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명문 용산고의 ‘명품 슈터’ 유기상

BAKO INSIDE / 김영훈 기자 / 2019-12-27 11:50:02


[바스켓코리아 = 김영훈 기자] 비가 내리던 10월 어느 날 용산고 체육관. 오후 4시가 되자 교실에 불은 하나둘씩 꺼졌고, 학생들은 하교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모두가 집으로 향하던 시간에 체육관은 불이 환하게 켜졌다.


어두운 날씨와 대비되는 밝은 체육관에 들어서자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천장 옆면을 가득 채운 전국대회 우승 표식. 한눈에 봐도 40개가 훌쩍 넘는 영광들이 즐비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까지 용산고가 걸어온 역사였다.


용산고의 역사에 감탄하고 있는 사이 한 소년이 체육관에 들어섰다. 한눈에 봐도 3학년 같은 성숙한 외모와 굵은 목소리. 용산고 ‘에이스’ 유기상이었다.


<바스켓코리아>는 용산고 역사를 잇는 ‘대형 슈터’ 유기상을 만나 집중적으로 파헤쳐봤다.


※ 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10월호 웹진에 게재된 글입니다. 인터뷰 시점은 10월입니다.


CHAPTER 1. 어서 와, 영상은 처음이지.
유기상은 U18 국가대표에도 뽑혔을 정도로 수준급 기량을 갖춘 선수. 그럼에도 자신의 영상을 찍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표정에 어색함과 궁금함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리고 이내 질문을 쏟아냈다.


백문이 불여일견. 긴 설명보다 이전에 진행된 강성욱(호계중), 박무빈(홍대부고), 이두원(휘문고)의 영상을 차례로 보여줬다. 유기상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지 고민하는 듯했다.


플레이 전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그는 “안녕하세요. 용산고 3학년 유기상입니다”라는 형식적인 멘트를 던졌다. 수상 경력과 이력 등을 붙여서 더 길게 해줄 수는 없는지 묻자 “없는데...”라며 쑥스러워했다.


이후 장점과 보여줄 플레이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그는 “저는 슛이 강점이기에 슛을 보여드리겠습니다”며 다시 한번 짧은 답변을 내놨다. 그리고는 서서히 코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기상은 드리블로 간단히 몸을 풀었다. 홀로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2학년 박정환에게 수비를 부탁했다. 간단한 드리블로 몸을 푼 그는 서서히 스킬도 드리블에 더했다. 돌파와 풀업 점퍼도 섞으며 득점 감각을 끌어올렸다.


다음 순서는 패스. 농구의 기본인 체스트 패스를 시작으로 양손 바운드 패스, 언더핸드 패스, 훅 패스 등을 소화했다. 필자의 요구사항이 구체적이고 다양했지만, 유기상은 한 번에 캐치하고 실행에 옮겼다. 훈련과 같은 기본적인 상황임에도 많은 훈련이 되어있음을 알 수 있던 패스였다.


CHAPTER 2. 슛했다 하면 골인!
취재를 온 필자는 물론, 유기상도 기다리던 슛을 뽐낼 시간이 되었다.


유기상은 미드레인지 점퍼로 슛 컨디션을 체크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연습이기는 해도 80% 이상의 성공률을 자랑했다. 림도 건드리지 않고 통과하는 공이 대다수였다.


슛 폼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밸런스도 좋았고, 릴리스 포인트도 나쁘지 않았다. 슛 쏘는 타이밍도 빨랐다. 슈터로서의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준 순간이었다.


이어서는 3점. 유기상의 장기이자 전매특허였다. 양쪽 코너와 45도, 탑까지 5개 지점에서 3개씩 넣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는 역시 실수를 용납하지 않았다. 3개 연속 성공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가끔 실패할 때는 다음 시기에 곧바로 만회했다.


유기상의 플레이를 지켜본 이세범 코치는 “기상아, 보여주고 싶은 것 있으면 더 보여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대로 잘 보여주면 오후 훈련 면제!”라는 특권을 제시했다.


그러자 유기상의 눈에 독기가 서렸다. 감춰놓았던 스텝백과 골밑에서 돌아 나와서 던지는 무빙슛, 3점 라인에서 한발 물러서서 던지는 슛 등을 시도했다. 이마에 땀이 비 오듯 흘리는 것을 보아 힘들어 보였지만 그의 슛 정확도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덩크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완벽한 성공은 아니었지만, 양쪽에서 2번을 성공시킨 유기상은 가쁜 숨을 몰아쉰 채 영상을 끝냈다.


CHAPTER 3. “저 숙소 들어가고 싶어요!”
영상을 찍기 전 먼저 이세범 코치를 만났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유기상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 누가 물어보지 않았음에도 평소에 생각했던 것을 모두 털어놨다. 마치 자기 자식을 칭찬하는 ‘팔불출’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여기가 농구부 숙소인데요. (유)기상이가 얼마 전부터 숙소에 들어갔어요. 본인이 들어가고 싶다는데 어머니가 만류하셔서 고민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삼자대면(?)을 통해 설득을 시켜서 숙소로 오게 했죠.”


이 코치는 계속해서 극찬을 이어갔다. “우리 학교는 이제 나갈 대회가 없어요. 기상이랑 나가는 대회는 끝난 거죠. 대개 이런 시기에 고3 학생들은 훈련을 안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기상이는 달라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새벽, 오후, 야간, 하루에 3번 운동을 해요. 오히려 제가 말릴 정도죠. 대단한 아이예요.”


과도한 칭찬은 확인이 필요한 법. 먼저 유기상에게 숙소에 관한 이야기를 물었다. 많은 고등학생과 다르게 숙소를 원하는 학생. 그것을 말리는 부모님. 대개는 반대 상황이기에 전후 관계가 궁금했다.


사연은 그랬다. 유기상은 집에서 2남 중 둘째이다. 어머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가 숙소에 들어간다니 걱정이 먼저 앞섰다. 밥을 못 챙겨 먹지는 않을까, 어디가 아프지는 않을까. 게다가 몇 달 있으면 대학에 진학해 아들을 더욱 못 보게 되기에 조금이라도 같이 있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기상의 생각은 달랐다. 농구만 생각하기에 이동 시간도 아끼고자 체육관 옆에 있는 숙소에 들어가려는 것이었다. 요즘 보기 드문 엄청난 노력파 선수였다.


그의 노력은 그를 현재까지 끌고 왔다. 유기상은 동 나이대에서 손꼽히는 선수다. 그러나 키도 작았고, 빠르지도 않았다. 운동능력도 평범했다. 그럼에도 그는 타고난 노력으로 슛을 키웠고, 슛 하나는 모두에게 인정받는 선수가 되었다. 그제야 이세범 코치가 그를 ‘지독한 연습 벌레’라고 소개한 이유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CHAPTER 4. 유기상의 목표 ‘NEXT 이정현’
항상 선수에게 영상이 끝나고 물어보는 공식적인 질문이 있다. ‘어떤 선수가 되고 싶어요?’


공식적이고 진부한 질문답게 대부분은 형식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프로에서 오래가는 선수요, 팀에서 필요로 하는 선수요, 누군가가 보고 배울 수 있는 선수요.”


유기상은 구체적이고 확실했다. “전주 KCC의 이정현 같은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가 누구인가. 지난 시즌 MVP이자 슛이면 슛, 돌파면 돌파, 패스면 패스 등 여러 방면에서 최고로 꼽히는 최고의 선수.


자세한 이유를 물어봤다. “저도 조금 더 영리하게 하고 싶어요. 또한, 슛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잘하고 싶어서 많이 보고 배우고 있어요.” 유기상의 말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다른 방면에서 유기상은 뚜렷하게 잘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미래에는 충분히 이정현과 같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유기상은 아직 젊고, 그의 앞에는 괜찮은 미래만 있기 때문이다.


타고난 천재형이 아닌 열정 넘치는 노력형 유기상. 그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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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우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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