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lay KBL] 초대 받은 자, 고개 숙인 레전드

KBL / kahn05 / 2013-03-11 09:43:03
20130310 REPLAY 1

[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이번 주만큼 KBL이 뜨거웠던 적도 없었다. 어떤 이는 기쁨을 누렸고, 어떤 이는 의혹으로 인해 많은 이들의 시선을 견뎌야 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3월의 두 번째 주. 이번 리플레이에서는 기쁨의 시선과 씁쓸함의 시선에서 지난 주의 KBL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 6년의 기다림, 아름다운 봄날



오리온스는 지난 8일 KT를 꺾고,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지난 시즌, 고양으로 연고지를 이전하고 나서 처음 있는 경사다. 오리온스는 2006~07 시즌 대구에서 마지막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후 처음으로 봄의 축제에 초대받은 것이다.

2006~07 시즌 이후의 오리온스의 성적은 처참했다. 주축 선수였던 김승현(35, 178cm)이 허리 부상으로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고, 팀은 정비되지 않았다. 오리온스는 지난 5시즌 동안 10-9-10-10-8위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꼴리온스’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게 됐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달랐다. 오리온스는 대대적인 전력 보강으로 이번 시즌을 대비했다. 오리온스는 기존 김동욱(32, 194cm)과 최진수(24, 202cm)의 포워드 라인에 포인트가드 전태풍(33, 178cm)을 영입해 전력을 다졌다. 또한, 테렌스 레더(32, 200cm)와 리온 윌리엄스(27, 197cm)라는 강력한 포스트형 용병을 영입해 골밑을 탄탄하게 했다.

비록 레더가 전력의 전력 이탈과 주전들의 부상 공백으로 오리온스는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오리온스는 분명 지난 몇 시즌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추일승 감독(50)의 조용한 카리스마와 선수들의 자신감 상승이 더해지며 오리온스는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뤄냈다. 오리온스는 6년 만에 봄날을 만끽한 것이다.



# 시간을 거스른 전형수, 실밥 긁힌 전정규



지난 주, 오리온스의 엔트리에 전태풍(35, 178cm)은 없었다. 그는 부상으로 벤치에서 동료들을 지켜봐야 했다. 주전 포인트가드의 공백으로 오리온스의 경기력 저하가 우려됐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전태풍의 자리를 완벽하게 대체한 이가 있었다. 바로 베테랑 가드 전형수(35, 180cm)였다.

전형수는 올해 12년 차의 노장으로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맡을 수 있는 재원이다. 그는 뛰어난 돌파력과 슈팅, 그리고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까지 겸비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시즌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자주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2경기에서 전형수는 평균 13득점 6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전정규(30, 187cm) 역시 최근 경기에서 팀의 주전 슈터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그는 오리온스의 주전 슈터로 낙점됐지만 저조한 3점 성공률로 오리온스 팬들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5라운드부터 그는 슈팅 성공률을 점점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늘어난 성공률과 함께 자신감도 상승하고 있었다.

특히, 그는 지난 KT전에서 물오른 슈팅 감각을 과시했다. 잡으면 거의 들어갈 정도였다. 그는 KT와의 경기에서 10번의 3점슛 기회 중 6번을 득점으로 마무리했다. 무려 60%에 달하는 성공률이었다. 전정규는 2006년 데뷔 이후 플레이오프 무대에 한 번도 서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생애 첫 플레이오프 진출의 마침표를 찍는 감격스러운 장면을 연출했다.



20130310 REPLAY 2



# 매운 맛 잃어버린 ‘고춧가루 부대’



KCC는 강병현(28, 193cm)의 복귀 후 상승세를 탔다. KCC는 강병현과 김효범(30, 191cm)의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며 5라운드를 5승 4패로 마감했다. 4라운드까지 7승 29패를 기록한 데에 비하면 괄목상대(刮目相對)한 성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승세도 6라운드에서 멈추고 말했다.

KCC는 최근 5경기에서 모두 패배했다. 특히, 3일에 있었던 모비스와의 경기에서는 25점 차로 패배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일에는 KGC와 접전을 펼쳤지만 이정현(26, 191cm)에게 결승 자유투를 허용하며 69-71로 패배했다. 9일에는 홈에서 SK의 정규리그 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5라운드 한 때 상승세를 탄 KCC는 목표 승수를 ‘15’로 잡았다. 그러나 목표 달성이 녹록치는 않아 보인다. 현재 12승 38패를 기록하고 있는 KCC는 남은 4경기에서 최소 3경기를 이겨야 한다. 또한, 팀의 에이스인 강병현이 허리 부상을 당했고, 앞으로 동부와 삼성, LG와 KT 등 중위권 팀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이 KCC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물론 중위권 팀들의 전력이 그렇게 강력하지 않기 때문에 목표 승수를 달성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KCC는 최근 경기에서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다. 상대를 끈질기게 압박했지만 경험 부족으로 인해 무너지는 경기가 많았다. 무엇보다 KCC는 최근 '고춧가루 부대'로서의 기능과 자신감을 잃어버린 듯했다.



# 의혹 앞에 고개 떨군 레전드



믿고 싶지 않았다. 아니길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지난 주 KBL은 ‘승부 조작 의혹’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의혹을 받은 이는 다름 아닌, 강동희 감독(47)이었다. 그는 2010~11 시즌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등 4차례의 경기에 승부 조작을 한 혐의로 의정부 지검에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이번 의혹에는 ‘사설 토토’와 ‘조직 폭력배의 개입’ 등 여러 설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강동희 감독의 승부 조작 가담 여부는 아직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강동희 감독은 조사에서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여러 농구인들도 강동희 감독에 믿음을 실어주고 있다. 강동희 감독의 구속 여부는 11일에 영장실질검사를 거쳐 결정이 난다.

한선교 KBL 총재(54)는 지난 8일 긴급 이사회에서 “총재로서 이번 사태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검찰은 그 동안 브로커의 말만 들었고, 강동희 감독의 말은 듣지 않았다. 나는 강동희 감독에 대한 신뢰를 놓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법적으로 승부 조작이 진실로 드러난다면 가장 강력한 처벌을 하겠다”며 신뢰 속에 단호한 처벌 의지를 보였다.

승부 조작 의혹으로 인해 대한민국 농구계는 침울함에 빠졌다. 그 누구보다 고개를 떨군 이는 당사자인 강동희 감독이었다. 그는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서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대한민국 농구계의 레전드다. 하지만 그 레전드도 ‘승부 조작 의혹’이라는 파도 앞에 한없이 작아진 존재일 뿐이었다.



사진 제공 = KBL

[ⓒ 바스켓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kahn05 kahn05

기자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