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농구를 말하다 ⑤] 이혜림 삼성생명 통역, 그녀가 생각한 통역의 자격 조건은?(2편)

KBL / kahn05 / 2014-02-06 00:04:05
20140206 용인 삼성생명 앰버 해리스

[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배려(配慮)’와 ‘이해(理解)’다. 서로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개인이 발전하는 것은 개인의 주변에 있는 또 다른 개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배려’와 ‘이해’는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요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통역이라는 직업도 마찬가지다. 통역은 단순히 감독의 말을 대신해 외국인선수에게 전달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서로 다른 농구관과 서로 다른 문화를 ‘배려’하고 ‘이해’해야 하는 사람이다. 이혜림(29) 삼성생명 매니저 또한 이러한 부분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배려’와 ‘이해’라는 사회의 필수 요소를 항상 가슴에 품고 있는 듯했다.

# “지난 시즌 챔프전 진출, 가장 기억에 남아요”

2012~13 시즌, 전체 4순위로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에 입단한 앰버 해리스(196cm, 26). 하지만 지난 시즌 여자프로농구(WKBL)에 입성한 외국인선수는 3라운드가 돼서야 출전할 수 있었다. 앰버 역시 3라운드부터 출전했고,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안산 신한은행 에스버드를 상대로 30득점 1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첫 경기부터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삼성생명은 앰버의 활약으로 신한은행을 66-51로 완파했다.

이혜림 씨 또한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듯했다. 그녀는 “3라운드 첫 경기가 기억에 남아요. 국내 선수들도 다 잘해줬지만, 앰버의 활약이 컸어요. 하은주의 슛을 블록한 것도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라며 앰버의 데뷔전이 기억에 또렷하게 남았다고 밝혔다. 또한, “신한은행과 플레이오프 3차전도 기억에 남아요. 엠버가 잘 해줬고, (김)한별이가 부상 중이었는데도 잘했던 기억이 나요”라며 2012~13 시즌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추억했다.

애슐리 로빈슨(193cm, 센터)과의 추억도 생생하다. 하지만 로빈슨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을 떠났다.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인해 시즌 아웃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혜림 씨에게는 로빈슨이 여느 외국인선수만큼 소중한 존재다. 이혜림 씨는 인터뷰 당일 로빈슨이 선물한 립클로즈를 바르고 있었다. 함께 했던 시간은 짧았지만, 함께 했던 추억은 쉽게 잊지 못하는 듯했다.

20140206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 이혜림 통역 김한별

# 통역이 갖춰야 할 요소 - ‘배려’와 ‘이해’

많은 이들이 이념 차이 때문에 충돌하고는 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도, 틀린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것일 뿐이다. 서로가 살았던 환경과 생각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한국인 선수와 외국인 선수도 마찬가지다. 피부색과 농구하는 방식이 다를 뿐, ‘농구 선수’라는 근본적인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혜림 씨도 이러한 부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코트 안에서는 코칭스태프와 국내 선수, 외국인선수의 소통을 도와줘야 해요. 코트 밖에서는 정신적인 면에서 어떻게 관리를 해주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외국인선수에게 우리 나라는 모든 것이 다를 거에요. 그래서 세심하게 챙겨줘야 하죠”라며 외국인선수에 대한 세심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타국에서 외로움이 클 거에요. 먹는 것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다른 동료 선수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거에요. 그래서 서로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곧 경기력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거기에는 통역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합니다”며 ‘배려’와 ‘이해’가 중요한 이유를 강조했다.

통역은 코트를 떠난 농구 선수에게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는 적합한 직업이기도 하다. 이혜림 씨는 “운동을 하다가 그만 둘 수도 있잖아요. 농구 선수에게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 수반된다면, 통역은 농구 코트에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요”라며 통역이 은퇴한 농구 선수가 경기장에 복귀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20140206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 이혜림 통역

# 농구 선수 출신 통역, 그녀의 최종 목표는?

선수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친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 이들 모두 은퇴하는 순간에는 후회를 한다. 이혜림 씨 역시 농구공을 놓은 사람 중 1명. 문득, 은퇴에 대한 후회가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혜림 씨는 “그만 둔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후회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그만 둔 거였고, 후회를 했더라면 농구를 더 열심히 했겠죠(웃음)”라며 굳은 심지를 드러냈다.

그녀는 영어 공부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것도 자신이 뛰었던 팀에서 말이다. 그녀는 “삼성생명에 입단한 것도 영광스럽다고 생각했어요. 운동을 그만 두고, 친정 팀에서 통역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게 또 이뤄지기도 했고요. 힘들기는 하지만, 정말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웃음)”라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통역이 이혜림 씨의 최종 목표는 아니다. 그녀는 “통역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개인적으로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공부를 늦게 시작했고, 그래서인지 공부를 더 하고 싶어요. 건강 문제 때문에, 호주에서 공부를 마치지 못한 것도 있고요. 기회가 된다면, 호주나 미국으로 가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싶어요”라며 공부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농구 선수 출신 통역. 우리 나라 스포츠 사회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이는 이혜림 씨가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녀의 끝없는 향상심이 일궈낸 성과이기도 하다. 그녀의 도전 정신에 환호와 응원을 보내며, 이번 기사를 마무리한다.

# 이혜림 삼성생명 매니저 프로필

- 생년월일 : 1985.02.13.
- 학력사항 : 부산 대신초-동주여중-동주여고-호주 TAFE NSW(학업 도중 건강 문제로 귀국)
- 주요 경력
1) 2002~04 :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 선수
2) 2007~2010 : 호주에서 유학 생활
* TAFE NSW에서 어학 연수(6개월)
* UNSW에서 어학 연수(6개월)
* TAFE NSW에서 Fitness 전공(어학 연수 후 2010년까지)
3) 2011~ :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 매니저 및 통역

사진 = 서수홍 기자, 바스켓코리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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