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Inside] 그린의 부진과 워리어스의 상관 관계
- 아마 / Jason / 2016-05-28 12:14:17

[바스켓코리아 = 이재승 기자]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여전히 탈락 위기에 놓여 있다. 골든스테이트는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벌어진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의 서부컨퍼런스 파이널 5차전에서 120-111로 승리했다. 이날 골든스테이트는 가까스로 기사회생했다. 시리즈 스코어 3대 1로 뒤져 있는 상황에서 이날마저 패했다간 이번 시즌을 마감하게 된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는 스테픈 커리와 클레이 탐슨이 제 몫을 해준 가운데 앤드류 보거트가 힘을 내주면서 오클라호마시티를 따돌렸다. 골든스테이트는 연패에서 탈출하며 6차전을 내다보게 됐다.
이번 시리즈의 확실한 변수는 바로 드레이먼드 그린이었다. 그린은 지난 3차전 3쿼터에서 스티븐 애덤스에게 파렴치한 반칙을 저질렀다. 고의성을 떠나 사과를 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그는 미안하다는 말 대신 “고의가 아니었다”고 말하기 바빴다. 문제는 그린의 발길질 이후 그린의 경기력이 형편없어졌다는 점이다. 더불어 골든스테이트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러는 사이 오클라호마시티는 골든스테이트를 사정없이 혼냈다. 두 경기 연속 전반에만 72점을 퍼붓는 등 2경기 모두 20점차 이상의 대승을 거뒀다.
지난 3차전과 4차전에서 그린의 발길질 이후 경기력 격차는 실로 컸다. 이 두 경기 동안 그린이 코트 위에 머무르는 동안 득실은 ‘-70점’에 달했다. 그러는 동안 그린은 케빈 듀랜트에게 꽁꽁 묶였다. 11개의 슛을 시도해 모두 집어넣지 못했으며, 실책도 5개나 쏟아냈다. 단순 기록을 떠나 내용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기록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그린은 2경기 공이 각각 6점을 올린 것이 전부. 3차전에서는 일찌감치 경기의 당락이 결정되는 바람에 많은 시간을 소화하지 않았지만, 4차전에서는 징계를 극적으로(?) 피해 나섰다. 그러나 6점에 그쳤다.
# 4차전까지 나온 그린의 발길질 여파
발길질 이전_ 덥스 260점 / 썬더 247점 / 득실 -13
발길질 이후_ 덥스 159점 / 썬더 203점 / 득실 +44
그린의 부진이 골든스테이트에 미치는 여파는 실로 크다. 그는 골든스테이트 공격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도맡고 있다. 적극적인 스크린을 통해 커리와 탐슨에게 공격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연계동작을 통해 본인이 직접 득점에 가담하는 빈도 또한 높다. 간간히 3점슛을 던져줄 수 있으며, 보거트와의 하이로게임도 종종 볼 수 있다. 커리와 탐슨이 공격의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이유에는 그린의 존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오클라호마시티 원정 2연전에서 그린은 경기당 34.7분 동안 평균 6.0점(.125 .000 1.000) 7.5리바운드 2.5어시스트에 머물렀다. 그러는 사이 팀은 대패했다.
워리어스 3점슛의 함정
우선 골든스테이트는 당연히 커리와 탐슨의 득점을 노리고 있다. 지난 5차전에서도 커리와 탐슨이 도합 58점을 올리면서 팀의 공격을 주도했다. 이중 커리는 이날 31점 7리바운드 6어시스트 5스틸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이는 커리의 플레이오프에서 두 번째 30점 경기이며 이번 시리즈 첫 30점 경기를 치렀다. 최근 두 번의 플레이오프에서 커리가 30점 이상을 퍼부은 날, 골든스테이트는 11전 전승을 기록했다. 덤으로 커리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서 30점+ 5스틸+ 경기를 펼쳤다.
이날 커리의 경기 운영이 돋보였던 이유는 3점슛 빈도를 줄였다는 점이다. 커리는 이날 10개의 자유투를 시도해 모두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적극적인 볼핸들링을 통해 3점슛보다는 반칙을 얻어내거나 2점슛을 시도하면서 득점사냥에 나섰다.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 탐슨도 마찬가지. 탐슨도 자유투로만 9점을 보태면서 다득점의 초석으로 삼았다. 커리와 탐슨이 자유투로만 19점을 올리면서 확률 싸움을 펼쳤다. 이는 고스란히 골든스테이트의 승리로 연결됐다.
커리와 탐슨은 자신의 득점에서 3점슛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날은 무리하게 3점슛을 시도하지 않는 대신 안쪽에서 득점을 시도했다. 커리가 무리한 3점슛을 시도하지 않으면서, 골든스테이트가 상대적으로 오클라호마시티에 롱리바운드를 허용하지 않았다. 지난 4차전을 보면 오클라호마시티의 주전 백코트(웨스트브룩-로버슨)가 공이 두 자리 수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러셀 웨스트브룩과 안드레 로버슨의 리바운드를 통해 곧바로 공격태세로 전환할 수 있었다.
오클라호마시티가 이를 통해 고스란히 속공 득점으로 치환하진 못했지만, 상대 수비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 전에 틈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다. 하물며 오클라호마시티에는 듀랜트와 웨스트브룩이라는 리그 최고의 득점원들이 자리하고 있다. 즉, 골든스테이트의 (무리한) 3점슛 실패가 곧 골든스테이트의 실점으로 이어진 셈이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골든스테이트를 사정없이 두드렸다. 이와 같은 흐름이 반복되면서 지난 3차전과 4차전에서 엄청난 점수 차가 벌어졌다.
그린의 부진이 낳은 여파
그린의 부진도 한 몫 크게 했다. 그린이 제대로 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골든스테이트는 더 외곽지향적인 공격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린이 안쪽에서 좀체 득점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 오클라호마시티에는 애덤스와 서지 이바카 그리고 에네스 켄터까지 걸출한 빅맨들이 여럿 버티고 있다. 이들 모두 큰 신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듀랜트도 210cm에 가까운 큰 키를 자랑하고 있다. 오클라호마시티의 안쪽에서 언더사이즈 빅맨인 그린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자신의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서 그린도 이내 한계를 드러냈다. 커리는 그린을 스크리너로 대동해 픽게임에 나선다. 하지만 그린은 이번 시리즈를 통해 지난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와의 서부컨퍼런스 세미파이널에서처럼 위협적인 옵션이 아닌 것이 드러났다. 적어도 오클라호마시티를 상대로는. 이 때 스크린을 통해 커리가 공격기회를 얻거나 반대로 그린이 공격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곤 한다. 하지만 그린이 부진하고 있어 오클라호마시티에서는 커리를 보다 집중적으로 수비할 수 있게 됐다.
오클라호마시티의 빌리 도너번 감독은 커리의 픽게임이 이뤄질 때 적극적인 스위치를 통해 커리에게서 시도되는 공격을 지연하고자 했다. 정규시즌에서 샌안토니오 스퍼스도 보다 확실한 바꿔막기를 통해 커리의 공격을 틀어막은 바 있다. 여기에 센터진이 풍부한 오클라호마시티가 정상 라인업이 아닌 스몰라인업을 가동하면서 오클라호마시티에 보다 많은 이점이 생겼다. 듀랜트가 그린의 매치업으로 나선다. 스위치가 되면 듀랜트가 커리를 막는다. 듀랜트가 그린과 커리를 막았을 때, 4차전까지의 기록은 처참했다.
# 듀랜트가 수비했을 때 커리와 그린의 기록(4차전까지)
커리 3점 8개 시도, 모두 실패, 4실책
그린 11번 슛 시도, 모두 실패, 5실책
아니면 그린이 보다 정확한 스크린을 통해 커리가 3점슛을 쏠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듀랜트가 막는 순간 커리도 어쩔 도리가 없다. 듀랜트의 어마어마한 팔 길이에 백기를 들거나 무리하게 슛을 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커리는 돌파가 아닌 3점슛을 택했고, 이는 모두 림을 외면했다. 돌파가 쉬운 것도 아니다. 듀랜트의 팔다리 길이라면 어느 정도는 커리의 동선을 제어할 수 있었다. 결국 그린이 공격재원으로서 가치를 드러내지 못하면서 부담을 커리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탐슨은 상대적으로 볼이 없는 움직임을 통해 3점슛 기회를 잡는다. 즉, 골든스테이트 공격의 주된 뼈대는 커리가 그린의 스크린을 통해 공격루트를 창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웨스트브룩과 듀랜트는 물론 수비력이 좋은 로버슨까지 커리를 묶는데 나섰다. 즉, 그린이 커리와 함께 공격의 확실한 축으로 나서지 못하면서 골든스테이트가 오클라호마시티를 상대로 무너진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상대의 공격력이 만만치 않은 만큼 수비에서 대응이 되지 않는다면, 공격에서 실마리를 풀어야했다. 하지만 그린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확실한 변수’ 앤드류 보거트의 활약
골든스테이트의 스티브 커 감독은 5차전에서 보거트를 이전보다 활발하게 내세웠다. 그 결과 보거트는 데뷔 이후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많은 득점(15점)과 가장 많은 리바운드(1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여기에 2스틸 2블락까지 곁들이면서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했다. 보거트는 이날 자신의 평균 출장시간보다 많은 29분 54초 동안 코트를 누볐다. 커 감독은 그린을 센터로 내세우는 스몰라인업이 아닌 보거트와 모리스 스페이츠에게 골밑을 맡겼다. 이를 발판으로 골든스테이트가 골밑에서 안정된 수비를 펼칠 수 있었다.
그린이 파워포워드로 나서면서 상대의 빅맨들이 접근을 저지하는데 한계를 드러낸 만큼 보거트로 대응에 나섰다. 이는 초반부터 주효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1쿼터에 골든스테이트(19회)보다 훨씬 많은 야투 시도(28회)에 나섰다. 이중 첫 12개의 슛을 페인트존에서 시도했는데, 오클라호마시티는 이를 모두 놓쳤다. 골든스테이트가 수비에서 해법을 찾은 것이다. 골든스테이트가 적은 공격 시도에도 25-21로 앞선 채 1쿼터를 마칠 수 있었다.
골든스테이트가 스몰라인업에 나서면 그린 혼자서 안쪽 수비를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보거트와 그린이 함께 뛰면 무게감은 더해진다. 여전히 그린이 상대 큰 선수를 수비해야 하지만 수비의 짐을 명확하게 덜게 된다. 보거트가 안쪽에서 상대 센터를 막는 사이 그린이 리바운드에 가담할 수 있다.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 그 결과 보거트와 그린은 이날 동시에 두 자리 수 리바운드를 잡는 등 더블더블을 작성하며 팀의 승리에 일조했다. 그린이 공격에서 부진했지만, 보거트의 도움으로 수비에서 이전처럼 역할을 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커 감독은 이날 그린을 단 1초도 센터로 내세우지 않았다. 오클라호마시티의 큰 신장을 지닌 라인업에 골든스테이트가 잘 하는 것(스몰라인업)이 아닌 정상적인 라인업을 통해 맞섰다. 그러는 사이 오클라호마시티의 간헐적인 스몰라인업(그럼에도 골든스테이트만큼 큰 라인업)을 들고 나온 사이 오히려 골든스테이트가 우위를 점하며 치고 나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골든스테이트는 오클라호마시티에 고전했다. 번개탄의 원투펀치는 기본 65점 이상은 어렵지 않게 책임진다. 나머지 선수들의 지원이 이전에 비해 부족하면서 한계를 드러냈다.
앞으로의 시리즈는?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열리는 6차전도 5차전과 상황이 엇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로버슨과 웨이터스를 필두로 여러 선수들이 득점을 보탠다면, 골든스테이트가 이날처럼 좋은 경기를 펼쳐도 오클라호마시티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지난 3차전에서는 골든스테이트가 잠깐 한 눈 판 사이 오클라호마시티가 확실하게 치고 나갔다. 4차전에서는 골든스테이트가 나름 해볼려 했는데 오클라호마시티는 3차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난 5차전에서는 골든스테이트가 나름 제대로 했는데, 오클라호마시티가 조금 부족했다.
과연 6차전은 어떻게 전개될까? 이번 시리즈 흐름상 커리와 탐슨이 3점슛 15개 이상을 합작하는 경기가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커리와 탐슨이 3점슛 15개 이상을 너끈히 터트린다면, 골든스테이트가 정규시즌에 자랑하던 경기력으로 오클라호마시티에 앞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오클라호마시티의 원투펀치가 너무나도 탄탄하다. 스코어링 쇼다운에서는 오클라호마시티의 우위가 어렵지 않게 예상된다. 그렇다면 커리가 더 확률 높은 득점을 올릴려면, 곧 골든스테이트가 승리에 다가서고자 한다면, 다른 누구도 아닌 그린의 가세가 필요하다.
그린이 살아나면, 커리가 살아날 수 있다. 커리가 지난 정규시즌에서 엄청난 3점슛 세례를 퍼부으며 연장 접전 끝에 승리한 경기가 대표적. 이날 그린은 이날 단 2점에 그쳤다. 하지만 14리바운드 14어시스트 6스틸 4블락을 기록하며 팀의 모든 살림을 책임졌다.이날은 커리가 3점슛 12개를 터트리며 46점을 올렸고, 탐슨이 32점을 득점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커리와 탐슨이이번 시리즈에서 70점 이상을 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그린이 공격에 가담해줘야 한다.그린이 살아나면, 확실한 스크린을 통해 커리가 3점슛 기회를 갖게 된다.커리의 3점슛이 들어가면 상대에 롱리바운드를 허용할 일도 없다. 동시에 수비 부담도 없어지게 된다.
그린이 살아날 수 있을까? 그린이 침묵한다면, 설사 시리즈가 7차전까지 가더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그린은 이번 시리즈 결과 유무에 상관없이 애덤스를 찾아가 진심어린 사과를 전해야만 한다. 그게 바로 스포츠맨쉽이고, 동업자 정신이다. 고의가 아니었다고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은 의미가 없다. 사과는 받는 이가 중요하다. 어느 곳에서는 사과했다고 하는데 받는 이가 받은 적이 없다고 하면 사과는 온전하게 전달된 것이 아니다. 그린이 그래도 승부가 끝난 후 성의 표시를 한다면, 들끓었던 여론도 조금은 잠잠해지지 않을까? 지금부터 시리즈 끝날 때까지, 그린에겐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순간이다.
사진 = NBA Mediacent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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