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미래다⑪]'농구명가의 자존심' 중앙대 박철호-이호현

KBL / leehyeeun / 2014-05-28 09: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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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코리아 = 이혜은웹포터] ‘클래스는 영원하다’고 했던가. 허재(전주KCC감독), 강동희(전원주동부감독)에서 김주성(원주동부/F)과 김선형(서울SK/G), 오세근(상무/C)……. 모두 중앙대를 찬란히 빛나게 한 이름들이다.

이들이 빛나게 한 것은 중앙대뿐만이 아니었다. 한국농구도 이들의 활약상에 따라 함께 웃었다. 때문에 ‘농구명가’, ‘전통의 강호’와 같은 단어들은 자연스레 중앙대를 수식하는 단어가 됐다.

그러나 찬란했던 09학번의 졸업 이후, ‘중앙천하’의 타이틀은 이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경희대에 넘어갔다. 중앙천하가 막을 내리고 ‘경희천하’가 도래했다지만 여전히 중앙대는 강했다. 늘 6강행 티켓 만큼은 끝까지 사수하고야 말았던 중앙대였다.

그런 중앙대가 2013시즌, 그 위상과 조금은 동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졸업생들의 공백에 주전 센터였던 박철호(200cm, C)까지 시즌 중반 부상을 입으며 휘청대더니, 결국 대학농구 후발주자인 상명대에 밀려 처음으로 6강 진출이 좌절되는 쓴맛을 봤다.

충격도 잠시, 올해 중앙대는 전열을 가다듬었다. 다행히 10학번이 전성현(안양KGC/F) 한 명뿐이었던 만큼 졸업생 공백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거기에 무려 11명의 새내기를 새로 영입했다. 특히, 김국찬(193cm, F)과 이우정(185cm, G), 김우재(200cm, C)의 새내기 3인방은 중앙대의 차세대 유망주로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여러모로 경험이 부족하고 대학무대에 적응해 나가는 것이 우선인 새내기들에 거는 기대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올해 농구명가의 ‘자존심회복’이라는 거대한 과제는 사실상 중앙대 4학년 3인방인 박철호와 이재협(198cm, F), 그리고 이호현(183cm, G)에게 상당한 무게가 쏠려있다.

“저희는 아파도 그냥 참고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밑 학번 애들이 아프면 쉰다 해도 (이)재협이랑 (박)철호랑은 (팀을) 이끌어야 되니까 아파도 참고 하죠. 철호가 또 주장이다 보니까 후배 아이들 잘 추슬러 주죠. 잘 해요 철호가. (호현)”

이렇듯 올해 중앙대 공격의 주축은 4학년 3인방이다. 이재협과 박철호가 골밑을 지키고, 이호현은 1번과 2번을 오가며 내외곽에서 득점을 올리고 있다. 박철호 역시 빅맨이지만 슛 거리가 길어 다양한 공격루트를 구사할 수 있다.

하지만 사정이 좋지 못했다. 경기는 소화하고 있지만 이호현은 발목이 좋지 않다. 박철호의 경우 시즌 초반 손가락 부상으로 경기 결장이 불가피했다. 이들의 몸 상태는 중앙대의 경기력과 직결됐다. 코트 위에 누가 남겨지던지 제 몫 이상을 해냈지만 아무래도 박철호나 이호현 중 한 명만 빠져도 중앙대 전력에 생기는 누수가 상당했다.

“(이)호현이가 팀의 주축이잖아요. 호현이가 폭발력이 있다보니까 호현이가 빠지게 되면 코트 위에서 (공격을) 터뜨려 줄 애들이 부족해요. 센터들이랑 2-2하는 게 호현이 장기인데 호현이가 빠지면 공격루트도 훨씬 제한적이죠. (철호)”

“시즌 초반에 (박)철호가 손가락 부상 때문에 한 번 뛰고 계속 못 뛰었어요. 철호가 저희 팀 기둥이고 높이인데 철호가 없으니까 리바운드도 안 되고 높이에서 힘들더라고요. 또 (박철호가) 주장이기도 하니까 팀원들 리드하는 데 있어서도 어려움이 있고요. (호현)”

이호현은 현재 중앙대에서 1번과 2번 포지션을 모두 소화하고 있다. 일단 팀에서는 2번으로 나오지만 어린 선수들이 경기를 운영해야 하는 상황에서 김유택 감독은 이호현에게 ‘네가 실질적인 리더’라며 믿음을 표했다고.

때문에 득점뿐 아니라 전반적인 경기 조율에도 함께 신경을 써야 하는데 어려운 점이 적지 않다. “게임이 잘 될 때는 다같이 모여서 파이팅을 불어넣죠. 그런데 팀이 안 되면 팀원들도 안 되는데 저도 안 풀리니까 오히려 말도 더 안하고 같이 가라앉게 되더라고요. (호현)”

박철호 역시 어려운 부분은 있다. 체육교육과 4학년인 박철호는 교생실습을 위해 용인에 위치한 한 학교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먼 길을 매일같이 오가다보니 여러 가지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아 최근에는 체중이 꽤 줄었다.

“교생실습 때문에 운동을 많이 참여하지 못해서 감독님께서 체력훈련 위주로 많이 시키고 계세요. 센터 자리잡고 움직이는 것도 함께 훈련하고 있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교생 나가느라 피곤해서 입맛이 없다보니까 살이 빠지더라고요. 다시 찌우면 좋긴 한데 운동을 많이 못하니까 혹시 찌웠다가 몸이 무거워질까봐 섣불리 못 찌우고 있죠. (철호)”

두 선수가 신경 써야 할 것은 또 하나 있다. 올해 4학년인 이호현과 박철호는 드래프트를 앞두고 있다. 특히나 이승현(고려대/F)이나 김준일(연세대/C), 배수용(경희대/F) 등 좋은 빅맨들이 많아 ‘빅맨 풍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박철호로선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

“부담이… 엄청 되죠(웃음). (지명 순위) 잘 갈 생각은 안 하고 있는데 프로에 간다면 최선을 다해서 하겠다는, 그런 쪽으로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철호)”

박철호 본인은 ‘김준일-이승현보다 한 수 아래’라고 스스로를 평했지만 이호현의 눈에 박철호는 그 어떤 선수보다 유능한 빅맨이다. “힘에서는 (이)승현이나 (김)준일이랑 동등하다고 봐요. 승현이도 슛을 잘 쏘지만 철호도 슛이 좋고요. 센터인데도 슛이 굉장히 좋아요. (호현)”

드래프트에 대한 부담감은 이호현 역시 마찬가지. 올해 2번 재목으로는 이현석(상명대/G)과 김수찬(명지대/G)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호현은 다른 2번 포지션의 선수들과 다르게 경기 운영에도 강점이 있다. 특히 빅맨을 이용한 스크린 플레이는 이호현의 장기다.

“(이)호현이는 (장점이) 너무 많은데(웃음). 일단 1,2번 모두 소화가 가능해요. 슈팅능력도 좋고 빅맨이 스크린이랑 2-2만 조금 할 줄 알면 호현이가 잘 만들어주고요. 패스나 센스, 타이밍 이용 다 잘해요. (철호)”

이렇듯 두 선수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 중앙대. 하지만 이번시즌, 중앙대는 조선대, 단국대 등 대학리그에서 상대적 약체로 꼽히는 팀들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펼치며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연히 이길 거라고 생각하고 들어갔어요. 시합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저희가 방심을 한 거죠. 약체라 해서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경기에 들어가다 보니까 경기력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호현)” “쉽게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가는 거 자체가 잘못된 것 같아요. 그런 생각하다보니 저희끼리 나태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철호)”

중앙대가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보니, 최근에는 상명대가 중앙대의 라이벌 자리를 노리고 있는 모양새다([우리가 미래다⑨]이현석-정성우편). 상명대의 도발에 중앙대 두 선수의 반응은 어땠을까.

“당황스럽네요(웃음). (호현)”

“결과로 봐서는 라이벌로 볼 수도 있는데 저희 생각에는 라이벌이 아닌 것 같은데요(웃음). (철호)”

두 선수가 중앙대의 라이벌로 꼽은 학교는 바로 경희대. “신입생 때부터 결승에서 항상 경희대를 만났어요.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1학년 때부터 경희대와의 경기는 매번 피튀겼던 것 같아요. (호현)”

이제 두 선수가 중앙대의 유니폼을 입고 뛸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누군가는 두 선수의 공백을 메워야 할 터. 박철호는 김우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조)의태(197cm, F)가 5번을 보기엔 키가 작고 힘이 약한 편이에요. 대신 (김)우재가 좀 더 적극적으로 해주길 바라고 있어요. (철호)”

이호현의 경우엔 박지훈(181cm, G)에게 기대를 걸고 있었다. “(박)지훈이가 잘해요. 제가 빠지면 훨씬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신 (후배들이) 전반적으로 공격적인 부분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저희 4학년 3명이 득점을 주로 하다보니까 애들이 정작 자기 공격 찬스가 오면 자신감이 없어서 패스만 돌리더라고요. (호현)”

‘중앙천하’를 함께 했고, 이제는 그 농구명가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최전방에 선 박철호와 이호현. 두 친구에게 서로는 어떤 존재가 되어주고 있을까.

#박철호에게 이호현이란?

머리카락이요(웃음). 없으면 허전한데 있으면 좋잖아요(웃음).

#이호현에게 박철호란?

앞으로도 계속 보고싶은 친구인 건 당연하고, 철호는… 마트요. 철호가 음료수 없이는 못 살아요. 철호한테 마트가 필수인 것처럼 철호도 저한테 그런 친구에요(웃음).

서로에게 애정어린 한 마디도 건넸다.

#철호: 다치지 말고 이거 오그라들어서 못하겠다(웃음)- 프로 진출해서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

#호현: 나는 그냥 짧고 굵게, ‘사랑한다!’

대학리그는 이제 A조와 B조의 크로스매치에 돌입하게 된다. B조에 속한 중앙대는 두 선수가 라이벌로 꼽은 경희대와 이번 시즌 6강행 티켓을 두고 격돌하게 될 건국대, 한양대, 동국대 등이 버티고 있는 A조와의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두 선수의 각오는 짧지만 강렬했다.

“이겨야죠. (호현)”

“무조건(철호)”

사진 = 중앙대 박철호-이호현선수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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