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재활이 남긴 성장’ 숙명여중 허정원 “실패도 나를 강하게 만든다”

BAKO INSIDE / 김아람 기자 / 2026-09-29 22:14:23


본 인터뷰는 2026년 7월 중하순에 진행했으며, 바스켓코리아 2026년 8월호 웹진에 게재됐습니다.

 

운동선수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존재는 재활이 아닐까. 프로 선수에게도 힘든 시간인 만큼, 숙명여중 3학년 허정원에게 재활은 가혹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긴 재활은 허정원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무릎 부상으로 떠나 있던 시간 동안 경기 보는 시야는 넓어졌고, 복귀 후에는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코트를 누비고 있다. 

 

“저는 '비가 온 후에 땅이 굳는다'라는 말을 좋아해요. 그 말처럼 제가 재활하는 동안 힘들고 속상했던 일이 절 더 강하게 만들 거로 생각해요. 농구하면서 실패를 마주하게 될 수도 있지만, 그 실패가 저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걸 잊지 않을 거예요”


지난해 부상을 딛고 올해 복귀했다고요. 

작년(2025년) 5월에 오른쪽 무릎을 다쳤어요. 이후엔 열심히 재활했고, 올해 3월부터 경기에 조금씩 나섰어요. 5월 소년체전 때부터는 제대로 뛰고 있고요.

 

긴 재활에 마음고생도 많았겠어요. 

주변에서 위로해도 속상한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그래도 부모님과 팀원들, 재활 선생님께서 "다시 잘할 수 있다"고 응원해주신 덕분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어요. 

 

코트 밖에서 경기를 보는 것도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 

경기에 뛸 때는 안 보이는 것들이 벤치에선 잘 보이더라고요. 공수 밸런스 등 '내가 들어가면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구체적으로.

코트 안에선 제 상황만 보였어요. 돌파하고 패스 주는 그런 상황들만요. 그런데 벤치에선 전체적인 움직임이 보여서 '이럴 땐 이렇게 움직여야겠다'는 걸 느꼈어요. 예전엔 상황을 제대로 안 보고 했던 것 같은데, 복귀한 후에 (벤치에서 봤던) 그때의 상황을 바탕으로 하니까 농구를 좀 더 간결하게 하게 된 것 같아요. 돌파해야 하는지, 슛을 쏴야 하는지, 패스를 줘야 하는지 등의 판단이 빨라졌어요. 

 

지금 몸 상태는 어떤가요?

너무 좋아요. 하지만 이렇게 좋을 때 다시 다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최대한 차분하게 하려고 해요. 무엇보다 아픈 곳 없이 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경기 체력은 어때요?

재활할 때 많이 뛰고, 체력 관리를 열심히 했는데도 막상 운동하니까 처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좀 고생했어요. 팀에서 뛸 땐 힘들어도 더 뛰려고 하고, 개인적으론 러닝과 자전거 등 훈련을 더 많이 하고 있어요. 

 

주말리그 권역별 대회부터는 30분 이상 소화하고 있죠. 어떤가요?

속공할 때 빨리 나가는 게 조금 버겁게 느껴졌어요. 볼 없는 움직임으로 찬스를 만드는 등 팀플레이도 많이 훈련했지만, 오래 쉬어서 안 맞는 부분이 있었고요. 그런 부분을 극복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경기력 측면에서는?

수비 로테이션을 많이 준비했는데, 생각만큼 잘되진 않았어요. 그래도 모두 열심히 뛴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어요. 개인적으론 다치지 않고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공격 성공률이 좀 떨어진 게 아쉽지만, 부상 없이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농구를 시작한 건 아버지(허남영 서울 SK 유소년 총괄 코치)의 영향이 컸을까요?

어릴 때부터 아빠 경기를 보러 다니면서 농구가 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먼저 클럽에서 하는 걸 권유하셨어요. 그러다 수정초 코치님의 권유로 엘리트 체육을 시작하게 됐어요. 원래 초등학교 3학년 때 가려고 했는데, 부모님이 기다려보자고 하셔서 5학년 올라가는 겨울방학 때 정식으로 시작했어요. 


농구한 걸 후회한 적은 없나요?

없어요. 농구할 때 가장 행복하고, 농구하는 순간에 저 자신을 가장 잘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다른 건 끝까지 하기 어려운데, 농구는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더라고요. 성과를 내면 기분이 좋고, 그러기 위해선 노력해야 하고. 농구할 땐 그런 과정에 필요한 끈기가 생겨요. 끝까지 독하게 하는 제 모습이 좋아요. 


허정원 선수의 장점도 소개해주세요. 

저는 한 번 하면 끝을 봐야 해서 볼을 제 손에서 절대 뺏기지 않으려고 해요. 공격할 때 상대의 파울을 얻어내는 것과 수비 시 손질에도 자신 있어요. 또래보다 힘이 좋아서 수비에서 장점도 있어요. 

 

파울을 잘 얻어내는 원동력은?

먼저 상대의 파울이 몇 개인지 미리 파악해요. 파울이 많으면 더 적극적으로 공격하고, 파울이 적으면 전체적인 상황을 보면서 패스하기도 해요. 상대의 파울이 많고, 점수 차가 크지 않으면 직접 돌파하는 편이에요. 


개선해야 할 점도 짚어볼게요.

다치고 나니까 돌파할 때 간혹 주춤거려요. 조금씩 회복하면서 과감하게 하고 있어요. 그리고 경기 경험이 적어서 그런지, 3점슛을 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러면서 제 타이밍에 못 쏘고, 성공률이 떨어지고 있어요. 또, 수비할 때 스위치 상황에서 볼 안 보고 공격자만 보다가 스틸 기회를 놓치기도 해요. 이런 부분을 보완하려고 해요. 

 

김선기 코치님께선 어떤 조언을 해주시나요?

초반엔 제가 복귀한 지 얼마 안 돼서 패스를 많이 주문하셨어요. 이젠 제 몸이 많이 올라와서 슛 타이밍엔 슛, 패스 타이밍엔 패스, 돌파 타이밍엔 돌파 등 상황에 맞게 하라고 말씀해주세요. 스위치 할 때는 볼을 같이 보라고 하시고요. 

 

롤 모델도 있을까요?

저는 용인 삼성생명의 이해란 언니와 이주연 언니가 롤 모델이에요. 이해란 언니는 다른 언니들 사이에서 주눅들지 않고 자신 있게 하는 모습이 멋있어요. 돌파 후 메이드 능력과 수비도 본받고 싶어요. 그리고 이주연 언니는 예전에 스킬 트레이닝을 같이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이주연 언니의 농구에 대한 열정과 진심을 느낄 수 있었어요. 스킬 트레이닝 선생님 말씀에 온전히 집중하고, 바로 동작으로 수행하는 게 신기했어요. 

 

(인터뷰 당시) 올해는 곧 개막하는 종별대회와 주말리그 왕중왕전, 추계연맹전이 남아 있죠. 

모두 부상 없이 연습한 걸 보여주려고 해요. 특히, 종별대회에선 페널티가 없는 만큼, 우승으로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론 초등학교 때 "잘한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중학교 올라와서는 보여준 게 없는 것 같아요. 팀을 최우선으로 두면서 제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해내고 싶어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요?

재활할 때 정말 많이 참고 인내했어요. 그때의 서러움과 속상함, 부상 트라우마를 잊고 자신 있게 할 거예요. 공격할 땐 주눅 들지 않고, 수비할 땐 상황을 보면서 뚫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요. 

 

끝으로 각오. 

저는 '비가 온 후에 땅이 굳는다'라는 말을 좋아해요. 그 말처럼 제가 재활하는 동안 힘들고 속상했던 일이 절 더 강하게 만들 거로 생각해요. 농구하면서 실패를 마주하게 될 수도 있지만, 그 실패가 저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걸 잊지 않을 거예요. 우리나라 여자 농구를 알리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누구보다 더 많이 노력하고, 계속 도전하겠습니다.

 

사진 = 본인 제공

일러스트 = 슈팅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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