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불타오르는 박정환, 그의 손끝에서 견고해지는 용산고

BAKO INSIDE / 최은주 / 2021-08-17 10:54:29


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1년 7월호에 게재됐습니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완벽해 보이더라도, 언제나 승승장구할 순 없다. 위기가 찾아오는 법이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팀을 책임지는 에이스가 자리를 비우면, 흔들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용산고는 달랐다.

농구 명가 용산고는 올해 전관왕을 노리는 팀이다. 부동의 에이스 여준석(204cm, F)이 존재하기 때문. 그러나 여준석이 대한민국 남자농구 국가대표로 차출되면서, 팀을 잠시 떠났다. 그리고 맞이한 제46회 협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 양구대회. 용산고는 여준석의 빈자리를 말끔히 씻으며, 저력을 발휘. 제58회 춘계 전국남녀중고농구연맹전 해남대회에 이어 또 한 번 정상에 올랐다.

야전사령관 박정환(182cm, G)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정환은 여준석이 없던 협회장기 대회에서 평균 16.8점 7리바운드 10.3어시스트를 기록. 최우수선수상에 이어 어시스트상까지 석권하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계성고와의 경기에서는 13점 14리바운드 16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을 작성하며, 존재감을 한없이 뽐냈다.

위기를 기회로. 에이스의 빈자리를 메우는 걸 넘어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세상에 알린 박정환. 그의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우리가 전관왕을 할 수 있을까?”

박정환은 “(여)준석이 형은 능력이 정말 뛰어나다. 또 믿을 수 있는 선수다. 공을 어디에서 어떻게 주든 항상 잘 넣는다. 그래서 협회장기 대회 전에 준석이 형이 없으면 안 된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준석이 형이 없다는 건 핑계일 뿐이었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우리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팀원들도 중학교 때부터 랭킹 안에 든 선수들이다. 이에 그 어느 대회 때보다도 정신력이 좋았고, 준석이 형 몫까지 최선을 다했다”며 변곡점에 있던 협회장기 대회를 돌아봤다.

역전승 그리고 우승. 박정환은 역전으로 빚어낸 우승 트로피를 가슴 속에 품고 있다. “결승 경기 전에 이길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대전대 슛이 경기 초반부터 너무 잘 들어가더라. 그래도 후반에는 안 들어가겠지 했는데 아니었다(웃음). 후반에도 계속 슛이 잘 들어가서 뒤집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어코 역전을 만들어냈다. 또 이렇게 큰 경기를 역전으로 잡아낸 게 처음이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며 짜릿했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우승의 기쁨도 잠시, 7월 13일부터 2021 연맹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 김천대회가 열린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박정환은 또 한 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무대를 즐기려 한다.

박정환은 “한 경기 한 경기를 이기고 또 우승까지 하며 오히려 부담감이 사라졌다. ‘우리가 과연 전관왕을 할 수 있을까?’라는 기대 덕분에 재밌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또 팀원들이 모두 잘해줘서 기대가 더 커지는 것 같다”며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



“농구는 이기려고 하는 것이다”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듯, 박정환도 그렇다. 박정환은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며, 시선을 위로 향했다. 하지만 그는 중학생 때는 그러질 못했다. 훌쩍 커버린 키만큼이나 마음가짐 역시 단단해졌다.

승리의 소중함을 배웠다. “중학생 때는 한 경기 져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한 경기라고 할지라도 진다면 아쉽고 후회될 것 같다. 그래서 항상 후회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다”.

농구를 바라보는 자세도 달라졌다. “농구는 이기려고 하는 것이다.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 1점이라도 이기려고 노력한다. 사실 중학생 때는 멋있어 보이려고 하는 게 컸다. 그러나 그러다가 진 적이 많았다(웃음). 그래서 이제는 멋있어 보이는 농구보다는 이기는 농구를 하려 한다. 중학생 때는 내 공격을 먼저 봤다면 이제는 팀원들의 찬스를 더 봐주려고 한다”며 경험의 미학을 알았다.

그렇기에 팀만을 생각하고 있다. “어시스트상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 경기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 우승까지 했다. 그리고 어시스트상도 따라왔다. 그래서 개인적인 기록이나 수상은 전관왕을 하면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며 팀만을 바라보고 있다.

성숙해진 마음가짐, 이 여정에는 지도자의 애정어린 쓴소리도 있었다. “이세범 코치님께서는 고등학교 눈높이가 아니시다. 프로 눈높이를 갖고 계신다(웃음). 그래서 항상 ‘네가 이 정도 해도 고등학교에서나 잘한다고 인정받는 거지 프로에서는 너를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말씀하신다. 세상을 더 크고 넓게 보도록 도와주신다”며 스승의 가르침에 감사함을 전했다.

이에 스승의 뒤를 이어가고 싶다. “이세범 코치님을 존경한다. 코치님이 계시기에 우리 팀이 계속해서 발전하는 것 같다. 농구를 항상 끊임없이 연구하시는 모습을 본받고 싶다”며 스승에게 많은 걸 배우고 있다.

용산고 선배들의 조언도 잊지 않는다. “대학교랑 연습 경기를 할 때 실수 하나만 해도 크게 위축됐다. 그럴 때마다 (유)기상이 형이 충고를 많이 해줬다. ‘무언가를 배우는 걸 넘어 대학생 형들을 이기려고 하라’고 조언해줬다”며 동고동락했던 선배에게도 고마움의 인사를 건넸다.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도록”

박정환은 롤모델을 닮아가려 한다. “허훈 선배님을 보면서 많이 배운다. MVP까지 받으신 만큼 기량은 나무랄 데가 없으시다. 그런데 내가 가장 크게 본보기로 삼는 건 자신감이다. 허훈 선배님의 자신감을 가장 많이 닮고 싶다”며 허훈의 발자취를 따라가려 한다.

이런 발판 속, 박정환은 더 크게 세상을 보고 있다. “고마운 게 팀원들이 나를 믿어준다. 특히 (이)채형이랑 (허)동근이가 나를 많이 믿는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나를 롤모델로 생각하는 것 같다(웃음)”며 자신을 향한 팀원들의 믿음을 재치 있게 표현했다.

박정환은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 “최고의 선수가 되는 걸 목표로 하는 건 너무 뻔한 것 같다(웃음). 그래서 누군가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 믿음이 제일 중요하다. 감독님도 팀원들도 가장 믿는 게 포인트가드인 만큼 양동근 선수처럼 믿고 볼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며 자신이 머지않아 이뤄낼 모습을 그려나가고 있다.

사진 =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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