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진출’ 한국 농구, 지금부터 시작이다
- KBL / kahn05 / 2013-08-11 22:21:00

[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그토록 염원했던 월드컵이다. 하지만 여기서 안주할 수 없다.
대한민국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은 11일 필리핀 마닐라 몰 오브 아시아 컴플렉스에서 열린 제27회 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3-4위 결정전에서 대만을 75-57로 완파하며 2014 스페인 세계농구월드컵 진출권을 따냈다. 1998년 그리스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16년 만의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유재학(50) 감독을 비롯해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12명의 선수들은 지난 6월부터 진천선수촌에 소집돼 구슬땀을 흘렸다. 그들은 이번 선수권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들의 땀과 절실함은 ‘월드컵 진출’이라는 벅찬 결과를 안겨줬다. 하지만 한국 농구는 다시 걸음마를 떼야 하는 상태다. 한국 농구가 이번 아시아선수권을 통해 얻은 성과와 과제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 ‘월드컵 진출’과 ‘세대 교체’, 두 마리 토끼 잡은 유재학호
한국 농구는 1998년 세계선수권대회 진출에 성공했고,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기쁨을 누렸다. 2003 아시아선수권에서도 개최국이었던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아시아 맹주’로써 위상을 떨쳤다. 하지만 2009 아시아선수권에서 7위에 머무르는 일명 ‘톈진 참사’를 겪고 말았다. 그 후, 중동 국가들과 필리핀, 대만 등이 치고 올라오며 한국 농구는 ‘아시아 변방’으로 전락하는 듯했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지난 6월부터 유재학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16명의 선수들을 진천선수촌으로 소집시켰다. 선수단 모두가 절박했지만 주변 여건은 그렇지 않았다. 변변한 연습 상대가 없었던 것은 둘째 문제고, 유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직접 전력 분석을 해야 할 정도로 국가대표에 대한 지원은 부실했다. 대표팀은 전력 분석을 위해 지난 7월 존스컵에 출전했지만 근심과 걱정만 안은 채 귀국해야 했다.
중국과 이란 등 강력한 우승 후보로 분류된 국가들은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하지만 대표팀은 많은 과제를 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에 대한 지원 대책은 달라지지 않았다. 존스컵이 끝난 후 급하게 외국인선수를 초청했으나, 연습경기가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로 이들의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 대표팀은 스스로 모든 것을 극복해야만 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했다.
대표팀은 이번 아시아선수권에서 3위를 차지하며 ‘세계농구월드컵’이라는 넓은 무대에서 놀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세계 농구의 판도와 한국 농구의 현 주소를 체험할 기회를 획득한 것이다. 무엇보다 김민구(189cm, 가드)와 김종규(207cm, 센터), 이종현(206cm, 센터) 등 대학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의미로 작용했다. 많은 이들의 걱정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은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데 성공했다.
# 필리핀의 눈물, 자극제로 삼아라
필리핀은 농구가 국기인 나라다. 이번 대회를 개최한 필리핀의 농구 열기는 한국보다 몇 배는 뜨거웠다. 필리핀 농구 팬들은 이번 아시아선수권에서 자국 경기가 있을 때마다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참고로 이번 대회 주경기장인 몰 오브 아시아 콤플렉스는 20,000여 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애석하게도 한국은 잠실실내체육관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만이 10,000여 명을 넘게 수용할 수 있을 뿐이다.
한국은 지난 10일 필리핀과 준결승에서 5대5가 아닌 5대20,000의 시합을 해야 했다. 김민구의 깜짝 활약으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결국 79-86으로 패하고 말았다. 몰 오브 아시아 컴플렉스에 운집했던 필리핀 관중들과 선수단은 열광했다. 필리핀 감독과 선수들은 결승전 진출을 확정지은 후 눈물을 흘렸다. 이는 단순히 필리핀이 28년 만에 아시아선수권 결승에 진출해서가 아니었다. 농구에 대한 진정성이 없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눈물이다.
반면, 한국 농구의 현실은 열악하다. 대표팀만 냉대를 받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 농구는 지금 아마추어부터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중고교대회에는 마땅한 의료진과 코트를 닦아야 하는 마핑 보이조차 없다. 대한농구협회(KBA)와 한국프로농구연맹(KBL) 등 한국 농구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단체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는 사업들(빅맨 캠프, 마케팅 사업 등)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아마추어 저변 확대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적용해 선수들이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해야 한다.
이번 대회의 성적은 유재학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트레이너, 그리고 김주성(205cm, 센터)과 양동근(182cm, 가드)을 포함한 12명의 선수들이 일궈낸 결과다. 순수하게 대표팀 선수단이 일궈낸 결과라는 뜻이다.이들의 노고를 결코 헛되게 해서는 안 된다. ‘월드컵 진출’은 목표점이 아닌 시작점이다. 한국 농구는 월드컵뿐만 아니라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달려야 한다.
한국 농구에 모처럼 기회가 찾아왔다. 또 한 번의 ‘톈진 참사’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 대회 3위를 일궈낸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충분히 감격을 누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국 농구를 지원해야 하는 단체들은 지금의 성적에 안주하고 기뻐할 겨를이 없다. 이들이 기억해야 할 것은 필리핀이 보여준 열기와 눈물이어야 한다.
사진 제공 = 아시아선수권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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