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인생을 바꾼 트레이드, 허남영 SK 코치-박도경 LG 홍보책임
- BAKO INSIDE / 변정인 / 2020-09-04 06:45:05
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8월호 웹진에 게재됐습니다. (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독 링크)
2001년 1월 창원 LG 포워드와 청주 SK 센터의 맞트레이드가 발표된다. 그리고 이 트레이드는 두 사람의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허남영 SK 코치와 박도경 LG 홍보책임의 이야기다.
두 농구인은 긴밀한 인연이 있다. 동아고와 부산중앙고인 라이벌 고등학교 출신으로 시작해 중앙대학교에서 선후배로 친분을 쌓았다. 그리고 프로에서는 맞트레이드로 팀을 바꾸게 된다. 길지 않았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이제는 팀을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트레이드 이후 20년째 한 팀에 몸담고 있는 두 농구인의 이야기를 <바스켓코리아>가 들어봤다.

허남영_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SK에서 D리그 운영과 육성 코치를 맡고 있습니다.
박도경_저는 창원 LG에서 사무국에서 일하고 있어요. 선수단 운영, 언론 홍보, 외국 선수와 국내 선수 스카우트까지 맡고 있습니다.
먼저 근황을 여쭤보고 싶어요. 구단마다 비시즌 훈련이 한창인데, 어떤 일정을 소화하고 계시나요?
허남영_ 오전 오후 운동, 야간 훈련까지 선수들과 함께 하고 있어요. 휴가 다녀와서 8월에는 연습경기가 많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전지훈련을 못 가는 상황이라 프로 팀들 간의 연습 경기가 많이 이뤄질 것 같아요.
박도경_ 저도 비슷합니다. 사무국에서 선수들 훈련 지원하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두 분 이야기를 들어보려 합니다. 두 분은 라이벌 고등학교 출신이기도 하면서 같은 대학교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었죠. 프로에 와서는 일대일 트레이드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두 분의 인연이 깊은 편인데, 친분을 쌓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허남영_ 대학교 2년 선후배 사이여서 같이 생활하면서 친해졌어요. 프로에서도 서로 경기가 있으면 얼굴 보고 했지만, 은퇴하고서 더 자주 보게 됐어요. 제가 D리그를 맡게 되면서 활동 지역이 가깝다 보니 자주 만났죠.
박도경_ 고등학교 때는 전국체전 같은 대회가 아니고는 만날 기회가 없어서 따로 친분은 없었는데, 같은 대학교에서 만나게 되고 선배가 후배들을 많이 챙겨 주셔서 제가 많이 따랐어요. 은퇴하고 나서는 둘 다 선수들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만나면 도와줄 일이나 애로사항 등 여러 얘기를 하면서 더 돈독해졌죠.
트레이드 이야기를 자세히 해보고 싶어요. 2001년 LG 포워드 허남영과 SK 센터 박도경의 1대1 트레이드가 발표됩니다. 그 당시 상황과 심경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허남영_ 창원에서 경기 끝나고 코치님이 저를 부르셨어요. 그 때는 ‘설마 트레이드인가?’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코치님 방에 가니 SK가 부산에서 경기가 있으니 가야한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짐 챙겨서 바로 부산으로 가게 됐죠. 트레이드 후에 생각해보니 SK가 당시 성적도 좋았고 도경이 자리를 뺏은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들었었어요.
박도경_ 저는 감독님께서 트레이드 됐다고 알려 주시는데, 트레이드가 처음이다 보니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그래도 적응해서 경기를 열심히 뛰려고 했죠. 1999-2000시즌에는 청주 SK 소속으로, 트레이드 후인 2000-2001시즌에는 창원 LG 소속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어요. 팀을 바꾸고 두 시즌 연속 챔프전에 출전한 KBL 최초의 선수가 저에요(웃음).
박도경 홍보책임은 트레이드 후에 무릎 부상까지 겹치면서 아쉬운 점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선수 생활은 어떠셨나요?
아쉬움이 많이 남죠. 대학 때도 무릎이 아파서 수술을 받았었고, 당시 LG가 운동량이 많아서 몸이 버티질 못했던 것 같아요. 재활하면서 많이 지쳤었어요. 지금처럼 재활 시스템이 잘 돼 있던 것도 아니었고, 스스로 몸관리를 잘 하지 못했죠. 제가 선수로서 부족했던 것 같아요.
허남영 코치님은 트레이드 후에 SK에서 5시즌을 뛰고 은퇴하셨는데, 그 때 선수 생활은 어떠셨는지 듣고 싶어요.
처음 SK 와서 최인선 감독님 계실 때는 재밌기도 했고 자유로운 분위기여서 좋았어요. 저는 시즌 중에 은퇴를 하게 됐어요. 당시에 SK가 KTF와 트레이드를 진행하면서 엔트리가 초과하게 돼 저에게 트레이드나 은퇴를 권유하셨죠. 그래서 2~3일안에 결정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SK 소속으로 있습니다.
요즘만 해도 외국 선수에 밀려 토종 빅맨 자원의 출전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 대부분인데, 선수 생활로 뛰었던 당시에는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없으셨나요?
박도경_ 외국 선수가 없었다면 출전 시간은 좀 더 늘어나지 않았을까요?
허남영_ 저는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서장훈이나 오세근 같은 주전 빅맨들은 외국 선수와 경쟁하는 입장이 될 수 있지만, 식스맨은 오히려 수비에서든 외국 선수로 인해 출전 기회가 늘어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박도경_ 정말 많은데, 코트에서 우승했을 때가 역시 기억에 제일 남는 것 같아요. 챔피언결정전 분위기가 너무 좋았죠.
허남영_ 트레이드로 SK와서 첫 경기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생각도 못했는데 바로 선발로 경기를 뛰게 됐고, 그 날이 제 생일이었거든요. 결과적으로 이겨서 더 기분 좋았고 잊을 수 없는 경기였죠. (2001년 1월 14일 청주 SK가 부산 사직에서 열린 기아와의 경기에서 98:89로 승리했다)
트레이드 후에 한 팀에서 오래 일하게 되신 걸 보면, 트레이드가 ‘신의 한수’ 였다고 생각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 다시 돌아봤을 때, 그 트레이드는 어떤 의미로 남았나요?
허남영_ 실제로 만나면 그런 얘기를 자주 했어요. 둘 다 특출 났던 선수가 아니었음에도 돌이켜보면 한 팀에서 오래 있게 됐는데 ‘열심히 해서 가능했던 거다, 잘된 일이었다’ 라고 자주 이야기 했었어요.
박도경_ 트레이드 이후에 한국 농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들 밑에서 꾸준히 일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제일 뿌듯해요. 항상 같이 얘기하면 ‘우리는 가늘고 길게 가자’ 라는 농담을 하곤 했어요.

은퇴 후에 꾸준히 팀을 위해 힘쓰고 계신데, 각자의 역할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허남영_ D리그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선수들이 한계를 느끼면서 포기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동기 부여를 해주려고 노력하죠. 자주 만나면서 많은 대화를 하려고 해요. 부상 당한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힘들어할 때도 말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되기 때문에 그런 점을 신경 쓰려고 해요.
박도경_ 저는 사무국에서 일하고 있으니 보는 시각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선수들이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을 하고 좋은 성적을 날 수 있게 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그렇다면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언제 인지도 궁금합니다.
허남영_ 저희 팀에서 김건우, 최성원 등 D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1군에서 잘해서 활약할 때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제가 D리그를 뛰는 선수들에게 하는 말이 있어요. 지금은 힘들겠지만 기회가 왔을 때 잡기 위해서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해요. 코치라는 제 역할에서 그 선수들이 자기 기회를 확실하게 잡았을 때 제일 뿌듯하죠.
박도경_ 성적이 잘 나올 때는 당연하고, 제가 스카우트도 맡고 있다 보니, 새로 온 외국 선수가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도 뿌듯하더라구요. 전력 분석을 했을 때는 감독님께 보고 드렸던 내용이 경기에 그대로 나오고 경기도 이기면 정말 보람찼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트레이드 이후 쭉 한 팀에 몸담고 있는데, 두 분에게 각자 창원 LG와 서울 SK는 어떤 의미인가요?
박도경_ LG는 20대부터 시작해 40대에도 함께하고 있고, 제 청춘을 다 바친 팀이에요. 저는 팀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정말 크거든요.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LG는 제 청춘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허남영_ 저도 20대부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의미가 크죠. 팀과 희로애락을 함께 했기때문에 간단하게 표현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코치로서 잘하는 선수들도 만나고, 은퇴하는 선수들도 보면서 여러 일들을 팀과 함께 겪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SK는 마음의 고향인 것 같아요.
사진 = 김우석 기자
바스켓코리아 / 변정인 기자 ing42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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