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수의 시선] 김정은이 있는 하나은행, ‘수비’부터 달랐다

WKBL / 손동환 기자 / 2025-12-18 11:55:06

선수 한 명의 존재 유무가 팀 수비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농구는 공격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스포츠다. 그리고 득점을 많이 하는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다. 주득점원이 높은 연봉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코칭스태프는 ‘수비’를 강조한다. “수비가 되면, 공격은 자동적으로 풀린다”고 하는 사령탑이 많다. 그래서 코칭스태프는 수비에 집중하고, 기회를 얻고자 하는 백업 자원들도 ‘수비’부터 생각한다.

사실 기자도 ‘공격’에 집중했다. ‘누가 어시스트했고, 누가 득점했다’가 기사의 90% 이상을 차지했다(사실 100%에 가깝다). 그래서 관점을 살짝 바꿔봤다. 핵심 수비수의 행동을 기사에 담아봤다. 기사의 카테고리를 ‘수비수의 시선’으로 선택한 이유다.  

# INTRO

부천 하나은행은 2024~2025시즌 종료 후 코칭스태프를 전면 교체했다. KBL에서 오랜 시간 감독을 맡았던 이상범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그리고 대한민국 여자농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이었던 정선민을 수석코치로 임명했다.
이상범 감독과 정선민 수석코치가 하나은행의 체질을 완전히 개편했다. 특히, 어린 선수들에게 ‘활동량’과 ‘적극성’, ‘간결함’을 강조. 박소희(178cm, G)와 박진영(178cm, G), 고서연(170cm, G)과 정현(178cm, F) 등 잠재력 풍부한 유망주들이 눈을 제대로 떴다.
그러나 중심을 잡아주는 베테랑이 없다면, 어린 선수들도 빛을 발할 수 없다. 이상범 하나은행 감독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 중 하나로 김정은(180cm, F)을 꼽고 있다.
김정은은 리그 최고참 선수다. 김정은의 출전 시간도 제한됐다. 하지만 김정은의 수비 영향력은 리그 최상급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은행은 승부처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 결과, 하나은행은 단독 선두(7승 1패)에 올랐다. 그리고 강적인 부산 BNK를 상대로, ‘창단 첫 7연승’을 노린다.

# Part.1 : 김정은=김주성

이상범 하나은행 감독은 경기 전 “(김)정은이의 몸이 분명 예전같지 않다. 하지만 정은이는 수비 맥을 짚을 줄 안다. 김주성 DB 감독의 현역 시절을 보는 것 같다”라며 김정은을 김주성 DB 감독에 비유했다.
김주성 감독은 KBL 최고의 레전드 중 하나였다. 선수 시절 ‘수비형 빅맨’으로 명성을 떨쳤다. 이상범 감독은 DB에서 김주성 감독의 현역 시절을 지켜봤기에, 김주성의 수비 지배력을 누구보다 알고 있다.
또, 김주성 감독이 현역 마지막 시즌을 치를 때, 이상범 감독이 김주성 감독과 만났다. 김주성 감독의 에너지 레벨이 예전 같지 않았기에, 이상범 감독은 중요한 순간에만 김주성 감독을 투입했다.
이상범 감독은 그때의 기억을 김정은에게 주입시키고 있다. 김정은을 중요한 순간에만 출전시키고 있다. 다만, 김정은이 “초반에도 뛰어야, 후반부에도 제 컨디션으로 뛸 것 같다”라고 건의했고, 이상범 감독은 김정은의 그런 의견을 수용했다. 그런 이유로, 김정은을 1쿼터에 출전시키지 않았다.

# Part.2 : 김정은의 유무 1

하나은행은 1쿼터 내내 김정은 없이 했다. 이이지마 사키(172cm, F)와 진안(181cm, C)이 있다고는 하나, 하나은행은 뭔가 어수선했다. 하나은행 특유의 ‘스피드’와 ‘활동량’조차 BNK에 밀렸다. 그 결과, 1쿼터를 15-23으로 마쳤다.
하나은행은 2쿼터에도 리듬을 회복하지 못했다. 오히려 ‘턴오버’와 ‘수비 리바운드 실패’ 이후 대가를 치렀다. 그 결과, 2쿼터 시작 2분 37초 만에 19-36으로 밀렸다. 경기 시작 후 가장 큰 열세와 마주했다. 이상범 하나은행 감독이 전반전 마지막 타임 아웃을 사용해야 했다.
김정은은 그때서야 코트로 나설 준비를 했다. 코트로 나선 김정은은 김소니아(178cm, F)를 막았다. 동시에, 다른 선수들에게 매치업과 수비 위치를 지정했다. 김정은이 나선 후, 하나은행은 뭔가 안정감을 찾았다. 김정은 투입 후 첫 수비를 성공했다.
BNK가 변소정(180cm, F)을 투입하자, 김정은은 변소정에게 붙었다. 김정은의 실질적인 역할은 ‘도움수비’였다. 그리고 김정은은 ‘수비 리바운드’를 신경 썼다. 세컨드 찬스를 어떻게든 내주지 않으려고 했다.
하나은행은 그렇게 BNK와 간격을 좁혔다. 쉬고 있던 진안과 사키를 재투입했다. ‘사키-김정은-진안’이 동시 가동되면서, 하나은행 수비는 안정을 찾았다. 수비력을 끌어올린 하나은행은 37-45로 전반전을 마쳤다.

# Part.3 : 김정은의 유무 2

김정은은 3쿼터를 벤치에서 시작했다. 사키와 진안만이 남았다. 그렇지만 이들은 존 프레스와 대인방어 모두 중심을 잡아주지 못했다. 공격 리바운드를 계속 내줬고, 코너에서 3점을 맞았다. 이로 인해, 하나은행은 3쿼터 시작 2분 43초 만에 39-56으로 밀렸다. 2쿼터 후반의 기세를 유지하지 못했다.
김정은이 어쩔 수 없이 다시 나와야 했다. 김정은도 하프 코트 부근까지 수비 범위를 넓혔다. 김정은의 바꿔막기와 로테이션 수비 반응 속도 역시 빨랐다. 하나은행의 팀 디펜스 역시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나 하나은행의 공격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또, 하나은행이 추격해야 할 때마다, 하나은행은 박스 아웃을 실패했다. BNK의 볼 없는 움직임 또한 놓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은행은 50-60으로 BNK를 쫓았다. 하지만 한 자리 점수 차로 진입하지 못했다. 안혜지(164cm, G)에게 3점을 맞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상범 하나은행 감독은 박수를 쳤다. ‘안혜지의 3점’을 변수로 여겨서였다.

# Part.4 : 맹추격

하나은행은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었다. 김정은도 쉴 수 없었다. 4쿼터 시작하자마자 코트로 나섰다. 무릎을 절뚝였지만, 김정은은 BNK 선수들의 동작에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그 사이, 하나은행은 추격했다. 경기 종료 6분 30초 전 58-65를 기록했다.
간격을 좁힌 하나은행은 희망을 더 크게 품었다. 희망을 품은 하나은행은 BNK의 체력을 더 떨어뜨렸다. 동시에, BNK의 야투 성공률을 낮췄다. 그 사이, 점수를 누적했다. 경기 종료 4분 40초 전 64-67을 만들었다. BNK의 후반전 두 번째 타임 아웃을 이끌었다.
김정은은 그 후 김소니아와 매치업됐다. 하지만 김소니아의 볼 없는 움직임을 놓쳤다. 김소니아를 쫓아갔으나, 김소니아의 스텝 백 동작에 밸런스를 잃었다. 김소니아한테 점퍼를 허용했다. 하나은행은 64-69로 BNK와 살짝 멀어졌다.
진안이 만회하는 득점을 했다. 하나은행의 수비가 잘 이뤄졌다. 그러나 하나은행이 필요로 하는 건 ‘공격’이었다. 하지만 필요한 걸 얻지 못했다. 66-69로 패배. ‘창단 첫 7연승’을 실패했다. 선두 유지(7승 2패)에 만족해야 했다. 김정은도 마찬가지였다.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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