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이규섭의 해설에는 ‘차분함’과 ‘세밀함’이 공존한다!
- BAKO INSIDE / 손동환 기자 / 2023-01-09 11:31:09

농구는 빠른 종목이다. 농구를 중계하는 캐스터와 해설위원들은 농구의 스피드에 녹아들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말하는 속도 또한 빠르다. 하지만 농구의 빠른 템포에도 불구하고, 차분함과 세밀함을 모두 유지하는 이가 있다. 바로 이규섭 해설위원(SPOTV)이다.
무거운 자리
서울 삼성은 2016~2017시즌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그러나 2017~2018시즌부터 2020~2021시즌까지 플레이오프에도 나가지 못했다. ‘농구 명가’라는 이미지가 점점 퇴색됐다.
2021~2022시즌만큼은 명예를 회복해야 했다. 그러나 이기는 날보다 패하는 날이 많았다. 게다가 천기범의 음주운전까지 겹쳤다. 삼성을 8년 가까이 이끌었던 이상민 감독은 자진 사퇴했다. 수석코치였던 이규섭이 감독대행을 맡았다.
이상민 감독님께서 자진 사퇴하셨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감독대행을 맡으셨는데요.
말씀하신 대로, 좋은 시기는 아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또, 그 때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됐어요. 8시즌을 함께 했던 이상민 감독님과 전화로 이별을 하게 됐죠.
이상민 감독님께서는 저에게 마무리를 부탁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수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게 맞는 건지 혼란에 빠졌죠. 어떤 결정도 쉽지 않았어요. 감독님한테 너무 죄송했고, 너무 미안했습니다. 감정적으로 격해졌던 기억도 나요.
분위기를 추스르는 게 중요했습니다.
KCC와 경기하기 전날에야, 몇 명의 선수들이 모였어요.(당시 삼성 선수단 대부분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 그래서 합류한 시기가 다들 달랐다. 또, 합류하지 못한 코치와 선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합류하자마자 경기를 해야 했어요.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습니다. 또, 조심스러웠습니다. 당시에는 걸린 사람의 실명을 공개하면 안 되는 분위기였거든요. 그리고 트레이너와 미팅할 때도 조심스러웠습니다. 스포츠 선수가 코로나19에 확진된 사례가 적었기에, 확진된 선수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알 수 없었거든요.
그나마 다행인 건, 두 번째 단체 확진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매뉴얼이 존재했습니다. ‘이런 증상이 없어야 훈련할 수 있다’와 ‘몇 번의 단체 훈련을 함께 해야, 경기에 참여할 수 있다’, ‘확진자가 복귀 경기에서 출전하는 시간은 이렇다’ 정도의 원칙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하기 어려웠습니다. KBL에도 연락을 했어요. 하지만 포기할 수 있는 여건은 안 됐습니다. 선수들에게도 “시즌 마칠 때까지 이대로 계속 가야 한다”고 이야기했고요. 또, “모든 틀을 그대로 가져가되, 프로 선수로서 평가받을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 그 시간 동안, 프로 선수로서 자기 가치를 어필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그리고 “감독님의 부재가 너희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았다”고 선수들에게 당부했습니다.
타임 아웃을 볼 때마다 느낀 게 있습니다. 누구보다 절실해보였다는 점입니다.
목이 쉬어서 그렇게 보였을 수 있습니다.(웃음) 코로나가 목 쪽으로 심각하게 왔지만, 선수들에게 계속 말을 해야 했거든요.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물론, 절실했습니다. 힘든 것도 있었고요. 하지만 제가 준비를 제대로 못하면, 선수들도 준비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팀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여러 상황을 핑계대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물러서면 안 된다는 마음도 들었고요.
무엇보다 ‘우리가 그 동안 준비했던 게 맞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선수들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요.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선수들과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싸웠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대행을 선임한 삼성은 ‘분위기 반전’을 원했다. 그러나 삼성의 분위기는 나아지지 않았다. 삼성은 9승 45패로 2021~2022시즌 종료. 구단 역대 최악의 성적만 남겼다.
이규섭은 책임을 통감했다. 책임을 통감한 이규섭은 결국 정든 삼성을 떠났다. 22년 동안 함께 했던 삼성을 뒤로 했다. 선수 데뷔 후 처음으로 야인(野人)이 됐다.
2021~2022시즌이 끝났습니다.
감독대행으로 선임되고 나서, 5경기를 치렀습니다. 그 후에 대표팀 브레이크를 맞았습니다. 브레이크 이후에는 이틀에 한 번 꼴로 15경기를 했습니다. 진이 너무 빠졌습니다.
팀을 정비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감독의 자리가 정말 무겁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상민 감독님께서 얼마나 힘드셨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리고 지는 걸 너무 싫어하는데, 13연패로 시즌을 마쳐서 더 힘들었습니다.
선수 시절을 포함해서, 22년 동안 삼성에만 있었습니다. 그런 팀을 떠났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영원한 건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음으로는 삼성을 영원히 생각할 수 있지만, 제가 삼성에 영원히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또, (감독대행이)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라고 생각했고요. 삼성을 떠난 건 당연히 아쉽지만, 삼성에서만 22년을 보낸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삼성을 떠난 후에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생각해보니, 농구 시작하고 처음 쉬는 거더라고요. 하지만 너무 즐거웠습니다. 먼저 가족들과 함께 보낸 게 너무 좋았어요. 또, 미국으로 가서 아들과 함께 여러 유소년 캠프를 경험했어요. 저 스스로도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좋은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야인 이규섭’은 오래 가지 않았다. SPOTV가 해설위원 제의를 했기 때문. 이규섭은 SPOTV의 제의를 받아들였고, SPOTV의 제의를 받아들인 이규섭은 공부를 시작했다. 더 나은 중계를 위한 공부였다.
농구가 빠른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이규섭은 차분한 어조와 세밀한 설명을 곁들였다. 선수와 코치 시절 쌓은 내공과 미국 시절 공부했던 것들을 해설에 잘 녹였다.
이규섭의 해설을 처음 들은 이들은 “너무 지루하다. 너무 텐션이 낮은 것 같다”는 답글을 남겼다. 하지만 이내 “세밀하게 알려줘서 좋다. 몰랐던 것들을 알 수 있어 좋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팬들도 이규섭 위원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었다.
해설위원 제의는 어떻게 받으신 건가요?
SPOTV에서 제의를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요소들을 걱정하셨어요. 그렇지만 저는 그런 것들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안을 드렸습니다. “경기 전에 라커룸이나 기자회견실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요. PD님께서 그런 환경을 조성해주셨고, 저는 그런 환경 때문에 준비를 더 잘할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해설을 준비하는 과정이 코치 때 경기를 준비했던 것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데이터를 살펴보고, 팀별 경기 계획을 파악했죠. 다만, 코치 시절에는 분석했던 걸 감독님에게 보고하는 거고, 지금은 준비했던 걸 시청자들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그게 차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와이프가 어느 날 “얼굴이 좋아보여. 즐거워하는 것 같아”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제가 그만큼 해설을 재미있다고 생각하나 봐요. 제가 해설을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준비를 더 잘해서 시청자들에게 더 좋은 해설을 하고 싶어요.
차분하고 세밀한 해설이 인상적입니다. 농구의 빠른 템포를 생각한다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어떻게 해설할까?’라는 근본적인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들었습니다. “농구를 하고 있는 아들에게 설명해준다고 생각하라”는 말이 가장 크게 닿았습니다.
그리고 흥분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했습니다. 흥분을 자제해야, 설명을 세밀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거든요. 그렇지만 이게 맞는 해설인지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영어 용어를 풀어주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가끔 NBA 경기를 영어 해설로 들을 때가 있습니다. 용어를 캐치하기 위해서였어요. 선수들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유익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이유가 있으신가요?
예를 들면, ‘2대2 수비할 때, 앞으로 쫓아가’라고 말하는 것보다, ‘파이트 스루’나 ‘체이스’라고 말하는 게 더 빠르고 더 정확합니다.
만약 선수들이 ‘헷지 백(빅맨이 2대2 수비에서 강하게 압박한 후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나 ‘드롭 백(빅맨이 2대2 수비에서 처져서 수비하는 것)’이라는 용어를 안다면, 코칭스태프는 용어만 사용하면 됩니다. 용어를 굳이 풀어서 쓸 필요가 없어요. 선수들도 오히려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시청자 분들께서도 미국에서 쓰는 용어를 알고 있다면, 농구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드리는 말씀이 100% 정답은 아닙니다.
본인의 해설에 점수를 매긴다면?
와이프가 우스갯소리로 “당신 해설이 제일 재미없어”라고 해요.(웃음) 그리고 “다른 분들처럼 환호도 하고 그러면 안 돼?”라고 물어보더라고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흥분하면 흐름을 놓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작하는 단계라서, 더 집중하려고 해요. 좀 더 내공이 쌓여야, 자연스럽게 리액션할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은 초보인 것 같아요.(웃음) 많이 부족하기도 하고요.

이규섭 위원에게 깊은 인상을 받은 게 있다. 현역 시절 정상급 선수였고 오랜 시간 코치를 했음에도,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한다는 점이다.
또, 농구를 오랜 시간 접했음에도, 농구를 향한 마음이 크다. 그래서 농구가 있는 곳에는 꼭 달려가고 있다. 지난 11월 4일부터 10일까지 열렸던 포카리 스웨트 히어로즈 2022 KBL YOUTH ELITE CAMP(이하 KBL 엘리트 캠프)에도 기꺼이 참가한 이유. 그러나 그의 행보는 끝나지 않았다. 가고 싶은 길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KBL 엘리트 캠프의 코치로도 참가했습니다.
KBL에서 연락을 받았고, 당연히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런 캠프가 더 많이 열렸으면...’하는 소망도 있고요.
KBL 엘리트 캠프의 의미는 어떤 거였을까요?
소속 학교에서만 지도받았던 친구들이 많은 걸 배웠을 거라고 봅니다. 다양한 지도 방식이 학생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거든요. 또, 지금 캠프에 참가한 선수들이 돌아가서도 잘했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코치님들의 지도 방식을 배웠고, 여러 학교에서 온 학생들에게 많은 걸 배웠어요. 코칭에는 정답이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무엇보다 어린 선수들에게 추억이 될 겁니다. 터닝 포인트가 될 거예요. 그래서 이번 캠프가 정말 좋았습니다. 다만,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KBL에서 이런 캠프를 좀 더 열어줬으면 좋겠어요. KBL 엘리트 캠프의 역사도 오랜 시간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이규섭의 농구 노트’라는 칼럼도 기재하셨습니다.
미국에 있는 동안, 기록했던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주로 캠프에 관한 내용이었죠. 디테일하게는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하는지를 노트에 적었습니다. 그렇게 썼던 걸 점프볼에 보냈고, 점프볼에서 ‘이규섭의 농구 노트’라는 코너로 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22~2023시즌이 시작되기 전, ‘한국 농구 팬들께서 2대2 수비에 관한 궁금증을 가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나라 프로 팀들이 많이 쓰는 2대2 수비를 7개로 정리했습니다. 그렇게 정리한 걸 점프볼에 보냈고, 점프볼에서 차례대로 연재해줬습니다.
덕분에, 연락을 많이 받았습니다. 먼저 “직접 쓴 게 맞냐?”고 하신 분이 계셨어요. 그런 분한테는 제가 작성한 파일을 그대로 보내드렸습니다.(웃음) SNS로도 “너무 잘 봤습니다”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너무 감사했어요. 또, 너무 좋기도 했어요. 덕분에, 팬들과 한 번이라도 더 교류할 수 있었거든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제가 지금 공부를 하고 있는 이유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는 이유는 지도자를 다시 한 번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꿈이 있기 때문에, 도전을 하고 있는 거고요.
하지만 기다려야 합니다. 자리가 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가고자 하는 길이 있기 때문에, 그 길에 맞춰서 공부를 할 겁니다. 언제가 될지 몰라도, 열심히 준비해야 합니다.
다만, 이런 취지의 행사(KBL 엘리트 캠프)나 농구 관련 일이 있다면, 어디든 가고 싶습니다.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고 싶어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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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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