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을 주목하라!]한국 농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흥 절친', 이종현과 최준용
- 아마 / leehyeeun / 2014-01-10 10:20:03

[바스켓코리아 = 이혜은 웹포터] 만진다. 잡는다. 간다. 온다. 가르친다. 외출한다. 본다. 느낀다. 슬퍼한다. 화난다. 춤춘다. 노래한다. 밉다. 운다. 웃는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많이많이 사랑한다. 이 수많은 말들 중에 나하고 상관없는 거 있어? 하나라도 있으면 말해봐. 네 진심을 알았으니까 난 이제 하나도 불안하지 않아.
-로맨스가 필요해 2012 中-
로맨스에만 어울리는 대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말, 묘하게 이 두 선수가 맞잡은 손 위로 오버랩 된다.
“저 00이랑 절친 아닌데요?”
“원래 절친끼리는 절친이라고 얘기 안 해요.”
“저희는 연락을 자음으로 해요. ‘ㅇ’이라고 하면 ‘야’, ‘ㅁㅎ’하면 ‘뭐해’, ‘ㅅㅅ’는 ‘숙소’이런 식으로요.”
“자주 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뭐 일주일에 한 번씩 죽었나 살았나 연락하는 거죠(웃음).”
연세대 출신인 김태술과 양희종(이상 안양 KGC)부터 중앙대 출신인 김선형(서울 SK)-오세근(안양 KGC), 그리고 경희대를 졸업한 김민구(전주 KCC)-김종규(창원 LG)까지. 농구계에는 이렇듯 궁합이 딱 들어맞는 ‘절친’ 커플들이 있다. 실력으로 똘똘 뭉쳐, 단순히 친구라는 둘레를 넘어 소속팀에서 대표팀까지 그 질긴 연을 함께 하는 ‘절친’들.
그리고 지난 여름, 대학생선수가 대거 포진한 파격적인 엔트리로 파란을 일으킨 제27회 FIBA 아시아선수권대회는 우정과 실력으로 무장한 ‘절친 계보’를 이을 새로운 콤비의 등장을 알렸다. 다른 대학 콤비들과는 달리, 고등학교에서 일찍이 동년배 최고의 센터와 최고의 포워드로 만나 연을 같이 한 '신흥 절친'. 그들은 바로 '차세대 국보급 센터' 고려대 이종현(206cm, 센터)과 '코트 위 꾀돌이' 연세대 최준용(202cm, 포워드)이다.
“대학에도 좋은 포워드가 많지만 준용이라는 친구를 고등학교 때 만나서 같이 뛴 건 정말로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대표팀에서 다시 만나니까 진짜 좋고 재미있어요. 같은 소속팀에서 뛸 때랑 또 다르고요 (종현)”
“종현이는 어디다 갖다놔도 안 빠지는 센터잖아요. 연세대에도 (김)준일이형이나 (박)인태나 좋은 센터들이 많이 있지만 종현이는 저 엄청난 하드웨어에 점프까지 좋고. 종현이랑 뛰면 너무 좋죠. 아 원래 칭찬같은 거 잘 안하는데……(웃음) (준용)”
# 경복고, 동행의 시작
누군가 이야기했다. 친구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가장 든든한 '빽'이라고. 하물며 같은 꿈을 가지고 한 코트 위에서 뛰는 이들이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빽이 되고 있음은 당연한 일.
그러나 이종현과 최준용은 이제,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것 외에 한 코트 위에서는 고려대와 연세대라는 ‘희대의 라이벌’로 만나고 있다. 이종현은 이승현과, 최준용은 김준일과 함께 양교의 트윈타워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경복고에 재학하던 당시만 해도, 이종현-최준용의 막강한 트윈타워는 경복고를 여러 번 고교농구 정상에 올려놓았다. 특히, 경복고는 이종현과 최준용이 최고학년이던 2012년에는 춘계연맹전부터 시작해 21년 만에 차지한 전국체전 금메달까지, 고교 무대를 제패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서로 다른 대학으로 진학한 지금까지도 그들이 남다른 우정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비단 농구 실력 때문만은 아니다.
“고등학교 때 수업 들어가기 싫어서 (송)제문(성균관대)이랑 저랑 종현이랑 셋이 삼청동 카페 가고 그랬어요. (준용)”
“(웃음)여기저기 땡땡이 많이 치고 돌아다녔죠. (종현)”
이렇게 함께 한 시간이 긴 만큼 추억도 많다. 각자 다른 대학으로 진학을 결정하면서 이제는 좀 덜 만나나 했는데 성인대표팀 막내로 진천에서도 함께 방을 썼다. “대표팀 같이 선발됐다는 소식 들었을 때 정말로 좋았어요. 아, 막내가 나 혼자가 아니구나, 아이스박스를 혼자 안 들어도 되는구나 그랬죠(웃음). 근데 실은 (김)선형이형이랑 (오)세근이형, (김)민구형이랑 (김)종규형처럼 뭔가 짝을 만난 느낌이었어요. (종현)” 진천선수촌에서도 둘만의(?) 추억을 또 하나 만들어왔다. “진천 (성인대표팀 선수촌) 들어가면 1인 1실인데 저희 옆방이 비어있었어요. 그래서 옆방에 있는 매트리스를 옮겨서 종현이랑 같이 방 쓰고 옆방은 빨래방으로 만들어서 같이 자고 그랬죠.(준용)”
고등학교부터 대표팀까지. 덕분에 성격부터 습관까지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다. 최준용의 말을 빌리자면 이종현은 ‘결벽증 수준’으로 깔끔한 성격이란다. 최준용은 완전히 반대로 정리에는 젬병이라고. 때문에 함께 지낼 때면 이종현이 자연히 ‘엄마’노릇을 하게 된다.
“준용이는 진짜 잠을… 어휴,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자요. 기댈 데만 있으면 바로 자는데 자기 전에 옷을 허물 벗듯이 해놓고 자서 저는 그거 개 놓고(웃음) (종현)”
하나부터 열까지 둘이 닮은 구석이라곤 없다고 하는 두 선수. 그래서 다툴 일도 없었던 걸까? 이들은 싸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최준용은 이를 “서로의 양보와 배려(웃음)”덕분이라고 말한다. 덤으로 “종현이가 착해요. 날개없는 천사에요.”라며 친구 띄우기도 잊지 않는다.
둘의 성격이 판이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 즐거운 날보다 힘들고 지치는 날이 더 많은 운동선수에게 여가를 어떻게 즐기느냐는 또 하나의 화두다. 최준용은 그 여가(?)를 클럽에서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고. 이에 이종현은, “준용이가 저를 완전 배려놨어요(웃음). 전 원래 클럽 같은 거 하나도 몰랐거든요. 근데 얘 때문에… (종현)” “아니, 근데 너무 또 운동만 하고 그러면 안돼요. 쉴 땐 쉬고 놀 땐 놀 줄도 알아야죠(웃음). (준용)” 이상형도 신기하리만큼 반대다. “제가 워낙 크다 보니까 아무래도 키가 좀 크고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한 여자가 좋아요. 성격은 좀 엉뚱한? 4차원적인 매력이 있으면 귀여울 것 같아요. (종현)” “저는 키가 작고 귀엽게 생긴 스타일이요. (준용)”

# 연세대=얄미운 독수리, 고려대=종현이 '희대의 라이벌' 되어 다시 코트로
어쩌다보니 대학도 어느 학교가 이기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연세대와 고려대로 각각 진학했다. 최강의 트윈타워를 자랑하던 둘은 그렇게 코트 위에서 매치업으로, 라이벌로 대면하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서로가 서로한테 제일 신경쓰이는 상대죠. 준용이는 저 큰 키에 외곽 능력도 좋고 일단은 스피드가 좋아요. 저는 아무래도 스피드가 떨어지는데 준용이는 날쌔서 그게 제일 부러워요. (종현)” “표정 관리? 연기를 잘해요 종현이가. 힘든 척을 엄청 잘해요. 근데 또 할 건 다해요. 리바운드 계속 잡고! (준용)”
특히 양교의 운동부 선수들이라면 이를 갈고 준비하는 정기전 때는 서로 연락조차 하지 않을 정도. 하지만 그러한 모션들은 겉으로만 취하는 것일 뿐, 속내마저 죽고 못사는 승부욕으로 검어진 것은 아니다. “사실 고대랑 연대랑 서로 너무 잘 알아요. 어떤 패턴을 쓰는지 까지도 다 알 정도로요. 정기전에서 만나면 그냥 반가워요. 물론 이기는 게 목표지만 경기장 안에서는 치열하게 하고, 또 나오면 반갑고 그런 거죠. (종현)” “‘정기전’ 이러면 괜히 더 치열하고 그럴 것 같은데 저는 그냥 똑같아요. 별 느낌 없어요. 그냥 고대랑 또 만나는구나 그 정도? (준용)” 그래서인지 최준용에게 고려대란 그냥 “종현이”다. “그냥 ‘고려대’하면 종현이밖에 안 떠올라요. 아, 그리고 좀 웃겨요. 얘랑 강상재(고려대)랑(웃음). (준용)” “고려대는 예능이야 무슨(웃음)? (종현)”이라고 받아친 이종현에게 그럼 연세대는 어떤 존재일까? “얄미운 독수리? 시합장에서 워낙 자주 만나잖아요. 라이벌이다 보니까 자주 만나서 싫어요. 어쩌다 한 번만 만나면 좀 반가운 맛도 있고 할 텐데 너무 자주 봐요(웃음). (종현)”
아무리 그렇다 해도 정기전은 그 자체로 여타 다른 경기와 같을 수가 없다. 김민구-종규 경희대 콤비도 부러워했던 그 정기전이다. “그 함성 있잖아요. 그게 최고에요 진짜. 그건 말로는 다 표현 못해요. (종현)”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함성소리를 들으면 왠지 모를 희열이 느껴진다는 이종현. 함성에 응답하는 자세 역시 남다르다. 지난달 22일 있었던 올스타전에서는 눈에 띄는 오렌지색 농구화와 양말로 소위 “깔맞춤”을 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보여줄 농구화와 양말이 많이 남아 있으니 기대해도 좋다고. “그런 건 저희 둘이 통해요. 저도 튀는 거 좋아하거든요. 근데 얘는 막 (관중호응 유도하는 손짓을 하며) 이 xx하니까(웃음). (준용)”
# 종현-준용 '절친', "2014 인천에서도 일 내보고 싶어"
최준용은 이젠 연세대와 고려대로 떨어져 각자의 백코트에서 땀을 쏟는 둘을 두고, “떨어져 있어도 계속 붙어있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경복고부터 시작해 정기전, 성인대표팀, 올스타전까지.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실감이 나는 말이다.
한 소속팀의 감독에게 상대팀의 선수를 평가하는 일이란, 여러 가지 이유로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친구사이에서라면 건설적인 비판도, 그를 영양가 있는 자양분으로 받아들이는 일도 어렵지 않게 일어난다. “준용이는 다 좋은데 슈팅에 기복이 약간 있어요. 저렇게 장신인데 외곽능력이 있다는 건 상대팀으로선 정말로 위협적인 건데 그 기복만 조금 조정하면 엄청나게 위력적인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종현)” “종현이는 체력? 단점이라기보다도 워낙 잘 하는 애다 보니까 체력을 키울 시간이 없잖아요. 체력이 있어야 다치지도 않고 잘 할 수 있는 거니까 체력훈련 많이 해서 조심해서 잘 했으면 해요. (준용)”
이 '절친'에겐 2014년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 2014년은 유난히 국제대회가 많은 한 해. 그 중에서도 이들에게 의미가 있는 대회는 단연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다. 아시안 게임에서 대한민국이 마지막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건 2002년. 이후로는 계속해서 중국에 금메달을 내줬다. 지난 8월, FIBA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16년만에 농구월드컵 진출티켓을 따온 두 주역인 만큼 각오도 남다르다. “제가 뽑히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2014년에는 (하)승진(전주 KCC)이형도 있고 하니까 충분히 (메달)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또 홈이다보니까 성인대표팀에서 또 한 번 불러만 주신다면 지난해보다 더 성장한 모습 보일 수 있을 것 같고, 그 전에 먼저 돌아오는 시즌에 성장한 모습 보여서 꼭 대표팀에 뽑혀서 둘이 같이 뛰는 모습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종현)”
이렇게 우정과 실력으로 무장해 서로의 든든한 빽이 되어 밀어주고 당겨주며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나가는 '신흥 절친' 이종현&최준용. 마지막으로 물었다. 이들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일까?
# 최준용에게…이종현이란?
_“비타민? 보기만 해도 힘이 나서요. 너무 가식적인가?(웃음&이종현의 야유) 힘들 때 연락오면 좋아요. 힘나고.”
# 이종현에게…최준용이란?
_“저는 속옷이요! 없으면 허전하고 있으면 좋고(웃음).”
이들에게 우정은 '껌'이라고 한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자음으로 연락해도,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성격에도, 싸운 적 한 번 없이 언제나 '질기기' 때문에 그렇단다. 이 “질긴” 우정이 한국농구의 주축이 되어 또 한 번 코트에 파란을 일으키길 기대해본다.
# 따뜻한 말 한마디

To. 준용이에게
1년 중에 동계가 가장 중요하니까 다치지 말고 내년에는 이렇게 자주 보지 말고 어쩌다 한 번씩 만나서 재미있게, 좋은 시합하자. 근데 사실 연대랑 만나는 게 제일 재미있어(웃음). from_종현

To. 종현이에게
너넨 재밌었겠지. 우린 하나도 재미없었거든? 너네랑 4번? 5번? 만났는데 한 번 이겼나 그래. 고대랑 시합하면 분위기 막 안 좋고……. 종현아, 내년에는 더 잘하지 말고 한 번쯤은 져주고 그래라. from_준용
사진 = 이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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