.6), 웨스트브룩(4.4), 야니스 아데토쿤보(4.0)이 전부다. 수비에서의 BPM은 대부분 빅맨, 그 중에서도 센터들이 독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웨스트브룩이 들어가 있다.
대체선수가치(VORP)에서도 독보적인 수준이다. 5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웨스트브룩과 하든까지 딱 둘이다. 이중 웨스트브룩은 무려 6.1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6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하든도 5.1로 만만치 않은 가운데 웨스트브룩이 웬만해서는 대체하기 힘든 선수 반열에 올라 있다. 이번 시즌 그의 영향력이 코트 구석구석까지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수 양면에서 가히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약과에 불과하다. 트리플더블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20회를 생산했다. 지난 11월 말부터는 무려 7경기 연속 트리플더블을 작성하기도 했다. 7경기 연속 트리플더블을 달성한 선수는 역사상 이전 세 명 뿐이었다. 윌트 체임벌린, 오스카 로버트슨과 마이클 조던이 전부였다. 이 대열에 웨스트브룩이 네 번째로 합류했다. 비록 역대 최다 기록은 체임벌린의 9경기 연속 트리플더블 생산에는 실패했지만, 로버트슨, 조던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만으로도 실로 대단했다.
그 결과 웨스트브룩은 어렵지 않게 역대 트리플더블 순위에서 현역 1위였던 제임스를 제쳤다. 웨스트브룩은 현재 58번의 트리플더블을 잡아내며 역대 트리플더블 6위에 올라 있다. 제임스를 제친 것도 모자라 제임스보다 벌써 13회의 트리플더블을 더 작성했으며, 이제 5위인 래리 버드의 기록(59회)에 바짝 다가 서 있다. 이대로라면 이 달 안에 역대 5번째로 NBA 역사상 정규시즌에서 60회 이상의 트리플더블을 작성한 선수가 된다. 아직 선수생활이 남아 있는 점을 감안하면 체임벌린의 기록(78회)을 넘어 역대 네 번째 80개의 트리플더블은 너끈히 생산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 대단한 점은 웨스트브룩이 본격적으로 트리플더블을 쌓은 것이 지난 두 시즌 전부터다. 그것도 후반기부터 시작했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늦은(?) 흐름이다. 두 시즌 전 후반기에서 9번을 포함해 지난 2014-2015 시즌에 11번의 트리플더블을 신고했다. 지난 시즌에는 무려 18번의 트리플더블을 작성했다(지난 1988-1989 시즌 매직 존슨이 17번의 트리플더블을 생산한 이후 단일 시즌 최다 트리플더블 기록). 여기에 이번 시즌에만 벌써 21번의 트리플더블을 끌어냈다. 이미 다 치르지 않은 최근 세 시즌에서만 50번의 트리플더블을 엮어냈다. 하물며 지난 2015년 2월부터 대략 48번의 트리플더블을 찍어냈다.
우리는 그간 웨스트브룩이 듀랜트와 뛰는 동안 웨스트브룩의 탐욕에 듀랜트가 양보한 것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오히려 웨스트브룩이 더 많이 양보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자신이 이만큼 뿜어낼 수 있음에도 이를 참았다고 보는 것이 맞아 보일 정도다. 그 정도로 웨스트브룩이 이번 시즌 보여주고 있는 활약상이 대단하다.
로켓맨! ‘휴스턴의 스티브 내쉬’ 하든
지난 시즌 후, 휴스턴과 하워드의 결별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하워드가 휴스턴의 데럴 모리 단장에게 좀 더 많은 비중을 바랐지만, 모리 단장은 단칼에 거절했다. 이적시장에 개장되자마자 휴스턴은 하워드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하워드는 이미 휴스턴에 정이 떨어진 후였다. 하워드는 자신의 남은 계약기간(1년)을 뒤로하고 선수옵션을 행사한 후 자유계약선수가 됐고, 애틀랜타 호크스와 계약(3년 7,050만 달러)했다. 하워드가 떠나면서 휴스턴의 전력은 약해졌다.
대신 휴스턴은 다른 쪽으로의 보강을 노렸다. 이적시장에서 라이언 앤더슨(4년 8,000만 달러), 에릭 고든(4년 5,400만 달러)를 붙잡았다. 공석이던 감독에는 마이크 댄토니에게 지휘봉을 맡기기로 했다. 다른 스타급 선수영입은 없었다. 이로써 휴스턴은 하든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농구를 펼칠 채비를 마련했다. 댄토니 감독은 부임 직후 하든에게 공격의 전권을 맡겼다. 하든에게 포인트가드를 맡기면서 고든과 함께 동시에 기용했다. 이전부터 하든이 휴스턴의 프라이머리 볼핸들러였지만, 이를 넘어서 공격시작부터 하든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시작할 여건이 마련됐다.
그리고 휴스턴은 하든과의 새로운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휴스턴은 하든과 2년 계약이 남아 있었다. 연간 약 1,800만 달러 수준의 계약으로 2012년 여름에 트레이드 직후 체결한 하든과의 연장계약이 아직 남아 있었다. 휴스턴은 기존의 계약을 파기하고 하든에게 엄청난 규모의 계약을 선물했다. 계약기간 4년 1억 1,800만 달러. 계약 마지막 해에는 선수옵션이 들어가 있으며, 이번 시즌부터 시행된다. 이번 시즌 연봉은 무려 2,654만 달러. 2018-2019 시즌부터는 하든도 연간 3,00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받게 된다. 사실상 연장계약이 연간 2,90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보전하는 계약이다.
휴스턴은 오히려 하든을 다시 붙잡은 셈이다. 이제 하든에게 수비를 맡길 만한 계약을 안기나 했다. 그러나 휴스턴은 창을 더 날카롭게 다듬기로 했다. 하워드의 이탈로 빠진 수비는 앤더슨과 고든의 3점슛으로 채웠다. 완연히 공격적인 농구를 펼치겠다는 심산이었다. 댄토니 감독은 피닉스 선즈에서 스티브 내쉬를 중심으로 팀을 잘 이끈 경험이 있다. 이를 고스란히 휴스턴에 녹여내겠다는 뜻이었다. 아직 고든이 부상을 당하지 않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해마다 부상에 신음하는 고든이 시즌 절반 이상을 소화했다. 하물며 현재 서부에서 골든스테이트와 샌안토니오 스퍼스 다음가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10연승을 질주하기도 했다.
# 하든의 최근 3시즌
2014-2015 81경기 36.8분 27.4점(.440 .375 .868) 5.7리바운드 7.0어시스트 1.9스틸
2015-2016 82경기 38.1분 29.0점(.439 .359 .860) 6.1리바운드 7.5어시스트 1.7스틸
2016-2017 45경기 36.6분 28.9점(.444 .347 .853) 8.3리바운드 11.6리바운드 1.3스틸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하든에 있다. 하든은 이번 시즌에도 지난 시즌과 다름없는 평균 29점 정도를 책임지고 있다. 여기에 해마다 끌어올린 어시스트 수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지난 2014-2015 시즌부터 평균 7어시스트를 넘어선 하든은 지난 시즌에도 평균 7.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러더니 이번 시즌부터는 무려 11개가 넘는 어시스트를 배달하고 있다. 평균 득점이 준 것도 아니다(0.1점 하락). 리바운드도 늘었다. 이 가운데 어시스트가 이전 시즌 대비 4개 이상 늘어났다. 이번 시즌 치른 45경기 중 하든은 36회나 더블더블을 작성했다. 이중 35번이 득점과 어시스트로 만들어낸 더블더블이다. 서두에 설명했다시피 하든은 이번 시즌에만 데뷔 후 가장 많은 13회의 트리플더블을 엮어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하든은 이번 시즌 20경기에서 30점 이상을 퍼부었다. 이중 16경기에서 30점+ 10어시스트+를 만들어냈으며, 40점 이상을 퍼부은 5경기에서는 모두 10어시스트를 동반해 더블더블을 생산했다. 또한 40점 이상 퍼부은 경기들 중 4경기에서 40점과 트리플더블을 동시에 뽑아냈다. 해당 부문에서 하든보다 많이 40점+과 트리플더블을 생산한 선수는 로버트슨(1963-1964)이 유일하다. 데뷔 후 처음으로 연이어 트리플더블을 처음으로 작성한 것도 모자라 이번 시즌에만 5번째 연속 경기 트리플더블을 신고했다. 여기에 지난 연말에는 3경기 연속 트리플더블을 생산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웨스트브룩이 워낙에 해당 부문에서 독보적이지만, 하든의 것도 못지않다.
백미는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뉴욕 닉스와의 홈경기였다. 하든은 이날 무려 53점 16리바운드 17어시스트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하든은 데뷔 이후 가장 많은 53점을 폭발시킨 가운데 동시에 데뷔 후 가장 많은 17어시스트를 더했다. 여기에 16리바운드는 이번 시즌 휴스턴 선수들 가운데 한 경기에서 가장 많은 리바운드 기록이다. 동시에 이번 시즌 첫 50점과 트리플더블을 동시에 달성했으며, NBA 역사상 한 경기에서 50점 15리바운드 15어시스트를 달성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하든이 이를 처음으로 작성했다. 참고로 지난 1968년에 윌트 체임벌린이 53점을 올리며 트리플더블을 작성한 바 있다. 하지만 하든은 당시 체임벌린과 같은 53점을 올리면서도 어시스트와 리바운드를 더 많이 기록했다.
지난 19일까지의 기록으로 휴스턴은 이번 시즌에 5,153점을 득점했다. 이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2,572점이 하든의 손끝에서 나왔다. 하든이 득점하거나 하든의 어시스트가 포함된 득점이 무려 2,572점이나 된다는 소리다. 나머지 2,581점은 하든이 개입하지 않은 채 다른 선수들 전원이 합작한 득점이다. 하든이 휴스턴 공격에서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가 잘 드러난다.
하든은 현재 이번 시즌 출장시간, 3점슛 시도, 자유투 시도, 자유투 성공, 어시스트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자유투 시도는 리그에서 여전히 최고인 가운데 필드골 시도 3위, 3점슛 성공 3위, 필드골 실패 2위에 올라 있다. 이 중 이번 시즌 누적 어시스트에서는 하든이 리그에서 유일하게 500개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하든이 522개를 배달하는 동안 웨스트브룩은 458개로 뒤를 잇고 있다. 단 실책은 웨스트브룩보다도 더 많다(하든 258, 웨스트브룩 241). 누적 득점은 웨스트브룩에 이어 2위에 올라 있으며, 현재 이 둘 만이 누적 1,300점을 돌파해 있다(3위 드로잔 1,183). 평균 득점도 웨스트브룩에 이어 응당 2위를 지키고 있다.
어시스트 비율은 52로 웨스트브룩의 뒤를 쫓고 있으며, 공 소유 빈도(Usage Percent)는 34.2로 4위에 올라 있다. 오히려 웨스트브룩이나 드로잔보다 공을 적게 잡고도 득점과 어시스트에서 탁월한 생산성을 과시하고 있다. 승리기여도(Win Shares)에서도 단연 빛난다. 하든이 유일하게 9 이상을 기록하며 1위에 올라 있으며(하든 9.1, 2위 듀랜트 8.6, 9위 웨스트브룩 6.4), 공격에서의 승리기여도(Offensive Win Shares)에서도 유일하게 7이상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 있다. 수비에서의 승리기여도(Defensive Win Shares)에서는 의외로(?) 2 이상으로 15위에 올라 있다(1위 고베어 3.4, 9위 웨스트브룩 2.4).
최근 『Sports Illustrated』의 크리스 매닉스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하든이 처음에 포인트가드로 나서는 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하든은 “저는 좋은 패서이자 플레이메이커”라면서 “제가 경기의 90% 동안 공을 다룬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하든은 “선수들이 슛을 던질 기회를 갖고 있고, 이게 중요한 것”이라면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하든은 처음에는 조금은 생소했지만, “트레이닝캠프 이후 점차 쉬워졌고, 높은 수준의 경기를 펼치려 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휴스턴의 댄토니 감독도 하든의 포인트가드 기용을 두고 “그의 기술들은 포인트가드에 적합하다”면서 애당초 하든이 포인트가드였고 맡은 바 임무를 충분히 잘 소화해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어찌보면 하든도 보다 자기에게 맞는 옷을 이제서야 입었는지도 모르겠다. 자기가 갖고 있는 기술을 모두 구현할 수 있는 라인업이 비로소 나온 것이라 봐야 한다. 하든의 말처럼 이전에도 자신은 좋은 플레이메이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가드 위주의 팀을 잘 조련해 본 댄토니 감독의 색깔과 경험이 잘 버무려 진 결과로 봐야 한다. 하든은 이번 올스타전에서 생애 처음으로 주전으로 출장한다. 러셀 웨스트브룩이 이처럼 좋은 식즌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웨스트브룩까지 넘어섰다. 하든은 팬 투표, 선수단 투표, 기자단 투표에서 모두 2위를 차지했다. 여러 곳에서 고른 지지를 받았다. 하든이 이번 시즌에 생애 첫 MVP에도 성공할 수 있을지가 기대된다.
사진 = NBA Mediacent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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