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잠정 폐지 유력’ WKBL 외국인 선수 제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WKBL / 김우석 기자 / 2020-05-10 11:58:20

[바스켓코리아 = 김우석 기자] WKBL 외국인 선수 제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실 정답이 없는 이야기다. 매 시즌 언급되는 제도이며, 이번에는 잠정 폐지 혹은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와 현재의 연봉 수준에서 선수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 그리고 국내 선수 경기력 향상이라는 3가지 이유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사안이다.


매우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가장 최근으로 돌아보자. 지난 시즌 용인 삼성생명 사례에서 보았듯이 외국인 선수 유무는 경기력에 큰 영향을 끼친다.


삼성생명은 지난 시즌 개막전에서 박하나가 결장하고도 1위에 오른 아산 우리은행을 꺾는 이변 아닌 이변을 연출했지만, 리네타 카이저 부상 이후 새로운 외국인 선수 수급에 실패하며 7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제한적인 선수 풀로 인해 대체 선수를 구할 수 없었다.


배혜윤과 김한별 등이 믿기 힘들 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외국인 선수 공백까지 메꿀 순 없었다.


중국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쉬춘메이는 초창기 WKBL에서 활약했다. 왼쪽 그녀의 딸은 신한은행에서 연습생 신분으로 잠시 머물렀다.

외국인 선수 제도의 변천 과정


1997년 WKBL 시작 이래 중국 선수들을 시작으로 WNBA를 누비는 정상급 선수들이 한국을 다녀갔고, 한 차례 중단되었던 외국인 선수 제도는 2012-13시즌을 통해 부활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천난, 천리샤, 쉬춘메이 등 중국을 대표하는 선수들과 로렌 잭슨, 욜란다 그리피스, 타즈 맥 윌리엄스, 타미카 캐칭 등 WNBA 정상급 선수들도 한국 무대를 다녀갔다.


주로 1명 보유 1명 출전이었고, 지난 시즌에는 3쿼터만 출전시키는 변화를 가했다.


위에 언급한 이유들이 존재했다. WNBA 정상급 선수들이 존재할 당시 그녀들에 대한 너무 높은 의존도로 인해 경기력이 크게 좌우되었고, 결과로 국내 선수들 활약이 위축되었다.


2000년 여름리그부터 2007년 겨울리그까지 시행되었던 외국인 선수가 폐지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당시에도 지금과 다르지 않게 찬성과 반대가 존재했다. 찬성은 국내 선수 경기력 강화였고, 반대는 역시 경기력 저하였다.


하지만 점점 커져가는 외국인 선수 비중을 줄이자는 의견에 힘이 실렸고, 결국 외국인 선수는 폐지되었다.


분명한 성과는 있었다. 외인 제도가 폐지되었던 2008년 여름리그부터 2011-12시즌 동안 신정자는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고, 강영숙은 리그를 대표하는 블루워커로 자리매김했다. 두 선수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키워드는 ‘출전 시간 확보’였다. 강영숙의 경우는 더욱 그랬다.


2000년 WKBL 신인 드래프트 전체 10순위로 우리은행에 입단했던 강영숙은 2007년 겨울리그까지 평균 득점에 채 4점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2007-08 시즌부터 평균 득점이 부쩍 올라섰다. 평균 7.97점을 기록했고, 이후 두 자리 수 득점도 심심치 않게 기록했다.


출전 시간이 늘었음은 당연했고, 경험과 자신감이 더해지며 만들어낸 숫자였다. 2014-15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던 강영숙은 행운까지 더해지며 우승 반지를 무려 9개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외국인 선수 제도 폐지의 목적이었던 국내 선수 경쟁력 강화의 모범 사례가 되었다.


이외에도 전 포지션에 걸쳐 국내 선수들에게 출전 시간이 확보되었고, 적지 않은 선수들이 발굴되었다. 인사이드 뿐 아니라 외곽에 까지 분명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던 당시의 상황이었다.


그만큼 선수에게 있어 경기 출전 시간은 실력 향상의 훌륭한 자양분이다. 당시 외국인 선수 제도로 인해 적지 않은 유망주들이 유니폼을 벗기도 했다. 물론 모든 것을 외국인 선수 탓으로 돌릴 순 없지만, 비 시즌 강도 높은 훈련 후에도 정규리그에서 좀처럼 출전 시간을 확보할 수 없는 부분은 분명한 영향을 끼쳤다.


WKBL은 5년이 지난 후 2012-13 시즌부터 다시 외국인 선수 제도를 시행했다. 이유는 경기력 강화와 팀간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었다. 앞선 외국인 선수 제도 폐지로 인해 상품의 질(경기력)이 떨어진 WKBL은 다시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하는 변화를 선택했다. 또, 당시 안산 신한은행 소속이었던 하은주와 매치에 균형을 맞추자는 의도도 포함되었다.


성공적이었다. 티나 톰슨이 합류한 우리은행은 모든 예상을 뒤엎고 꼴찌에서 통합 우승이라는 기적은 연출했다. WKBL 레전드인 톰슨은 패배 의식으로 가득했던 우리은행에 자존심을 불어넣으며 팀 색깔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앞선 3시즌 동안 순위표 최하단에 머물렀던 우리은행은 위성우, 전주원이라는 새로운 코칭 스텝과 함께 기량이 올라선 국내 선수들과 톰슨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며 통합 6연패의 시작점에 서게 되었다.


또, 삼성생명에서 영입했던 앰버 해리스 또한 대단한 활약을 남겼다. WKBL 데뷔전 첫 장면이 하은주 블록슛이었다. 당시 하은주는 미드 레인지에서 점퍼를 시도했고, 카메라 앵글 밖에 존재했던 해리스는 어느새 나타나 하은주 점퍼를 날려 버렸다. 충격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앞선 6년 동안 절대로 볼 수 없는 장면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삼성생명은 해리스 존재로 박정은(WKBL 경기 부장), 이미선(삼성생명 코치)을 앞세워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하지만 우리은행 벽을 넘지 못하며 다시 준우승에 머물고 말았다. 하지만 해리스는 하은주를 넘어서는 활약으로 WKBL 팬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렇게 7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외인 제도는 2명 보유 한 명 출전 그리고 한 명 보유 한 명 출전에서 3쿼터만 출전하는 변화를 가지며 현재에 이르렀고, 다시 폐지와 관련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은행 통합 6연패의 시작을 알렸던 WKBL 레전드 티나 톰슨

외국인 선수 제도의 명과 암


이렇게 외국인 선수 제도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변화에 대한 과정과 결과 그리고 해석은 어땠을까?


중국 선수가 존재했던 초창기에는 큰 이슈가 없었다. 부족한 포지션의 경기력을 강화하는 정도였다. 경기력 강화로 인한 관중 몰이가 하나의 목적이었지만, 부족함을 지울 수 없었다. 또, 중국 선수들 특유의 만만디 마인드도 내부적인 이슈가 되었다.


이후 WKBL은 WNBA로 눈을 돌렸다. 위에 언급한 대로 정상급 선수들이 속속 WKBL을 찾았다.


확실한 명암이 존재했다. 수준급 선수들로 인해 당시 경기력은 분명히 올라섰다. 그 선수들은 확실히 국내 선수들과는 ‘급’이 달랐다. 탁월한 하드웨어가 기반이 된 다양한 기술들은 관중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였던 캐칭을 시작으로 3번부터 5번까지 소화가 가능했던 잭슨과 WNBA의 전설적인 선수였던 그리피스와 샤미크 홀즈클로(KB스타즈) 그리고 센터의 정석 플레이를 선보였던 윌리엄스는 분명 한국 무대에서 볼 수 없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WKBL을 완전히 지배했던 타미카 캐칭

이외에도 얀 바우터스(삼성생명)의 슈팅력과 슈팅 가드로 WKBL을 점령했던 앨레나 스미스(신세계, 현 부천 하나은행) 등이 ‘넘사벽’에 어울리는 경기력을 남기고 한국을 떠나갔다.


그렇게 경기력 측면에서 200%에 가까운 성공을 거둔 당시 외국인 선수의 존재였다.


아쉬웠던 측면을 살펴보자. 국내 선수들의 위축이었다. 넘사벽 활약을 펼친 외인들로 인해 국내 선수들의 주력 선수들의 존재감과 성장이 필요했던 선수들의 경기 출전 시간은 현저히 줄어 들고 말았다. 당시 선수들의 팀에 갖는 포션은 50% 이상이었다. 공격과 수비의 시작과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선수도 있었다.


결과로 관심과 시작과 끝도 외국 선수에게 향했고, 국내 스타들은 조력자로서 역할에 그치는 경우도 존재했다.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경기 주도권이 외국 선수들에게 넘어감에 따른 국내 선수들의 클러치 능력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 또, 위에 언급한 대로 성장이 필요한 선수들의 경기 경험에 대한 부족도 하나의 부정적인 요인이었다.


또, 오버 페이와 지도자 자질 문제까지 대두되던 시기였다. 당시 선수들 영입을 위해 각 구단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금액을 책정하기도 했고, 외국인 선수 한 명으로 인해 지도자의 능력이 가려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외국인 선수 존재로 인해 농구대잔치부터 활약했던 주축 선수들 부담도 줄어 들었고, 결과로 정상급 선수들은 더욱 긴 시간 동안 활약할 수 있었다. 스타 플레이어 존재는 분명히 팬들의 입장에서 즐거운 일이었지만, 선수 수급에 있어 동맥 경화가 생기는 부작용도 존재했다. 선순환을 통한 계속적인 선수 발굴과 스타 탄생이 필요했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그 선수가 그 선수’이라는 평가가 존재하기도 했다.


물론, 그녀들의 출중했던 실력과 치밀했던 관리가 있었다는 점을 배제할 순 없지만, 분명한 체력 저하에도 불구하고 오랜 동안 WKBL에서 뛸 수 있었던 점이 외국인 선수의 존재였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부활했던 2012-13 시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앰버 해리스

외국인 선수 제도의 이유 중 하나는 국제 경쟁력 강화다. 한 은퇴 선수는 “외국인 선수와 국내에서 부딪히는 것이 분명 국제 경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후에는 “확실히 외국인 선수 제도가 국내 선수 성장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맞다”라는 이야기도 하기도 했다.


외국인 선수와 경쟁할 수 있는 선수들은 매우 한정적이라는 뜻이다. 정상급 선수들은 그들과 경쟁을 통해 경험을 쌓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성장을 위한 시간을 빼앗길 뿐이다. 결국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 역시 미봉책으로 귀결되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그만큼 외국인 선수 제도를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한 사람 역시 외인 제도는 난해한 문제였다.


20년 동안 계속된 외국인 선수 제도로 인해 어쨌든 국내 선수 기량 정체라는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환경, 진학, 직업, 비전과 관련한 많은 이유가 존재하지만, 외인 선수와 맞물린 출전 시간 제한은 분명히 여자농구 발전에 걸림돌 중 하나였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러 그 부분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 국내 선수 성장을 이유로 일단 제한적인 외국인 선수 제도에 힘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WKBL이 탄생하기 이전, 한국 여자농구는 우리 만의 치밀한 시스템과 창의력 속에서 국제 경쟁력을 이어왔다. 아시아 무대에서 적지 않은 우승을 일궈냈고, 1984년 LA 올림픽 은메달과 2000년 시드니 올림픽 4강의 기적을 쏘아 올렸다.


신장의 열세 속에서도 적지 않은 훈련량이 바탕이 된 조직력과 승부욕이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했다.


그렇게 그 동안 시행 착오를 넘어 출전 시간 부여를 통한 국내 선수 기량 업그레이드를 다시 시작하려 하고 있는 여자농구다.


그렇다면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무엇일까? 결국 경기력에 대한 부분이다. 프로스포츠는 경기력이 최우선이다. 아쉽게도 현재 경기력은 아쉬움이 가득하다.


한 쿼터에 10점을 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부분이다. 결국 20년 동안 여러 이유로 인해 선수를 발굴하지 못한 이유가 존재한다. 외국인 선수 역시 한 가지 요인이다.


최근, FIBA에서는 홈 앤드 어웨이 제도를 시행 중이다. 지난 시즌 WKBL은 두 번의 브레이크를 가졌다. 그 기간 동안 주목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경험을 습득했다. 향후에도 시즌 중 브레이크를 갖는 것에 대해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경기력이 더욱 떨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상품의 질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 프로스포츠로서 가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탄력적인 외국인 선수 제도가 필요한 이유다. 분명히 보완책이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의 경기력으로는 불안 요소가 많아 보인다.


WKBL은 내일(11일) 이사회를 열어 외국인 선수 제도와 관련해 의사를 결정할 예정이다. 시대에 맞는 방향과 정책이 나오길 바란다.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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