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12-13 NBA] 샌안토니오의 멋지고 아름다웠던 패배
- NBA / Jason / 2013-07-10 09:47:23

[바스켓코리아=이재승 기자] '끝판 대장'이란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팀. 2000년대의 절대 강자,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모든 편견을 뒤로 하고 파이널에 올랐다. 샌안토니오는 팀 던컨을 위시로 토니 파커와 마누 지노빌리의 베테랑 트리오를 앞세워 다시금 우승의 문을 두드렸다.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지도력도 다시금 빛을 발휘했다. 젊은 선수들의 뒷받침도 있었다.
그러나 샌안토니오가 아쉽게 파이널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샌안토니오는 서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 레이스를 손쉽게 해쳐 나오며 우승가능성을 한 층 끌어올렸다. 시리즈 시작과 동시 첫 경기를 잡으며 기세를 올렸고, 3차전과 5차전까지 잡아내며 우승에 마침표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나 샌안토니오는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1. ‘왕조 구축’ 2연패에 성공한 마이애미 히트
2. 샌안토니오의 멋지고 아름다웠던 패배
3. 부진한 전통의 명가들, 레이커스와 보스턴 … 플레이오프에서 해맨 덴버와 클리퍼스
4. ‘전설들의 퇴장’ 제이슨 키드 & 그랜트 힐
5. ‘새 시대는 우리의 무대’ 폴 조지 & 스테픈 커리
6. 유독 많았던 감독들의 교체
7. 수상자 정리
멋졌던 팀 던컨의 여정
샌안토니오의 심장 'Mr. Fundamental' 팀 던컨은 파이널에서 7경기 평균 18.9점 12.1리바운드 1.4어시스트 1.4블락을 기록하며 공수에서 현격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약간의 흠이었던 자유투 성공률도 82.1%로 최상이었다.
무엇보다 6차전에서 던컨의 활약은 단연 빛났다. 던컨은 전반에만 25점을 몰아넣으며 팀이 크게 리드하는데 앞장섰다. 이대로만 간다면 우승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러나 정작 팀은 연장 접전 끝에 패하고 말았다. 던컨은 이날 무려 44분 여 동안 코트를 누비며 동분서주했다. 하지만 넘어간 분위기를 다시 가져오진 못했다. 던컨은 전반 이후에 단 5점에 그쳤다.
던컨의 투혼은 7차전에서도 계속됐다. 던컨은 24점 12리바운드 4스틸을 보태며 우승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종료 1분 여. 던컨은 동점을 만들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수비수는 쉐인 베티에라 매치업에서도 던컨의 우위가 예상됐다. 하지만 던컨이 던진 회심의 골밑슛은 끝내 림을 외면했다. 그리고 던컨은 백코트를 하며 손으로 코트를 세게 내리쳤다. 자신이 아쉽게 놓친 슛에 대한, 우승을 목전에 두고 놓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시였다.
던컨이 이토록 짙게 감정을 표현한 적이 있었던가? 파이널에서 우승을 도전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던컨은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커리어 내내 감정들 잘 드러내지 않던 던컨이 통탄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백코트를 하면서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바닥을 내리치며 우승에서 멀어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잔뜩 담아냈다.
사실 던컨이 이번 시즌에 보여준 퍼포먼스는 실로 대단했다. 76년생인 노장 센터가 퍼스트팀에 들어가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어 디펜시브 세컨드팀에도 이름을 올리며 역대급 클래스를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올스타에도 선정되는 등 그야말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는 성적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샌안토니오는 정규 시즌 내내 승승장구하며 쉽사리 플레이오프에 명함을 내밀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샌안토니오의 순항은 이어졌다. 그 중심에는 던컨이 있었다.
던컨은 플레이오프를 치르며 내로라하는 차세대 센터들을 상대로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였다. 마치 한 수 지도라도 하듯, 힘들이지 않고 상대를 요리했다. 던컨이 매치업된 센터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1라운드에선 LA 레이커스의 드와이트 하워드, 2라운드에선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앤드류 보거트, 3라운드에서는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마크 가솔까지. 이 모든 것이 던컨이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끝내 우승은 거머쥐지 못했다. 던컨은 지난 2006-2007 시즌 이후 6시즌 만에 타이틀 탈환에 나섰지만, 이를 실행시키진 못했다. 던컨은 최선을 다했다. 던컨이 왜 역대 최고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살아있는 전설'인지 이번 파이널을 통해 잘 엿볼 수 있었다.
아쉬웠던 마지막 순간
토니 파커는 던컨과 함께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파커는 시리즈 초반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음에도 출장을 강행하는 의지를 내비쳤다. 아마 정규 시즌에서 이와 같은 부상을 당했다면, 포포비치 감독은 파커를 기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무려 6시즌만의 파이널 나들이에 파커는 마음을 다잡으며 우승에 대한 욕심을 꺾지 않았다. 이는 경기력으로도 잘 드러났다.
파커는 1차전에서 21점 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이 승리하는데 일조했다. 심지어 팀의 승리를 확정짓는 결정적인 클러치샷까지 터트리기도 했다. 심지어 5차전에서는 팀내 최다인 26점을 올리며, 이날 활약한 지노빌리와 함께 승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후 파커는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파커는 6차전에서 19점에 그쳤고, 7차전에선 10점에 머물렀다.
파커의 5~7차전
5차전 26점 5어시스트 .714(이하 필드골 성공률)
6차전 19점 8어시스트 .261
7차전 10점 4어시스트 .250
마누 지노빌리도 5차전에선 팀이 승리하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노빌리는 4차전까지 벤치에서 나섰지만, 포포비치 감독이 스몰라인업을 들고 나오면서 지노빌리를 과감히 주전으로 내세웠다. 이는 적중했다. 지노빌리는 5차전에서 24점 1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시리즈 스코어가 2대 2인 상황에서 맞이한 5차전이었기에 5차전 승부는 시리즈가 기우는데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지노빌리는 이후 벌어진 2경기에서 고개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지노빌리는 6차전에서 양 팀 최다인 8실책을 범했다. 특히나 마이애미가 추격하는 상황에서 나온 실책이었기에 데미지는 엄청났다. 결국, 샌안토니오는 6차전을 내줘야만 했다. 7차전에서도 지노빌리는 4개의 실책을 저지르고 말았다. 후반에 나온 패스미스 2개가 유난히 뼈아팠다.
동료들의 지원도 잇따랐다. 카와이 레너드는 상대 주포인 르브론 제임스를 철통같이 막아냈다. 하물며 시리즈 막판 팀이 스몰라인업을 구사할 땐 항시 더블더블을 작성하며 팀에 힘을 실었다. 단, 6차전 막판에 얻은 자유투 실패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순간이다. 만약 레너드가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켰다면, 이야기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외곽슛도 불을 뿜었다. 데니 그린과 게리 닐은 연일 활화산과 같은 기세로 3점슛을 쏘아 올렸다. 그 결과, 5차전까지 치러 샌안토니오가 앞설 수 있는 결정적인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린과 닐은 정작 팀이 연달아 패한 6, 7차전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그린의 3점슛은 침묵했고, 이는 닐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이 2경기 중 1경기에서만이라도 전과 같은 활약을 펼쳤다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데니 그린의 3점슛 일지
1차전 4/9 .444
2차전 5/5 1.000
3차전 7/9 .778
4차전 3/5 .600
5차전 6/10 .600
6차전 1/5 .200
7차전 1/6 .167
위대한 패자, 샌안토니오의 마지막 도전
이번 시즌은 마이애미 히트의 드라마틱한 우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샌안토니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샌안토니오는 패했지만, 패자(敗者)가 아니었다. 오히려 시대를 이끈 진정한 패자(覇者)였다.
파이널이 끝난 뒤, 마이애미 선수단은 환호하기보다 샌안토니오 선수들을 찾아 인사를 나누었다. 제임스는 던컨과 포포비치 감독을 차례로 만나며 격려와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는 웨이드도 마찬가지. 패장이었던 포포비치 감독도 승자를 진심으로 축하했다. 포포비치 감독의 환한 미소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포포비치 감독과 드웨인 웨이드와의 진한 포옹은 이번 시리즈가 얼마나 대단했으며, 그 마무리 또한 아름다웠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알량한 위로가 아니라 샌안토니오는 그만큼 대단했다. 타이틀을 차지했어도 무방했을 정도로 경기력은 뛰어났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해 우승도전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샌안토니오의 시즌이 절대 실패한 것은 아니다. 샌안토니오는 이 시대의 진정한 끝판대장이니까.
사진 = NBA Mediacent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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