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2010년대 수놓은 전천후 득점원, 트로이 길렌워터
- BAKO INSIDE / 이재승 기자 / 2023-03-05 15:59:28

※ 본 기사는 1월에 작성했으며,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3년 2월호에 게재됐습니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지난 2010년대 들어 유달리 외국 선수 제도가 많이 바뀌었다. 이 때 트로이 길렌워터가 한국으로 향했다. 큰 몸집에 비해 돋보이는 공격력을 갖고 있는 그는 탁월한 실력으로 팀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매김했다. 고양 오리온스에서 한 시즌을 보낸 그는 창원 LG를 거쳤다. 두 시즌 동안 팀의 기둥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이후 한국 무대와 연을 맺지 못했던 그는 공교롭게도 지난 2019-2020 시즌에 다시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이 때가 프로농구에서 볼 수 있는 그의 마지막 시즌이었다.
대학 시절 & 한국 진출 이전
길렌워터는 NCAA 뉴멕시코스테이트 애기스를 거쳤다. 고교 시절 나름 캘리포니아주에서 유명한 파워포워드였다. 많은 더블더블을 쌓으면서 준수한 유망주로 손꼽혔다. 비록 여느 특급 선수들과는 거리가 있었으나 대학에 진학하기 충분한 실력이었다.
뉴멕시코스테이트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첫 8경기에서 주전으로 출장하기도 하는 등 신입생임에도 꾸준히 중용이 됐다. 1학년인 지난 2008-2009 시즌 그는 30경기에서 평균 12.1점 4.3리바운드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평균 한 개 이상의 블록을 곁들이는 등 수비에서 나름의 실력을 뽐냈다. 한 경기에서 생애 최다인 6블록을 기록하는 등 발군의 실력을 보였으며, 더블더블도 여럿 작성했다.
2년 차인 지난 2009-2010 시즌에는 좀 더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그는 평균 14.6점(필드골 성공률 : 52.7%, 3점슛 성공률 : 40.6%, 자유투 성공률 : 70.7%) 6.8리바운드를 올렸다. 이전 시즌에 간헐적으로 3점슛을 던지긴 했으나, 이 때 3점슛 성공률을 대폭 끌어올리면서 외곽슛까지 확실하게 장착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뉴멕시코는 웨스턴에슬레틱컨퍼런스(WAC)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뉴멕시코는 2007년 이후 3년 만에 컨퍼런스 정상에 섰다. 이에 힘입어 전미 토너먼트에도 나섰으나 아쉽게 첫 관문에서 탈락했다.
지난 2010-2011 시즌에는 3학년으로 팀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그는 27경기에 나서 경기당 18.9점 6.3리바운드를 책임졌다. 팀내 평균 득점 1위와 평균 리바운드 1위를 차지했을 정도. 그는 전미코치협회(National Association Basketball Coaches)가 선정한 팀에 선정이 됐으며, 올-WAC 퍼스트팀에도 호명이 됐다.
이중 컨퍼런스 경기에서는 무려 평균 20.1점(필드골 성공률 : 45.9%, 3점슛 성공률 : 36.3%, 자유투 성공률 : 74.9%)을 기록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모교 출신으로 27번째 누적 1,000점을 돌파했다. 개인통산 1,065점을 올렸으며, 12경기에서 20점 이상을 득점하는 등 발군의 득점 감각을 뽐냈다. 이중 30점을 폭발한 적도 네 번이나 되며, 네 차례나 더블더블을 엮어냈다.
대학을 마친 그는 국외에서 프로 선수로 거듭났다. 지난 2011-2012 시즌에 이스라엘, 2012-2013 시즌에 러시아를 거쳤다. 이후 프로농구 외국 선수 드래프트에 명함을 내밀었으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트라이아웃에서 여느 선수들에 비해 두각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 빅맨치고 크지 않은 신장에 운동 능력이 돋보이지 않았기 때문. 빅맨이 주로 호명되는 국내 무대에서 2013년 당시에 길렌워터는 각광을 받지 못했다. 이후 터키로 향한 그는 한 시즌을 보냈고, 한국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고양에서
길렌워터는 지난 2014년 여름에 외국 선수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이전에 신장이나 운동 능력이 모자라는 평가였으나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고양 오리온스(현 캐롯)의 부름을 받았다. 오리온스는 2라운드 3순위로 길렌워터를 선발했다. 길렌워터에 앞서 찰스 가르시아를 뽑으면서 외국 선수 구성을 마쳤다. 가르시아와 길렌워터 모두 국내 경험이 없었으나 길렌워터가 안정적으로 득점을 올려줄 수 있는 측면에서는 좋은 선택이 됐다.
결국, 가르시아 호명은 모험으로 끝났다. 가르시아 주전으로 아쉬운 경기력을 뽐낸 사이 길렌워터가 오리온스의 주요 전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즌을 앞두고 구단에 합류할 당시만 하더라도 몸 관리에 의문이 뒤따르기도 했다. 그러나 길렌워터는 이내 시즌 준비에 나섰고, 안정적인 득점원이 됐다. 길렌워터가 무게 중심을 확실하게 잡으면서 오리온스도 돋보이기 시작했다.
길렌워터가 이끄는 오리온스는 시즌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개막 이후 내리 8연승에 성공하면서 일약 선두로 올라섰다. 조심스레 우승 후보로 손꼽히기도 했다. 해당 기간 동안 무려 평균 25점 8.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을 확실하게 이끌었다. 특급 외국 선수가 팀의 확실한 1옵션이 되면서 전력이 궤도에 이르렀듯 오리온스도 길렌워터가 안정적으로 한국 무대에 적응했고, 경기를 주도하면서 강호로 거듭났다.
그러나 문제도 있었다. 바로 1라운드에서 뽑았던 가르시아였다. 가르시아는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길렌워터가 쉴 때 수비나 여러 측면에서 기여할 수 있는 바도 많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녹아들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공격 기술의 한계와 기복으로 인해 아쉬운 모습을 거듭 보였다. 길렌워터에 대한 의존도가 늘었다. 그의 출장시간이 늘어나면서 시즌 초반처럼 안쪽에서 적극적이기 보다는 중거리나 외곽에서 공격 빈도가 늘어났다. 이로 인해 오리온스의 농구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백코트 전력도 좀처럼 보탬이 되지 못했다. 뚜렷한 포인트가드가 없었던 오리온스는 공격 전개에 애를 먹었다. 길렌워터가 힘을 냈으나 가드들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결국 약점을 노출했고, 시즌이 이어질수록 다른 구단의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결국, 오리온스는 순위 하락을 피하지 못했고 4위권으로 밀려났다. 무엇보다, 길렌워터가 잔부상으로 자리를 비우곤 할 때 오리온스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오리온스는 시즌 중에 서울 삼성과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가르시아를 내주는 대신 삼성의 주포나 다름이 없었던 리오 라이온스를 품기로 했다. 오리온스는 가르시아와 이호현을 넘기는 대신, 삼성으로부터 라이온스와 이호현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오리온스는 외국 선수 전력을 채우면서 플레이오프에서 다시금 치고 올라갈 동력을 마련했다. 라이온스도 공격형 선수였긴 하나 길렌워터의 쉬는 시간을 채우기엔 충분했기 때문. 오히려 외곽에서 공격을 풀어줄 수 있는 라이온스가 있어 오리온스의 공격 전력이 좀 더 다양해졌다.
그러나 트레이드 효과는 기대만큼 크진 않았다. 삼성에서도 출전시간이 30분 이상일 때 좀 더 나은 경기력을 선보이곤 했던 라이온스는 오리온스에서 주로 벤치에서 나섰기에 이전의 경기력을 잘 발현하지 못했다. 시즌 중에 합류했기에 오리온스 농구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포워드가 많은 오리온스에서 라이온스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야심차게 진행했던 오리온스의 외국 선수 트레이드는 아쉬움을 남겼다.
길렌워터는 정규시즌에서 53경기에 나섰다. 경기당 19.7점(2점슛 성공률 : 57.95%, 3점슛 성공률 : 35.63%, 자유투 성공률 : 76.06%) 5.9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정규시즌에 존재감을 뽐냈던 그는 플레이오프에서도 열의를 보였다.
오리온스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데이본 제퍼슨이 이끄는 창원 LG와 만났다. LG와 시리즈 최종전까지 치른 끝에 아쉽게 패했다. 창원 첫 두 경기에서 1승 1패씩 나누면서 4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기대를 모았으나 시리즈를 주도하지 못했다. 결국, 창원에서 열린 5차전에서 아쉽게 패하면서 첫 관문을 뚫어내지 못했다. 해당 시리즈에서 길렌워터는 5경기에서 평균 22.2점 5.8리바운드를 올렸으나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창원에서
지난 2014-2015 시즌 후 프로농구는 외국 선수 선발을 위해 전원 드래프트 참가를 결정했다. 이에 길렌워터는 오리온스와 재계약을 맺지 못했다. 시즌 내 보인 활약을 고려하면 충분히 재계약을 맺을 수도 있었을 터. 그러나 제도 변경으로 인해 길렌워터를 포함해 국내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이 모두 트라이아웃부터 시작해야 했다.
그는 2년 연속 선발이 됐다. 그를 뽑아간 구단은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했던 LG. LG는 1라운드 8순위로 길렌워터를 데려가기로 했다. 김종규(DB)와 김시래(삼성)를 보유하고 있던 LG는 전력의 중심을 잡아 줄 외국 선수가 필요했다.
당시에는 오프시즌에 프로-아마 최강전이 열렸다. 이 때 길렌워터는 서울 SK를 상대했으나 경기 중 퇴장을 피하지 못했다. 길렌워터는 해당 시즌을 기점으로 판정에 불만을 드러내는 빈도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시즌 중에는 심판 앞에서 돈을 새는 동작을 저지르며 300만원 벌금을 물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LG에서 길렌워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었다. 오리온스에서도 의존도가 적지 않았으나 선수층이 취약했던 LG에서는 길렌워터가 뛰는 비중이 훨씬 더 많았다. 공격도 대부분이 그의 손에서 마무리가 될 때가 많았다.
시즌 중반부터 체력적인 문제를 호소하기도 했다. 쉬는 시간도 적었다. LG가 시즌 중후반에 역전패를 허용하기도 했다. 시즌 중에는 판정에 대한 불만 표출이 잦았다. 파울아웃이 되자 코트에 물병을 던졌고 벌금을 내기도 했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1월 중, 삼성과의 경기에서 39점 11리바운드로 팀을 확실하게 견인했다. 그러나 이날도 5반칙 퇴장을 피하지 못했던 그는 물러나면서 심판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후 테크니컬 파울이 부과됐고, 이로 인한 벌금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1월 22일에는 전주 KCC와의 경기에서 경기 도중 중계방송사의 카메라에 수건을 던지는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4쿼터 작전시간이 벌어졌으며, 이로 인해 길렌워터는 두 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시즌 내내 판정 불만으로 인한 테크니컬 파울이 누적됐다. 이미지 실추로 인한 손해도 적지 않았다. 결국, 해당 사안이 쌓이면서 그는 향후 KBL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데 엄청난 걸림돌이 됐다.
해당 시즌에 그는 51경기에서 평균 26.2점(2점슛 성공률 : 62.6%, 3점슛 성공률 : 37.5%, 자유투 성공률 : 81.6%) 9리바운드 1.7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길렌워터의 활약에도 LG는 많이 웃을 수 없었다. 단신 외국 선수가 자주 바뀌었기 때문.
길렌워터가 꾸준히 힘을 내는 동안 무려 5명의 선수가 거쳤다. LG는 외국 선수 드래프트에서 맷 볼딘을 지명했으나 시즌 초반에 방출을 당했다. 볼딘 이후 브랜든 필즈가 가세하면서 공격과 운영에서 상당한 도움이 됐다. 그러나 그는 계약 문제로 인해 이내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필즈 이후 다이온 베리, 조쉬 달라드를 데려왔으나 신통치 않았다. 필즈의 활약에 전혀 미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LG는 시즌 막판에 달라드를 내보내고 샤크 맥키식을 데려왔다. 맥키식이 스몰포워드로 나서면서 나머지 자리를 채웠다. 때로는 공격에서 주도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남은 일정이 많지 않았기에 큰 반전을 만들기에 모자랐다.
LG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으나 길렌워터는 정규시즌 베스트5에 선정이 됐다. 그는 다음 시즌에도 국내 무대에서 뛰고 싶은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 시즌 드래프트를 앞두고 KBL이 트라이아웃 참가 자격을 제한했다. LG에서 뛰면서 여러 차례 판정 불만과 불필요한 동작을 저질렀다는 것이 이유였다. 재정위원회에도 여러 차례 소환이 되기도 했다. 이에 KBL은 길렌워터의 행동에 철퇴를 가했다.
인천에서
이후 그는 일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B리그 도쿄에서 뛰며 26경기에서 평균 17.2점 5.9리바운드를 올리며 제 몫을 해냈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불필요한 행동을 저질렀고, 일본에서도 퇴출이 됐다. 이후 지난 2019-2020 시즌 중에 인천 전자랜드(현 한국가스공사)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 사이 외국 선수 선발이 드래프트에서 자유계약으로 바뀌었고, 새로운 선수를 알아봐야 했던 전자랜드는 길렌워터의 기량을 우선 점검하고자 했다.
당시 전자랜드는 머피 할로웨이와 섀넌 쇼터로 외국 선수를 구성했다. 외국 선수 출전은 한 명만 가능했으나 직전 시즌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뛰면서 빼어난 기량을 펼쳤던 쇼터를 데려오면서 외국 선수 전열을 갖췄다. 그러나 쇼터로 한계가 있었다. 빅맨진이 두텁지 않았던 전자랜드는 쇼터가 뛸 시에 국내 선수가 상대 외국 선수 센터를 막아야 했기에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시즌 중에 쇼터를 내보내고 길렌워터를 영입했다.
당시 전자랜드에는 강상재(DB)와 이대헌(한국가스공사)이 있었다. 그러나 쇼터가 뛸 때 토종 빅맨의 부담이 많았기에 이를 완화하기 위해 길렌워터를 택했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리그가 전격 중단되기 전까지 뛰었다. 24경기에서 평균 16.6점(2점슛 성공률 : 50.7%, 3점슛 성공률 : 33.3%, 자유투 성공률 : 84.3%) 4.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중국에서
코로나 시국을 끝으로 그는 더 이상 국내 무대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20-2021 시즌부터 중국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CBA 산동 하이스피드키린에서 뛰고 있다. 산동에서 세 시즌 내리 몸담고 있으며, 핵심 전력을 활약하고 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평균 19점 이상을 너끈하게 올렸던 그는 이번 시즌 현 시점에서 16경기에서 평균 19.4분을 소화하며 18.9점(필드골 성공률 : 49.7%, 3점슛 성공률 : 42.3%, 자유투 성공률 : 91.8%) 6.4리바운드 1스틸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_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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