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전에만 15점’ 삼성 이정현, 명승부를 만들 뻔했던 원동력

KBL / 손동환 기자 / 2024-03-05 05:55:14

그래도 이정현(189cm, G)은 승부사 기질을 보여줬다.

서울 삼성은 지난 4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대구 한국가스공사에 75-81로 졌다. 시즌 두 번째 연승의 기회를 놓쳤다. 5라운드를 5승 4패로 마무리했다. 현재 전적은 10승 35패.

삼성의 핵심은 코피 코번(210cm, C)이다. 코번은 피지컬과 힘, 골밑 마무리 능력을 지녔다. 상대의 협력수비에도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을 상대하는 팀은 코번을 경계한다.

삼성 국내 선수들이 코번과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삼성의 전력은 배가 될 수 있다. 즉, 삼성 외곽 자원들의 슈팅이 터진다면, 코번의 골밑 위력이 증가할 수 있다는 뜻.

그러나 삼성은 코번과 국내 선수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지 못했다. 3점을 던질 수 있는 어린 선수들(신동혁-조준희 등)이 길게 이탈했고, 코번의 프론트 코트 파트너인 이원석(206cm, C)도 기대만큼 해주지 못했다.

그래서 이정현(189cm, G)이 많은 걸 해야 했다. 삼성 국내 선수 중 유일하게 평균 두 자리 득점(경기당 10.3점). 하지만 이정현도 상대 견제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현이 외곽에서 풀어줘야 한다. 삼성의 유일한 외곽 옵션이기 때문.

또, 삼성이 2월 이후에 열린 8경기에서 5승을 거뒀다. 기세가 나쁘지 않다. 그리고 5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맞았다. 삼성이 필승 의지를 5라운드 마지막까지 유지하려면, 이정현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이정현은 경기 시작 16초 만에 임팩트를 남겼다. 펭니트 존에서 자리 잡으려는 코번에게 패스. 포물선과 타이밍 모두 절묘했다. 그렇게 코번의 득점을 도왔다.

이정현은 그 후 박지훈(193cm, F)이나 신승민(195cm, F)과 매치업됐다. 박지훈과 신승민 모두 이정현보다 뛰어난 피지컬을 지닌 선수. 그리고 운동 능력과 에너지 레벨도 뛰어나다. 두 선수 다 이정현의 체력을 빠르게 떨어뜨릴 수 있다.

이정현은 이를 모르지 않았다. 순간적인 스텝과 노련한 동작으로 파울 자유투를 얻었다. 자신을 수비했던 박지훈의 파울을 누적시켰다.

그렇지만 이정현은 한국가스공사의 촘촘한 수비망에 고전했다. 게다가 리바운드를 다투는 과정에서 듀반 맥스웰(201cm, F)에게 얼굴을 맞았다. 악재가 겹친 이정현은 1쿼터 종료 2분 9초 전 벤치로 물러났다.

이정현은 2쿼터에 다시 나왔다. 3점 라인 밖에서 동료들의 움직임을 천천히 살폈다. 이정현의 볼을 받은 이들이 마무리를 못했을 뿐, 삼성의 볼 흐름은 이정현으로 인해 원활해졌다. 17-26으로 밀렸던 삼성도 반격을 준비했다.

이정현은 그 후 위치 잡기에 주력했다. 정확히 말하면, 코번이 빼줄 수 있는 곳에 자리 잡는 것이었다. 코번으로부터 볼을 받은 후, 페인트 존으로 달려드는 이원석에게 패스. 이원석의 득점을 도왔다.

그리고 한국가스공사의 슈팅 타이밍을 파악한 후, 한국가스공사 진영으로 뛰었다. 이를 캐치한 이원석(206cm, C)이 수비 리바운드 후 빠르게 패스. 볼을 받은 이정현은 레이업으로 마무리했다. 해당 득점으로 한국가스공사의 전반전 첫 타임 아웃을 유도했다. 이정현의 레이업이 27-29로 변하는 득점이었기 때문.

이정현은 그 후에도 투지를 보여줬다. 수비 리바운드에도 적극 가담. 박지훈의 3번째 파울과 팀 파울 자유투를 동시에 얻었다.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쳤지만, 한국가스공사에 긴장감을 주기 충분했다.

또, 이정현은 다음 공격에서 자유투 실패를 만회했다. 자리를 잡다가 림 쪽으로 돌아서는 코번에게 패스. 코번의 득점을 또 한 번 도운 것. 삼성은 이정현의 어시스트로 29-29. 한국가스공사와 균형을 맞췄다.

그러나 삼성은 한국가스공사의 존 프레스를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이정현이 코번을 활용했지만, 코번은 한국가스공사 선수들에게 빠르게 둘러싸였다. 공격 밸런스가 흔들린 삼성은 32-40으로 전반전을 마쳤다.

다만, 점수 차가 크지 않았다. 그래서 삼성이 점수 차를 조금만 좁혀도, 한국가스공사가 쫓길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정현을 포함한 삼성 선수들이 3쿼터 시작 3분 동안 한 점도 넣지 못했다. 해당 시간 동안 4실점. 32-44로 밀렸다.

그래도 삼성이 점수를 따낸다면, 삼성이 상승세를 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삼성은 한국가스공사의 강한 수비와 빠른 공격에 흔들렸다. 3쿼터 종료 5분 24초 전에는 37-53으로 밀렸다. 위기를 느낀 김효범 삼성 감독대행은 후반전 첫 타임 아웃을 불러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과 이정현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삼성의 수비 허점과 삼성의 에너지 레벨 저하가 겹쳤다. 이정현 역시 거기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정현은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3쿼터 종료 29초 전 맥스웰 앞에서 3점을 성공했고, 동시에 파울 자유투를 얻었다. 그 후에는 속공 전개로 이스마엘 레인(202cm, F)의 자유투 득점을 이끌었다. 3쿼터 내내 두 자리 점수 차로 밀렸던 삼성은 50-58로 3쿼터를 마쳤다.

이정현이 4쿼터 첫 3분을 책임졌다. 김낙현(184cm, G)의 3점 공세를 3점으로 맞받아쳤고, 김낙현의 돌파를 바스켓카운트로 되받아쳤다. 잠실실내체육관의 데시벨을 한껏 끌어올렸다.

또, 이정현은 경기 조립에도 앞장 섰다. 한국가스공사의 3-2 변형 지역방어를 패스 한 번으로 공략. 홍경기(184cm, G)의 3점을 도왔다. 덕분에, 삼성은 66-70으로 간격을 좁혔다. 남은 시간이 6분 2초였기에, 삼성의 역전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삼성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정현이 32초 전 73-77로 쫓는 3점을 터뜨렸지만, 이정현의 마지막 자유투와 삼성의 마지막 공격이 림을 외면했다. 마지막까지 쫓았지만, 패배를 직시해야 했다.

물론, 아쉬움은 컸다. 이정현은 후반에만 15점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김효범 삼성 감독대행 역시 “공격 공헌도는 물론이고, 수비에서도 모범을 보여줬다”며 이정현을 높이 평가함과 동시에, 승리하지 못했음을 아쉬워했다.

사진 제공 = KBL

[ⓒ 바스켓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