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유망주들의 산실' 박신자컵의 역사, 코트를 수놓은 신데렐라들

BAKO INSIDE / 김준희 / 2020-01-21 20:27:42

[바스켓코리아 = 김준희 기자] 지난 8월 24일부터 31일까지 8일 동안 진행된 2019 KB국민은행 박신자컵 서머리그가 부천 KEB하나은행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WKBL은 올해 박신자컵 서머리그 개최를 앞두고 대회 성격에 변화를 시도했다. 먼저 기존 WKBL 6개 구단만 참여했던 것을 해외(인도네시아)팀 및 실업팀, 대학팀까지 초청해 규모를 확대했다.


또한, 팀 구성에서 각 구단별로 국가대표와 만 30세 이상의 베테랑 등을 제외했던 규정을 폐지하고 모든 선수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올해 박신자컵은 유난히 접전 승부가 많았다. 첫 날 펼쳐진 예선 4경기가 모두 5점 차 이내의 초박빙 승부였다. 결승전은 무려 2차 연장까지 가는 대혈투였다.


정규리그는 물론,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보기 힘든 명승부에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관계자 및 팬들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2015년 시작돼 어느덧 5회째를 맞은 박신자컵 서머리그. <바스켓코리아>에서는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많은 유망주들을 배출한 박신자컵의 역사를 되돌아보기로 했다.


※ 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9월호 웹진에 게재된 글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경험과 기회, 그리고 성장을 위한 무대
박신자컵 서머리그의 전신은 퓨처스리그다. 비시즌 각 팀 유망주들에게 실전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04년에 시작됐다.


당시 내로라하는 수많은 유망주들이 이 대회를 지나쳤다. 신정자(2004), 강윤미(2005), 김은경(2006), 김수연(2007), 조은주(2008), 김단비(2009), 정선화(2010) 등이 퓨처스리그 MVP의 영예를 안았다.


퓨처스리그는 2010년까지 이어졌다. 이후 한동안 종적을 감춘 뒤, 2015년 ‘박신자컵 서머리그’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대회 명칭에 이름을 올린 박신자(78) 여사는 한국 여자농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1967년 체코 프라하에서 열렸던 제5회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었고, 세계대회에서는 처음으로 MVP를 수상했다. 이를 통해 박 여사는 ‘한국농구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WKBL은 박 여사의 업적을 기림과 동시에, ‘제2의 박신자를 발굴하는 유망주 프로젝트’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박신자컵 서머리그’라는 대회를 탄생시켰다.


박신자컵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성장’이다. 이를 위해 팀을 구성하는 과정에 있어 몇 가지 옵션을 추가했다.


먼저 각 팀의 감독은 코치 중 1명이 맡는다. 또한 선수들 중에는 만 30세 이상의 베테랑 3명을 제외하기로 했다.


‘경험’과 ‘기회’, 그리고 ‘성장’에 포인트를 맞춘 요건이었다. 코치들은 박신자컵을 통해 감독이라는 자리에 대한 경험, 그리고 만 30세 미만의 젊은 선수들에게는 실전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성장을 돕겠다는 것이었다.


역대 대회 성적을 살펴보면 이러한 특색이 결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많았던 팀이 자연스럽게 우승을 거머쥐었다. 구리 KDB생명(현 부산 BNK 썸)과 부천 KEB하나은행이 각각 2회의 우승을 기록했다. 청주 KB스타즈도 2016년 한 차례 우승을 거머쥔 바 있다.


하위권 팀의 반란, 초대 우승을 차지한 KDB생명
2015년 속초에서 첫 발을 내딛은 박신자컵 서머리그. 초대 우승팀은 KDB생명이었다. 당시 KDB생명은 2012-2013시즌부터 2014-2015시즌까지 정규리그에서 ‘6위-5위-6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거두고 있었다. 특히 ‘국가대표 센터’ 신정자(185cm, C)의 이적으로 취약해진 4번 자리가 고민이었다.


그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었던 선수가 바로 ‘박신자컵 초대 MVP’ 최원선(180cm, F)이다. 최원선은 2015 박신자컵 서머리그에서 왕성한 활동량과 포스트 장악력으로 팀의 골밑을 지켰다. 4경기에서 평균 36분 4초를 소화하며 12.8점 7.5리바운드 3.5어시스트의 기록을 남겼다.


아쉽게도 이후 활약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최원선은 2015-2016시즌 19경기에 출전해 평균 2.7점 2.3리바운드의 기록을 남기고 코트를 떠났다.


‘역대급 신데렐라’ 심성영의 등장, KB의 우승을 이끌다
2016년에는 아산으로 무대를 옮겼다. 풀리그로 대회가 치러진 가운데, KB스타즈가 5전 전승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심성영(165cm, G)-김가은(175cm, F)-김민정(180cm, F)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빛을 발했다.


특히 심성영의 활약이 발군이었다. 심성영은 대회 세 번째 경기였던 하나은행과 맞대결에서 무려 3점슛 10개를 꽂아 넣는 활약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경기로 탄력을 받은 그녀는 주전 포인트 가드로서 당당하게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MVP 역시 그녀의 몫이었다. 5경기에서 평균 12.6점 3.4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후 심성영은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성장했다. V1을 일궈낸 지난 2018-2019시즌에는 35경기 전경기에 출전, 평균 6.2점 3.4리바운드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속초는 우리 것!’ KDB생명의 왕좌 재탈환
2017년에는 속초로 돌아왔다. 일정은 2016년과 마찬가지로 풀리그로 진행됐다.
속초에서 좋은 기억을 안고 있었기 때문일까. KDB생명이 4승 1패의 성적으로 KB스타즈에 빼앗겼던 왕관을 탈환했다.


중심에는 노현지(176cm, F)가 있었다. 노현지는 5경기에서 평균 36분 38초를 소화하며 10점 6.2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당시 ‘맏언니’였던 노현지는 팀을 우승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MVP까지 거머쥐었다.


노현지는 이후 2017-2018시즌 33경기에 출전해 평균 6.8점 3리바운드 2.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한 차례 부상을 겪은 뒤, 2018-2019시즌 후반 돌아온 그녀는 이제 신생팀 BNK의 도약을 이끌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우리가 유망주 왕국이다!’ 하나은행의 감격적인 박신자컵 첫 우승
2018년, 박신자컵은 속초를 떠나 수원으로 향했다. 2015, 2016년과 마찬가지로 풀리그로 진행됐다.


이 해의 주인공은 하나은행이었다. ‘유망주 왕국’이라는 꼬리표를 ‘박신자컵 첫 우승’이라는 결과로 환산시킨 순간이었다. 신지현(174cm, G), 김지영(172cm, G), 김이슬(172cm, G) 등 젊고 유능한 가드들의 활약이 빛났다.


MVP는 하나은행 이적 후 2년차를 맞은 김단비(175cm, F)에게 돌아갔다. 김단비는 5경기에서 평균 12.8점 6.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내외곽을 오가는 활약으로 팀의 중심을 지켰다.


달라진 규정, 그럼에도 ‘어차피 우승은 하나은행’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박신자컵 서머리그. 앞서 언급했듯 많은 변화가 있었다. 만 30세 이상 출전 제한 규정이 폐지됐고, 해외팀과 실업팀, 대학선발팀을 초청해 규모를 확대했다.
장소는 다시 속초로 돌아왔다. 그리고 2016년부터 이어졌던 풀리그 방식을 조별 예선 및 토너먼트 방식으로 변경했다.


결과는 하나은행의 2연패였다. 하나은행은 고아라(180cm, F), 이하은(185cm, C), 김예진(174cm, F) 등의 내외곽 활약을 앞세워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2019년의 ‘신데렐라’는 고아라의 몫이었다. 고아라는 6경기에서 평균 16.2점 8.2리바운드 2.3어시스트로 팀을 ‘하드캐리’했다. 특히 BNK 썸과 결승전에서 47분 동안 29점 13리바운드로 MVP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


그동안 ‘유망주들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해낸 박신자컵 서머리그. 해를 거듭할수록 여러 가지 요소를 통해 정규리그와는 또다른 재미와 매력을 더해가고 있다.


다가올 2019-2020시즌에 대한 기대를 듬뿍 안긴 가운데, 과연 올 시즌에는 어떤 선수가 ‘박신자컵의 신데렐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관심을 갖고 지켜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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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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