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불낙 사건의 주역’ 홍기환 전 KBL 심판부장, 유튜버 ‘불낙심판’으로 변신하다!

BAKO INSIDE / 손동환 기자 / 2022-02-10 10:12:04

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2년 1월호에 게재됐고, 본 기사를 위한 인터뷰는 2021년 12월 14일에 진행됐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모든 사회에는 ‘규칙’이라는 게 있다. 사회에 속한 모든 이는 해당 사회의 ‘규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규칙’을 판단하고 집행하는 이 또한 정확하고 엄격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는 혼란해질 수 있다.
프로 스포츠 역시 그렇다. 아니, 더 엄격해야 한다. 특히, 심판은 규칙을 100% 이해해야 하고, 정확한 기준으로 선수들의 행동을 판단해야 한다. 심판의 잘못된 판단 하나가 승부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홍기환 전 KBL 심판부장은 이를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공정하고 일관된 판정이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다. 심판 그리고 심판부장을 하는 동안, 많은 긴장감과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이유다.
그러나 농구 관계자와 대중들과의 소통을 놓지 않았다. 심판부장을 그만둔 후에도 마찬가지. 더 심오하면서 더 구체적인 컨텐츠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그가 다룬 핵심 컨텐츠는 ‘심판’ 그리고 ‘판정’이었다.

2013년 10월 15일, 전주, 불낙 사건
2013년 10월 15일. 전주 KCC와 울산 모비스(현 울산 현대모비스)의 경기가 열렸던 전주실내체육관. ‘심판 홍기환’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자 장소이다.
KCC 사령탑이었던 허재 감독은 “장민국(현 서울 삼성)이 슛을 할 때, 모비스 함지훈이 손으로 장민국의 왼손을 쳤다”고 항의했다. 당시 주심이었던 홍기환 심판은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리고 “블록슛으로 봤다”는 말을 허재 감독에게 건넸다.
그 사건(?)의 후폭풍은 컸다. 특히, “이게 블록이야?”라는 허재 감독의 반복적인 항의가 그랬다. 허재 감독의 ‘블록’이라는 말이 ‘불낙(불낙전골의 줄임말)’으로 들렸고, 해당 영상에 진짜 불낙전골 광고를 끼운 패러디 컨텐츠가 나왔다. 이로 인해, 홍기환 심판의 인지도는 급상승했다.
심판으로서는 기억하기 싫은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추억이 됐다. 그리고 심판으로서 좋았던 나날들을 소중히 여겼다. 심판으로서 느낀 자부심이 심판을 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 이상으로 컸기 때문이다.

심판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아마 1996년도였을 겁니다. 그 때 제가 수원여고 코치를 맡았습니다. 학생 선수들을 지도했지만, 농구 규칙을 더 정확히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KBL이 출범을 준비하고 있었고, 주변에서 ‘심판을 해보라’는 권유도 받았습니다. 그 때 마침 대한농구협회(현 대한민국농구협회) 심판학교 2기 수강생을 모집했고, 거기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2급 심판 자격증을 땄죠.
심판 자격증을 딴 후, 여러 대회에서 판정을 했습니다. WKBL 첫 경기의 주심과 심판 선서를 하는 영광도 누렸죠. 그 외에도 굵직굵직한 아마추어 대회와 연세대와 고려대의 정기전 등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었죠.
단 ‘1’이라도 틀리면 안 되는 직업입니다. 스트레스가 컸을 것 같은데요.
항의도 많이 받았습니다.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었죠. 그렇지만 제가 잘못된 판정을 했을 때,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그럴 때 후회를 더 많이 했던 거 같아요. 항의는 어느 정도 흘려보낼 수 있다고 하지만, 제가 내린 잘못된 판정은 돌이켜볼 수 없거든요.
‘심판 홍기환’하면 떠오르는 건 ‘불낙 사건’입니다.
아마 2013~2014 시즌 초였을 겁니다. KCC가 경기가 안 풀리는 날이었고, 또 KCC 외국 코치가 (불낙 사건 있기 전에) 벤치 테크니컬 파울도 받았습니다. KCC 벤치가 심판과 선수들 모두에게 불만이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슈터인 장민국이 있었고, 함지훈이 블록슛을 시도했습니다. 장민국이 던진 볼이 장민국의 손에서 떠났고, 함지훈이 그 후에 왼손을 쳤죠. KCC가 그 후에 실점했고, 허재 감독이 다음 공격에서 타임 아웃을 요청했습니다. 항의를 위해서였죠.
제가 주심으로서 대답을 하려고 했습니다. 제 위치에서는 블록슛으로 보여서, “이런 것 때문에 블록슛으로 봤다”고 말씀드렸어요.
지금 기준에 비춰보면, 파울이 맞습니다. ‘슈터가 슛 동작을 마무리할 때까지 보호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파울이다’가 지금의 기준이거든요. 그렇지만 그 때는 ‘(슈팅 동작에서도) 볼이 포함된 손을 터치하면 파울을 불지 말라’는 기준이 있었습니다. 그 때 기준으로는 파울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거죠.
허재 감독이 그런 상황에서 항의를 격하게 했습니다. 퇴장을 시킬까 고민했지만, 이야기를 듣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스스로 마음도 많이 다스렸고요.
그런데 그건 잘못된 판단이었습니다. 그 정도 항의면, 최소 벤치 테크니컬 파울이라도 줬어야 했어요. 시즌 초반에 기준점을 확고하게 잡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생각했어요. 동료 심판들에게 미안했죠.
그 사건 이후,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보선 심판위원장님한테 사과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사표도 냈고요. 제가 내린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심판으로서의 규범이 흐트러졌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이보선 위원장님께서 “조금만 마음을 잘 다스려보자”고 말씀해주셨고, 저는 그 후로도 경기에 배치됐습니다. 심판 생활을 계속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부심은 컸을 것 같습니다.
심판은 판정을 잘 해야 하는 게 본분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뭔가 결정해야 하는 것 역시 당연한 일입니다. 판정이 매끄럽지 않은 건 당연한 걸 못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런 경기들이 마음에 많이 남았어요.
그렇지만 양 팀 다 좋은 경기 후 아무 일 없이 헤어질 때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특히, 이긴 팀의 사령탑과 진 팀 감독님 모두 “수고했다”고 이야기해줄 때, 기분이 좋았어요. 자부심을 느낀다기보다, 그런 것 하나하나에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심판의 수장
‘심판 홍기환’은 2014년도에 잠시 KBL 심판직에서 물러났다. 경기판독관과 경기감독관, 아마추어 대회 심판 등 여러 직책을 맡았다. 농구가 아닌 다른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 여러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러나 그 시간은 오래 가지 않았다. KBL이 2018~2019 시즌부터 이정대 총재와 함께 했고, 홍기환은 심판의 수장인 심판부장으로 임명됐다. 2018~2019 시즌부터 세 시즌 동안 심판진을 관리했다. 중책이었다.
3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홍기환 전 심판부장은 재임 기간을 그저 숫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소임’을 다한 시간이었다고 여겼다. 심판부장을 하는 동안 농구를 좋아하는 여러 사람들과 소통을 했고, 소통 속에 새로운 걸 공부했기 때문이다.

심판부장으로서 어떤 업무를 맡으셨나요?
가장 큰 건 심판진 관리였습니다. 심판들을 교육하고, 심판들의 체력 및 근퇴 관리 등 전반적인 업무를 했습니다. 경기 배정도 했고요.
저 스스로 중요하게 여긴 건 현장이었습니다. 현장에서 경기를 많이 보려고 했습니다. TV로 보는 것과 달랐기 때문이었죠. 현장에서 모니터링한 걸 심판진과 이야기하고, 심판진의 장단점도 피드백했습니다.
심판부장의 관점과 심판의 관점. 차이가 있을까요?
규칙을 집행하는 것도 있지만, 규칙의 정신을 집행하는 것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에 방향성을 많이 뒀습니다.
예를 들면, 수비수가 속공하려는 공격수의 손을 칩니다. 그런데 공격하는 사람이 지장이 없이 공격을 진행을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심판이 굳이 (파울을) 불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스피드’라는 농구의 본질을 살려줄 수 있거든요.
농구에 ‘스피드’라는 요소가 사라질 때, 농구가 지닌 ‘생명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점들도 심판들에게 주지시키려고 했습니다. 물론, 그런 상황이라고 해도, 파울을 아예 안 부는 건 잘못된 겁니다. 공격자에게 지장을 주거나 공격자의 리듬을 떨어뜨리는 명백한 파울, 명백한 바이얼레이션은 꼭 불어줘야 하거든요.
이정대 총재님과 두 사무총장님(최준수-이인식), 김동광 경기본부장님도 공감해주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도 더욱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총재님과 총장님, 본부장님 밑에서 제 업무를 할 수 있었거든요.
이정대 총재님 부임 후, KBL은 ‘WIDE OPEN’이라는 기조를 내세웠습니다. 판정에 관련해서도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다만, ‘판정’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대중들과 소통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컸을 것 같습니다.
대중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구상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비디오 룰 북’이었습니다. 그리고 10개 구단을 직접 찾아가서 규칙과 규칙의 방향성을 설명했고, 언론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도 그런 방향성을 제시하려고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여러 관계자들 혹은 대중들에게 제시한 ‘판정 가이드 라인 준수’였습니다. 심판진이 “이렇게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지키지 않은 건 약속을 어긴 거니까요.
시즌 전부터 제시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심판들의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제시했던 기준도 흔들릴 수 있고요. 판정 기준이 흔들리면, 선수들의 경기력도 흔들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팬들이 떠납니다. 그래서 시즌 중에도 심판진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경기를 하는 당사자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심판부장을 하시는 동안, 어떤 걸 많이 얻으셨나요?
앞서, 현장의 중요성을 말씀드렸습니다.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게 있거든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구단 관계자와 미디어, 팬들의 목소리였습니다. 현장에 나가지 않는다면, 들을 수 없는 목소리라고 생각했죠.
저는 심판진을 대표해 규칙이나 규정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현장의 소리를 들려줬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더 공부하고 더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현장에 있었던 시간들이 더욱 소중했던 것 같아요.
2020~2021 시즌 종료 후 심판부장직에서 물러나셨습니다. 아쉽지 않으셨나요?
물론, 아쉬울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제 임기 동안 소신을 다했다는 겁니다. 방향을 굽히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여한이 없습니다. 그래서 큰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유튜버 ‘불낙심판’
홍기환은 현재 여러 가지 직함을 가고 있다. 먼저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수명가’라는 스포츠마사지 및 교정 업체의 대표를 맡고 있다.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심신 치유사’라는 타이틀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기자가 더 주의 깊게 본 타이틀은 유튜브 채널 ‘불낙심판’이다. 2년 전에 해당 채널을 개설한 홍기환은 심판부장 임무 종료 후 더 심도 깊은 컨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다. ‘심판’ 그리고 ‘판정’에 관련된 컨텐츠를 다루고 있다.
유튜버로서의 목표는 명확하다. 심판을 꿈꾸는 이들과 초보 심판들, 나아가 현직 심판들에게 좋은 바이블을 제공하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도 그런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그게 ‘농구 심판 홍기환’이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근황이 궁금합니다.
제가 1990년대 초에 스포츠 마사지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민간에서 나온 자격증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KBL 심판을 잠깐 쉬던 2014년에 지금 운영하고 있는 ‘수명가’를 개업했습니다. 심판부장을 그만둔 후에, ‘수명가’의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부상 때문에 농구를 그만 뒀습니다. 부상당한 선수들의 멘탈을 잡아주고 싶은 욕심이 컸습니다. 부상당한 선수들 외에도, 여러 사람들의 심신을 치유하고 싶은 마음도 컸고요. 그래서 심리에 관한 공부를 했고, 최근에 1급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심신 치유사’라는 타이틀을 붙였던 거고요.
유튜브 채널 ‘불낙심판’도 개설하셨습니다.
직원 한 명이 “농구 규칙 혹은 심판에 관한 컨텐츠를 하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습니다. 저 역시 농구 팬들을 위해 해보겠다고 생각했지만, 폭넓게 홍보할 계획은 없었습니다. 그저 필요한 분들께서 볼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려고 했죠.
유튜브를 보다 보니, FIBA 규칙서를 독해하는 컨텐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 것부터 하나하나 다루고 있습니다. 심판을 희망하거나 심판으로서 역량을 끌어올리려고 하는 분들이 많이 보시더라고요. “다음 시리즈는 언제 나올까요?”라며 궁금해하는 분도 있고요.
앞으로는 심판 철학과 룰 북, 심판으로서의 기술적인 요소(메카닉)와 매뉴얼 등을 업로드하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심판이 공부해야 할 항목들을 컨텐츠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평생교육원에 농구 심판 관련 강의를 할 수 있도록, 허가 신청을 제출했습니다. 대한민국농구협회와 협의해야 하는 요소도 있지만, 심판을 희망하는 분에 한해 비대면 강의나 오프라인 강의를 하려고 합니다. 그런 것들을 요즘 진행하고 있습니다.
심판은 어려운 직업이고, 판정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불낙심판’ 채널은 대중들과 소통하기 더 좋은 창구가 될 것 같은데요.
가끔 동아리 대회에 심판을 맡으면, 여러 농구인들께서 궁금했던 점들이나 헷갈리는 점들을 질의해주시더라고요. 그런 점들을 설명 드리고, 그러면서 농구인들과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느낀 건 “이런 채널이 있다”고 일방적으로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제가 농구인들을 직접 찾아나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애매한 판정 사례들을 동호인들과 촬영하면서, 농구를 좋아하는 분들과 더 자세히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넓혀야 한다고 봅니다.
또, 한 은퇴 선수가 이런 컨텐츠도 문의했습니다. “예전에 A 경기에서 B라는 판정이 있었다. 그건 어떤 규칙에 의거한 건가? 거기에 관한 설명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그래서 은퇴 선수를 게스트로 불러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심판들도 농구의 한 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께서 심판들을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신다면, 심판들도 더 공정하고 정확한 판정으로 보답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심판들에게 많은 응원 부탁드리고, 우리 프로농구를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 KBL 제공(본문 2~3번째 사진), 홍기환 제공(본문 마지막 사진)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본문 첫 번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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