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준모의 미국 유학기] 7편. 토플을 마치고... 회상

NBA / kj / 2009-08-27 11:25:24
토플을 끝마친 이 시점에서, 농구선수로서 은퇴를 한 다음 주마등처럼 지나왔던 그런 이야기를 한번 쓸까 합니다.

제가 운동을 처음 시작하게 된 시점은 고등학교 1학년 마치고 2학년 올라가기 전, ‘지금 아니면 안되겠다’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이없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무조건 뛰어 들었습니다. 그 때 모든 가족과 친척들, 심지어 학교 교감선생님까지 다 말렸던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에 전주고로 농구를 하기 위해 떠날 때, 저희 담임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합니다. “성준모. 너 절대로 성공할 수 없어. 남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시작하는데, 넌 이게 뭐니! 지금이라도 다시 공부 시작해! 지금도 늦지 않았어!"

전 선생님한테 “선생님. 제가 나중에 꼭 찾아 뵐게요. 지금 안 하면 후회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드린 후 학교를 떠났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로농구팀 KCC에 처음 입단했을 때,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을 찾아갔더니 선생님이 등을 한대 치시며 “내가 너 이름도 안 까먹는다! 성준모! 너 해냈구나!” 이러시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오중일 교수님과의 첫 인연을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오교수님과의 인연은 제가 다녔던 인문계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합니다. 사실 저는 중학교 때 아마추어 농구선수로 꽤 유명 했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가 정해지구 거기 첫 입학한 날, 지금도 있는 Challenger라는 농구서클이 있었습니다. 오중일 교수님은 제가 중학교 때 아마추어 농구선수로는 전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었습니다. 제 중학교 때 우상이었습니다

그렇게 서클에 가입한 후 저희는 전주에서 열리는 모든 대회를 거의 휩쓸었습니다. 그러던 중 학교선배가 중일이 형이 서울 오라는데 같이 갈 사람 이러길래, 전 조금에 망설임 없이 손을 들었습니다. 사실 집에다가는 독서실에서 주말에 날새야 한다며 절대로 찾아오지 마시라고 하고 서울에 중일이형 학교로 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서울에 도착한 다음 중일이 형 학교 서클과 게임을 하고 중일이 형 자취방으로 다 향했습니다. 정말 조그마한 자취방에 10명이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중일이 형이 저에게 “준모야. 너 뭐 먹고 싶니?” 이러길래, 그 어린 나이에 강해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맥주 사 주세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전 그때까지 술 한 모금 먹지 못하는 착실한 학생이었습니다. 지금도 오중일 교수님이 “그때 너 참 당돌했었는데” 이러시면서 웃곤 합니다. “다른 아이들은 라면이요. 자장면이요 이러는데 넌 맥주라고 했잖아. 그것도 고등학교 1학년이.” 그렇게 해서 우린 오중일 교수님이 유학 가기 전까지 모임을 가지곤 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후배들이 전통을 잘 이어 받아서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사실 유학을 결정하고 오중일 교수님한테 전화했을 때 교수님은 일단 무조건 미국에 오라고 말씀하셔서 직접 미국에 넘어갔습니다. 가서 직접 학교보고 이것저것 보면서 있는데 “너 왜 내가 이곳에 오라고 했는지 알겠니?”하고 물으셔서 “모르겠는데요”라고 대답했다.

“이유는 네가 직접보고 느끼고 네가 정말 모든걸 포기하고 한번 도전해 볼 만한 그런 곳이기 때문에 오라고 한 거야” 이러시더군요. 그렇게 마음을 잡은 후 한국에서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데 정말 아무것도 몰랐었습니다. 그 동안 한 거라 곤 회화 몇 마디가 다였으니 참으로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제 고향친구인 이수환 이라는 아이한테 문법 과외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친구가 과외를 공짜로 해 주는 대신 조건을 한 가지 말했습니다. 조건은 자기는 공부 할 때만큼은 나를 친구로 생각 안 한다는 거였습니다. “그래”하고 시작한 과외 2달. 하루는 제 허벅지가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유는 과외 하면서 정말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당한 치욕이란 치욕은 다 당했던 거 같습니다. 어찌나 무시하는지 제가 오죽 화가 났으면 제 허벅지를 꼬집어 가면서 참았겠습니까?

정말 가끔은 그냥 한대 쥐어 박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제가 공부 시작할 때 이제 농구선수가 아닌 일반인 이니까 모든걸 이겨내고 또 이겨내자 마음먹었던 터라 정말 꾹 참고 2달을 하고 나니 친구 말대로 조금씩 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친구 도움이 아니었으면, 정말 그 상황에 참지 않았더라면 내가 이렇게 공부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자기 없는 시간 빼 내가면서 성심 성의껏 가르쳐 준 친구. 정말 고맙습니다.

텍사스에서 준모

정리 오경진(kj@basket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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