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cision' 1년, 르브론 제임스는 공공의 적으로 남을 것인가?

NBA / Jason / 2011-07-07 12:49:17
(바스켓코리아) 'The Decision' 으로 요란하게 시작되었던 르브론 제임스의 2010-2011 시즌이 댈러스 매버릭스의 우승으로 끝이 난지 어느덧 한달이 되어간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우승도전에 실패한 르브론 제임스는 지난 여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서 드웨인 웨이드와 크리스 보쉬가 버티고 있는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하며 생애 첫 우승을 꿈꿨지만, 시즌 내내 친정 팀을 버렸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르브론 제임스의 마이애미행은 행선지를 발표하는 과정에서부터 보는 이들을 못마땅하게 했다. 당시 제임스는 자신이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 'The Decision’을 통해 마이애미행을 선언했는데 이것이 팬들에겐 다소 거만하게 비쳤다. 특히 클리블랜드팬들은 제임스의 져지를 불태우는 등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 뿐만 아니다. 시즌 중에는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서슴지 않아 자주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파이널에서 댈러스 매버릭스에 패한 직후에도 결과에 승복하기보다는 자존심만을 내세우는 듯한 말을 남겨 마지막까지 아쉬움을 남겼다.

NBA에서는 수많은 스타들이 챔피언 반지를 얻기 위해 팀을 옮겨왔다. 그러나 제임스에게 가해지는 비난은 유독 과도해 보인다. 우승을 향한 한 젊은 선수의 열망이 그렇게 잘못된 것일까? 물론 지난 시즌 제임스의 행동이 많은 문제를 낳긴 했지만, 애초에 마이애미에서 BIG3를 결성했을 때부터 "너무 편한 길을 가려한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제임스에 대한 관점은 편향적일 수밖에 없었다. 많은 논란이 다소 잠잠해진 이 시점에서 르브론 제임스의 선택을 다시 바라보고자 한다.

'The King' 르브론 제임스

제임스는 NBA에 데뷔하기 전부터 탄탄대로를 달렸다. 고등학교만 마치고 바로 NBA에 뛰어들었을 정도로 잠재력이 무궁무진했다. 드래프트에서도 당당히 1순위 지명을 받으며 화려하게 출발했다. 과연 제임스의 가치는 거품이 아니었다.

제임스는 첫 시즌에 '20(득점)-5(리바운드)-5(어시스트)'을 기록하는 등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물론 신인왕도 거머쥐었다. 이후 제임스는 빠르게 발전했다. 두 번째 시즌에는 '27-7-7'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했고, 이은 시즌에는 '31-7-6'을 기록하며 역대의 전설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제임스의 돋보이는 기량은 마이애미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했다. 사실 거의 에이스급이나 다름없는 웨이드, 보쉬와 한 팀에 속해 기록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지난 시즌 평균 26.7득점 7.5리바운드 7.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여전히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또한 네 시즌 연속 26-7-7을 기록하기도 했다.

제임스의 실력만큼이나 대단한 것이 또 있다. 바로 스타성이다. 이미 제임스는 NBA에 발을 디디기 전에 유명 스포츠브랜드인 나이키와 계약을 맺으며 가능성을 검증 받았다. 현재는 평범한 팀으로 전락한 클리블랜드도 제임스가 선수생활을 보냈던 시절에는 경제적으로 엄청난 호황을 누렸다. 관중석은 늘 빽빽 들어차 있었고, 경기장의 주변 상권도 큰 이익을 거뒀다.

제임스는 마이애미로 팀을 옮긴 이후에도 여전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7년간 몸담았던 클리블랜드를 떠나면서 배신자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 이에 제임스는 원정 길에 오를 때마다 심한 야유를 들어야 했다. ‘왕’에서 졸지에 ‘공공의 적'으로 둔갑한 것이다.

악역을 자처한 제임스

제임스는 'The Decision'을 통해 마이애미에 새 둥지를 틀었다. 후폭풍은 컸다. 팬들은 제임스의 이적과정을 비난했다. 굳이 방송을 통하여 행선지를 발표할 필요가 있었는가에 대해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선택은 전적으로 제임스의 권한이었고, 다른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봤을 때 과연 마이애미행이 비난 받아 마땅했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물론 슈퍼스타라면 팬들을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제임스는 7년 동안 자신을 응원해 준 팬들을 등진 것이나 다름없다.

팀 축소 발언도 문제였다. 직장 동료들의 일터를 줄여야겠다고 말했으니 반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더불어 "에이스 선수들끼리 슈퍼팀을 만들면 재밌을 것"이라며 자신의 상황을 빗대기도 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상대팀인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와 보스턴을 식사에 비유하며 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제임스 본인은 자신의 도전기를 표현하려 한 듯 보였지만, 선수의 입에서 나온 것치고는 좋지 않은 언사였다.

또한 제임스는 파이널 무대에서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제임스는 웨이드와 헛기침을 하는 장난을 쳤다. 이는 파이널 4차전에서 독감에도 불구하고 댈러스를 승리로 이끈 덕 노비츠키를 조롱한 행위였다. 심지어 당시 그들 앞에는 댈러스 지역 방송사 취재팀도 있었다. 이에 관해 ESPN의 칼럼니스트인 스킵 베일리스는 "상대 팀의 에이스를 조롱하고 있다"며 제임스와 웨이드의 경솔한 행동을 크게 비난했다.

파이널이 끝난 후에는 제임스의 입이 또 말썽이었다. 제임스는 6차전 종료 직후 기자회견장에서 "나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계속 살아갈 것이고 내 가족은 행복하다. 반면, 그들(자신의 안티들)은 나 자신과 마이애미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을 두고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그들은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며 팬들의 처지를 비꼬듯 표현했다. 곧바로 많은 팬들이 불쾌감을 드러냈고, 이에 제임스는 뒤늦게 해명을 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뜻하지 않은 파이널에서의 부진

제임스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자신의 숙적이었던 보스턴을 넘어섰다. 하지만 정작 파이널 무대는 넘어서지 못했다. 제임스는 2007 파이널에 이어 또 한 번 부진하며 우승 문턱에서 고개를 숙였다. 제임스는 '왕의 친위대'인 웨이드와 보쉬를 거느리고도 대관식을 거행하지 못했다. 제임스에게는 '파이널 MVP' 수상 여부도 중요했겠지만, 그 이전에 우승 자체가 더욱 중요했다. 그럼에도 제임스는 우승반지를 획득하는데 실패했다.

이번 파이널 개막을 앞둔 시점에서 많은 이들이 마이애미의 우위를 점쳤다. 왜냐하면 댈러스에는 공수 밸런스가 조금은 편향적인 선수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제임스와 웨이드를 수비할 수 있는 자원도 션 메리언, 드션 스티븐슨에 불과했다. 그만큼 댈러스는 매치업상에서 생길 수 있는 손실이 커 보였다.

그러나 파이널에선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댈러스는 의외로 제임스를 잘 막으며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제임스는 시카고 불스와의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는 평균 25.8득점 7.8리바운드 6.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쳤지만, 파이널에서는 평균 20득점에도 근접하지 못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댈러스는 이 점을 잘 활용, 키드에게 제임스의 수비를 맡기는 등 파격적인 작전을 들고나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키드가 제임스를 막으면서 수비 매치업의 유동성이 더 좋아졌고, 웨이드에 대한 수비 역시 메리언 카드를 앞세워 수비 부담을 최소화했다. 만약 제임스가 제 기량을 발휘했다면 이 작전은 절대 효과를 보진 못했을 것이다.

마이애미는 제임스가 승부처에서 지나치게 경기조율에만 열중한 것이 오히려 큰 해가 되었다. 다시 말해 제임스는 정작 득점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침묵했다. 특히 4쿼터 득점은 시리즈 내내 최악이었다. 실제로 파이널에서 제임스가 기록한 4쿼터 총 득점은 단 18점에 불과했다. 2, 3차전에선 똑같이 2득점에 그쳤고, 4차전에선 아예 득점이 없었다. 제임스의 파이널 평균 득점 역시 17.8점에 그쳤다. 리바운드와 어시스트 부문에서 각각 7.2리바운드, 6.8어시스트로 제 몫을 다 한 것을 고려하면 아쉬움은 더욱 컸다.

결국 마이애미가 우승에 실패하자 현지 언론에서는 제임스를 'Showman(병풍)‘이라 비유하며 맹비난을 가했다. 파이널에서 주로 패스에만 주력한 제임스의 플레이를 비꼰 말이다. 제임스가 파이널 당시 얼마나 큰 조롱을 당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안티 팬들에게는 두고두고 되새길 좋은 안주거리까지 제공했다.

제임스의 팀, 히트

제임스의 이적은 본인에겐 새로운 도전이었다. 제임스는 클리블랜드에서 7시즌 동안 우승을 노렸지만, 번번이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에 결국 이적을 결정했다. 이번엔 본인이 직접 조력자를 찾아 나섰다. 그래서 당도한 곳이 바로 마이애미. 제임스는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가치까지 포기하며 웨이드와 보쉬의 뜻에 따라 마이애미행 비행기를 탔다. 자신의 명예에 흠집이 생길 수도 있는 중사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우승을 위해 마이애미에 합류한 것이다. 어찌 보면 통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리그에서 가장 막강한 BIG3가 결성되자 팬들 사이에선 누가 에이스에 적합한가에 대한 설왕설래가 끊이질 않았다. 사실 이러한 논제 자체는 불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기준으로 냉정히 말한다면 제임스가 에이스에 더 가까웠다. 물론 두 선수의 기량 차는 그리 크지 않지만, 팀 공헌도는 르브론이 더 높았다.

BIG3가 구성될 당시 팻 라일리 마이애미 사장은 웨이드가 코비 브라이언트, 제임스가 매직 존슨, 보쉬가 케빈 가넷의 역할을 해줄 것이라 밝혔다. 시즌 초반, 마이애미는 라일리의 말처럼 웨이드를 주득점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는 그리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마이애미는 정규 시즌 첫 17경기에서 9승 8패로 부진하며 팬들을 실망케 했다. 결국 마이애미는 작전 노선을 변경했다. 웨이드가 아닌 제임스를 공격 전면에 내세웠고, 이는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마이애미는 남은 65경기에서 49승 16패를 기록하며 동부지구 2위로 정규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 뿐만 아니다. 르브론의 영향력은 경기 시작 전에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는 특히 보스턴과의 정규 시즌 마지막 대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르브론은 팁 오프에 앞서 전 선수가 모인 자리에서 "마이애미 히트의 농구를 펼쳐야 한다"고 운을 뗀 뒤 "우리는 잘 할 수 있다"며 동료들의 사기진작을 유도했다. 이어 파이팅 구호로 "Dominate on three!"라 선창하자 뒤따라 그 외 선수들이 "one, two, three, (dominate)"라 외치며 조화된 모습을 연출했다. 이는 플레이오프에서도 이어졌다. 이렇듯 제임스는 경기 외적으로도 에이스다운 태도를 나타났다.

물론 파이널에선 이해할 수 없는 부진으로 마이애미를 우승으로 이끌진 못했지만, 팀이 제임스에게 건 기대치는 분명 웨이드보단 컸다.

클러치 플레이어, 제임스

제임스에겐 소위 킬러 본능이 없다고들 말한다. 이번 파이널에서는 지나치게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펼쳐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제임스도 클러치 상황에선 충분히 ‘한 방’이 있는 선수이다.

지난 2006-2007시즌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의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 4차전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제임스는 4쿼터와 연장전에서 무려 29점을 몰아넣으며 전 소속팀인 클리블랜드를 파이널로 이끌었다. 역대 최고의 퍼포먼스라 불릴 정도로 굉장한 활약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제임스는 득점이 아닌 패스로 팀을 구제한 경기도 많았다. 특히 2005-2006시즌 워싱턴 위저즈와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 6차전에서는 연장 종료 직전 데이몬 존스의 극적인 역전 3점슛을 어시스트해 4승 2패로 전 소속팀인 클리블랜드를 동부 컨퍼런스 세미 파이널로 이끌기도 했다. 물론 경기를 마무리한 건 존스였지만, 긴박한 순간에 찬스를 맞은 동료를 놓치지 않은 제임스의 시야도 돋보였다.

당시 보스턴의 전설적인 센터, 빌 러셀도 “클러치 플레이어의 기준을 슈터에 국한할 필요는 없다. 패스로도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면 이것 역시 대단한 능력이다”며 제임스를 치켜세웠다.

다시 일어서자

지난 시즌, 제임스는 파이널에 진출했음에도 우승에 실패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많은 질책을 들어야 했다. 그만큼 제임스에 대한 기대치는 엄청났다. 물론 파이널 진출도 대단한 성과이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만족하기에는 제임스의 주위 환경이 너무 좋았다. 웨이드와 보쉬가 어디 보통 선수들인가?

따라서 제임스는 다음 시즌 또 다시 우승에 대한 중압감에 시달릴 것이다. 하지만 조급할 필요는 없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제임스뿐만 아니라 웨이드, 보쉬 모두 전성기에 접어들어 앞으로 기회는 많다. 또한 제임스에게 두 번의 파이널 패배는 강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다만 언론을 대하는 태도는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사소한 말 한 마디도 쉽게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인지해야 할 것이다. 차라리 과묵하게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말도 많고 탈고 많았던 제임스의 2010-2011시즌이 끝났다. 과연 제임스가 지난 시즌을 교훈 삼아 다음 시즌에 보란 듯이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제임스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바스켓코리아 이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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