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Inside] 극심한 서고동저 현상, 그 원인은 어디에?
- NBA / Jason / 2013-12-02 09:23:28

[바스켓코리아=이재승 기자] 2013-2014 NBA가 개막한지도 어느 덧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스타급 선수들의 부상이 줄을 이어 안타깝기도 하지만 리그는 여전히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팀당 15~17경기를 치른 현재, 각 팀들은 순위싸움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순위차트를 보면 예년에 비하여 유독 차이가 나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바로 각 컨퍼런스의 격차가 너무나도 현격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서부에 속한 팀들과 동부에 위치한 팀들의 승률 차가 극심하다. 하다못해 서부 컨퍼런스가 '1부 리그', 동부 컨퍼런스가 '2부 리그' 냄새가 날 정도로 동서간의 전력 차가 유독 뚜렷하다.
지난 10년 간, NBA를 살펴보면 서부의 팀들이 늘 더 좋은 승률을 기록했던 것은 사실이다. 심지어 마이클 조던의 2차 은퇴 직후까지 샘플을 확대해 보더라도 서부에 있는 팀들이 동부에 자리하고 있는 팀들보다 좋은 승률을 올려왔던 것 또한 분명하다. 심지어 지난 두 시즌 동안에는 마이애미 히트가 2연패를 달성했음에도 동서 간의 격차는 좀체 줄어들 틈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과연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번 시즌의 흐름을 진단해 보고 앞으로도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인지 예상해 보고자 한다.
무너지고 있는 동부 컨퍼런스, 현재 상황은?
동부에서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팀들은 단 세 팀에 불과하다. 3연패에 도전하는 유력한 우승 후보인 마이애미와 시즌 초반 활화산과 같은 기세를 내뿜고 있는 인디애나 페이서스 그리고 동부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애틀랜타 호크스가 전부다. 그 외 나머지 열 두 팀이 5할 승률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4할 승률을 넘지 못하는 팀이 무려 여덟 팀이나 될 정도로 동부 컨퍼런스의 성적은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이다.
시즌 개막 전만 하더라도 마이애미, 인디애나는 물론이고 시카고 불스, 브루클린 네츠, 뉴욕 닉스, 마지막으로 애틀랜타가 상위권을 유지할 것으로 점쳐졌다. 이어 워싱턴 위저즈,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디트로이트 피스턴스 등이 얼마 남지 않은 자리를 두고 다툴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동부의 상위권에 위치해야 할 팀들이 내리 미끄러지며 동부가 '싱거운 컨퍼런스'로 전락하는데 크게 일조한 셈이다.
# 이들은 지금 어디에?
불스 7승 8패 (지구 2위, 동부 7위)
네츠 5승 12패 (지구 4위, 동부 13위)
닉스 3승 12패 (지구 5위, 동부 14위)
* 컨퍼런스 최하위 밀워키가 3승 13패
사실 동부에서는 리빌딩에 들어간 팀들을 제외하고는 그런 데로 선전할 것으로 여겨졌다. 서부 컨퍼런스의 그것에는 비할 바가 아니겠지만, 앞서 나열한 최하 여섯 팀 정도는 자리를 굳건히 할 것으로 예측되었기 때문. 하물며 리빌딩에 들어간 팀들(필라델피아, 올랜도, 보스턴)에 샬럿 밥캐츠까지 있어 나머지 팀들이 어렵지 않게 승률을 올릴 수 있는 여건이었다. 그럼에도 동부 컨퍼런스는 소위 해줘야 할 팀들이 내리 미끄러지며 흡사 하부리그로 전락하고 말았다.
먼저 뉴욕 주를 연고로 하고 있는 두 팀, 닉스와 네츠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뉴욕은 시즌 초반부터 분위기를 잡아나가지 못했고, 급기야 타이슨 챈들러가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하위권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는 브루클린도 마찬가지. 브루클린은 기존 전력에 보스턴의 심장을 이식했지만 현재까지 미덥지 못한 결과를 내고 있다.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들이 즐비한데다 설상가상으로 데런 윌리엄스, 브룩 로페즈, 안드레이 키릴렌코, 제이슨 테리와 같은 주력 선수들이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갈 길을 잃은 배가 되고 말았다.
뉴욕과 브루클린이 추락하면서 대서양지구는 그야말로 'D-리그'급으로 분류되고 있다. 애당초 필라델피아와 보스턴이 리빌딩에 돌입했고, 토론토 랩터스는 마사히 유지리 단장 부임 이후 갓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즉, 대서양지구는 뉴욕과 브루클린이 수려한 성적을 거둘 팀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들 두 팀이 동부 전체에서 하위권을 전전함에 따라 지구 내는 물론이고 동부 전체가 휑해졌다.
단적인 예가 토론토가 6승 9패로 '디비전 리더' 자격으로 동부 4위에 올라 있다. 문제는 5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워싱턴, 샬럿이 8승 9패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 토론토는 승률이 떨어짐에도 디비전 선두팀을 우선시 하는 시드 배정 룰에 의해 4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참고로 지역대 선두 3팀은 물론 나머지 팀들 중 승률이 가장 높은 팀을 포함한 상위 네 팀이 승률 순으로 상위시드를 배정받는다).
# 대서양지구 순위차트
1. 랩터스 6승 9패
2. 셀틱스 7승 12패
3. 식서스 6승 11패
4. 네 츠 5승 12패
5. 닉 스 5승 13패
상황이 이와 같다보니 9승 9패로 승률이 5할인 애틀랜타가 덩달아 동부 3위까지 올라 있다. 애틀랜타는 조쉬 스미스(현 디트로이트)를 잃은 데다 슈팅가드와 스몰포워드 쪽에서 보강이 원활치 못해 윙 포지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폴 밀샙을 수혈하며 인사이드의 공백은 어느 정도 매웠지만, 외곽이 취약해 발목을 잡을 것으로 여겨졌다. 즉, 애틀랜타는 전력상으로 나쁘지 않은 결과를 거두고 있다. 다만 뉴욕, 브루클린, 시카고와 같은 올라설 팀들이 부진에 허덕이면서 더 높은 위치를 선점하게 됐다.
시카고도 뼈아프게 됐다. 데릭 로즈가 오른쪽 무릎 반월상이 손상되는 중부상을 입으면서 시즌아웃됐다. 로즈가 아웃되자마자 현지에서는 시카고가 루얼 뎅을 트레이드시킬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어떤 언론에서는 시카고가 다음 드래프트를 노리는 게 현명할 것이라는 보도도 서슴지 않았다. 뎅은 이번 시즌이 계약 마지막 해이기 때문에 잡을 생각이 없다면, 시카고로서는 트레이드를 하는 게 상책이다.
어차피 로즈가 없는 마당에 뎅을 트레이드해서 향후를 위한 지명권을 받아 오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훗날 로즈가 돌아왔을 때, 다시금 대권을 도전할 밑천을 마련할 수 있는 탓이다. 그러나 시카고는 지난 시즌에도 로즈없이 동부 준결승까지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비록 시카고는 로즈가 빠진 이후 서부 최약체인 유타 재즈에게 발목이 잡히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 시즌에 네이트 로빈슨(현 덴버)과 같은 대체재가 없다는 점도 걸린다. 다만 컥 하인릭이 부상 없이 건재하다면 언제든 상위권을 노크할 전력임에는 틀림없다.
Wild Wild West, 그 끝은 어디에?
미 서부의 로키 산맥이 이디로 높았던가? 서부 컨퍼런스에서는 단 세 팀을 제외한 모든 팀들이 5할 승률을 넘어서고 있다. 이미 서부에서는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마지노선이 '5할'이 아닌 '50승'이 된지 오래 전 이야기다. 얼마 전 뉴욜리언스 펠리컨스가 7승 8패로 5할 승률 아래로 떨어졌지만, 이들은 이내 5할 승률을 회복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뉴올리언스가 서부 컨퍼런스 남서지구에 속한 점을 감안하면 정말로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남서지구에 속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팀이 뉴올리언스겠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가장 큰 피해자는 멤피스 그리즐리스다. 멤피스는 같은 지역대에 속한 팀들과 총 다섯 경기를 벌여 모두 패했다. 지금 8승 8패를 기록 중이지만, 같은 지구의 팀들에게 패한 5패를 제외하면 멤피스의 승률은 어마어마하다.
서부에는 이밖에도 전력이 떨어질 것으로 여겨졌던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를 시작으로 LA 레이커스, 피닉스 선즈, 미네소타 팀버울브스가 생각 외로 반등하면서, 순위싸움은 더욱 치열해졌다. 특히나 포틀랜드의 선전이 반갑다.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벤치진의 지원 부족에 허덕였지만, 이번 시즌부터 리빌딩에 마침표를 찍은 듯 가파른 상승세를 내달리고 있다.
살얼음판이 따로 없다. 서부 컨퍼런스 전체를 보더라도 1위인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시작으로 5위 휴스턴 로케츠까지는 고작 1.5경기 차밖에 나지 않는다. 또한 6위 덴버 너기츠부터 13위 뉴올리언스까지도 2경기 차가 고작이다. 이만하면 어느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더라도 어색하지 않다. 휴스턴과 덴버도 2.5경기 차니 자칫 연패의 늪에 빠졌다간 언제 순위가 떨어질지 모른다. 그야말로 동부와는 천양지차다.
# 마이클 조던 era 이후 NBA 챔피언
1998-1999 스 퍼 스 (서부)
1999-2000 레이커스 (서부)
2000-2001 레이커스 (서부)
2001-2002 레이커스 (서부)
2002-2003 스 퍼 스 (서부)
2003-2004 피스턴스 (동부)
2004-2005 스 퍼 스 (서부)
2005-2006 마이애미 (동부)
2006-2007 스 퍼 스 (서부)
2007-2008 셀 틱 스 (동부)
2008-2009 레이커스 (서부)
2009-2010 레이커스 (서부)
2010-2011 매버릭스 (서부)
2011-2012 마이애미 (동부)
2012-2013 마이애미 (동부)
2013-2014 ?
*총 15회 중, 서부 10회 동부 5회
향후 리그의 동향은?
2000년대 들어 서부에서는 엘리트 파워포워드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동부에 앞서기 시작했다. 1990년대가 센터와 마이클 조던이 득세한 시대였다면, 2000년대는 파워포워드와 슈팅가드가 리그를 주도했다. 이 가운데 올스타 포워드들 대부분이 서부에 속했고, 이들로 말미암아 서부 컨퍼런스에 속한 팀들은 리그의 강호로 올라섰다.
이렇게 시작된 서고동저는 2010년대가 되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2010년대는 포인트가드와 스몰포워드로 대변되는 시기라 볼 수 있는데, 맹점은 이들이 서부에 편중되어 있다거나 특정 지역에 몰려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현대의 농구는 빠른 트랜지션을 지향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도 이전까지 강점으로 자리매김했던 서부의 높이가 크게 먹힐 리가 없다. 그럼에도 서부에 있는 팀들이 꾸준히 리그를 주름잡고 있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다가오는 이적시장에서 FA로 나올 스타급 선수들 대부분이 동부에 속해 있다. 만약 이들이 서부로 이적하게 된다면 서고동저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대놓고 리빌딩을 표방한 팀들이 앤드류 위긴스, 자바리 파커, 줄리어스 랜들 등 향후 팀을 이끌 좋은 루키들을 뽑아 올라 설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앞으로 서고동저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노릇이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더라도 르브론 제임스를 위시로 등장한 스타급 선수들이 동부에 포진하고 있지만, 정작 동부는 더욱 약해져 갔다. 이를 바탕으로 동부 컨퍼런스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마이애미와 인디애나에겐 득이 됐다. 이변이 없지 않는 한 이들이 손쉽게 승수를 추가함과 동시 플레이오프 레이스에서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면서 등장하게 된 게 '공정성' 문제다. 서부에 있는 팀들이 훨씬 나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하는 사례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대나 컨퍼런스 개념을 무시하고 '순수 성적' 순으로 플레이오프 진출 팀을 정하자는 의견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Grantland』의 저명한 컬럼니스트인 잭 로우도 '쓸모없는 디비전'이란 본인의 컬럼에서 현행 NBA 디비전 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로우 기자는 본인의 컬럼에서 "아무도 디비전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각 팀들이 디비전 챔피언 배너를 잘 활용하지 않는 점을 꼬집었다. 또한 "디비전 챔피언에게 시드배정의 이점을 주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며 현 시드배정의 문제를 매몰차게 지적했다.
실제로 NBA에는 디비전이 엄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은 컨퍼런스 내 상위 여덟 팀이다. 즉, 디비전 순위가 무색하다. 상위시드를 결정하는 상위 네 팀(디비전 챔피언 3팀 +남은 12팀들 중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한 팀)을 제외하고는 지역대의 구분이 사실상 무의미하다. 정규시즌 경기에서 같은 디비전에 속한 팀들은 네 번의 경기를 벌여야 하지만 다른 디비전 팀들과도 네 번의 경기를 치를 때가 엄연히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NBA는 MLB와 달리(물론 태동했던 환경과 이후 과정이 많이 다르지만) 지역의 구분이 무의미한 셈이다.
일예로 1998년 직장폐쇄 이후 서부에 속한 로터리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여 드래프트에서 로터리픽을 행사하는)들의 약 3.5팀 정도가 동부의 플레이오프팀보다 승률이 높았다. 뿐만 아니라 같은 해를 기준으로 동부의 8위가 서부의 8위보다 더 나은 성적을 기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와 관련하여 로우 컬럼니스트는 여러 방안들을 꺼내놓기도 했다. 컨퍼런스 별로 상위 여섯 팀은 먼저 올린 다음 각 컨퍼런스에서 7위부터 10위까지(서부 4팀, 동부 4팀)이 토너먼트를 벌여 살아남는 네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는 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 또한 미봉책에 불과한 게 만약 서부의 강팀들이 내리 올랐을 때 이들은 동부 컨퍼런스에서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또 다른 불합리(?)를 안게 된다.
물론 로우 컬럼니스트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현 디비전 제도에 반드시 수정이 필요하다고 어필하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본인의 컬럼 마지막 줄에 "옳은 방안을 찾는 것은 어렵겠지만, 첫 스텝은 쉽다. 어리석은 지역대 구분을 없애는 것(Finding the right fix is hard, but Step 1 is easy: Good-bye, silly divisions.)"이라 기술했다.
NBA 사무국은 이와 같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대수롭게 여기지 않을 수도 있다. 월드컵에서도 '죽음의 조'는 나오기 마련이고, 이로 말미암아 더 열광하는 사람들도 대다수 존재한다. NBA에서도 디비전이 확장된 이후, 수년 전 대서양지구에서는 이번 시즌과 같은 일이 일어나기도 했고, 남서지구와 중부지구에서는 각축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세상에 모두가 만족하는 제도는 없다'는 말이 있다. 여러 독자들이 생각하는 최상의 시스템은 무엇인가? NBA가 우리에게 또 다른 재밋거리를 던져주고 있음에는 분명하다.
사진 = NBA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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