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삼성의 대세’ 천기범, 그가 말한 포인트가드와 목표 의식

BAKO INSIDE / 김영훈 기자 / 2020-05-06 16:13:08

[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4월호에 게재됐습니다(인터뷰는 3월 10일에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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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으로 도약한 천기범, 좀처럼 올라오지 않은 경기력
천기범은 2016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부산중앙고와 연세대를 거친 천기범은 탁월한 패스 센스와 공격적인 플레이로 ‘천재 가드’라는 평을 들었다. 삼성의 미래를 짊어질 가드라는 말과 함께.


그러나 좀처럼 자기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쟁쟁한 선배가 많았다. 자신의 잠재력을 보여줄 시간도 짧았다. 그렇게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2019~2020 시즌이 다가왔다. 삼성의 주전 포인트가드였던 김태술이 비시즌 중 원주 DB로 이적했다. 이동엽도 군 복무로 자리를 비운 상황. 주전 포인트가드가 공석이었다. 이상민 감독은 그 자리를 천기범한테 줬다.


그러나 닉 미네라스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고, 삼성은 팀 사정상 장신 라인업을 활용했다. 천기범 대신 델로이 제임스를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용했다. 천기범이 코트에 나선다고 해도, 천기범의 경기력은 들쭉날쭉했다. 천기범은 시즌 초반에 들쭉날쭉했다.


삼성이 1라운드에는 두 번의 3연패를 했습니다. 천기범 선수의 출전 시간도 짧았습니다. 그 때 경기력을 돌아봐주세요.
비시즌 때, 닉 미네라스가 부상으로 나갔어요. 미네라스와 저희가 호흡을 맞추지 못했죠. 장신 포워드가 많은 저희 팀은 장신 라인업을 써야 하는 상황이었고, 볼 운반과 패스가 되는 델로이 제임스가 포인트가드를 맡았어요. 저보다 더 뛰어난 선수가 그 자리를 뛰었다고 생각해요.


팀 경기력이 들쭉날쭉했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팀원 간의 호흡이 맞아가고 저희 색깔을 찾아갔죠. 저 개인적으로 돌아보면, 잦은 턴오버나 기본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삼성은 2라운드 초반에도 4연승 이후 5연패를 당하게 됩니다. 천기범 선수는 그 기간에도 출전 시간이 들쭉날쭉했어요.
말씀 드렸듯이, 저희 팀이 4연승할 때, 포인트가드를 볼 수 있는 델로이 제임스와 포워드 형들을 이용한 장신 라인업으로 재미를 봤죠. 저는 코트에 뛰는 만큼은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외국선수 교체, 천기범에 호재로 다가오다
삼성은 좀처럼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에 들지 못했다. 결단을 내렸다. 2020년 1월 15일 델로이 제임스를 교체했다. 골밑 수비와 리바운드, 탄력과 스피드를 지닌 제임스 톰슨을 선택했다.


천기범의 비중이 늘어났다. 천기범은 책임감을 더욱 가졌다. 상황에 맞게 경기를 영리하게 운영했다. 그리고 침착했다. 천기범은 삼성의 주전 포인트가드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상민 감독의 신뢰도 컸다.


델로이 제임스의 교체가 본인한테 좋은 요소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물론, 출전 시간이 많아진 건 사실입니다. 정통 센터인 제임스 톰슨이 가세하면서 호흡을 맞추기도 좋았죠. 하지만 그것보다, 시간이 흐르면서 동료들과 호흡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특히, 미네라스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꾸준히 호흡을 맞춘 게 서서히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시즌에만 두 자리 어시스트를 3번 기록했습니다. 특히, 지난 2월 28일에는 KBL 데뷔 후 최다 어시스트를 기록했고요.
형들이 공간을 잘 찾아주고, 잘 넣어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미네라스는 볼을 가지고 농구를 잘 하지만, 볼 없는 움직임도 좋아요. 자기를 잘 봐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줘요. 저희 팀 선수들을 잘 봐주려고 하다 보니, 어시스트가 많이 나온 것 같아요. 제가 잘 해서라기보다, 다른 선수들이 잘 움직여줘서 나온 기록인 것 같아요.


미네라스와 앨리웁 플레이도 거기에 따른 결과인가요? 아니면 평소에도 연습을 하는 플레이인가요?
앨리웁 같은 경우는 연습 때 맞추는 것보다 실전 때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해요. 미네라스가 키에 비해 스피드와 점프력이 좋죠. 미네라스가 백도어를 뛰면, 상대 수비가 미네라스를 잘 못 막아요. 그걸 봐주려고 하다 보니, 앨리웁 플레이가 많이 나온 것 같아요.


미네라스도 미네라스지만, 국내 선수들과의 호흡도 중요할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본인의 상승세로 이어진 것 같은데요.
형들 플레이 스타일이 다 다르세요. 저는 코트에서 누가 뛰는지 확인하고, 형들이 좋아하는 플레이를 물어봐요. 경기 내내 형들이 좋아하는 플레이를 생각을 해요. 형들도 제가 생각했던 타이밍에 맞게끔 잘 움직여준 게, 최근에 제가 경기를 잘 풀 수 있었던 것 요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안 풀릴 때, (김)동욱이형이 많이 알려주세요. 패스 타이밍이나 패스 길 같은 걸 많이 가르쳐주세요. 그러면서 제가 편안하게 할 수 있었고, 형들의 움직임도 잘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의 격려도 엄청 크게 작용했어요. 제가 포인트가드치고 턴오버도 많은데, 감독님께서 괜찮다고 하셨어요. ‘너가 보이는 대로, 너가 생각하는 타이밍에 줘라’는 말씀을 하셨죠. 지난 2월 28일에는 16개의 어시스트를 했지만, 턴오버도 5개나 했어요. 그래도 감독님께서 자신 있게 하라는 말씀 해주셨고, 자신 있게 하다 보니 어시스트 기록이 좋게 나온 것 같아요.


천기범 선수는 이종현(울산 현대모비스)-최준용(서울 SK)-강상재(인천 전자랜드) 등 출중한 동기들과 드래프트에 나왔어요. 본인 역시 황금세대 멤버 중 한 명이었고요. 팬들의 기대감도 많이 받았는데, 최근에서야 그 기대감을 충족하는 느낌입니다.
사실 아직도 한참 부족해요. 감독님께서 ‘자신감 있게 하라’는 말씀을 항상 해주시고, 늘 믿어주시죠. 저는 감독님의 기대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 하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팀 형들과도 더 잘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여전히 어려운 포인트가드, 여전히 매력적인 포인트가드
포인트가드는 코트의 야전사령관이다. 감독이 전술의 큰 틀을 짜고 벤치에서 지시하지만, 포인트가드는 감독의 생각을 읽고 코트에서 이행해야 한다.


동료들의 움직임과 동선을 지시하고, 동료들의 득점을 도와야 한다. 때로는 직접 득점에 가세할 수도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하면, 팀의 밸런스를 잡을 줄 알아야 한다. 좁게는 팀원 5명, 넓게는 상대편을 포함한 10명을 봐야 한다. 말은 쉽다. 그러나 정말 어려운 일이다.


천기범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부터 포인트가드를 맡았지만, 여전히 어렵다. 그래도 포인트가드를 매력적인 포지션이라고 생각했다.


이상민 감독님께서 천기범 선수한테 ‘본인 공격을 봐야, 패스 센스가 나올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본인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고요.
제가 3점슛 퍼센트가 그렇게 낮지 않아요.(약 37%) 하지만 시도가 많지 않고(경기당 1.7개 시도), 제 수비가 떨어지는데도 자신 있게 못 쏘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 때, 이규섭 코치님께서 ‘슈팅 연습은 자신감을 찾기 위해 하는 거다’는 조언을 해주셨죠.


사실 저도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공격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하지만 프로에 오고 나서 그 장점을 없애고 농구한다는 생각을 했죠. 감독님께서 패스를 좋아하시니까 그것만 하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감독님께서 적극적으로 공격하라고 하셨고, 코치님들도 ‘자신 있게 해도 된다. 뒤에 도와줄 형들이 많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으셨죠. 제 공격을 자신 있게 하면서, 패스도 더 쉽게 된 것 같아요.


포인트가드는 본인 공격도 해야 하고, 동료들의 공격 기회도 봐줘야 합니다. 참 어려운 포지션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프로 와서는 더욱 생각이 많아졌을 것 같습니다.
제가 농구를 시작한 후로 계속 포인트가드를 보고 있어요. 포인트가드는 경기를 읽어야 하고, 상대와 수싸움을 가장 많이 해야 하는 포지션인 것 같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제일 어려운 포지션인 것 같아요. 어렵고 힘들지만, 재미있는 포지션인 것 같아요. 매력이 많은 포지션이죠. 코트에서 할 수 있는 역량도 제일 많고, 동료들도 나를 많이 믿어준다는 생각을 했죠. 동욱이형은 저와 나이 차가 띠동갑이 넘는데도, 제가 움직이라는대로 움직여주시잖아요.(웃음)


그래서 공부도 많이 하고, 책임감도 많이 느껴야 하는 포지션인 것 같아요. 제가 삼성에 처음 왔을 때, (김)태술이형과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태술이형은 공부를 정말 많이 하셨어요. 책도 많이 보시는데, 영상을 엄청 많이 보셨어요. 같은 영상을 수십 번씩 보시는 것 같아요. 태술이형과 룸메이트를 할 때, ‘누가 어떤 플레이를 하고 누가 이런 약점을 갖고 있다’ 등 경험으로 얻은 노하우를 많이 말씀해주셨어요. 그런 게 엄청 도움이 됐어요. 저 역시 영상을 많이 보고, 공부를 많이 하려고 했어요. 그렇게 하나하나씩 배웠고, 그걸 꾸준히 실천하려고 한 게 최근 들어 좋은 경기력으로 나타난 것 같기도 해요. 제가 안 됐던 플레이를 많이 연구하고 연습한 게, 이제 와서 조금씩 나온다는 생각도 했어요.


아쉬운 리그 중단, 그래도 확고한 목표 의식
지난 2월 29일. ‘코로나19’ 확진자 1명이 전주 KCC 선수단이 묵던 전주 라마다 호텔에 다녀갔다. 전주 KCC 선수단과 상대 팀이었던 부산 kt 선수단, 경기 진행 관계자 모두 위험에 노출됐다.


KBL은 결국 지난 3월 1일부터 정규리그를 중단했다. 한창 상승세였던 천기범에게 더욱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경기 감각이 좋았던 천기범이었기에, 아쉬울 법도 했다. 그러나 천기범은 인터뷰가 이뤄진 3월 10일에도 묵묵히 몸을 만들고 있었다. 확고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경기력이 좋아서, 리그 중단이 더욱 아쉽게 다가왔겠어요. 몸 관리도 쉽지 않으셨을 건데요.
그렇긴 해요.(웃음) 그것보다 지금 이런 상황이 빨리 진정됐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해야, 모두가 마음 편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실 몸이 엄청 좋았는데, 아쉬움이 없진 않았어요. 하지만 저희 구단 트레이너 형들이 프로그램을 잘 짜주셔서, 몸을 다시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휴식을 하면서 몸 상태도 유지할 수 있게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왔죠.


삼성이 지금 7위(19승 24패)라고는 하지만,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낮은 건 아닙니다. 그게 본인한테도 동기 부여가 될 것 같은데요.
신인 때 챔피언 결정전에 가서 준우승을 한 후, 플레이오프에 가지 못했어요. 지금 팀의 주전 포인트가드인데, 플레이오프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커요. 지금은 7위지만,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 시간이 있기에,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끝까지 재미있게 해보고 싶어요.


플레이오프 진출은 본인한테 당연한 목표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것 말고도,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이번 시즌 끝나고 상무를 지원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군대 가기 전에 삼성에서 제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키고 싶어요. 제가 군에서 돌아올 때, 팀에서 저를 조금이라도 기대하게끔 만들고 싶어요. ‘천기범은 삼성에 필요한 선수’라고 생각하게끔 시즌을 잘 끝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팬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팬 분들을 못 뵌 지 너무 오래 됐어요. 팬 분들이 너무 그립습니다. 저희 선수들 끝까지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팬 분들을 찾아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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