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진안에게 특별했던 하루, 2023년 1월 8일

KBL / 손동환 기자 / 2023-03-12 09:15:43

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3년 2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를 진행한 시간은 1월 18일 오후 12시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올스타’는 진안(부산 BNK 썸)에게 존재하지 않는 단어였다. 2022년까지만 해도 그랬다. ‘올스타’는 진안의 농구 인생과 평행선을 달릴 것 같았다.
하지만 진안은 2023년 1월 8일 생애 처음으로 WKBL 올스타 페스티벌에 출전했다. 생애 첫 올스타 페스티벌에서 MVP도 차지했다. 두 번의 짜릿한 경험을 같은 곳에서 맛봤다.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그래서 2023년 1월 8일은 진안에게 특별한 하루였다.

남달랐던 시작

대만 출신인 진안은 큰 키에 기동력은 갖춘 빅맨이다. 하지만 대만에서 2년의 시간을 허투루 보내야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택한 ‘전학’이라는 선택이 ‘2년 출전 금지’라는 잔인한 결과로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안한테 기회가 생겼다. 진안이 속한 학교가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갔고, 상대 팀인 수원여고가 진안에게 매력적인 제안을 했다. 진안에게 ‘수원여고 입학’을 제안한 것.
당시 수원여고 감독이었던 진병중은 진안을 자신의 양녀로 입양했다. 진안의 입학 절차 또한 빠르게 진행했다. 그래서 진안은 2013년에 수원여고로 입학할 수 있었다. 그 해 6월에는 한국 국적까지 취득했다. ‘1년 출전 정지’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대만에서 받은 징계보다는 훨씬 나았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자신의 역량을 끌어올렸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진안은 자신의 진로를 선택해야 했다. 진안의 선택은 WKBL. 진안의 잠재력을 눈여겨본 구리 KDB생명(현 부산 BNK 썸)이 진안을 선택했고, 진안은 그 곳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프로에서도 연습을 끊임없이 했던 진안은 KDB생명의 현신인 BNK에서 꽃을 피웠다.

2016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서 전체 2순위로 구리 KDB생명에 입단했습니다.
뽑히자마자 엄마를 봤어요. 엄마를 보니, 더 안심이 됐어요. 제가 뽑힌 걸 보고, 엄마도 안심을 하셨던 것 같아요.
좋은 게 또 하나 있었어요. 학교 선배인 (홍)소리 언니와 구슬 언니가 KDB생명에 있었거든요. 정말 재미있는 언니들이어서, (프로에 가는 걸)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웃음)
구리 KDB생명과 OK저축은행을 거쳐, 부산 BNK 썸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KDB생명이 해체되고, OK저축은행 생활도 불안정했습니다. 특히, 2018~2019시즌이 끝난 후에는, 저희들의 운명을 알 수 없었어요. 하지만 BNK가 저희 농구단을 인수했어요. ‘정말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부산을 가서, 더 좋은 점이 있었어요. 저희 숙소에서 김해국제공항까지의 거리가 가까워서, 대만으로 가는 비행기를 쉽게 탈 수 있었거든요.(진안은 부산으로 내려가기 전까지 수도권에서 지냈다. 대만을 가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구리나 수원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의 여정은 꽤 복잡했다. 그래서 진안은 부산으로 이사하는 걸 기뻐했다) 다만,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는, 인천에서만 비행기를 타야 했습니다. 그런 점이 아쉬웠어요.
안혜지 선수와 함께 BNK의 새로운 주축으로 성장했습니다.
팀의 주축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전보다 많은 기회를 받은 건 맞아요. 출전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어요.
진안 선수는 개인적으로 발전했지만, BNK의 성적은 좋지 않았습니다.
KDB생명 때부터 성적이 좋지 않았고, BNK에서도 5위와 6위를 했어요. 제 운명이 이런 건가 싶었어요. ‘꼴찌가 내 운명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죠.(웃음) 무엇보다 제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팀원들에게 맞춰주는 능력도 부족하고, 쉬운 찬스도 많이 놓쳤거든요.

첫 플레이오프
2019년에 창단한 BNK는 농구단과 선수들에게 많이 투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NK는 플레이오프 문턱조차 가지 못했다. 특히, 2020~2021시즌에는 5승 25패로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해당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는 29점을 넣는데 그쳤다. 이는 WKBL 팀 역대 한 경기 최소 득점이었다)
그렇지만 BNK는 주저앉지 않았다. 2021년 여름, 선수단에 큰 변화를 줬다. WKBL 경기운영본부장이었던 박정은을 2대 사령탑으로 임명했고, 2020~2021 WKBL 챔피언 결정전 MVP인 김한별을 데리고 왔다. WKBL을 대표하는 슈터였던 강아정도 함께 영입했다.
새로운 사령탑과 베테랑의 가세는 BNK의 잠재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이전과 달라진 BNK는 정규리그 4위(12승 18패)로 창단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나섰다. 비록 청주 KB스타즈에 2패로 무너졌지만, 2021~2022시즌은 BNK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진안도 마찬가지였다. 데뷔 첫 플레이오프 진출. 그럼에도 불구하고, 2경기 평균 39분 8초 동안 24.0점 8.0리바운드(공격 2.0) 2.0어시스트에 1.5개의 스틸로 맹활약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활발한 움직임과 공격력을 보여줬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오프는 진안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2021년 여름이 됐습니다. 박정은 감독님께서 새롭게 부임하셨고, 김한별 선수도 새롭게 왔는데요.
선수로 있는 동안, 여러 감독님들이 부임하셨어요. 박정은 감독님께서 오신다고 해서, 기분이 특별하게 다르진 않았어요. 다만, 새로운 환경 속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습니다. 그리고 (김)한별 언니와 (강)아정 언니 등이 온 건, 기대할 수 있는 요소였습니다. 베테랑 언니들이 중심을 잡아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2021~2022시즌 초반은 좋지 않았습니다. 개막 10경기에서 1승 밖에 거두지 못했는데요.
새롭게 맞춰야 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럴 시간이 부족했어요. 저와 (안)혜지는 대표팀으로 차출됐고, 한별 언니와 아정 언니, (이)소희 모두 부상으로 늦게 합류했거든요.
서로를 모르기도 했고, 안 맞는 것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를 얻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렇지 못했고, 마음만 급했습니다. 그래서 서로를 아프게 하는 말들이 많이 나왔어요.
시즌 중반부터 상승세를 탔습니다. 데뷔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나섰고요.
경기를 하다 보니, 서로 간에 소통이 잘 됐습니다. 호흡도 잘 맞았어요. 누구 한 명의 힘이라기보다, 팀이 가진 힘이 커진 것 같아요.
플레이오프와 정규리그는 어떤 게 다르던가요?
정규리그도 그렇지만, 플레이오프에서의 한 경기는 너무 소중하더라고요. 한 경기만 져도, 여파가 크니까요. 그래서 더 긴장했고, 더 급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진안 선수의 플레이오프 퍼포먼스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주위에 있는 지도자 선생님과 선배님들께서 “결과를 너무 생각하지 마라. 처음이니, 즐기면서 하면 좋겠다”고 조언해주셨어요. 여러 사람들의 조언 덕분에, 저는 정규리그보다 더 웃으려고 했어요. 그런 마음가짐이 좋은 퍼포먼스로 연결된 것 같아요.

기량도 최고! 퍼포먼스도 최고!
진안은 BNK를 넘어 WKBL을 대표하는 장신 자원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2023년 1월 8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올스타 페스티벌에 참가할 자격을 얻었다.
올스타 투표 결과는 17위(5,453표)였지만, 진안은 올스타 페스티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했다. 먼저 경기력. 33점 20리바운드로 30-20을 달성했다. 기자단 투표에서 68표 중 65표 획득. 압도적인 지지 속에 생애 첫 올스타 페스티벌 MVP를 차지했다.
퍼포먼스도 뛰어났다. 입장 퍼포먼스에서 에스파의 ‘NEXT LEVEL’의 안무를 따라했고, 경기 중에는 강이슬(청주 KB스타즈)과 1대1 트레이드로 팬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했다. 최고의 별이 될 자격을 충분히 보여줬다.

코로나19 때문에, 하지 못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 하나가 올스타전이었는데요.
사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는, 제가 올스타에 뽑히지 못했어요. 대만에 다녀오거나, 올스타에 선정되지 못한 다른 선수들과 숙소에서 놀았어요.(웃음) 올스타전을 직접 경험하지 못해서 그런지, 올스타전의 재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하지만 팬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행사들도 취소됐어요. 그런 점은 많이 아쉬웠어요. 그래서 팬들과 함께 할 날을 기다렸던 것 같아요.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올스타 페스티벌 개최가 확정됐습니다.
오랜만에 열리는 올스타 페스티벌이었어요. 재미가 없다면, 저희를 보러 오는 팬들한테 죄송할 것 같았어요. 팬들을 한 번이라도 더 웃게 하고 싶었고, 그렇게 하려면 부끄럼 없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퍼포먼스들을 준비하셨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준비한 걸 잘 못해내는 스타일이에요.(웃음) 물론, 입장 퍼포먼스나 팀원들끼리 같이 추는 춤은 준비했지만, 그 외에는 분위기에 맞춰서 즉흥적으로 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퍼포먼스는 어떤 거였나요?
사실 3점슛을 넣을 때, 준비했던 세레머니가 있었습니다. 3점을 넣으면, 축구 선수들처럼 관중석을 한 바퀴 돌고 싶었어요. 하지만 막상 3점을 넣으니, 준비했던 걸 까먹었어요. 그래서 코트 바닥을 한 바퀴 굴렀어요. 미리 준비하는 건, 나한테 맞지 않다고 생각했죠.(웃음)
올스타전 MVP를 받았습니다.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처음에 노렸던 건 퍼포먼스상이었어요.(해당 상은 강이슬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블루스타에 있는 언니들도 핑크스타에 있는 언니들도 저의 득점을 많이 밀어줬어요. 그래서 제가 MVP를 받은 것 같아요. 덕분에, 너무 많은 추억을 얻었습니다. 만약에 팬 분들께서 저를 또 한 번 올스타로 뽑아주신다면, 더 즐겁고 더 재미있게 올스타 페스티벌을 임하고 싶어요.

본격적인 승부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6개 구단은 다시 정규리그에 돌입했다. 잠시나마 함께 웃었던 6개 구단 선수들은 서로의 심장을 또 한 번 겨눠야 한다.
BNK의 순위는 공동 2위(11승 7패). 용인 삼성생명과 2위 싸움을 하고 있다. 창단 후 역대 가장 강한 전력으로 2022~2023시즌을 임하고 있다. BNK를 바라보는 시선도 확 달라졌다.
진안도 예전과 달라진 BNK를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다만, 멀리 있는 목표가 아닌, 앞에 다가온 경기부터 생각했다. 그래서 진안은 “내앞에 다가온 경기부터 팀원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2022~2023시즌 BNK는 이전보다 훨씬 강합니다.
(김)한별 언니의 힘이 크다고 봐요. 몸 상태도 예전보다 좋고, 어린 선수들한테 예전보다 더 많이 알려주고 있거든요.
(한)엄지가 들어온 것도 커요. 영리하게 움직이고, 제 멘탈도 잘 잡아줘요. 제가 실수할 때 표정이 어두워지는데, 엄지가 옆에서 “괜찮아. 표정 밝게 해”라고 해줘요. 고마운 마음이 커요.
또, 저와 (안)혜지, (이)소희가 몇 년 동안 손발을 맞췄어요. 서로를 더 잘 알고 있고, 조직력도 더 좋아졌어요. 그런 점들 때문에, 저희가 이전보다 강해진 것 같아요.
올스타 브레이크 동안, 어떤 걸 준비하셨나요?
스크린을 활용하는 패턴이 많아요. 하지만 스크린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저희가 스크린을 대충 할 때도 있어요. 그래서 스크린의 정확성에 신경을 썼고, 저 역시 스크린 타이밍과 위치를 많이 생각했습니다.
정규리그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어떤 게 가장 중요할까요?
혜지가 경기를 잘 조율해주고, 소희와 한별 언니가 마무리를 잘해줘요. 그래서 저는 리바운드를 더 신경 쓰고 있습니다. 리바운드만 생각하고 있어요. 다른 것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옵션이거든요.
챔피언 결정전도 욕심이 나실 것 같아요.
솔직한 마음으로는, 챔피언 결정전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목표에 얽매이면, 몸이 뻑뻑해져요. 그래서 앞에 다가온 경기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앞에 있는 경기부터 팀원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요.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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