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에 미치다, 인] ‘열혈 농구 팬’ 박이영 씨, “선수의 입장에 서는 팬(fan)이 되고 싶어요”
- 대학 / kahn05 / 2014-08-04 07:28:45

[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대한민국 남자농구 국가대표팀과 뉴질랜드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의 평가전이 지난 29일과 31일에 열렸다. 1차전이 열렸던 29일에는 6,114명, 2차전이 열렸던 31일에는 6,523명의 관중이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모든 관중이 입을 모아 ‘대한민국’을 외쳤다. 12명의 태극 전사는 팬의 환호와 열기에, 왕성한 활동량과 허슬 플레이로 화답했다. 그 결과, 한국(FIBA 31위)은 자신보다 12단계 높은 뉴질랜드와 1승 1패를 기록했다.
박이영 씨는 두 팀의 시즌권(안양 KGC, 서울 삼성)을 구입할 정도로 ‘농구광’이다. 그녀 또한 국가대표 평가전을 관람했다. 어릴 때부터 잠실학생체육관을 찾은 그녀에게도, 이 날 경기는 남달랐다. 단순히, 8년 만에 열린 A매치여서가 아니다. 1990년대 농구대잔치의 열기를 다시 한 번 느꼈기 때문이다.
팬이 없는 프로 스포츠는 존립할 수 없다. 팬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하다. 그러나 박이영 씨의 생각은 달랐다. 농구만 30년 넘게 지켜온 그녀. 그녀가 생각한 ‘팬(fan)’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 ‘응답하라 1994’ 어느 농구 팬의 추억담
박이영 씨의 외할아버지는 1954 스위스 월드컵 당시 대표팀 주장이자 MBC 해설위원이었던 고(故) 주영광 씨였다. 덕분에, TV 화면은 항상 스포츠로 가득했다. 박이영 씨는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많이 접할 수 있었어요. 어렸을 때 저희 집에서는 스포츠를 안 보면 혼나기도 했는걸요.(웃음) 어렸을 때 집이 삼성동이어서 말을 잘 못할 때부터 잠실학생체육관이나 잠실야구장을 놀이터보다 자주 갔죠”라며 어린 시절을 추억했다. 박이영 씨에게 ‘농구’는 어린 시절부터 ‘일상’이었던 셈이다.
1977년생인 박이영 씨는 학창시절을 농구대잔치와 함께 보냈다. 그녀는 “농구대잔치를 보려면, 무조건 첫 차를 타고 와야 했어요. 팬들 사이에서는 그게 당연했죠. 그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어요. 뉴질랜드와의 평가전도 당시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때 알았던 오빠 언니들이 이제는 가족 단위로 구경을 왔더라고요(웃음)”라고 말했다. 당시 열기를 누구보다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박이영 씨는 한때 스포츠 언론인을 지망했다. 자신의 생활인 스포츠와 더욱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 그리고 많은 기자 지망생과 함께, 스포츠 언론인이 되기 위한 준비한 적도 있었다. 실제 언론사에서 근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좋아하는 스포츠가 막상 일이 되고 나니,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여겼다. 그렇다고 해서, ‘농구’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박이영 씨의 현재 직업은 프리랜서 입시 강사. 농구를 볼 수 있는 여건이 다른 직장인보다 좋다. 그렇게 그녀는 조금 더 자유롭게 ‘농구’와 더욱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 ‘KGC’ 그리고 ‘박찬희’에 빠진 이유는?
박이영 씨가 응원하는 팀은 안양 KGC. 2007~08 시즌, KT&G의 농구에 매력을 느꼈다. KT&G는 2007~08 시즌 당시 유도훈(47) 감독(현 인천 전자랜드 감독)의 주도 하에, 주희정(서울 SK)-양희종(195cm, 포워드)-마퀸 챈들러(196cm, 포워드) 등을 앞세워 빠른 농구를 펼쳤다. 김성철(KGC 코치)과 김일두(전주 KCC) 등의 활약도 쏠쏠했다. 많은 팬이 당시 KT&G의 ‘런 앤 건’에 빠져들었다.
박이영 씨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KGC의 박찬희(191cm, 가드). 박찬희는 191cm의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포인트가드를 맡고 있다. 빠른 발을 이용한 속공 전개, 체력과 활동량을 이용한 압박 수비로 대표팀에 가세했다. 박이영 씨는 “원래부터 빠른 농구를 좋아했어요. 어릴 때부터 장신 가드와 장신 포워드에 대한 로망이 있었죠. 박찬희라는 장신 가드가 KGC에 가세했고, 빠른 농구를 펼쳤죠. (이)정현-(오)세근과도 시너지 효과를 냈어요”라며 박찬희를 좋아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애정이 박찬희에게만 치우친 것은 아니다. 그녀는 모든 KGC 선수에게 애정을 보이고 있다. KGC 선수와의 에피소드도 있을 법했다. 박이영 씨는 “(오)세근 선수가 신인 드래프트 된 직후에, KBL에서 주최한 신인 오리엔테이션을 함께 간 적이 있었어요. 그 자리에서 지난 시즌 성적을 물어봤죠. 그리고는 자기가 승패를 바꿔놓겠다고 말을 했죠. 그리고 첫시즌에 실제로 바꿔놓고 우승이란 선물을 안겨줬죠.”라며 오세근(200cm, 센터)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세근의 당돌함과 패기는 그녀의 가슴에 아직도 남아있다.

# “선수의 입장에 서는 팬이 되고 싶어요”
팬의 역할은 단순히 선수를 응원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묵묵히 지켜보는 것도 팬의 역할. 박이영 씨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팬 중에서 ‘내가 이렇게까지 좋아하고 있는데, 선수는 왜 이러한 생각을 하지 못할까’라는 분이 계세요. 우리가 그 선수를 좋아한다고, 그 선수에게 보답을 받으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또 분명 선수들도 팬에게 고마움을 갖고 있고 다 알고 있으면서도, 방법을 몰라서 표현을 못하거나 가끔은 잘못 표현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선수들과 팬들 사이에 오해가 생기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러한 오해가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선수와 팬 사이에서 오해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선수 입장에 서는 팬이 되고 싶어요”라며 자신이 팬으로서 해야 할 임무를 말했다.
그러나 이는 박이영 씨처럼 농구를 오랫동안 지켜본 팬에게만 가능한 역할. 농구를 접하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 팬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박이영 씨는 “농구는 다른 종목에 비해, 선수들과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이 좋다고 생각해요. 우선,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와 친해졌으면 좋겠어요. 팬과 선수가 친해졌을 때의 강점은 서로 믿음이 생긴다는 거에요. 선수들은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려고 노력하죠”라며 선수와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녀가 선수와 팬의 신뢰 관계를 강조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프로 선수는 자신의 고민과 고충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 코칭스태프와 동료, 구단 사무국 등이 있다고는 하지만, 100% 사적인 관계는 아니다. 박이영 씨는 “선수들과 이야기하면서, 선수들이 자신의 고민과 고충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많지 않다는 걸 많이 느껴요. 물론 농구에 대한 고민들이죠. 물론, 선수의 미래나 구단의 문제 등을 얘기하는 건 주제 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선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가끔은 이 친구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농구를 봐온 사람이니까 이 친구들이 농구에 대해 고민하고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라고 팬이 선수의 입장에 서야 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 Post Script, 그녀의 마지막 한 마디는?
그녀는 인터뷰 말미에 “많은 사람이 국가대표 경기를 갈망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종목처럼, A매치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U-17이나 U-18 등의 대회부터 순차적으로 유치했으면 좋겠어요. U-18 선수들이 카타르에서 대회를 한다는데, 대회 무기한 연기부터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들었어요. 실제로 어린 친구들도 맨날 중동만 간다고 우스갯소리로 그러더라구요. 이런 선수들도 이렇게 많은 팬의 환호를 받으며 경기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우리 나라 선수들이 더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팬은 선수를 떠날 수 없고, 선수 또한 팬 없이 만족스러운 농구 인생을 펼칠 수 없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지만, 팬과 선수의 관계는 특히 상호 존중과 배려가 요구된다. 박이영 씨가 남기고 싶은 메시지도 인생의 평범한 진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을까?
사진 제공 = KBL(첫 번째 사진), 박이영(2~4번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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