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전 0점, 삼성의 해결사는 실종됐다

KBL / 손동환 기자 / 2023-01-31 05:55:56

후반전에 강한 이정현이었지만, 캐롯전은 그렇지 않았다.

서울 삼성은 지난 30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고양 캐롯에 65-68로 졌다. 13연패의 늪에 빠졌다. 10승 26패로 여전히 최하위. 9위 대구 한국가스공사(13승 22패)와도 3.5게임 차로 벌어졌다.

서울 삼성은 2016~2017시즌 챔피언 결정전에 올라갔다. 안양 KGC인삼공사와 6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치렀다. 6차전 역시 마지막까지 접전이었다.

그러나 삼성은 마지막을 버티지 못했다. 이정현의 1대1에 돌이킬 수 없는 실점을 했기 때문이다. 6차전을 패배한 삼성은 2승 4패로 우승할 기회를 놓쳤다.

그리고 5년 후. FA(자유계약)가 된 이정현은 계약 기간 3년에 2022~2023시즌 보수 총액 7억 원(연봉 : 4억 9천만 원, 인센티브 : 2억 1천만 원)의 조건으로 삼성과 계약서에 사인했다. 삼성에 상처를 준 남자가 삼성으로 합류했다.

이정현은 2010~2011시즌 데뷔 후 정규리그 경기를 한 번도 빼먹지 않았다. 국가대표 차출과 군 입대 기간을 제외하면, 데뷔 후부터 한 번도 쉬지 않았다. 내구성이 어마어마한 선수다.

기량도 KBL 정상급이다. 2대2 전개 능력과 슈팅, 승부처 결정력까지. 해결사가 부족했던 삼성이 이정현을 원하는 건 당연했다.

이정현도 삼성에서 원하는 걸 알고 있다. 승부처 경쟁력을 어느 정도 보여줬지만, 주축 자원의 연쇄 부상이 이정현을 힘들게 했다. 이정현의 부담을 분산할 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정현의 힘도 떨어졌다. 이는 삼성의 12연패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현이 해야 할 일은 많았다. 캐롯전 역시 마찬가지. 이정현은 승리를 갈구했다. 연패 탈출의 열망을 표현했다.

이정현은 초반부터 적극적이었다. 첫 득점을 할 때 다양한 페이크를 곁들였고, 김시래(178cm, G) 대신 볼을 운반다. 퍼스트 스텝에 이은 돌파와 날카로운 바운스 패스로 장민국(199cm, F)의 리버스 레이업을 돕기도 했다.

이정현이 시작부터 다양한 선택지를 줬다. 상대 수비가 이정현의 행동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이정현은 이를 영악(?)하게 활용했다. 퍼스트 스텝으로 돌파한 후, 조나단 알렛지(204cm, F) 앞에서도 레이업. 1쿼터에만 6점 2어시스트 1스틸. 삼성 또한 20-14로 1쿼터를 앞섰다.

하지만 삼성과 이정현 모두 2쿼터 시작 45초 만에 위기를 맞았다. 2쿼터 시작 후 45초 동안 3점 2개를 연달아 맞았기 때문이다. 6점 차로 앞섰던 삼성은 동점(20-20)을 허용했다.

이정현이 속공 패스로 캐롯의 상승세를 끊었다. 그렇지만 이정현이 벤치로 물러나자, 삼성은 공격도 수비도 잘 해내지 못했다. 이정현이 급하게 투입됐지만, 그때는 늦었다. 삼성이 캐롯에 흐름을 넘겨줬기 때문이다. 37-38로 전반전 종료.

3쿼터부터 다시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다. 그렇지만 삼성은 캐롯의 로테이션 수비에 대응하지 못했다. 삼성의 패스가 캐롯 선수들의 손에 잘렸고, 이는 실점으로 연결됐다. 3쿼터 시작 4분 9초가 지났음에도, 삼성은 42-44로 밀렸다.

은희석 삼성 감독은 분위기 정비를 위해 타임 아웃을 요청했다. 이정현이 수비 시선을 끌 때, 신동혁(193cm, F)과 앤서니 모스(202cm, F)가 페인트 존에서 점수를 따냈다. 분위기를 내줄 뻔했던 삼성은 54-50으로 3쿼터를 마쳤다.

이정현이 4쿼터에 힘을 내야 했다. 그러나 4쿼터 시작 후 2분 26초 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3쿼터부터 꽤 오랜 시간 부진했다. 삼성의 걱정이 클 수 있었다.

이정현의 시야와 패스까지 떨어진 건 아니었다. 경기 종료 4분 9초 전 탑에서 왼쪽 코너에 있는 신동혁에게 볼을 뿌렸다. 신동혁이 점퍼로 마무리. 삼성은 58-62로 캐롯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삼성이 필요로 했던 건, 이정현의 승부처 해결 능력이다. 이정현도 이를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현의 결정적인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후반전 무득점에 그쳤다. 32분 28초를 출전했음에도, 6점 4어시스트 3리바운드 1스틸로 캐롯전을 마쳤다.

한편, 해결사가 실종된 삼성은 13연패에 빠졌다. 은희석 삼성 감독은 경기 종료 후 “부진한 야투가 발목을 잡았다. (이)정현이가 팀 내 최고참으로서 연패를 끊겠다는 의욕을 품었다. 그렇지만 체력이 여의치 않은 것 같다. 어떤 방법이 정현이의 컨디션을 좋게 유지할 수 있는지, 생각도 하고 정현이와 대화도 해야 한다”며 이정현의 컨디션을 고민했다.

사진 제공 = KBL

[ⓒ 바스켓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