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킹 파라오의 마지막 꿈, ‘KING OF KBL’

BAKO INSIDE / 손동환 기자 / 2024-02-03 10:35:27

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3년 1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2023년 12월 중 이뤄졌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아셈 마레이는 이집트 국적의 외국 선수다. KBL 최정상급 외국 선수이기도 하다. 소속 팀인 LG에는 ‘9년 만에 4강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안겼다. 그래서 ‘킹 파라오’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킹 파라오’가 마레이의 최종 목표는 아니다. 마레이가 꾸는 마지막 꿈은 ‘KING OF KBL’이다.

의문부호? 느낌표!

KBL에 입성하는 대부분의 외국 선수는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아셈 마레이는 아니었다. KBL에서는 생소한 이집트 국적.
또, 마레이가 KBL에 들어오기 전만 해도, 마레이를 특 A급으로 보는 이는 없었다. ‘경기를 지배할 1옵션 외국 선수’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없었다. ‘마레이가 상대를 압도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렇지만 마레이는 KBL 데뷔 시즌부터 위압감을 뽐냈다. 특히, 페인트 존에서는 더 그랬다. 2021~2022시즌 경기당 30분 54초 출전에, 평균 16.4점 13.5리바운드(공격 5.9) 3.2어시스트에 1.8개의 스틸. 리바운드 1위와 스틸 2위을 기록했다.
기록 외적인 공헌도도 컸다. 자신에게 오는 도움수비를 역이용할 줄 알았다. 그런 이유로, 한국 농구에 적합한 외국 선수로 평가 받았다. 자신에게 붙은 의문부호를 느낌표로 바꿔버렸다.

KBL은 어떻게 오신 건가요?
매년 성장하는 리그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KBL을 경험한 외국 선수들이 “정말 좋은 리그”라고 설명해줬고요.
창원 LG의 첫 인상은 어땠나요?
훈련 시설이 엄청 좋았습니다. 구단 사무국의 업무 처리 능력 또한 좋았고요. 모든 것들이 프로페셔널했습니다.
KBL에는 어떻게 적응하려고 하셨나요?
저의 강점은 열정입니다. 그리고 몸싸움을 강하게 하는 선수고요. 다만,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KBL의 특성을 이해할 시간과 저희 팀 컬러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KBL 데뷔 시즌부터 맹활약했습니다. 비결은 무엇이었나요?
우선 제 모국인 이집트리그는 아시아리그와 비슷한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또, 저는 여러 해외리그에서도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제 장점인 백 다운과 백 다운에 이은 킥 아웃 패스, 수비와 리바운드 등으로 LG에 힘을 실으려고 했습니다. 또, 제가 득점하는 것도 좋았지만, 팀원들한테 좋은 슈팅 기회를 만드는 게 더 좋았습니다. 그런 점들이 첫 시즌 활약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레이가 안긴 봄, 그러나 마레이는 없었다

마레이는 KBL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마레이의 소속 팀인 LG는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했다. 2019~2020시즌부터 3시즌 연속 고배를 마셨다.
봄 농구를 원했던 LG는 조상현 감독을 선임했다. 조상현 감독은 ‘수비-리바운드-속공’ 등 기본적인 것부터 강조했다. 기본부터 달라진 LG는 2013~2014시즌 이후 9년 만에 4강 플레이오프로 직행했다.
마레이는 창원의 봄을 책임진 인물이었다. 2022~2023시즌 경기당 24분 49초 출전에, 평균 15.0점 12.5리바운드(공격 4.3) 2.0어시스트에 1.8개의 스틸을 기록했다. 2021~2022시즌보다 5분 덜 뛰고도, 2021~2022시즌과 비슷한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마레이는 아쉬움을 남겼다. 2022~2023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종아리를 다쳤기 때문. LG를 4강 플레이오프에 올려놓고도, 마레이는 동료들과 봄 농구를 즐기지 못했다. 벤치 혹은 다른 곳에서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조상현 감독이 새롭게 부임했습니다. 어떤 걸 강조하셨나요?
우선 전술적으로 정말 훌륭한 분이고, 작전도 많이 갖고 있는 감독님입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수비’를 많이 강조하셨습니다. 또, “심판이 파울 콜을 불지 않아도, 백 코트를 빨리 해달라. 그리고 수비에 집중하자”고 주문하셨습니다.
마레이 선수는 이전보다 짧게 뛰고도 뛰어난 퍼포먼스를 남겼습니다.
저희 팀의 조직력이 한층 강해졌습니다. 팀원들의 득점이 고르게 나오다 보니, 저도 ‘득점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래서 팀원들의 찬스를 더 쉽게 살려줄 수 있었죠. 그러다 보니, 제가 잘할 수 있는 수비와 리바운드에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게 2021~2022시즌과 달랐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LG는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습니다. 하지만 마레이 선수는 부상 때문에 웃지 못했는데요.
부상은 운동 선수에게 늘 발생하는 변수입니다. 그렇지만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입은) 부상은 너무 아쉬웠습니다. 제 목표는 플레이오프에서 활약하는 것이었거든요. 그렇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고, 회복에 온 신경을 기울였습니다. 몸을 만드는데 더 집중했죠.
LG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SK에 3전 전패했습니다. 그래서 ‘마레이가 있었다면...’이라는 가정론이 많이 붙었어요.
보장할 수는 없겠지만, (제가 있었다면) 저희 팀이 전패를 당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저희와 SK는 정규리그 경기에서 호각세였거든요.(실제로, LG와 SK의 2022~2023 정규리그 맞대결 전적은 3승 3패였다)

시련과 경험, 그리고 배가된 위력
마레이의 KBL 두 번째 시즌은 2% 부족했다. 또, 마레이는 다친 곳을 회복해야 했다. 그러나 마레이의 휴식 시간은 길지 않았다. 이집트 국가대표팀의 일원이었던 마레이는 2023년 8월말에 열린 FIBA 농구 월드컵에 참가해야 했기 때문.
마레이는 리투아니아와 몬테네그로, 멕시코 등 세계의 강호들과 맞섰다. 월드컵에서도 경기당 24.3분 동안 평균 12.2점 8리바운드 1.4스틸에 1개의 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이집트 국가대표팀에서도 기둥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시련과 경험은 마레이를 더 강하게 했다. 마레이는 특히 2023~2024 2라운드에서 경기당 33분 30초 동안 평균 18.7점 17.7리바운드(공격 6.2) 5.3어시스트에 2.0스틸로 위력을 배가했다. 마레이를 등에 업은 LG는 2라운드에 9승 1패. LG와 마레이 모두 한층 강력해졌다.

농구 월드컵은 어떠셨나요?
나라를 대표해 경기를 뛰는 건 큰 영광이고, 이집트 국가대표팀 유니폼은 저에게 자부심입니다. 또, 제가 세계에서 뛰어난 선수들을 상대로도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기 때문에, ‘누구와 붙어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외국 선수 파트너인 단테 커닝햄이 시즌 중 허리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마레이 선수의 부담감이 더 커졌는데요.
단테는 우리 팀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수입니다. 우리의 공격 컬러를 여러 개로 다변화한 좋은 선수이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저희는 그런 단테를 잃었습니다. 시즌 중이었기에, 더욱 어려웠어요. 하지만 저희 팀은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했습니다. 팀원들 모두가 단테의 빈자리를 메웠거든요.
홀로 뛴 시간이 길었음에도, LG와 마레이는 이전보다 더 강했습니다.
말씀 드린 것처럼,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저 혼자 뛴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모든 플랜과 작전이 달라졌거든요. 그렇지만 (정)희재와 (양)홍석이가 더 많은 시간을 뛰어줬고, 두 선수가 단테의 빈자리를 잘 메워줬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 팀이 좋은 결과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2라운드 MVP가 되셨습니다.
디드릭 로슨(원주 DB)이 1라운드 MVP로 선정됐습니다. 그렇지만 외국 선수가 KBL에서 ‘라운드 MVP’로 선정되는 건, 쉽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2라운드 MVP 수상 후) 기쁜 마음이 컸고, 더 영광스러웠습니다. 다만, 제가 MVP를 탄 것보다, 저희 LG가 2라운드에 9승을 한 게 더 기뻤습니다.

KING OF KBL
이제 마레이에게 물음표를 던지는 이는 없다. 아니. 마레이에게 느낌표를 품는 사람들이 99%다. 마레이가 ‘킹 파라오’(아셈 마레이의 별명)로서의 위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
물론, 불안 요소도 있다. 마레이의 종아리 근육 파열은 고질병이 될 수 있고, 마레이의 새로운 파트너인 후안 팔라시오스 테요는 검증받지 못했기 때문. 불안 요소가 한꺼번에 터지면, LG도 마레이도 ‘봄 농구’를 장담할 수 없다.
그렇지만 마레이의 의지는 강하다. KBL에서 해내지 못한 게 많아서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플레이오프부터 뛰어야 한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 구체적인 목표는 ‘우승 반지’가 될 것이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KING OF KBL’이다.

LG는 순항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있을 건데요.
많이 이겨도, 고쳐야 할 점과 나빴던 점은 존재하는 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잘못된 것들을 항상 수정해야 합니다. 좋지 않았던 점을 좋은 점으로 바꿔야 해요.
마레이 선수가 다쳤던 종아리 근육도 고질병이 될 수 있습니다. 관리가 필요해보여요.
물론, 그렇게 보실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종아리 부상에서 완벽히 회복했습니다. 오히려 부상 전보다 더 좋아졌고, 더 강해졌습니다.
불안 요소도 많지만, KBL 플레이오프에 나서고 싶은 마음이 더 클 것 같습니다.
물론입니다. KBL에서는 아직 플레이오프를 치러보지 않아서, 욕심이 더 납니다.
우승 반지가 최종 목표일 것 같습니다.
첫 번째 목표는 플레이오프를 뛰는 것이고, 두 번째 목표는 챔피언 결정전에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승 반지를 꼭 얻고 싶습니다.
여담이지만, 농구를 하면서 우승한 적이 있으신가요?
프로 데뷔 시즌 때 한 번 해본 적 있습니다. 리투아니아 리그인 Baltic League에서 정상을 경험했습니다.

일러스트 = 락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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