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바코 인사이드] 현대모비스의 ‘살아있는 역사’, 22년을 함께한 손윤석 컨디셔닝 코치

기사승인 2019.12.23  13:40:45

공유
default_news_ad2

[바스켓코리아 = 김준희 기자] 어느 종목이든, 전문성을 갖춘 트레이너의 역할은 중요하다. 순간적인 상황에 맞게 선수들의 몸 상태를 빠르게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울산 현대모비스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팀으로 유명하다. 농구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그 외적인 부분에서도 그렇다. 컨디셔닝 파트 또한 마찬가지다.

그리고 여기, 프로 원년인 1997년부터 현대모비스의 역사를 함께해온 사람이 있다. 바로 손윤석 컨디셔닝 코치다.

현대모비스는 물론, 프로농구의 역사를 함께한 손 코치.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10월 어느 날, 용인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훈련장을 찾았다.

※ 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11월호 웹진에 게재된 글을 수정/각색했습니다. 인터뷰 시점은 10월 24일입니다.

손윤석 코치의 사무실. 책장에 해부학, 운동학 등의 책들과 각종 자료들이 빼곡하다.

CHAPTER 1. 22년 차 트레이너가 도망가고 싶었던 이유
대중교통을 거쳐 도착한 경기도 용인 현대모비스 훈련장.

건물에 들어서자 손윤석 코치가 반갑게 취재진을 맞아주었다. 그리고 보자마자 이 한마디를 건넸다.

“아이고, 우승했을 때 이렇게 인터뷰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필 지금… (웃음)”

올 시즌 현대모비스는 출발이 좋지 않다. 시즌 초반 10경기에서 3승 7패를 기록했다. 3연패 뒤 3연승, 그리고 다시 4연패를 기록했다. 현대모비스답지 않은 성적이다.

우승했을 때 인터뷰를 했다면 손 코치도 마음이 홀가분했겠지만, 팀 성적이 이렇다 보니 인터뷰가 부담스럽게 느껴진 듯했다.

‘마음이 많이 안 좋으시겠다’는 말에 손 코치는 “도망가고 싶더라고요”라는 말로 답했다.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잖아요. 제가 치료를 열심히 안 했다거나, 운동을 안 시켰다거나 그러면 모르겠는데 열심히 하는 애들이 자꾸 다치니까… 술, 담배도 안 하고 자기 관리는 다 철저한 애들이에요. 치료도 오전, 오후, 야간으로 열심히 하고 그러는데도 계속 다치니까… 답답하더라고요. 누구한테 하소연할 데도 없고 참…”

시즌 초반 현대모비스의 경기력이 들쭉날쭉한 데에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이 크다. FA로 야심 차게 영입한 김상규가 비시즌 어깨 부상을 당했고, 함지훈도 왼쪽 팔 내측 인대를 다쳤다. 국가대표로 비시즌 일정을 소화한 이대성은 개막 후 컨디션 난조로 고생했다.

“우리 팀에 억대 연봉 선수들이 6명(양동근, 함지훈, 김상규, 이대성, 박경상, 오용준)인데, 그 선수들이 비시즌에 다 다쳤어요. 베스트 5가 시즌 개막하기 전에 호흡을 한 번도 못 맞춰봤어요. 그러다가 지난 안양 KGC전(10/18) 때 처음으로 맞춰본 거예요.”

베스트 5가 모두 복귀한 그 KGC전에서 현대모비스는 개막 3연패를 끊고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이후 3연승을 달리며 다시 한번 현대모비스의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손 코치는 “마음속으로 ‘액땜했다’고 생각하려고 해요. 이제는 부상자가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김)상규나 (함)지훈이는 시즌 끝까지 철저하게 관리해야죠”라며 더는 부상자들로 인한 고충을 겪고 싶지 않다고 했다.

2016-2017시즌 당시 모비스(현 현대모비스)의 벤치 모습. 가운데 하얀 옷이 손윤석 코치.

CHAPTER 2. 현대모비스가 자랑하는 ‘시스템 농구’의 근간
근황 이야기를 마친 뒤, 본격적으로 ‘코치 손윤석’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먼저, 컨디셔닝 코치라는 직함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했다.

사실 10개 구단에 모두 컨디셔닝 코치가 있는 건 아니다. 올 시즌 기준 손 코치를 포함해 고양 오리온 윤유량 코치, 서울 SK 한대식 코치 등 3명에 불과하다. 흔하지 않은 직함이라는 뜻이다. 적어도 농구계에선.

“원래는 원주 DB가 처음으로 컨디셔닝 코치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제 후배인데, 작년에 그만뒀죠. 그다음이 오리온, SK, 현대모비스 순이예요.

사실 야구는 다 컨디셔닝 코치가 있어요. 아무래도 야구가 농구보다는 오래돼서 그런지, 그 시스템이 다 갖춰져 있더라고요. 컨디셔닝 코치라는 게 크게 다른 건 없어요. 일반 트레이너와 하는 일은 똑같아요. 다만 좀 더 관리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고자 만들어진 직책이죠.” 손 코치의 설명이다.

이어 그는 “우리 팀만 유일하게 트레이너가 저 포함 4명이에요. 다른 팀들은 대부분 3명이죠. 2명인 곳도 있고요. 우리 팀의 경우, 한 명은 D-리그를 전담해요. 물론 총괄은 제가 다하고요. 세부적인 것만 그 친구가 담당해요. 이런 시스템은 우리가 잘 돼있는 것 같아요”며 현대모비스 트레이닝 파트의 강점을 설명했다.

손 코치는 무려 22년을 현대모비스 한 팀에서 보냈다. 누적된 정보량에서 그를 따라갈 트레이너는 없다.

“우리처럼 상해 리스트가 세부적으로 되어 있는 곳이 많지는 않을 거예요. 우리는 데이터가 다 있어요. 일일 업무일지부터 시작해서 주간, 월간으로. 누가 언제 복귀했고, 뭐 때문에 쉬었는지. 왜 병원에 갔는지. 리스트가 다 쌓여있죠.”

현대모비스가 갖춘 ‘시스템 농구’의 핵심이다. 손 코치의 이런 전문성, 그리고 유재학 감독의 루틴이 어우러져 지금의 현대모비스 시스템이 완성됐다.

“(유재학) 감독님께서 오시면서 지금의 시스템이 정립됐죠. 우리는 비시즌 루틴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어요. 선수들이 쉬고 와서 본격적인 비시즌이 시작되면, 6주에서 8주 동안 기초 재활과 몸 관리를 해요. 그동안은 감독님께서 절대 터치를 안 하세요. 그렇게 농구할 수 있는 몸을 만든 뒤, 그때부터 감독님 주도하에 소위 ‘쉼표 운동’이라고 부르는 체력훈련을 시작하죠. 그때를 선수들이 가장 힘들어해요(웃음). 체력이 100이라고 봤을 때, 거의 90까지 떨어뜨려요. 그러다가 9월쯤부터 훈련량을 줄이면서 선수들 몸이 올라오는 거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연습경기 하면서 5대5를 시작하는 거예요. 감독님 부임하신 뒤로 10년 넘게 이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요.”

루틴은 운동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사이클이 갖춰져 있어야 기복 없이 일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렇다.

“오랫동안 이렇게 하니까 양동근, 함지훈 같은 고참들은 이제 ‘이 시기엔 어떤 걸 하는구나’라는 걸 알죠. 처음에 온 선수들은 잘 모르니까 힘들어하기도 하고, 지레 겁먹는 선수도 있어요. 하지만 안 힘들면 그게 훈련이겠어요. 힘들어도 한 달 남짓이니까. 계속 이렇게 해오니까 흔들림 없이 팀이 잘 유지된 것 같아요.”

유 감독 부임 이후 이 시스템이 갖춰졌다지만, 사실 손 코치의 전문적인 트레이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오히려 같은 트레이닝 파트에 몸담고 있는 정태중 수석 트레이너와 이상선, 홍성민 트레이너에게 공을 돌렸다.

손 코치는 “솔직히 말해서 인터뷰는 제가 아니라 이 친구들이 해야 돼요. 정말 일을 잘해요. 정태중 트레이너도 오래됐지만, 정말 꼼꼼하고 빨라요. 흠잡을 게 없어요. 100점 만점에 120점 주고 싶어요. 이 친구 덕분에 제가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이런 트레이너들이 또 있을까 싶어요. 정말 고맙게 생각해요”라며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최강의 호흡을 자랑하는 울산 현대모비스 트레이닝 팀. 좌측부터 홍성민 트레이너, 이상선 트레이너, 정태중 수석 트레이너, 손윤석 컨디셔닝 코치

CHAPTER 3. 어떻게 트레이너가 되셨나요?
손 코치는 프로농구가 출범한 1997년부터 이 자리를 지켰다. 그의 시작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프로농구가 출범했을 때, 당시 부산 기아 엔터프라이즈에 추일승 오리온 감독님께서 과장으로 계셨어요. 실기 테스트하고 면접을 거쳐서 채용이 됐죠. 처음부터 트레이너를 꿈꾼 건 아니었어요. 대학에선 씨름하고 유도를 전공했죠. 그러다가 선배 소개로 기아랑 인연이 닿았고, 자격증을 따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죠.

당시는 원년이다 보니 체계적인 트레이닝 시스템이 없었어요. 근데 당시 기아가 처음으로 웨이트 담당 트레이너와 의무 담당 트레이너를 따로 운용했죠. 그렇게 하다가 감독님께서 오시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고, 그러면서 지금의 시스템이 갖춰졌죠.”

그가 입사한 후, 현대모비스는 프로에서 총 7회의 우승을 차지했다. 원년인 1997년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고, 2004년 유재학 감독 부임 이후 6개의 우승 트로피를 쓸어 담았다.

그는 1997년에 차지한 첫 우승을 ‘당연하게’ 여겼다고 한다. 손 코치는 “그땐 성적이 너무 좋았어요. 당연히 우승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매일 이기니까. 우승할 때도 ‘우승하는가 보다’ 생각했어요(웃음). 워낙 멤버가 좋았으니까요. 근데 그 이후로 한동안 우승을 못 하다가, (유재학) 감독님 오시면서 성적이 좋아졌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우승의 영광을 함께하는 기쁨도 누렸지만, 그 뒤에 숨겨진 고충도 많았다. 트레이너는 선수들의 몸 상태와 컨디션을 24시간 체크해야 한다. 또한 감독님과 선수들 사이의 가교 역할도 해야 한다. 어느 조직이든 중간 관리자가 힘든 법.

“일적으로 힘든 것도 힘든 거지만, 사실 그런 게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우리가 단순히 선수들 다치면 치료해주는, 그런 역할이라면 그냥 몸만 힘들면 돼요. 하지만 선수들과 감독님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우리도 사람인지라 딱 보자마자 이 선수의 상태나 컨디션을 파악할 수 없어요. 아픈 정도가 1에서 10이라고 치면, 1도 아픈 거고 10도 아픈 거잖아요. 선수 몸은 본인이 제일 잘 알아요. 하지만 이런 건 얘기해주지 않으면 몰라요. 그럴 때 제일 답답하죠. 감독님은 선수 상태에 대해 물어보시는데, 확실하게 답해드릴 수가 없어요. 이런 경우가 많아요. 이 일 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인 것 같아요.”

덧붙여 “결국 선수 몸 관리에 대한 책임은 트레이너 몫이에요. 항상 제 목을 내놓고 다니는 거에요. 몸 관리도 그렇고, 도핑에 관련된 것도 엄격하게 체크해요. 진짜 꼼꼼하게 따져야 해요. 그냥 선수들은 거의 초등학생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돼요(웃음). 그만큼 하나하나 다 신경 써야 하죠. 제가 이러니, 총괄하는 감독님께선 얼마나 힘드시겠어요”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렇게 오랫동안 트레이닝 파트에서 일할 수 있었던 건 다친 선수를 일으켜 세웠을 때의 뿌듯함이다. 그러면서 그는 ‘아픈 손가락’ 이종현을 예로 들었다.

“(이)종현이가 다친 날(2017년 아킬레스건 파열 당시),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물론 어떤 선수든 다쳤을 때 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종현이한테는 기대하는 게 크잖아요. (이종현을) 뽑았을 때, 우승했을 때보다 더 좋아하신 게 감독님이세요. 근데 그런 애가 큰 부상을 당했어요. 잠이 안 오더라고요. ‘복귀가 될까’ 하는 생각뿐이었어요. 나를 포함해 트레이너들이 정말 (이)종현이한테 공을 들였어요. 복귀했을 때(2018년) 엄청 뿌듯했어요. 당시 마카오에서 열린 터리픽 12에서도 통증 없이 뛰는 걸 보고 ‘내가 할 건 다 했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복귀의 기쁨도 잠시, 이종현은 2018년 12월 마지막 날 왼쪽 무릎 슬개골 파열로 인해 ‘시즌 아웃’ 판정을 받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선수 본인의 상처도 컸지만, 손 코치의 아픔도 선수 못지않았다.

“진짜 잠을 못 잤어요. 차라리 제 뼈를 잘라서 줄 수 있다면 주고 싶더라고요. 그 정도로 마음이 아프고, 답답했어요. 열심히 하는 선수가 그렇게 큰 부상을 두 번 연속으로 당하니까 ‘이럴 수도 있나’ 싶더라고요.” 손 코치의 말이다.

다행히 이종현은 복귀를 위해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고. 손 코치는 “(이)종현이는 워낙 열심히 해요. 너무 열심히 해서 탈이에요. (복귀하겠다는) 의욕이 강해요. 천천히 하나씩 가려고 해요. 지금은 12월 복귀를 목표로 열심히 운동 중이에요”라고 밝혔다.

2016-2017시즌 벤치에 함께 앉아있는 손 코치와 이종현의 모습

CHAPTER 4. 트레이너 지망생을 향한 조언, 그리고 팬들에게
그에게 트레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을 향한 조언을 부탁했다. 손 코치는 ‘임기응변’과 ‘희생’을 키워드로 꼽았다.

“트레이너는 임기응변 능력이 있어야 해요. 그리고 희생하는 마인드가 없으면 안 돼요. 우리가 하는 일이 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이잖아요. 엄마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요즘은 ‘워라밸(워크 & 라이프 밸런스)이라고 해서 남들 놀 때 노는 직업을 찾는다더라고요. 트레이너는 그러지는 못해요. 자기 시간을 가질 순 없어요. 그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에요. 어떤 선수가 언제 다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연락이 가능해야 되고요. 저는 어떤 상황이든 24시간 무조건 휴대폰을 켜놔요. 언제 연락이 올지 모르잖아요.”

덧붙여 “주위에서 저 보고 그러더라고요. ‘코치님 정도 경력이면 좀 쉬엄쉬엄하셔도 되지 않냐’고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연차가 쌓여도 하는 일은 똑같아요. 트레이너는 아플 수도 없어요. 제가 아프면 선수들을 봐줄 수 없잖아요. 그런 직업이에요. 본인이 희생하고, 남 배려를 잘하는 성격이라면 (트레이너가) 잘 맞을 것 같아요. 저도 잘한다고 할 순 없지만,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요”라며 본인의 ‘트레이너 지론’을 설명했다.

힘든 일인 것 같지만, 손 코치는 자신의 직업이 너무나 만족스럽다. 적성에 맞는다고 한다. 그의 머릿속엔 온통 선수들 생각뿐이다.

“우승하는 것도 좋지만, 선수들이 부상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1군 선수 12명 전부가 그대로 갔다가, 아무 일 없이 버스에 타는 게 가장 큰 낙이고, 바람이에요.”

마지막으로 그는 선수들, 그리고 현대모비스를 응원해주는 팬들에게도 인사말을 남겼다.

“저는 이겼을 때 기사도 다 보고, 댓글도 다 봐요. 좋은 글, 힘 나는 글은 캡쳐해서 선수들한테 보내주기도 하고 그래요. 선수들이 가끔 못할 때도 있지만, 마지막에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선수들이 100% 이상 활약할 수 있도록 열심히 관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더 많은 기사를 보고 싶으시다면? ☞ 바스켓코리아 11월호 웹진 보기

사진 = 김아람 기자, KBL 제공

김준희 kjun0322@basketkorea.com

<저작권자 © 바스켓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